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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79화 (579/712)

<-- 베이징 올림픽 -->

손태섭의 처리는 당장 급할 게 없었다. 김대진이 왜 자신에게 전화 했는지 통화해 보고 성북동으로 텔레포트 해도 됐으니까.

“네.”

현수가 전화를 받자 김대진의 목소리가 바로 그의 귀에 들려왔다.

-현수야. 지금 어디냐?

“누구 좀 만나고 집으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근데 왜요?”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지금 여기로 와 줄 수 있니?

현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김대진이 뭔데 자기를 오라 가라 하냔 말이다. 하지만 다음 말에 현수는 그에게 바로 가겠다고 했다.

-내 외사촌 주나 말이야. 그 녀석이 아무래도 너에게 해코지를 할 모양이야.

“해코지요?”

-그래. 자세한 건 직접 만나서 얘기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거기가 어딘데요?”

-여긴 강남 세브란스 병원이야.

같은 강남으로 택시 타면 10분이면 갈 수 있었다.

“바로 갈게요.”

현수는 전화를 끊고 바로 지나가던 택시를 붙잡아 탔다. 그리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고 그로부터 20분 뒤 현수는 김대진과 마주 했다. 김대진은 병원 VIP실에 입원 중이었다.

“와아! 여긴 호텔방 보다 더 좋은데요?”

현수가 병실을 둘러보며 말하자 김대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비싸지. 대신 철저하게 보안 유지가 가능해서 나 같은 유명 인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야.”

현수는 김대진이 자기 입으로 자신을 유명 인이라 지칭하는 걸 듣고 속으로 고소를 금치 못했다.

‘자기가 무슨 월드 클래스 급 선순 줄 아나.’

하지만 그걸 겉으로 티낼 현수가 아니었다. 김대진은 이내 현수를 여기로 부른 용건을 밝혔다.

“...............해서 말인데 주나가 너에게 해코지를 하기 전에.................네가 날 좀 도와줬으면 한다.”

김대진의 말을 들어 보니 이주나와 김대진 사이가 확실히 틀어 진 모양이었다. 하긴 깁스를 하고 있는 김대진의 다리를 보아하니 알거 같았다. 아무래도 김대진이 자신의 다리를 아작 낸 배후에 이주나가 있단 걸 알아 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수가 김대진을 도울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이주나 역시 조만간 현수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될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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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은 기가 찼다. 기껏 도와주려고 불렀는데 강현수가 그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한 것이다.

“현수야. 너 주나가 어떤 애인지 몰라서 그러는데. 그 녀석은.....................”

김대진은 강현수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했다. 하지만 강현수는 요지부동이었다.

“전 정말 괜찮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가 알아서 감당하겠습니다. 그러니 형은 회복에 주력하십시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현수야!”

김대진이 목 놓아 불렀지만 강현수는 휑하니 그의 병실을 빠져 나갔다.

“저런 병신 머저리 같은 새끼......”

김대진은 버럭 화를 내며 주위에 있는 건 전부 내던졌다. 베게며 이불이며.....하지만 그의 팔에 꽂혀 있던 링거액까지 던지진 않았다. 아무리 성질이 나도 자기 몸은 중요했으니까. 김대진은 곧장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어떻게 됐어?

“강현수 포섭하는 거 실패했어.”

-뭐? 자신 있다며?

“새끼가 완전 꼴통이야. 말이 안 먹혀.”

-그래? 그 녀석 언제 병실 나갔어?

“좀 전에. 왜?”

-외모 좀 설명해 봐. 옷 색깔하고.

“뭐하게?”

-말로 안 들으면 그 방법 밖에 없잖아. 마침 그쪽으로 아는 애들도 여기 있고. 술값 정도 쥐어주면 나서 줄 거 같아.

“괜히 더 일 크게 만드는 거 아냐?”

-걱정 마. 그쪽에 잔뼈가 굵은 녀석들이야. 조용히 해결 할 수 있어. 티 안 나게 손 봐서 데리고 올라 갈게.

“알았어. 현수는............”

김대진은 강현수의 생김새와 함께 그가 무슨 색의 옷과 신발을 신었는지 자세히 에이전트에게 설명했다.

-알았어. 어. 저기 있네. 끊는다.

김대진은 에이전트가 전화를 끊자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이러니 말보다 주먹이란 얘기가 나오지. 새끼. 진작 내 말을 들었으면 됐을 걸.”

김대진은 병상에 누웠다. 그런데 베게가 없자 많이 불편했고 결국 병상을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아! 성질 좀 죽이던지 해야지.”

