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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93화 (59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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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조폭들의 퇴로는 물론 매장 안의 소음까지 전부 마법으로 차단시켰다. 왜냐하면 이 지하층에는 조폭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마약을 만드는 제조 책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자들이 지하층 안쪽에 더 있었고 그들 역시 현수가 처리해야 할 쓰레기들이었다. 여기 있는 조폭들이 그들에게 가서 뭐라 떠들어 대는 건 현수 입장에서 환영할 바가 못 됐다. 그래서 현수는 이곳을 완전히 차단시켜 버린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조폭들은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지 현수의 위엄을 직접 확인한 나동석과 그 수하들은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자. 그럼 청소해 볼까.”

현수가 두 손에 깍지를 끼고 팔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청소 시작 전에 흔히들 몸 풀기로 보여 주는 제스처였는데 그걸 보고 백성철이나 그 수하들이 기가 차단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말던 목까지 한 바퀴 돌린 뒤 현수가 말했다.

“오늘은 몸 좀 써야지.”

그 말 후 현수가 근처에 짝다리를 짚고 서 있던 백성철의 수하 녀석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하지만 그 거리가 족히 5미터는 떨어져 있었기에 현수의 주먹이 그 수하에게 맞을 일은 없었다.

퍽!

그런데 둔탁한 타격음이 일고 그 조직원이 갑자기 픽 쓰러졌다. 그리곤 꼼짝도 안했다.

“뭐, 뭐야?”

“형석아! 너 왜 이래? 정신 차려.”

그 근처 조직원들이 쓰러진 녀석의 몸을 흔들고 심지어 바로 차기까지 했지만 녀석은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조직원이 녀석의 가슴에 귀를 갖다 댔다.

“헉! 맥박이 없어.”

“뭐?”

그 말에 다른 조직원이 손가락을 쓰러진 녀석의 코에 갖다 댔다.

“맙소사. 숨을 안 쉬어.”

한마디로 죽었단 소리였다. 너무도 간단히, 그리고 허망한 동료 조직원의 죽음에 백성철의 수하들은 경악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확 돋았다. 그때 음산한 웃음소리가 매장 안에 가득 울렸다.

“흐흐흐흐. 뭘 그리 놀라나? 좀 있음 너희들도 저렇게 될 텐데.”

그 웃음의 주인공은 조직원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강현수였다. 그리고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지기 위해 그가 움직였다.

“씨발. 쳐!”

두려움을 상쇄라도 시키려는 듯 나름 조직원들 중 몇 명이 흉기를 휘두르며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명줄을 앞당기는 무모한 행동에 불과했다.

퍼퍼퍼퍼펑!

풍성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울리고 현수를 향해 달려들던 흉기를 든 조직원 다섯이 현수와 두 어 걸음 거리를 두고 우르르 쓰러졌다. 그들 역시 쓰러져선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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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형의권을 8성 이상 사용했다. 때문에 현수의 권풍에 맞는 조직원은 즉사를 면하기 힘들었다. 8성 이상의 권풍은 내기가 가미 되어 있어서 조직원의 몸에 스치기만 해도 내기가 몸속으로 침투해 들어가서 그 안의 장기를 망가트렸다.

하물며 그 권풍을 가슴에 직격 당한 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였다. 내공의 위력도 위력이겠거니와 내기가 바로 심장으로 침투해 들어가서 심장 박동을 멈춰 버리니 말이다.

“저, 저럴 수가....”

“저 새끼 뭐야?”

백성철을 비롯한 나머지 매장 안의 조폭들은 그들이 직접 보고 있지만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무슨 영화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만약 이게 영화라고 하더라도 너무 황당해서 관객들에게 욕먹기 딱 좋은 장면이었다.

흉기를 든 다섯 조폭들이 가만히 서 있는 주인공 앞에서 갑자기 픽픽 쓰러져 보라. 그걸 본 관객들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백성철과 그 수하들은 딱 그런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본 황당무계한 장면은 현실이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괴물이, 아니 그들을 지옥으로 보낼 사신이 그들을 향해 움직였으니까.

저벅저벅.

현수는 자신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조직원 다섯을 향해 10성의 형의권을 사용했다. 현수가 손을 썼지만 보통 사람 눈으로는 그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었다. 권풍이 다섯 명의 조폭들의 앞가슴을 강타하면서 그들은 바로 심장이 파열 되어 즉사해서 쓰러졌다. 그런 그들 앞으로 현수가 움직였다. 훌쩍 눈앞의 시신을 넘어선 현수는 계속 매장 안쪽으로 걸어갔다.

“으아아아아.”

“오, 오지 마.”

“에이. 씨팔 새끼.....”

현수를 기준으로 그의 앞 쪽과 좌우의 조직원들이 픽픽 쓰러졌다. 당연히 쓰러진 조직원들 중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 때문에 현수를 보고 조직원들은 계속 뒷걸음질을 쳐야했다.

개중에 현수를 피해 달아나려고 구석 벽 쪽으로 돌아서 도망치려던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현수가 선 좌 우 수평 라인을 넘는 즉시 처절한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물론 예외는 없었다. 쓰러진 조직원들 중 살아 있는 자는 없었으니까.

