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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81화 (581/712)

<-- 베이징 올림픽 -->

현수는 새벽 시간 병원 근처 문을 연 24시 해장국 집을 찾았다. 손태섭이 차로 이동 중인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혼자 멍 때리고 기다리기엔 시간이 아까웠고 마침 허기가 졌다. 그래서 현수는 주위를 살폈고 마침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는 해장국 집 간판을 발견한 것이다.

이른 새벽 시간이 그런지 가게 안은 술에 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 젊은 남녀가 많았는데 아마 근처 호텔 나이트에서 춤을 추다가 눈이 맞아서 나온 커플인 듯 했다. 아마 저들 중 대부분이 여기를 나가면 근처 모텔로 직행할 터였다. 호텔 방은 아무래도 원 나잇을 즐기기엔 비싸니 말이다. 이건 원 나잇을 해 본 현수의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었다.

현수는 혼자서 콩나물 국밥을 시켜서 먹었다. 그런데 그때 현수의 맞은편에 그처럼 혼자 해장국을 먹고 있던 여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제법 예쁘네.’

현수가 외모만 보고 호감을 보일 정도로 그녀는 예뻤다. 하지만 그뿐 현수는 계속 숟가락을 놀렸다. 지금 그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여자와 눈 한 번 맞았다고 그 여자를 어쩔 수 있는 시간이 그에겐 없었다.

“........후루루룩.”

현수는 남은 해장국 국물을 뚝배기 째 들이켰다. 그리고 막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그 앞에 그와 눈이 마주쳤던 여자가 서 있었다.

앉아 있었을 땐 몰랐는데 일어 서 있는 그 여자는 더 대단했다. 예쁜 얼굴에 몸매까지 대박이었던 것이다.

“혼자죠?”

대뜸 묻는 그 여자에게 현수가 얼떨결에 대답했다.

“네. 뭐.....”

“저 어때요?”

여자가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손을 허리로 가져갔다. 그리고 S라인을 자랑이라도 하듯 포즈를 취했는데 그걸 보고 가만있으면 그건 남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현수의 여자들 모두 눈앞의 여자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진 않았다. 그래서 현수의 반응은 다른 남자들과 사뭇 달랐다.

“예쁘시네요.”

별 대수롭지 않은 듯 시크하게 대답하는 현수를 보고 여자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그 주름은 잡혔다 바로 사라졌기에 그걸 본 사람은 현수 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분이시네. 좋아요. 그럼 저와 즐겨요.”

그 말에 해장국 집 안의 모든 남자들이 부럽다는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들 대부분은 맞은편에 여자들을 앉혀 두고 있었다. 그러니 그 모습을 본 여자들은 다들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현수는 말만큼이나 행동이 빠른 그 여자에게 팔짱이 끼인 체 카운터로 향했다. 그때 당연하다는 듯 여자가 카운터에 있던 아줌마에게 말했다.

“제 것도 이분이 계산하실 거예요.”

그 말에 현수는 그럼 그렇지 싶었다. 현수는 이 여자가 해장국을 먹고나서 막상 계산을 하려는데 그러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자신을 이용하려고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현수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해장국을 먹었는데 호주머니에 지갑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클럽에서 놀다가 지갑을 분실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돌아간 클럽에서 현수는 지갑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지갑속에 있던 현금은 전부 사라진 뒤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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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고작 몇 천원 되지 않는 해장국 값을 여자 대신 내 주었다. 그리고 그 여자와 팔짱을 낀 체 해장국 가게를 나섰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현수에게 팔짱을 낀 그녀가 불쑥 물었다. 그러자 현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연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해장국 값은 제가 적선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현수의 그 말에 그의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적선이라뇨?”

현수는 다 알고 있다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나이트에서 놀다가 지갑이라도 잃어버린 모양인데. 택시비 줄 테니 타고 집에 가세요.”

현수는 나름 그녀를 배려해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호의로만 받아드리지 않았다.

“뭐라고요? 지금 나를 뭐로 보고. 당신 말대로 지갑 잃어버린 건 맞아요. 하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구한테 민폐 끼친 적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해장국 값과 택시비도 충분하게 대가를 치를 테니 걱정 말아요. 저기가 좋겠네요. 가요.”

여자는 해장국 집 맞은 편 모텔을 손짓으로 가리킨 뒤 씩씩거리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현수는 그런 그 여자를 보고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일단 그녀를 뒤따랐다.

‘저 여자 뭐야?’

현수는 여자 뒤를 따라 움직이며 여자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졌다. 처음 본 남자를 데리고 대 놓고 모텔로 향하는 여자니 당연히 좋게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녀의 복장이 그쪽 여자들과는 차이가 났다.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에 치마 길이도 확실히 짧았지만 사무직에 종사 중인 직장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현수는 저 여자가 호스테스는 아닐 거란 확신이 들었다.

“빨리 와요.”

어느 새 모텔 입구에 다다른 여자가 현수를 보고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런 그녀를 보고 현수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저 여자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을 거란 점이었다. 그녀가 스포츠를 좋아했다면 올림픽을 봤을 테고 그럼 축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현수도 알아봤을 테니 말이다.

