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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88화 (58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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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영은 수류탄까지 터졌는데 그 놈이 무사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다친 것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여기 그와 거래를 한 신세기파의 도움을 받으면 살아남는 건 가능할 터였다.

“헉!”

그런데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시선을 돌린 류수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폭발이 있었다. 그 폭발로 인해 그 주위가 엉망이었으니까. 제대로 자폭을 한 듯 공작원의 몸뚱이는 제대로 분해되어 사방으로 널브러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와 같이 있었던 그 놈은 너무도 멀쩡했다.

저벅저벅!

설상가상 류수영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말, 말도 안 돼!”

류수영은 불신의 눈으로 자신에게 걸어오는 그 놈을 쳐다보다 이내 정신을 추슬렀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으으윽.....”

류수영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자 두 팔로 기었다. 당장 창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설혹 그 밖에 대한민국의 경찰이 있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 정도면 대한민국 정부, 특히 국정원에서 두 손 들고 환영할 테니 말이다. 물론 그로 인해 북한에 있는 그의 모든 것은 다 날아가 버릴 터였다. 하지만 죽는 거 보단 나았다. 어떡하든 살아 남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그의 처절한 생존 본능도 한 사람 앞에선 소용없었다.

턱!

언제 왔는지 현수가 류수영 옆에 나타나서 그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사, 살려 주시라요. 뭐든 시키시는 거 다하겠슴다.”

류수영은 살기위해 자기 목숨을 구걸했다. 살수만 있다면 구걸이 문제겠는가? 류수영은 그 동안 그가 살아 온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류수영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왔다. 그리고 지금에야 겨우 쥐게 된 부와 권력이었다. 그걸 두고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순 없었다.

“시키는 건 다 하겠다고? 좋아. 그럼 여기 들어가.”

“네?”

현수가 웬 부대자루를 내밀며 말하자 류수영이 그 부대자루와 현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긴 갑자기 부대자루 안에 들어가라니 류수영이 황당해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현수는 시간이 없었다. 류수영 말고 그가 진짜 여기 온 목적을 달성하려면 말이다.

“에이. 귀찮게. 빨리 들어가.”

현수는 무정하게 류수영의 잡고 있던 뒷덜미를 들었다. 그러자 류수영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고 이어서 그의 몸이 현수의 다른 손에 들려 있던 부대자루로 움직였다.

“아, 안 돼!”

류수영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 부대자루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끝장이란 걸 말이다. 그래서 미친 듯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몸부림은 현수의 말 한마디로 끝났다.

“홀드!”

그 말이 귀에 들리자 류수영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손가락 하나 까닥거릴 수 없는 통나무 신세가 된 류수영은 부대자루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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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영을 끝으로 북한 녀석들을 다 처리 한 현수의 시선이 창고 안을 훑었다.

“저기 있군.”

그리고 슬금슬금 창고 뒷문으로 도망치고 있는 손태섭과 이준혁을 발견했다. 그들과 같이 온 그들의 수하들은 전부 차가운 창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현수가 좀 과하게 손을 쓴 탓에 그들 중 아직 살아 있는 자는 서넛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서넛도 몇 분 안에 이 세상을 하직 할 터였다.

그들은 현수 몰래 쥐새끼처럼 숨어서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쪽으로 가 봐야 바다 밖에 없지만 그래도 창고 안에 있다가 꼼짝도 못하고 현수 손에 죽는 거 보다는 바다로라도 뛰어들 생각인 모양이었다.

“어딜.....”

하지만 그걸 그냥 내버려 둘 현수가 아니었다.

파파파팟!

현수의 다리가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상급 무공을 완성한 현수는 딱히 보법 같은 걸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마음먹고 움직이자 웬만한 보법을 시전한 것 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헉!”

“씨발!”

현수 몰래 도망치려던 두 사람은 그들 눈앞에 현수가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걸 보고 경악성과 함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두 보스 중에 더 밑에 보스인 이준혁이 나섰다. 이준혁도 그냥 지금 위치에 오른 건 아니었다. 그의 손에 죽은 사람이 얼추 10명은 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신세 망친 사람은 그 열 배도 넘고 말이다. 한 마디로 지금껏 살아 온 이준혁의 삶은 민폐 그 자체였다. 그걸 현수는 바로 간파했다. 녀석에게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살기를 보며 말이다.

“생각 같아선 바로 쳐 죽이고 싶지만......... 물어 볼 게 있어 참는다.”

퍽!

현수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둔탁한 타격음이 울리고 이준혁이 두 눈을 까뒤집은 채 쓰러졌다.

“히익!”

그걸 보고 놀란 손태섭이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그가 도망칠 곳은 이미 없었다.

“으아아아.”

쿵!

현수를 등지고 냅다 도망치던 손태섭의 다리가 뭔가에 걸리면서 그는 수직으로 창고 바닥을 보고 꼬꾸라졌다. 달리던 기세가 더해지면서 손태섭은 눈 깜짝 할 사이 창고 바닥에 얼굴을 찧었다.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안면을 그대로 쳐 박으면서 손태섭은 눈앞에 번쩍 거렸고 이내 의식을 끈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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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어쭙잖게 나서는 이준혁을 보고 형의권을 사용해서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물론 죽으면 안 되기에 내공은 거의 뺀 채 말이다. 형의권을 마스터 한 현수는 권풍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다.

