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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92화 (59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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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자신들이 당할 게 뻔해지자 나동석도 살짝 초조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순 없었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나동석의 눈에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하지만 그의 상대인 백성철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나동석이 싸우다 주위를 살피는 걸 보고 백성철은 생각했다.

‘새끼. 튀려는 모양이군.’

백성철도 빠르게 생각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나동석이 도망치려 한다면 그가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다. 그의 목표는 이 마약 공장이지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백성철은 일부러 옆으로 물러났다. 그리곤 괜히 눈앞의 나동석 수하를 공격하며 빈틈을 노출 했다.

나동석은 백성철이 열어 놓은 틈을 발견하고는 바로 움직였다.

“따라 와.”

나동석이 소리치며 앞서서 움직이자 그 주위의 수하들이 일제히 그를 따라 움직였다. 백성철은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서 도망치는 나동석과 그 수하들을 쳐다보며 가만있었다. 그 사이 백성철의 수하들에게 포위 되었던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우르르 지하 매장 층을 빠져나갔다.

“놈들이 튄다. 쫓아라.”

“잡아!”

당연히 피터지게 싸우던 백성철의 수하들이 그들의 뒤를 쫓으려 했다. 하지만 백성철의 한 마디에 그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스톱!”

백성철은 일제히 자신을 쳐다보는 수하들을 향해 말했다.

“그냥 가게 둬. 그리고 부상당한 애들 살펴주고. 시체 있으면 치우고.”

그 말 후 백성철은 들고 있던 이제 거의 휘어진 알루미늄 방망이를 옆으로 홱 던져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가려고 돌아서면서 안쪽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막 담배에 불을 붙일 때였다.

“아아아악!”

갑자기 처절한 비명성이 울렸다. 백성철은 담배에 불을 채 붙이지 못한 채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으아아아아!”

그리고 도망쳤던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걸 보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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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피터지게 싸우는 조폭들을 팔짱을 낀 체 지켜보다가 싸움이 덩치 큰 알루미늄 방망이를 든 두목 급으로 보이는 자의 개입으로 포위한 측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끼고 있던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가볍게 목과 어깨 근육을 풀고 뒤이어서 팔 다리도 풀었다. 싸움이 끝나가면서 이제 그가 나설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막 몸을 다 풀었을 때였다.

갑자기 포위망이 뚫리면서 안에 포위 되어 있던 녀석들이 우르르 현수가 있는 출구 복도 쪽으로 뛰어나왔다. 그걸 보고 현수는 오히려 뒤로 움직였다.

놈들을 복도 안 쪽으로 더 끌어 들일 생각에 말이다. 넓은 매장 안에서 싸우다가 자칫 놈들을 놓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되니까.

우르르!

십여 명의 조폭들이 손에 피 묻은 연장들을 들고 현수가 있는 복도로 뛰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웬 녀석이 복도 한 복판을 막고 선 걸 보고 움찔했다. 하지만 기호지세라고 뒤쪽에 백성철의 수하들이 쫓아올 게 확실한 마당에 한 녀석이 복도를 가로막고 있다고 멈출 순 없었다.

“죽엇!”

녀석들 중 쇠파이프를 든 녀석이 현수를 향해 냅다 달려들었다.

휘익!

그리고 정확히 현수의 머리로 쇠파이프가 내려 꽂혔다. 그걸 보고 현수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른 조폭이나 그 뒤의 나동석과 그 수하 조폭들은 다들 현수의 머리통이 깨져 그가 쓰러질 거라 확신했다.

터엉!

“아아아악!”

하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사태가 벌어졌다.

“저, 저.....”

“씨발. 뭐야?”

현수의 머리를 쇠파이프로 내려 친 조폭이 오히려 쓰러졌다. 손바닥이 찢어져서 손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말이다.

쨍그랑! 데구르르!

그리고 현수의 머리를 내려 친 쇠파이프가 뒤늦게 나동석과 그의 수하 조폭들이 있는 발치로 떨어져서 그들이 있는 쪽으로 굴러왔다.

그 장면에 다들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짖고 있을 때 나동석은 두목답게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백성철과 그 수하들이 그들 뒤를 쫓아 오진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눈앞의 저 수수께끼 같은 녀석만 처리하면 안전하게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 거 같았다.

“뭐해? 빨리 치워.”

그래서 앞쪽의 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사시미 칼을 든 녀석이 나섰다. 동철이라고 칼침하나는 기막히게 잘 놓는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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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은 나동석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임을 받을 만한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다. 그 절호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 생각한 동철은 과감히 사시미 칼을 들고 나섰다.

‘씨발. 뭐를 어떻게 한 건지 모르지만 사람인 이상 칼은 들어가겠지.’

동철은 여전히 복도 한복판을 떡 하니 막아서고 있는 녀석을 향해 빠르게 접근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두 어 걸음 거리까지 다가가자 냅다 몸을 날리며 녀석의 복부를 향해 칼침을 넣었다.

‘됐다.’

칼침은 정확히 녀석의 배에 가 닿았다. 그런데 배를 뚫고 들어가야 할 칼이 갑자기 멈췄다.

동철이 바로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그의 칼을 녀석이 쥐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사시미 칼은 녀석의 상의 앞에 딱 멈춰 있었다.

