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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89화 (589/712)

<-- 베이징 올림픽 -->

현수는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준혁을 보고 어차피 처리해야 할 녀석이니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꺼낸 것이다. 그리고 그 모자를 녀석에게 씌우자 마법 아이템인 메모리 컨트롤 모자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상대의 기억 어느 부분을 지우고 어떻게 조작할지 정하세요. 모자에 손을 올리면 상대의 기억 속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현수는 메모리 컨트롤 모자가 시키는 대로 모자를 씌운 이준혁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응?’

그런데 바로 얼마 전 기억 속에 현수도 아는 여자가 등장했다. 신인 배우 장희진! 완벽한 미모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연기자였다. 물론 제대로 뜰 만한 배역을 맡지 못해 지금 뜨지 못하고 있을 뿐 그녀가 성공할 거란 건 그녀를 한 번이라도 본 남자라면 다들 인정하고 있는 바였다.

현수가 장희진을 알게 된 것은 올림픽 때 같은 방을 썼던 배재성 때문이었다. 배재성은 장희진의 사생팬이었고 당연히 그녀의 브로마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 브로마이드의 장희진을 보고 현수도 첫 눈에 반했고 그녀의 팬이 되어 볼까 했는데.

‘깡패 새끼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니.’

현수는 크게 실망했다. 그러고 보니 장희진처럼 예쁘다고 다 빅 스타 반열에 오르는 건 아니었다. 지금 보니 장희진은 어차피 성공하긴 틀렸다. 마약 공장을 관리하는 조폭 두목의 여자라면 결국 마약에 중독 되게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장희진 다음으로 이준혁의 기억은 온통 마약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 다음이 그의 보스인 손태섭에게 어떻게 신임을 어떻게 얻을지 였는데 그것 만 봐도 이준혁이 얼마나 손태섭의 따가리 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쯧쯧! 넌 살 가치가 전혀 없는 놈이로구나.”

그 다음 이준혁의 남은 기억을 대충 살핀 현수가 혀를 차며 말했다. 딱 세상에 있을 이유가 없는 쓰레기가 이준혁이었던 것이다. 갖은 악행은 둘째 치고 그가 죽인 사람만 두 자리 숫자였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이준혁의 운명은 결정 되었다. 현수는 생각 같아서는 이준혁이 끔찍한 고통 속에 천천히 죽어가게 만들려다가 그냥 이 자리에서 바로 없애기로 했다. 안 그래도 총탄에 폭발 흔적까지 남은 마당에 사람까지 여기 남겨 놓을 순 없었다. 아무리 요즘 무능하단 소리를 듣는 경찰이지만 제대로 수사하면 자칫 현수의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현수는 이 창고 안에 총탄과 수류탄 폭발 흔적 이외에 다른 흔적은 일체 남겨 놓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에 따라서 이준혁이 어떻게 처단 될 지도 결정 되었다.

툭!

“들어 가.”

현수가 언제 꺼냈는지 손에 들고 있던 아공간 부대자루를 이준혁 앞에 던지며 명령했다. 그러자 이준혁이 멍한 상태에서 부대자루를 열고 그 안으로 머리를 디밀려 했다.

“야. 잠깐만.”

그런 녀석을 현수가 바로 제지하곤 그의 머리에 씌워져 있던 모자를 벗겼다. 그 다음 냉정하게 말했다.

“이제 됐어. 들어가.”

이준혁은 머리에 씌워져 있던 모자가 벗겨지자 멍한 눈빛에 살짝 풀리는 듯 했지만 현수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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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섭은 정신이 들자 제일 먼저 코부터 만졌다. 도망치다 앞으로 꼬꾸라지며 안면을 제대로 창고 바닥에 박은 기억이 기절하기 전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으니까.

‘씨발. 부러졌네.’

조폭답게 싸움깨나 했던 손태섭이었다. 그 때문에 뼈 부러져 본 경험도 많았고 그 중에 코뼈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

‘쫀나 아픈데....’

그 부러진 코뼈를 다시 세우는 게 얼마나 아픈지 잘 아는 손태섭은 확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지금은 짜증을 내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손태섭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그때 그의 눈에 이준혁이 부대자루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저 새끼 지금 뭐하는 거야?’

그러면서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리자 이준혁 옆에 그 괴물 새끼가 서 있었다. 그런데 하필 그와 손태섭의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괴물이 히죽 웃었다.

‘좆 됐다.’

손태섭은 재빨리 눈을 감았지만 귀에는 누가 그를 향해 걸어 오는 소리가 빤히 다 들렸다.

저벅저벅!

그 소리가 손태섭에게는 저승사자가 다가오는 소리로 들렸다.

툭툭!

“어이. 다 봤어. 눈 떠.”

그리고 그 발걸음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누가 그의 머리를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손태섭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자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상대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지금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었으니까.

왜 기선 제압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손태섭의 지금이 있기까지 그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왔다. 그리고 그 중에 죽을 뻔한 고비도 수차례 경험했고 말이다. 그때마다 손태섭은 당당하게 굴었고 그것으로 인해 살길이 열렸었다. 손태섭은 이번에도 그런 요행을 바랐다.