오늘 현수가 유용하게 써 먹고 있는 인덕스 매직 미사일(Induce magic missile)처럼 권풍 역시 방향 조절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현수의 권풍에 이준혁이 기절하자 그걸 보고 손태섭이 냅다 뒤돌아서 달아났다.

손태섭도 산전수전 다 겪은 조폭이었지만 이준혁처럼 현장에서 싸울 나이는 지나 있었다. 그리고 총칼에 수류탄도 통하지 않는 괴물을 자신이 무슨 수로 상대한 단 말인가? 이럴 때는 튀는 게 최상이었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저 새낀 끝까지 귀찮게 구네.”

현수는 이 상황에서 살아보겠다고 도망치는 손태섭을 보고 짜증 섞인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의 홀드 마법에 다리가 굳은 손태섭이 창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안면을 창고 바닥에 제대로 찧은 녀석은 쌍코피와 함께 기절했다.

“읏차!”

현수는 그렇게 기절한 이준혁과 손태섭의 한쪽 발목을 양손에 잡고선 질질 창고 바닥을 끌며 그들을 창고 한 복판으로 데려갔다. 둘은 제대로 기절한 듯 그 상황에서도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현수는 그렇게 이준혁과 손태섭을 창고 한 가운데 데려다 놓고선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엉망이네.”

창고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그리고 온통 피가 난무했다. 그리고 실탄의 흔적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천하의 현수라도 창고 안의 총알 자국을 없앨 순 없었다. 하지만 청소는 가능했다.

“일단 좀 치우자.”

창고 바닥에 기절한 상태로 나란히 누워 있는 이준혁과 손태섭을 보아하니 쉽게 깨어나진 않을 듯 싶었다. 그래서 현수는 주위 정리를 위해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 먼저 시체들부터 치웠다.

몇 분 전까지 살아 있었던 서넛도 이제 시체가 되어 차갑게 몸이 식어가고 있었다. 현수는 손태섭의 조직원과 북한 녀석들의 사체를 아공간 부대자루 안에 다 욱여넣었다.

“에이.....”

하지만 그 중에 폭발로 인해 시신이 크게 훼손 된 북한 녀석의 시체를 치울 때 현수도 욕지기가 절로 올라왔다. 하지만 꾸역꾸역 그 시체까지 치우고 나자 현수는 창고 안에 청소 마법을 시전 했다. 그러자 창고 안의 피의 흔적들과 혈향이 깨끗이 사라지면서 현수도 그제야 살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으으으......”

그리고 그 사이 기절해 있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정신을 차렸다. 현수는 그게 누군지 직접 확인 차 그들이 드러누워 있던 창고 한 복판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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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은 머리가 깨질 거 같이 아팠다. 하지만 그의 본능이 어서 정신을 차리라고 그의 머리에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두통을 인내하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그 결과 이준혁은 감겨져 있던 눈을 뜰 수 있었다. 처음에 눈이 뿌옇게 보였다. 하지만 점차 눈에 초점이 잡히면서 주위 광경이 점점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이. 여기야.”

그리고 그의 눈에 웬 놈이 보였다. 그를 향해 친절하게 손까지 흔들어 보이며 말이다. 그게 누군지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며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생각나자 바로 눈앞의 녀석이 누군지 생각났던 것이다.

“헉!”

기관총은 물론 수류탄이 터져도 끄떡없는 괴물이었다. 그 생각과 동시에 이준혁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자기도 모르게 팔다리를 놀렸고 창고 바닥에 누운 체 뒤로 포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름 살기 위한 그의 몸부림이었지만 그런다고 현수의 손아귀에서 벗어 날 순 없었다. 오히려 그런 행위가 이준혁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현수가 그의 몸에 바로 제약을 걸어 버렸기 때문에 말이다. 현수의 홀드 마법에 이준혁은 머리 이외에 몸이 돌처럼 굳었다.

“뭐, 뭐야? 내 몸이 왜 이래?”

이준혁은 고개만 돌아갈 뿐 그 이외 그의 몸이 그의 머릿속 지시를 따르지 않자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현수가 말했다.

“아까 보니까 손태섭 다음으로 높아 보이던데 네가 누군지 소개부터 해 봐.”

뜬금없이 자신이 누군지 소개하란 현수의 말에 이준혁은 멍하니 현수만 쳐다보았다. 그러자 현수가 짧게 한 숨을 내 쉬었다.

“하아.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네. 안 되겠다.”

그 말 후 현수는 허공에서 모자 하나를 꺼냈다. 그걸 보고 이준혁은 이제 괴물이 하다하다 마술까지 부릴 줄 아는가 보다 싶었다. 그때 괴물이 그 모자를 자신에게 씌웠다.

‘뭐하자는 거야?’

이준혁이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지을 때 괴물이 말했다.

“다시 태어나면 착하게 살아라.”

이준혁은 그 말이 그의 살아생전 듣게 될 마지막 말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헉!”

괴물의 말을 끝으로 이준혁은 크게 두 눈을 부릅떴고 이내 의식의 끈을 놓으면서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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