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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94화 (59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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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층 매장 주위에는 방음 마법이 걸려 있어서 일체 소리가 딴 쪽으로 들리지 않았다. 거기다 마약 제조가 이뤄지는 곳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다. 그곳의 문이 열리는 일은 하루 3번뿐이었다. 12시간 마다 이뤄지는 근무 교대와 완성 된 마약을 유통시키기 위해서 밖으로 내보낼 때 말이다.

근무 교대 시간은 아침 8시와 저녁 8시였다. 그리고 마약 유통은 아직 마약 저장 창고가 비어 있었기에 며칠은 더 걸릴 터. 때문에 현 시간에 마약 제조가 이뤄지고 있는 곳에 누가 찾아 올 일은 없었다.

“여기로군.”

굳게 이중문으로 잠겨 있는 마약 제조 장소 앞에서 현수는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마약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마약 제조 책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조직원들이 몇 명인지 바로 간파가 되었다.

“모두 합쳐서 35명이로군.”

그 중 마약 제조 책이 압도적으로 많은 30명이었고 그들을 감시하는 조직원은 5명에 불과했다. 얼핏 마약 제조 책들은 단지 마약만 만들었을 뿐이니 죽을 만큼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그들이 더 나쁘다고 봤다. 그리고 그들을 살려 둔다고 해도 그들은 다시 마약을 만들어서 세상을 병들게 만들 터였다.

“그런 자들은 그냥 없어지는 맞아.”

현수는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 시키곤 눈앞의 육중한 철문을 향해 중얼거렸다.

“언락(Unlock)!”

철컹! 철커엉!

두 개의 육중한 철문이 잇달아 열리는 소리가 일었다.

“그럼 가 볼까.”

현수는 곧장 그 육중한 철문을 안으로 밀면서 마약 제조 현장으로 들어갔다. 현수가 두 번째 철문을 열었을 때 훅하니 메케한 냄새가 났다. 고등학교 시절 화학실험 때 맡은 적이 있는 냄새였다.

“누구냐!”

이어서 철문 앞에 편하게 앉아서 잡지책을 보고 있던 조직원이 갑자기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 온 현수를 보고 외쳤다. 그리곤 재빨리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지만 그가 무전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두 눈을 까뒤집은 조직원이 무전기를 든 체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현수의 형의권이 조직원의 가슴을 때렸고 심장이 파열된 조직원은 바로 즉사했다.

-치찌익. 무슨 일이야?

그때 녀석이 외친 소리 때문인지 안쪽의 조직원 중 하나가 이미 죽은 조직원의 무전기로 연락을 취해 왔다. 하지만 죽은 자가 무슨 대답을 할까.

쿠쿵!

현수는 대답 대신 뒤쪽에 열려 있던 철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철문에 잠김 마법을 걸었다. 이로써 현수가 허락지 않는 한 누구도 이 안에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안에서부터 정리하고 넌 맨 마지막에 치워야 할 거 같다.”

현수는 무전기를 쥔 채 죽어 있는 조직원의 시신을 훌쩍 뛰어 넘으며 말했다.

-치찌익. 야! 최동배! 무슨 일이냐고!

그리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무전기 소리를 뒤로 하고 현수는 마약 제조가 이뤄지고 있는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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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제조 현장은 일반 약품 제작 현장과 비슷했다. 단지 차이라면 약품 공장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쓴 반면 이곳 마약 제조 현장은 다들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그 만큼 그들이 마약을 제조하는 데 쓰는 약품들이 인체에 유해하단 소리였다.

아무래도 방독면을 쓰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들리는 것도 잘 안 들린다. 그래서 마약 제조 현장 사람들은 사신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저벅저벅!

현수는 비닐이 쳐져 있는 제조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방독면을 쓴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바로 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그는 수시로 고개를 돌려가며 마약 제조 현장이 잘 돌아가는 지 살폈다. 즉 출입구에 등지고 서 있단 소리였다. 방독면 때문인지 녀석은 현수가 안으로 들어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딱 때리기 좋은 뒤통수를 향해 현수가 손바닥을 내려쳤다.

퍽! 털썩!

현수의 손바닥에 뒤통수를 맞자마자 조직원을 픽 쓰러졌다. 내공이 깃들어 있었기에 조직원의 뇌는 아마 곤죽이 되어 있을 터였다.

주르르!

뒤늦게 죽은 조직원의 코와 눈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조직원의 방독면 안경을 붉게 물들였다. 그 사이 현수는 성큼 마약 제조 현장 안으로 들어갔고 말이다.

마약 제조 현장에 들어서면서 현수는 호흡을 참았다. 내공을 사용하면 10분정도 숨을 쉬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독한 화학제품에 현수는 눈알이 쓰라렸다. 그래서 아예 자신의 몸에 방어 막을 둘렀다. 그러자 쓰리던 눈이 괜찮아졌고 현수는 빨리 여길 정리하고 나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현수의 눈에 다들 방독면을 쓰고 일하는 제조 책들이 보였다. 그리고 현수가 서 있는 자리 옆 테이블 위에 청 테이프가 보였고 말이다.