그걸 보고 살겠다고 현수를 피해 도망치려는 간 큰 조직원은 없어졌다. 하지만 조직원들도 사람인 이상 생존 욕구는 있었다. 아니 보통 사람보다 강했다. 그래서 녀석들은 직접 현수에게 덤비지는 못하고 들고 있던 흉기를 그에게 던졌다. 그걸 보고 현수는 히죽 웃으며 가만히 있었다.

터텅! 텅! 텅! 텅!

이미 여기 있는 조직원들은 봐선 안 될 걸 다 보았다. 그러니 현수도 자신의 능력을 더 숨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현수는 방어 막을 사용했고 그 방어 막에 흉기가 죄다 튕겨 나갔다. 그 모습에 백성철과 그 수하들은 허탈하게 웃었다. 하도 기가 막히다보니 이제 웃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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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철은 왜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이쪽으로 도망쳐 왔고 여길 빠져 나가려고 그 발악을 했는지 눈앞의 괴물을 보고 알 거 같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다.

“크아아아악!”

그 사이 괴물은 점점 더 그들을 조여왔고 그의 수하들은 거짓말처럼 픽픽 쓰러져셔 다신 일어나지 못했다.

“씨발. 못 참겠다.”

그러다 성질 급한 수하 녀석 하나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펑!

휘이이잉! 털썩!

그 결과 그 녀석의 몸이 백성철의 발치로 날아왔다. 자신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서 일까? 녀석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죽은 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쾅! 쾅! 쾅! 쾅!

그때 바로 뒤쪽에서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강화유리문을 두드리고 있는 게 보였다.

나동석과 그 수하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쇠파이프와 알루미늄 방망이에서 툭툭 핏물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것도 모르고 미친 듯 계속해서 그것들을 휘둘러댔다. 하지만 백성철이 보기에 강화유리문은 끄덕도 없어 보였다. 한마디로 계단으로 바위를 두드리는 꼴이랄까? 그 만큼 눈앞의 괴물이 두렵단 소리일 터. 백성철과 그 수하들도 사실 괴물이 두렵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동석과 그 수하들처럼 꽁무니만 뺄 생각은 없었다.

“내가 앞장 설 테니 다들 따라 와.”

작심을 한 듯 백성철이 뒤춤에서 사시미 칼을 꺼내들었다. 백성철이 조직에 몸담을 때 일본에서 구입한 이 사시미 칼은 그의 산 역사와 같았다. 그의 사시미 칼에 병신이 되어 은퇴한 선배 조직원들과 죽어 암매장 된 사람의 수가 어디 한 둘 이던가? 백성철은 그런 사시미 칼을 손에 쥐자 없었던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 까짓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언제 그가 뒤를 보고 살아 왔던가! 백성철은 질끈 입술을 깨문 채 괴물을 향해 내달리며 외쳤다.

“쳐!”

“와아아아아!”

두목이 앞장서자 겁에 질려 있던 수하들도 그 두려움을 억지로 떨쳐 내면서 백성철의 뒤를 따랐다.

퍼퍼퍼퍼퍼퍼펑!

하지만 그게 무모한 짓임을 깨닫는데 몇 초 걸리지 않았다.

휘이이이잉!

제일 먼저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백성철은 심장이 박살나서 뛰지 않고 있지만 잠깐 생각은 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그게 살아생전 그가 마지막 한 생각이었다.

터터터터터털썩!

백성철과 같이 괴물에게 덤벼 든 조직원들이 우수수 쓰러지고 나자 더는 괴물에게 덤비는 조직원은 없었다. 몇 명 남지 않은 백성철의 수하들은 괴물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곤 나동석과 그 수하들처럼 살기 위해서, 아니 괴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출입문으로 달려가서 그곳에 흉기를 휘둘러댔다. 하지만 현수의 마법으로 봉인 된 출입문은 그들의 힘으로 부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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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발악하며 달려드는 나동석과 그 수하들을 향해 형의권을 썼다. 10성의 형의권은 무정하게 나동석과 그 수하들의 뒤쪽 강화유리문 쪽으로 날려 버렸다.

쿠콰쾅! 콰자자작! 터터털썩!

그때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그렇게 두드려도 깨지지 않았던 강화유리문이 박살났고 나동석과 수하 둘이 부서진 강화유리문 안으로 나뒹굴었다.

“씨발...... 이제야 열리네.”

툭!

그 말 후 나동석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나동석의 죽음을 끝으로 더 이상 매장 안에서 살아 있는 조직원은 없었다. 현수는 매장 안을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이걸 언제 다 치우나?”

현수는 안쪽으로 들어가서 남아 있는 마약 제조 책들과 조직원들도 마저 정리하고 여길 나가는 길에 매장 안의 시신을 치울까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원칙대로 하자.”

앞서 현수는 자신이 처리한 조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정리를 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기로 원칙을 세웠고 그걸 지켜 왔는데 지금와서 그 원칙을 어길 순 없었다. 그래서 귀찮지만 현수는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꺼내서 조폭들의 시신을 처리해 나갔다.

“읏차. 이걸로 끝.”

현수는 매장 출구에서 복도에 널브려져 있던 머리가 박살 난 시신을 부대자루 안에 욱여넣는 걸로 뒷정리를 끝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청소 마법으로 매장 안에 혹시 남겼을지 모를 자신의 흔적들을 깨끗이 치웠다.

“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까?”

마약 공장 안에 있던 조직원의 90%이상을 벌써 정리 해 버린 현수는 좀 더 느긋한 상태로  지하층 안쪽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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