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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모와 제대로 놀아 볼 생각이었던 최필석은 잠시 후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밖에 조용한데로 데려 갈 테니 형님 알아서 하쇼. 가자.”
그 말 후 최필석은 수하들을 데리고 황상모가 지목한 자에게로 향했다.
“어이. 거기.”
최필석은 황상모가 지목한 자에게 다가 가면서 좀 놀란 게 보기보다 그 자의 덩치가 컸다는 점이었다.
최필석도 185센티가 넘는 장신이었는데 상대는 그보다 좀 더 커보였다. 그리고 체구도 당당한 것이 누가 봐도 운동 꽤나 한 녀석이었다.
“뭐죠?”
상대가 의아한 눈으로 최필석과 그 수하들을 훑어보았다. 순간 최필석은 확신했다.
‘이 새끼 운동한 놈이네.’
최필석이 그렇게 생각한 건 보통 사람의 경우 그와 수하들을 보면 겁을 집어 먹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달랐다. 전혀 겁먹은 표정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여유가 넘쳐 보였다. 마치 최필석과 그의 세 수하들 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이다.
‘만만찮겠는데.....’
하지만 최필석은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상대가 운동을 했다고 해서 그와 수하들이 녀석에게 당할 일은 없었으니까. 최필석도 그렇고 그의 수하들 역시 운동이라면 지겹게 했고 또 그들 호주머니 속에는 흉기까지 있었다.
“얘기 좀 하자고.”
최필석이 일단 좋게 얘기했다. 그러자 상대가 바로 수긍했다.
“그럽시다.”
“말이 통해서 좋네. 가자고.”
최필석이 턱짓을 하자 앞서 그의 수하 둘이 앞장을 섰다. 그러자 상대가 알아서 그들을 따라 움직였고 그 뒤를 최필석과 그의 남은 수하 하나가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최필석과 세 수하들은 상대를 에워 싼 체 병원 밖으로 나갔고 근처 흡연 구역인 벤치 쪽으로 움직였다.
거기엔 흡연자들이 몇 명 있었지만 최필석과 그 수하들의 살벌한 인상에 다들 겁을 집어 먹고 피던 담배를 끄고 그 자리를 떴다.
“................”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최필석은 지금 보고 나면 딱히 더 볼 일 없는 상대와 얘기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지라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약속대로 황상모가 나타난 것이다.
“수고했어.”
황상모의 말에 최필석과 그 수하들이 에워싸고 있던 상대를 풀어 주었다. 그러자 황상모가 상대와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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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의 에이전트 황상모와 마주 선 현수는 그가 하는 말을 그냥 경청했다.
“우리 대진이가...............”
황상모는 김대진이 사실상 축구 선수 생명이 끝났음을 사실대로 현수에게 얘기하면서 그가 지금 처한 상황과 현수에게 닥친 위기를 비교적 상세히 얘기했다.
“그래서 말인데 강현수 선수가 좀 도와주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길이 생길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진이 형 복수를 도와 달라 이거네요?”
“뭐 그것도 있고. 말했듯이 이주나란 아가씨의 배경이 장난 아니거든요. 그녀 때문에 강현수 선수 경력이 스크래치 나는 일이 생겨선 안 되잖아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는데...... 그렇게 나서서까지 제가 대진이 형을 도와 줄 만큼 친한 것도 아니고 그 이주나란 여자가 얼마나 배경이 대단한지 몰라도 그녀 때문에 제가 곤란을 겪을 일도 없을 거 같네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현수는 안 그래도 바쁜 데 귀찮은 일에 엮이는 게 싫어서 좋게 말로 끝내고 그 자리를 뜨려 했다.
“에이. 씨발. 거 좋게 말로 하려했는데.....”
그때 확 달라진 태도로 김대진의 에이전트가 말했다. 그 말에 현수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자 그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현수. 너 같이 말 끼를 못 알아듣는 새끼한테는 주먹이 약이지. 필석아.”
황상모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하자 현수를 여기로 데려 온 4명의 조폭들이 바로 움직였다.
그 중 제일 인상 더럽게 생긴 녀석이 현수에게 경고했다.
“괜히 어설프게 덤비다 피 보지 말고 때리는 데로 그냥 맞아라.”
녀석이 바지 호주머니를 손으로 툭툭 쳤는데 현수는 그 속에 흉기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흉기를 꺼낼 수 있으니 반항 따윈 할 생각도 말고 처 맞으란 소리였다. 하지만 중화기로 무장한 자들 앞에서도 당당한 게 현수였다.
‘고작 잭나이프 따윌 가지고 날 겁박하다니.....’
현수는 최필석과 그의 수하들 바지 속에 들어 있는 게 잭나이프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과 같이 여기로 오면서 탐지 마법으로 그들이 무슨 속옷을 입고 있는 지까지 다 파악한 것이다.
최필석을 비롯한 그의 세 수하들에게서는 이미 진득한 살기가 느껴졌다. 때문에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벌써 결정이 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최필석의 뒤에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김대진의 에이전트 황상모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나지 않았다.
녀석들과 달리 황상모에게선 살기가 감지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적어도 살인자는 아니란 소린데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악인이 아닌 건 아니었다.
‘우선 조폭 새끼들부터 처리하고. 저 놈은.......’