‘그러면 되겠군.’

그걸 보고 현수의 입가에 악마의 미소가 지어졌다.

“홀드(Hold)!”

현수는 제조 현장 전체에 홀드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다들 마약 제조에 바빴던 제조 책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현수는 제조 책들이 모두 홀드 마법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 선 테이블 위에 청 테이프를 챙겨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찌익!

그리고 청 테이프를 정당히 떼어냈다. 이어 그와 제일 가까이에 있던 제조 책에게 다가가서 방독면의 흡입구에 청 테이프를 붙였다. 그러자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게 된 제조 책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던 말든 현수는 청 테이프를 또 떼어 그 옆의 제조 책에게 움직였다.

척!

“다 됐다.”

현수는 마지막 남은 제조책의 방독면 흡입구에 청 테이프를 붙인 뒤 아슬아슬하게 남은 청 테이프를 옆으로 홱 던졌다. 그때였다. 세 명의 검은 정장 차림의 조직원 셋이 일제히 마약 제조 장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을 보고 현수가 두 팔을 벌렸다.

“어서 와.”

현수는 이미 그들이 여기로 오는 걸 알고 있었다. 현수의 민감한 기감이 그들의 발걸음 소리를 벌써 듣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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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였군.”

현수는 세 명의 조직원 중 무전기를 한 손에 들고 있는 녀석을 보고 아까 시끄럽게 무전을 때려대던 녀석이 누군지 알거 같았다. 아마 다른 동료 둘을 모아서 여기로 온 것도 녀석 때문인 거 같았다.

“누, 누구냐?”

무전기를 든 녀석이 현수를 향해 물어왔다. 현수는 곧 죽을 녀석들에게 자신이 누군지 정도는 알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저승사자? 사신? 뭐 암튼 너희들을 저기로 보내 줄 사람이지.”

현수가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바로 무전기를 든 녀석의 입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미친 새끼.....”

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현수는 기분이 나빴다. 인간 취급조차 하지 않았던 조폭 새끼 따위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더 기분이 상했다.

“그래. 내가 미쳤지. 조폭 따위와 무슨 얘기를......”

현수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고 그런 그를 향해 무전기를 든 조직원이 외쳤다.

“잡아!”

그러자 그 조직원의 양 옆에 있던 두 조직원이 현수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무전기를 든 녀석이 여기 마약 제조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녀석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았다.

“뒈져!”

퍼퍼퍽!

성질 난 현수가 주먹을 휘둘렀고 방독면을 쓴 조직원 셋의 몸이 훌훌 뒤로 날아갔다.

터터털썩!

뒤쪽 출입구 밖으로 튕겨 나간 셋은 복도 벽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현수가 작심하고 휘두른 주먹이었다. 볼 것도 없이 즉사한 그들 앞에 선 현수가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꺼내 들며 말했다.

“빨리 치우고 집에 가야겠다.”

현수는 방독면 사이로 핏물이 흘러나오지 않게 최대한 조심해서 세 조직원들의 시신을 아공간 부대자루 안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곧장 제조 현장 안으로 들어간 현수는 청 테이프 하나에 질식해서 죽은 나머지 마약 제조 책들의 시신을 정리했다. 그리고 육중한 이중 철문으로 돌아간 현수는 그곳에 여전히 무전기를 든 체 죽어 있는 시신을 아공간 부대자루 안에 넣은 뒤 마법으로 잠긴 철문을 열었다.

“신고 해야 하나?”

힐끗 뒤돌아서 마약 제조 현장 쪽을 돌아보던 현수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뭐 신고한다고 달라 진 것도 없고......”

전에 마약 공장도 신고했지만 놈들이 버젓이 여기에 새로운 마약 공장을 만들었다. 그걸 경찰은 막지 못했고. 그래놓고 경찰은 마약 공장을 찾아 낸 것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떠벌리기만 했다.

즉 현수가 여길 신고해도 경찰은 앞서 와 같은 전철을 밟을 터였다. 그러니 현수가 경찰에 여길 신고하는 걸 꺼리게 된 것이고 말이다.

“에이. 귀찮아.”

현수는 결국 경찰에 신고하지 않기로 하고 조용히 마약 공장이 있는 지하층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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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지만 날이 밝기 직전이라선지 길가에 택시들이 간혹 보였다. 마약 공장이 위치한 성남의 상대원동의 상일빌딩을 빠져 나온 현수는 잠시 밤길을 걸었다. 성남의 번화가답게 일찍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모습이 현수의 눈에 띄었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마약 같은 걸 만들어서 그걸 팔아 편하게 먹고 사는 기생충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세상사 요지경이란 말이 나온 거겠지.”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기생충 보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걸 테고. 어스름하니 날이 밝아오는 걸 느끼며 현수는 갑자기 급 피곤해졌다.

“안 되겠다. 바로 집으로 가야지.”

현수는 주위를 살피다 근처 건물 사이 통로로 들어갔다. 그 안은 취객들이 싸 놓은 듯 지린내가 진동을 했다. 하지만 현수는 바로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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