퍽!

하지만 그런 행운은 더 이상 손태섭에게 없었다.

“뭘 째려봐.”

현수가 자신을 노려본다며 손태섭의 얼굴을 발로 차 버린 것이다. 코뼈가 내려앉은 상태에서 얼굴을 차인 손태섭은 정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팠다. 손태섭은 울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두 눈에선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걸 보고 현수가 말했다.

“설마 지금 참회의 눈물 같은 걸 흘리는 건 아니지?”

그러면서 현수는 손태섭의 본심을 알아보기 위해서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다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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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섭은 현수가 그의 머리에 모자를 씌웠는데도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 만큼 주저앉은 코뼈가 아팠던 것이다. 현수의 발길질이 있기 전에는 몰랐는데 맞고 나서 진짜 죽도록 아팠다.

“너도 다시 태어나면 착하게 살아.”

현수가 나름 마지막이랍시고 손태섭에게 이준혁처럼 한 소리 했는데 손태섭은 그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씨발. 여기서 살아 나가기만 해봐라. 너 이 새끼......’

손태섭은 모든 원망을 괴물 같은 현수에게로 돌리며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현수 뿐 아니라 그와 연관 된 자들까지 다 잡아다 장기를 적출해서 팔아먹고 말리라 생각 중일 때 현수의 손이 손태섭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척!

“헉!”

그리고 순간 머리가 팽 돌아가며 손태섭은 의식을 잃었고 잠시 뒤 흐리멍덩한 눈을 꾸뻑거리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 사이 현수는 이미 손태섭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앞서 현수가 살폈던 이준혁처럼 손태섭도 최근 기억 속에 여자가 등장했다.

순간 현수는 손태섭이 인천 오기 전에 있었던 성북동의 집과 거기서 그가 섹스를 나눴던 여자가 바로 2류 여배우 박화영 임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에서 몇 번 본적 있는 여자로군.’

현수의 기억 속에 박화영은 주로 인기 없는 드라마에 조연으로 자주 등장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신기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렇게 용하다니 언제 한 번 만나 보러 가야겠군.’

현수는 귀신 따윈 믿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시스템의 도움으로 다시 회귀해서 잘살고 있는 걸로 미뤄 신(神)이 아주 없을 거 같진 않았다. 물론 시스템이 신이 만든 거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기적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라면 신이 만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박화영은 신기하게도 손태섭에게 물가에 가지 말라고 했었다. 그 말을 들어 먹지 않은 건 손태섭이었고 말이다.

만약 손태섭이 박화영의 말을 듣고 인천으로 오지 않았다면 현수는 손태섭과 몇 명 되지 않는 그의 수하들만 제거했을 터였다. 그리고 손태섭이 어떻게 되었던 말든 북한에서 제조한 마약이 국내 전역으로 유통 되었을 테고 말이다.

“쯧쯧!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그 이외 손태섭의 기억을 살폈는데 딱히 이준혁과 다를 게 없었다. 손태섭 역시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악인이었던 것이다.

현수는 이준혁에게 했듯이 손태섭에게도 아공간 부대자루를 던져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알아서 부대자루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물론 손태섭이 아공간 부대자루 안으로 기어들어 갈 때 그의 머리에 씌워져 있던 모자는 재빨리 벗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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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과 손태섭 처리 이후 현수는 본격적으로 창고 청소에 나섰다. 물론 그건 마법이 다 알아서 해 주었지만 말이다.

“됐어.”

청소 이후 항만청에 소속 된 창고 안을 살피며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총탄과 수류탄 폭발 자국을 빼고 나면 창고 안에 어떤 흔적도 찾아 낼 수 없을 터였다. 문제는 손태섭과 그 일당들을 처리하겠다고 여기 온 현수에게 더 할 일이 생겼단 점이었다.

“괜히 쓸 데 없는 기억까지 다 봐가지고.........”

그 중에서 특히 문제는 현수가 없앴던 그 마약 공장이 성남에 다시 버젓이 만들어지고 이제 곧 본격적으로 재생산 되려 하고 있단 점이었다.

“어쩌겠어. 내 오지랖이 넓은 걸......”

현수는 그냥 모른 척 집으로 가버릴까 하다가 결국 사회정화 차원에서 마약은 꼭 없애야겠기에 성남의 그 새로운 마약 공장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괜히 앞서 마약 공장을 건드려서 일이 복잡해 졌다며 다신 이런 일에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뒤 현수는 자신이 좀 전 아공간 부대자루 안에 들어가게 만든 이준혁의 기억을 더듬어서 성남 어디에 그 새로운 마약 공장이 있는 지 그 위치를 기어코 생각해 냈다.

“으음......성남 상대원동의 상일빌딩이란 말이지.”

현수는 성남의 중심지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로 텔레포트 하기 위해서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걸치자 눈앞에 상태창이 마법 아이템 창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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