현수는 황상모를 어떻게 처리할지 빠르게 결정을 내린 뒤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최필석과 그 수하들을 보고 말했다.
“조금 만 더 다가 와 봐.”
현수의 그 말에 최필석과 그 수하들이 어처구니없어 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들은 현수의 말대로 한 걸음 씩 더 현수에게 다가갔다. 마치 ‘그래. 간다. 이제 어쩔래?’ 식이었는데 순간 현수가 몸을 솟구쳤다.
휘리릭!
현수의 몸이 1미터도 넘게 허공으로 솟구치자 그 광경에 최필석은 물론 세 수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그 허공에서 현수가 몸을 돌리는 걸 보고 나서 최필석과 세 수하들은 눈앞이 반짝 별을 보았다.
터터터털썩!
그리고 넷이 동시에 두 눈이 뒤집혀서 흰자위를 드러낸 채 맥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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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모는 당연히 최필석과 그 수하들이 강현수를 다구리 놓을 걸 확신했다. 그렇게 좀 맞고 나면 그가 나서서 말리면서 다시 좋게 강현수가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렇게 당근과 채찍으로 강현수를 자신에게 옭아 멜 계획이었는데 상황이 갑자기 변했다.
“헉!”
최필석과 그의 세 수하들이 강현수를 막 포위해서 접근했을 때였다. 강현수가 위로 몸을 솟구치더니 360도 회전을 했다. 그런데 회전만 한 게 아니라 다리를 썼다. 그 다리에 최필석을 비롯한 세 수하들이 얼굴을 맞고 다 쓰러졌다. 일타사피였다.
“저....저......”
그래놓고 강현수가 느긋하게 황상모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하하하하. 강현수 선수. 난 저들에게 겁만 주라고 했을 뿐 진짜 강선수를 때리라고 한 적은......켁!”
황상모는 다리에 끔찍한 고통이 일자 단말마의 비명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때 뿐 더 이상 입에서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현수가 툭하고 찬 발에 정강이뼈가 박살이 난 황상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고통에 겨운 듯 두 손으로 부러진 다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있었는데 막상 입 밖으로는 침만 줄줄 흘렀지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럴 것이 현수가 그의 입에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 버려서 그는 신음소리는커녕 숨 쉬는 소리도 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 황상모를 멋쩍게 내려다보고 있던 현수는 상태창을 열고 자백마법인 더 트루 컨페션(The truth confession)을 그에게 시전 했다. 만약 황상모가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니라면 현수는 그의 기억을 조작해야 할 터였다. 물론 부러트린 정강이뼈도 고쳐 주고 말이다.
부러진 다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하던 황상모는 현수가 건 자백마법에 두 눈이 완전히 흐리멍덩해졌다. 일그러져 있던 표정이 풀린 걸 보니 자백마법 덕분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그에게 현수가 물었다.
“이름이 뭐냐?”
“황상모.”
자백 마법이 제대로 걸렸는지 확인 차원에서 현수가 김대진의 매니저 이름을 먼저 물었고 그가 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현수가 본격적으로 그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너에 대해 얘기 해봐. 나쁜 쪽으로."
“나는............”
황상모는 자신이 그 동안 살면서 저질러 온 악행을 현수에게 사실대로 얘기했다.
“으음.....”
그 얘기를 듣고 현수가 곤란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김대진은 사기꾼이었다. 하지만 그를 죽여야 할 만큼 잘못한 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때 그가 현수를 어떤 식으로 자기 소속 선수로 만들려 했는지 그 속내를 드러냈을 때 그의 운명도 결정 되었다.
“쯧쯧, 하필 골라도 나를 골라서는.....”
현수는 자신을 해치려는 자에 대해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그건 황상모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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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도 훌쩍 넘은 늦은 시간에 병원에서 동떨어진 흡연 구역 벤치에 올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바로 골초들 말이다. 그런데 그 한정적인 곳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이 모여 있으면 아무리 골초라도 쫄아서 거기에 담배 피러 가진 않는다.
몇 명의 골초들이 담배 피러 흡연 구역 벤치로 왔다가 발걸음을 돌렸고 그 뒤로 그곳으로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현수는 대 놓고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꺼냈다. 그리곤 그의 돌려차기에 기절해 있던 4명의 조폭들을 그 안에 욱여넣었다.
“넌 알아서 기어들어가.”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황상모에게는 부대자루만 벌려 주었다. 그러자 그가 알아서 부대자루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부러진 다리가 덜렁거렸지만 아픈 줄도 모르고 황상모가 부대 자루 안으로 기어들어가고 나자 현수는 인벤토리로 아공간 부대자루를 도로 넣었다.
그렇게 그를 귀찮게 굴었던 조폭들과 김대진의 에이전트를 처리해 버린 현수는 잠시 병원 쪽을 쳐다보았다.
“김대진.”
감히 그를 이용하려 한 김대진에게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그까지 없앨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현수는 다시 타깃으로 잡은 손태섭을 탐지 마법으로 찾았다. 그랬더니 손태섭이 성북동 주택을 나서고 있었다.
“이 시간에 어딜 가려는 거야?”
손태섭이 주택 밖에 대기 중인 차에 오르는 걸 확인한 현수는 일단 그가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 하는 걸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