“이이이잌!”

동철은 용을 쓰며 칼을 밀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칼은 어디에 끼인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동철의 눈이 악독하게 변했다. 힘껏 칼에 밀어 넣든 힘을 역으로 홱 뒤로 뺀 것이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잘 벼린 칼날에 동철의 칼을 쥐고 있던 녀석의 손가락이 잘려 나갈 터였다.

“어!”

그런데 그건 동철의 생각일 뿐이었다. 당연히 찌르던 칼을 빼내는 건 쉬울 거란 그의 예상을 뒤집고 동철의 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동철의 시선이 다시 밑으로 향했고 그의 눈에 그의 사시미 칼을 쥐고 있는 녀석의 손이 보였다. 아무리 손바닥 가죽이 두껍다고 해도 동철의 사시미 칼을 쥐고 피한방울 흘리지 않을 순 없었다. 그런데 녀석의 손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때 녀석의 입이 열렸다.

“어따 대고 칼질이야.”

동철은 그 말이 그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듣게 될 사람의 목소리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펑!

동철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그리고 그의 뇌수와 피가 나동석과 그의 수하 조폭들을 덮쳤다.

“이런.....”

동철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현수가 곤욕스런 얼굴 표정을 지었다. 현수는 그저 화가 나서 성질대로 주먹을 내질렀을 뿐인데 그 위력이 너무 강맹했던 모양이었다.

“허억!”

“씨발. 저, 저건 사람이 아냐.”

나동석과 그 수하 조폭들은 자기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복도를 막아선 괴물이 동료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박살 내 버리는 걸 말이다. 순간 그들은 그 앞에 보았던 괴물이 쇠파이프를 머리에 맞고도 아무렇지 않았던 게 자신들이 잘 못 본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 두 가지 사실에 나동석과 그 수하 조폭들의 두 눈에 공포가 어렸다. 그리고 그 공포심은 그들의 발걸음을 저절로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현수가 그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딛자 공포심이 극에 달한 그들은 몸을 돌려 냅다 매장 안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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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표정이 심상치 않았지만 백성철과 그 수하들은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다시 매장으로 뛰어오는 걸 보고 바로 대처에 나섰다.

“쳐!”

백성철의 외침과 함께 그의 수하들은 나동석과 그 수하들과 싸우기 위해 움직였다.

“어?”

하지만 나동석과 그 수하들은 백성철과 그 수하들을 피해서 도망을 쳤다. 아예 싸울 생각없이 도망치기에 급급한 그들을 향해 백성철의 수하들은 대 놓고 무기를 휘두를 수 없었다.

“뭐, 뭐야?”

“으아아아......”

뭔가 잔뜩 겁먹은 얼굴의 나동석과 그 수하들의 행동에 백성철과 그 수하들이 어리둥절해 할 때였다.

저벅저벅!

출구를 통해 웬 놈이 지하층 중간에 위치한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짧게 큰 소리로 외쳤다.

“락(Lock)!”

덜컹! 덜컹! 쿵! 쿵! 쿵!

그러자 백성철과 그 수하들을 통과해서 지하층 안쪽 다른 사무실로 진입을 시도하던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그 입구에 가로 막혔다.

“저, 저쪽.....”

그들은 사무실 이외에 다른 출구 쪽의 문으로 뛰어가서 그 문을 열려했지만 결국 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백성철과 그 수하들이 술렁거렸다.

“저 새끼들 왜 저래?”

“그러게. 애들 살짝 맛이 간 거 같은데.”

나동석의 수하들이야 그렇다 쳐도 나동석도 어째 재정신이 아닌 거 같았다. 그런 나동석을 보면서 백성철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을 때였다.

“너희들 죽어도 여기서 못 빠져 나간다.”

웬 미친놈이 미친 소릴 대 놓고 떠벌렸다.

“뭐야? 저 미친 새끼는.....”

그 소리에 백성철과 그 수하들이 어처구니 없어하며 실소를 지을 때였다.

“부, 부셔!”

나동석과 그 수하들은 진지했다. 그리고 어떡하든 매장 밖으로 빠져 나가기 위해 발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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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철은 나동석과 그 수하들이 매장 안에 있던 고장 난 냉장고를 들어서 그걸로 닫혀져 있던 강화유리문을 부수려 하는 걸 보고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아아아.”

나동석과 그 수하 8명이 냉장고를 들고 매장의 다른 쪽 출구 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 기세가 워낙 대단해서 누가 봐도 냉장고와 부딪친 강화유리문이 박살 날 게 확실해 보였다.

쾅!

“으아아악!”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냉장고와 부딪쳐서 박살 나야할 강화유리문은 멀쩡했고 대신 냉장고와 함께 나동석과 그 수하 8명이 뒤로 튕겨 나와 다 뒹굴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었던 냉장고가 오히려 흉기가 되어 나동석의 수하 중 두 명을 짓뭉개 놓았다. 그렇게 냉장고에 깔려 즉사한 두 명을 제외한 나동석과 나머지 수하 6명은 절망어린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백성철은 그들의 그 시선이 자신들을 지나 뒤쪽을 향하고 있음을 직감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매장 안에다 미친 소릴 늘어놓고 있던 녀석이 안에 있는 사람들 전부를 쳐다보고 비릿하게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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