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595화 (595/712)

<-- 베이징 올림픽 -->

현수는 손에 들려 있던 바바리코트를 걸쳤다. 그러자 눈앞에 상태창이 마법 아이템 창으로 바뀌었다.

[마법 아이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포인트 소비형)]

일정 포인트 사용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1.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5,000)

2.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7,000)

3.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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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울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20,000)

8. 각 도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15,000)

9. 대한민국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50,000). 단 섬 제외. 섬은 별도 구매

현수가 머릿속으로 자신의 원룸을 떠올리자 시스템에서 바로 반응을 보여 왔다.

[띠링! 현 위치에서 강남의 원룸까지는 60Km 안에 있습니다.]

현수는 바로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를 선택 했다.

[띠링! 10,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8,625,890]

결제 창이 뜨고 나자 바로 현수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였고 냄새 나던 통로 안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스르르!

사라진 현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바로 그의 원룸이었다. 현수는 익숙한 방 안 모습에 흡족한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방만큼 편한 곳이 있을까? 현수는 곧장 몸을 움직였다. 욕실로 가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한 후 팬티만 갈아입고 원룸의 커튼과 블라인드를 치고 내렸다.

곧 날이 밝을 텐데 그럼 햇빛이 그의 숙면을 방해 할 테니 말이다. 그로 인해 더욱 컴컴해진 원룸에 현수는 이불을 깔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피로 회복 마법은 육체적인 피로를 풀어 주었지 정신적인 피로까지 풀어 주진 못했다. 때문에 현수도 꼭 숙면은 취해 주어야 했다. 피곤했던지 현수는 눈을 감자 곧 수마가 밀려왔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으음......”

현수가 나름 커튼과 블라인드로 햇빛을 막았지만 정오에 다다른 햇빛은 기어코 커튼을 비집고 현수의 망막을 자극했다. 그리고 충분히 필요한 숙면도 취했기에 현수는 감고 있던 눈을 부스스 떴다.

“몇 시지?”

현수는 눈을 뜨자마자 바로 시간부터 확인했다.

“벌써 11시라니.”

현수는 시간 몇 분 뒤 11시란 사실에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때 현수의 머릿속에 약속이 떠올랐다.

“어?”

생각해 보니 현수에게 오늘 특별한 약속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누구의 약속이란 말인가?

“이준혁!”

그랬다. 바로 현수가 새벽에 제거한 손태섭의 측근 조폭 두목 이준혁이 오늘 탤런트 장희진에게 KTV 장필모 PD를 소개시켜 주기로 철석같이 약속을 한 것이다.

이준혁은 오늘 점심시간에 장필모 PD를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할 때 그 자리로 장희진을 불러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줄 생각이었다.

“장희진이라.....쩝쩝.”

요즘 떠오르는 섹시 아이콘인 그녀를 생각하자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녀가 조폭 새끼의 여자란 사실이 생각나자 입안이 까칠해졌다. 그래서 그냥 모른 척하려다가 생각해 보니 좀 괘씸했다. 특히 그와 같이 올림픽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 배재성이 여신 취급했던 그녀가 알고 보니 걸레에 불과 했으니 말이다.

“그런 걸레가 여신 행세하는 꼴은 더 못 보지.”

그래서 현수는 잠깐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입술이 조용히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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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장필모 PD는 자신의 상관인 드라마국 CP 최동국에게 아침부터 호출을 받았다.

“캐스팅 어떻게 됐어?”

최동국은 장필모를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

“주연 섭외는 끝냈고 조연 몇 명만 더 섭외하면 캐스팅 다 됐습니다.”

장필모의 대답에 그제야 굳어 있던 최동국의 얼굴이 풀렸다.

“이번 드라마 중요한 거 잘 알지?”

최근 MBS는 예능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까지 참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기존 시청률 중 10%를 넘는 프로그램이 드물 정도로 말이다. 그 중에서 드라마는 5%를 넘지 못할 정도로 처참했다. 그래서 CP 최동국은 매일 국장에게 달달 볶였다. 물론 국장 역시 사장에게 매일같이 구박을 받고 있었지만.

“잘 압니다. 이번엔 자신 있습니다.”

장필모는 최동국에게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런 장필모를 보고 최동국은 그리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 동안 장필모가 말아 먹은 드라마가 벌써 2편이나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우리들의 젊은 날’이 대박을 쳤기에 그런 대박을 또 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장필모에겐 있었다.

“그래. 이번엔 진짜 대박 한 번 쳐 보자. 나머지 조연 섭외 끝내면 한 잔 하자.”

“네. 형.”

최동국과 장필모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 둘은 형 동생하는 사이였다. 최동국이 터놓고 술을 마시자고 하자 장필모가 웃으며 상사가 아닌 형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최동국은 그런 그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럼 가 봐.”

장필모는 최동국에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막 수북이 서류가 쌓인 자신의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한 그의 얼굴이 굳었다.

“씨발.....”

장필모의 입에서 바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장필모는 투덜거렸지만 결국 그 전화를 받았다. 안 받았다간 더러운 꼴을 보게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말이다.