어째든 현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가 또 그의 팔짱을 꼈다. 그리고 그를 모텔 안으로 이끌었다. 현수는 이 여자와 섹스 할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섹스 할 시간도 없었지만 현수는 그저 궁금했다. 이 여자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모텔 방에 들어가서 그녀에게 물어 볼 생각이었다.

“대실로 계산해요.”

카운터에서 현수가 하룻밤 숙박비로 계산을 하려 하자 그 옆의 여자가 바로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카운터의 아주머니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 시간에 무슨 대실이야?”

그러자 여자도 지지 않고 말했다.

“왜 이 시간에 대실하면 안 돼요? 두 시간 있다 나가면 되잖아요?”

발끈하는 여자의 반응에 카운터 아주머니는 그녀와 대거리하기 귀찮다는 듯 말했다.

“알았어. 대실비만 내. 대신 8시 전에 나가.”

숙박을 하되 대실비만 내란 소리였다. 그 말에 여자가 히죽 웃으며 현수에게 턱짓을 했다. 빨리 계산을 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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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대실비만 내고 여자와 같이 모텔 방으로 향했다. 카운터에서 모텔 방 키를 받은 건 현수였는데 어느 새 그 키가 여자의 손에 들려 있었다.

“503호. 저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자마자 여자가 근처 방을 가리키며 쪼르르 그쪽으로 뛰어갔다.

찰칵!

그리고 그 방문을 연 여자가 후다닥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현수는 뒤따라 방에 들어섰다. 여자는 뭐가 급한지 모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고 현수는 창가로 가서 쳐져 있던 커튼을 열어 젖혔다. 그런데 창 너머 전경을 보고 현수는 다시 커튼을 쳤다. 그럴 것이 모텔 옆 건물도 모텔이었던 것이다.

무슨 노출증이라도 있는지 맞은 편 모텔 방에 투숙 중인 커플이 커튼을 열어 놓고 섹스 중이었는데 안 그래도 시력이 좋은 현수 눈엔 그 장면이 훤히 다 보였던 것이다. 현수는 남의 섹스엔 별 관심이 없었다.

현수가 막 커튼을 다시 쳤을 때 화장실에 들어갔던 그 여자가 나왔다.

“휴우. 쌀 뻔했네.”

그 말 후 그녀는 침대 쪽으로 가서 침대에 엉덩이를 걸쳤다. 그리곤 뒤로 벌러덩 침대에 드러눕더니 현수에게 말했다.

“먼저 씻어요.”

하지만 그녀와 섹스하러 여기 들어온 게 아닌 현수가 씻을 리 없었다. 대신 그녀가 드러누운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의 발소리를 귀신같이 들은 그녀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현수를 향해 말했다.

“억지로 할 생각이면 꿈도 꾸지 말아요. 경찰 부를 테니까.”

어느 새 여자의 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벌써 112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현수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싫다는 여자와 강제로 할 정도로 굶주리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 핸드폰부터 치워요.”

현수의 그 말에 여자는 그 진위를 알아보기라도 하겠다는 듯 현수의 눈을 쏘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을 현수는 무덤덤하게 받아 넘겼다. 그러자 여자도 들고 있던 핸드폰을 치웠다.

그걸 보고 현수는 여자가 앉아 있는 침대 맞은편의 테이블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그러자 그녀가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혜나. 이혜나에요. 변호사죠.”

그녀는 현수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직업을 밝혔다. 한마디로 자신은 변호사니 허튼 수작 하지 말란 경고였다.

“변호사요? 와아. 공부 잘하셨나 보네.”

사무직에 종사 중인 직장 여자일 거란 현수의 생각이 얼추 들어맞은 것이다. 변호사니까 사무직보다는 전문직이라고 봐야 하지만 그래도 넓게 보면 전문직 여성 대부분이 사무직이니까. 현수는 자신의 눈앞의 여성의 정체를 얼추 맞혔단 생각에 흡족해 하며 웃었다. 그런 그를 보고 이혜나가 말했다.

“지금 웃는 건 내 말을 못 믿어서 그런 거죠? 하긴 나라도 내가 변호사라면 안 믿겠네.”

“아뇨. 믿어요. 그쪽이 저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 말에 이혜나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오늘 처음 보는 그쪽에게 내가 거짓말을 못할 이유도 없죠. 하지만 제가 변호산 건 사실이에요. 지갑이라도 있었다면 명함이라도 보여 줬을 텐데. 쩝. 뭐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자유지만. 그런데 안 씻어요?”

“네.”

“왜요?”

“그야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네? 제가 별로에요?”

이혜나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현수 앞에 늘씬한 자신의 자태를 뽐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앞으로 가슴을 내민 그녀의 몸매는 완벽한 S라인을 만들어 냈다. 그걸 보고 남자인 현수도 당연히 혹했다. 하지만 그러기에 현수는 할 일이 있었고 그 일을 하려면 눈앞의 여자와 섹스를 할 시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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