<-- 베이징 올림픽 -->
쒜액!
입에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주먹에서 소리가 났다. 그 만큼 장천식의 주먹질에는 스피드와 파괴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그 상대가 진짜 이준혁이었다면 장천식은 한 번 싸워 볼만 했을 터였다. 그러나 그 상대가 이준혁의 모습을 한 현수였다.
짝!
무슨 박수를 치기라고 한 것일까? 찰진 소리가 일었는데 장천식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 이런 씨발.....”
레프트 잽 다음 라이트 훅을 날리려던 장천식은 눈앞에 별이 번쩍이며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돌아간 고개를 다시 돌렸을 때 그 앞에 있었던 이준혁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놀란 장천식이 고개를 좌우로 돌릴 때 그의 뒤에서 이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목이라서 좀 싸우는 줄 알았는데 별거 없군.”
장천식의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로 몸을 틀며 팔꿈치를 날려 왔다. 주먹보다 더 위력적인 게 팔꿈치다.
턱!
그런데 그 팔꿈치를 이준혁이 한 손으로 잡았다. 반쯤 몸을 튼 상태에서 그걸 보고 장천식이 이준혁에게 잡힌 팔꿈치를 빼내려했다.
“엇!”
하지만 이준혁에게 잡힌 그의 팔꿈치는 돌 틈새에 끼이기라도 한 뜻 도무지 빼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장천식이 아예 잡힌 팔꿈치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반대 팔을 휘둘렀다.
부웅!
장천식의 주먹이 이준혁의 안면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장천식의 잡힌 팔꿈치 때문에 그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었고 그의 주먹이 이준혁의 얼굴에 날아오기 전에 그 보다 먼저 타격음이 울렸다.
퍽!
동시에 이준혁을 향해 날아가던 장천식의 주먹이 멈추며 그의 팔이 달달 떨었다. 그리고 바로 처절한 비명성이 장천식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악!”
장천식은 바닥에 주저앉진 않았지만 가랑이를 모으고 엉덩이를 한참 뒤로 뺐다. 그리고 시뻘게진 얼굴과 함께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런 장천식을 보고 이준혁이 잡고 있던 그의 팔꿈치를 놓아주며 말했다.
“고통이 가시려면 좀 있어야 할 거다.”
그 말 후 이준혁이 실실 웃으며 여유 있게 팔짱을 꼈다. 하지만 장천식은 이준혁의 그런 모습도 보지도 볼 수도 없었다.
“으으으윽.....”
장천식의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에 이어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침이 질질 흘렀다. 이준혁의 말처럼 거길 맞은 고통이 없어지기 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물론 그게 몇 분씩 걸렸단 소리는 아니었다.
싸우다 갑자기 1분 동안 멈춰 있다 다시 싸운다고 생각해 보라. 그 1분이 싸우는 두 사람에게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 지 싸우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었다.
장천식은 대략 1분 정도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다시 허리를 폈다. 그러자 거시기가 아직 찌릿했지만 그 정도 고통이야 싸울 때 얼마든지 감내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상대가 그를 배려까지 해 주고 있는 상황. 더 이상 이준혁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딱 상황을 봐도 자신의 이준혁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준혁 앞에 무릎을 꿇자니 그의 자존심이 용납지가 않았다.
장천식은 이준혁보다 먼저 신세기파에 들어왔다. 그리고 서열도 그보다 더 높았고. 그러니 이준혁에게 무릎을 꿇는 것 보다 아예 은퇴를 선택하는 게 맞았다.
조직원이 몸 성히 은퇴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장천식은 이준혁과 끝까지 싸우다가 팔 다리 중 하나가 분질러지면 그 길로 조직을 떠날 생각이었다.
“억!”
그리고 그건 그의 의도대로 되었다.
우두둑!
뼈가 어긋나며 섬뜩한 소리가 장천식의 귀에 들려왔다. 그런데 문제는 부러진 장천식의 신체 부위가 팔 다리가 아니라 목이란 점이었다. 얼굴이 등 뒤로 돌아간 장천식은 길게 혀를 빼문 체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털썩!
등 위에 얼굴이 있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쓰러진 장천식의 동공에서 빠르게 생기가 빠져 나갔다.
--------------------------------------------------
예전에는 뒤처리가 귀찮았지만 지금은 그것도 하다 보니 습관이 되었는지 그다지 힘들지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쪽부터 시작해서 복도로 이어진 조직원들의 시체를 전부 다 아공간 부대자루 안에 욱여넣은 뒤 현수는 클리닝 마법으로 현장에 조직원들의 흔적은 하나도 남기지 않게 없앴다.
그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갔는데 그때 현수는 이준혁으로 변해 있는 변장 마법을 풀었다.
띠링!
촤르르르!
그래서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그 안의 이준혁은 온데간데없이 다른 사람이 내렸다. 바로 장천식 말이다.
현수는 원래 장천식을 잡아서 족친 뒤 누가 그들을 여기로 보냈는지 그 배후를 알아내려 했었다. 하지만 막상 장천식을 상대로 싸우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준혁처럼 자신이 장천식으로 변해서 놈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될 일이니까. 어차피 호텔 밖에는 장천식의 차가 대기 중일 테고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미리 벗겨 둔 장천식의 정장을 급하게 갈아입은 게 일이라면 일이었지만 오히려 스릴 넘치고 재미있었다.
크게 팔을 내저으며 호텔 로비를 가로 지른 장천식이 호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주위를 살피자 역시나 그의 차가 알아서 그 앞으로 와서 섰다. 장천식으로 변신한 현수는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타면서 말했다.