-장PD님. 나 이준혁이요.

“네. 이 사장님. 아침부터 무슨 일로.....”

-어제 내가 말한 거. 잊지 않았겠지요?

“이 사장님. 이번 드라마는 배우 캐스팅이 다 끝나서.....”

-점심 때 거기서 좀 봅시다. 가방 챙겨 갈 테니.

“가, 가방이요?”

좀 전 까지 짜증 섞인 얼굴로 전화를 받던 장필모의 얼굴이 확 펴졌다.

-우리 장PD님. 요즘 바쁘셔서 기력도 떨어지신 거 같으신데 보약 한 재 해 드셔야지요.

“아니 뭐 보약까지야......”

-그럼 12시에 거기서 봅시다.

“그러시지요.”

상대인 이준혁이 말한 거기는 방송국 근처 가장 비싼 최고급 일식집을 말했다. 거기서 점심을 먹는 것만으로도 입이 충분히 호강을 할 판에 돈까지 준다니 그 자리를 마다할 이준혁이 아니었다.

“뭐 조연 자리 하나 쯤이야.”

PD인 그의 권한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장필모는 좀 전 만났던 자신의 직속 상사 CP 최동국이 생각났다. 보통 이럴 때는 최동국도 챙겼다. 하지만 장필모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씨발. 그래봐야 해주는 것도 없는 데 뭘. 이번엔 나 혼자 다 먹어야겠다.”

안 그래도 집 주인이 전세금 올려달라고 난리였다. 은행 대출을 더 해야 하나 싶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설마 몇 백 주진 않을 테고.”

저번에도 이준혁에게 돈을 받았는데 그때도 3천만 원을 받았던 장필모였다. 이번엔 그의 드라마에 배우를 꽂아 주는 조건이면 그 보다 더 많은 돈을 준비 했을 터였다.

“오른 전세금은 이걸로 해결 되겠군.”

장필모는 흡족하게 웃으며 책상 위에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서 큰소리 쳤다.

“........그래. 그러니 전세금 걱정 말라고. 어허. 남편을 뭘로 보고. 나 장필모야. 이거 왜 이래?”

마누라에게 큰소리 떵떵 치고 난 장필모는 기분 좋게 웃으며 조연출과 작가가 기다리는 회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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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방송국 드라마 회의실에서 이번에 새로 제작 될 드라마에 대한 캐스팅을 두고 회의가 열심이었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자 PD인 장필모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점심 약속이 있어서 이만 나가 볼게. 너흰 섭외 계속 해. 오늘 중으로 조연급 섭외 끝낼 수 있게.”

그 말 후 눈썹을 휘날리며 회의장을 빠져 나가는 장필모를 보며 회의실 안 방송 관계자들이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하아. 또 김밥인가?”

“어쩌겠어요. 막내. 빨리 김밥 사와.”

“야. 이번엔 오뎅 국물 빼먹지 말고 가져 와.”

그때 조연출이 툴툴 거리며 옆에 있던 작가에게 말했다.

“자긴 맛있는 거 먹으러 갔겠지요?”

그러자 작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겠죠. 또 어디 소속사 관계자를 만나서 되도 않을 배우 하나 데려 오겠죠. 하아. 이번엔 제발 발 연기하는 애는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에이. 설마요. 그렇게 두 작품이나 말아 먹었는데 그 짓을 또 하려고요.”

“그야 모르죠.”

작가의 심각한 얼굴에 조연출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조연출도 올해로 연출 7년 차였다. 그도 이제 입봉을 할 연차로 이번 드라마는 그에게도 중요했다. 이번에도 시원하게 말아 먹으면 그의 입봉 계획이 또 뒤로 밀릴 수 있었다.

‘그럴 순 없지. 만약 또 그 지랄을 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조연출이 그렇게 서슬 퍼렇게 날을 갈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장필모는 신이 나서 방송국을 나섰다. 그의 눈에 100미터도 더 떨어져 있는 일식집 간판이 보였다. 바로 서해일식!

기본 정식코스만도 30만원이 넘는 곳이었다. 제대로 접대 받으면 한 끼 식사로 백 만 원도 훌쩍 넘는 그곳에 발을 디디는 거 자체만으로 성공한 인생이라 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방송국 근처 식당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런 가운데 최고급 차량 몇 대가 서해일식 전용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장필모는 자신이 그런 차에 타고 서해일식에 당당히 들어가지 못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거기서 나올 때 챙길 가방을 생각하자 불쾌한 생각이 싹 사라졌다.

장필모는 잰 걸음으로 곧장 서해일식으로 향했고 이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예약 하셨습니까?”

서해일식은 예약 손님만 받았다. 때문에 예약 없이 여기서 식사를 할 순 없었다.

“이준혁으로 예약이 되어 있을 텐데.”

“아네. 손님께선 벌써 와 계십니다. 이쪽으로.....”

가게 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장필모는 일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여깁니다.”

잠시 뒤 가게 점원이 이준혁이 예약한 방을 가리키자 장필모가 알았다며 그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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