“가자.”
그 말에 운전석의 조직원은 알아서 차를 몰았다. 그리고 그 차는 현수가 예상한대로 놈들의 배후가 있는 아지트로 향했다. 현수를 태운 차는 강남의 한 신축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현수는 곧장 차에서 내려서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도 조폭들을 많이 때려 잡다보니 이제 그들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게 된 현수였다.
“7층이로군.”
그의 탐지 마법에 조폭들의 기운이 바로 포착되었다. 현수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눌렀다. 장천식이 조직의 회의장이 있는 7층에 나타나자 그 얘기를 들은 듯 하재봉이 바로 그 앞에 나타났다.
“이준혁이는?”
하재봉이 혼자 나타난 장천식을 쏘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장천식이 바로 대답했다.
“그 놈은 잘 챙겨 뒀습니다.”
아공간 부대자루 안에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하재봉이 벌레 씹은 얼굴로 변했다. 그러던 말든 장천식은 계속 말했다.
“형님 좀 봬야겠습니다.”
“너 이 새끼.....”
하재봉은 발끈하며 두 손으로 장천식의 멱살을 잡았다. 보아하니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 하재봉의 뒤로 노우진이 나타났다.
“들어 와.”
노우진은 그 말 후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고 하재봉은 곧 죽일 듯 장천식을 노려보다 그를 지나쳐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장천식은 하재봉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걸 보고 회의장으로 움직였다. 장천식이 회의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회의장 제일 윗자리에 노우진이 혼자 앉아 있었다.
“이리로 와.”
노우진이 손짓으로 장천식을 불렀다. 그때 장천식이 노우진에게 말했다.
“형님. 저 볼 일 좀 보고 얘기하면 안 될까요?”
그 말에 노우진이 피식 웃으며 손짓을 했다. 회의장 안에 따로 화장실이 있었기에 장천식은 그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화장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장천식이 나왔다.
“어!”
“너 뭐야?”
그 장천식을 보고 회의장 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분명히 화장실에 들어간 건 장천식 뿐이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온 건 장천식이 아니었다. 체형과 입고 있는 옷은 분명 장천식인데 얼굴이 달랐다. 이 무슨 귀신 곡할 노릇이란 말인가?
----------------------------------------------
노우진은 갑자기 회의장 안이 소란스럽자 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리고 시끄러운 쪽을 쳐다보고 기겁해서 놀랐다.
“저, 저분은...... 멈춰!”
노우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화장실에서 나타난 수상쩍은 녀석을 잡기 위해 움직이던 노우진의 수하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자 화장실에서 나온 장천식의 몸에 얼굴만 바뀐 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들 좀 치워.”
그 말에 그를 거의 에워 싼 상태의 노우진 수하들이 발끈했다.
“뭐 이 새끼야?”
“저 새끼가 죽으려고 함부로 입을 터네.”
“어이. 주둥이 함부로 놀리다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살벌한 노우진 수하들의 반응에도 그자는 태평했다. 그때 노우진이 다급히 외쳤다.
“다 나가!”
“네?”
“보스?”
예상치 못한 노우진의 명령에 그의 수하들이 다들 황당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노우진의 뜻은 확고했다.
“빨리 다 나가! 어서!”
버럭 소리치는 노우진을 보고 그의 수하들은 쭈뼛거리며 하나 둘 씩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전부 회의장을 나가고 회의장 안에 노우진과 그 자만 남았을 때였다.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그 말과 함께 노우진이 그 자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그 자가 노우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신세기파가 요즘 아주 잘 나가더군.”
그 말에 허리를 숙이고 있던 노우진이 움찔했다. 그리고 긴장한 게 역력한 듯 허리를 편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죄, 죄송합니다. 저의 의도와 달리 밑에 애들이 설친 탓에.....”
“쯧쯧. 잘하면 자신 탓 못하면 수하들 탓인가?”
“그, 그건......”
“걱정 마. 널 어쩌려고 여기 온 건 아니니까.”
그 자의 그 말에 노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보고 피식 웃던 그자가 회의장 맨 위쪽 노우진 바로 옆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턱짓을 하며 노우진에게 말했다.
“너도 앉아.”
---------------------------------------------
노우진과 독대 자리에서 그를 쩔쩔 매게 만들고 있는 사람은 장천식의 모습으로 신세기파의 회의장까지 아무 제지 없이 들어 온 현수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얼굴을 노우진은 바로 알아보았다.
죽을 뻔한 그를 두 번이나 구해주고 반대파 조직을 쓸어버림으로서 지금의 신세기파가 있게 만든 존재가 바로 지금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 그를 자신의 수하들이 멋모르고 잡으려 하는 걸 보고 노우진은 다급히 그걸 제지했다.
만약 그대로 뒀다면 그들은 다 죽거나 병신이 되었을 터였다. 그는 대적이 불가한 존재였으니까. 그걸 아는 노우진은 그가 원하는 대로 수하들을 전부 회의장 밖으로 내 보냈다. 그리고 그 앞에 망설임 없이 허리를 숙였다.
노우진은 그가 원한다면 신세기파를 그에게 바칠 수도 있었다. 그만큼 눈앞에 남자에 대한 노우진의 경외감은 컸던 것이다. 이내 그 남자의 촌철살인의 말들이 쏟아졌고 노우진은 진땀을 쏘옥 뺐다.
==============================================
77페스티벌에 ‘재벌에이스’ 란 신작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