김대진은 화나면 주위에 있는 걸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는 자신이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베게와 이불을 챙겨서 병상으로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편하게 누워서 그의 에이전트가 데려 올 강현수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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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의 에이전트 황상모는 국내에서 에이전트 사무실을 열었다가 시원하게 말아 먹었다. 그 뒤 운 좋게 지금의 김대진을 만나서 그의 에이전트가 되어서 러시아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 김대진이 올림픽에 참가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 문제가 해결 되자 가장 기뻐한 건 에이전트인 황상모였다.

병역 문제가 해결 된 만큼 김대진이 소속 되어 있는 제니트와 재협상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타 구단으로 이적도 가능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장밋빛 미래에 김대진의 외사촌이 초를 쳤다.

“씨발년. 나하고 무슨 원수 진 것도 아니고. 하아.”

김대진의 다리는 거의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아마 다시 선수 생활하기 힘들지 몰랐다. 그래서 황상모는 이제 어쩌나 싶었다. 축구를 할 수 없는 선수의 에이전트 노릇을 계속 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에 김대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김대진이 이주나에게 복수하겠다는 말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어째든 아직까지 김대진은 그의 선수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통화 중 김대진이 강현수를 포섭하는 데 실패했단 말을 듣는 순간 그의 머릿속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강현수! 그 녀석이야.’

황상모는 자신이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그 길이 보이는 거 같았다.

‘그래. 김대진을 돕는 척 하면서 강현수 그 놈을.......’

마침 병원에서 아는 후배 녀석들을 만난 터였다. 김대진에게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면 그 후배들과 근처 술집에서 마침 한잔 하려던 참이었었다.

“너희들 나 좀 도와줘야겠다.”

김대진과 통화를 끝낸 황상모가 딱 봐도 조폭으로 보이는 4명의 건장한 남자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중 제일 살벌하게 생긴 조폭이 말했다.

“뭔지 말만 하십시오.”

“저놈 좀 조용한데로 데려가자.”

황상모가 김대진과 통화를 끝내기 전 발견한 강현수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조폭 4명이 강현수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황상모는 그런 녀석들의 뒤를 느긋하게 뒤따랐고. 잠시 뒤 강현수를 포위한 4명의 조폭들이 그를 끌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황상모는 그걸 보고 좀 더 발걸음을 빨리했다. 4명의 조폭들은 강현수를 병원 밖 야외 벤치 쪽으로 데려갔다. 마침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들이 살벌한 얼굴의 조폭들을 보고 담배를 끄고 그 자리를 피했다.

황상모는 곧장 조폭들이 에워싸고 있는 강현수에게로 움직였고 그가 나타나자 조폭들이 에워싸고 있던 포위를 풀었다.

“반갑습니다. 강현수 선수!”

황상모가 나름 강현수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듯 웃는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조폭들에게 끌려 여기까지 온 강현수가 황상모를 좋게 볼 리 없었다.

“뭡니까?”

굳은 얼굴의 강현수는 황상모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그러자 내민 손을 무안한 얼굴로 슬그머니 치운 황상모가 강현수에게 말했다.

“대진이 에이전트 황상모라고 합니다.”

황상모가 자신을 소개하자 강현수가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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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술집을 관리하던 신세기파 중간 보스가 입원을 했다. 조폭하면 싸워서 입원 한 게 아니냔 생각이 떠오를 테지만 그래서가 아니라 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맹장 수술을 받은 것이다.

수술은 잘 됐고 중간 보스는 자신이 관리하는 술집 영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수하들을 불러서 단속을 했다. 그 중에 최필석이와 그 밑에 수하 3명도 있었다.

“필석이 너 사고 치지 말고 내가 퇴원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라.”

“쳇! 형님도 참.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너 이 새끼......으윽!”

최필석이 친 사고가 어디 하나 둘일까? 그로 인해서 신세기파 중간 보스는 요즘 탈모 증상까지 왔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맹장을 떼어 내게 된 것도 저 새끼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면서 혈압이 치밀었다.

“나가. 빨리 나가.”

그래서 신세기파 중간 보스는 최필석을 병실에서 쫓아냈다. 그러자 최필석이 투덜거리며 밑에 수하들과 같이 병실을 빠져 나와 병원 로비에 들어섰을 때였다.

“필석아!”

누가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 최필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상모 형!”

최필석이 조직에 몸담기 전에 같이 어울려 다녔던 건달 형을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것이다.

당시도 그랬고 그 뒤 그 건달 형은 최필석에게 술도 많이 사주고 여자도 많이 붙여 주었다. 무슨 사업을 한다고 했는데 외양은 멀쩡한 게 꽤 출세한 모양이었다.

“에이전트?”

“응. 너 김대진이라고 알지?”

“김대진?”

그게 누구냐며 최필석이 수하들을 쳐다보자 그 중 한 녀석이 말했다.

“축구 선숩니다. 러시아에서 뛰고 있는.”

수하의 말을 듣고 최필석은 생각했다.

‘외국에서 축구 선수로 뛸 정도면 꽤 유명한가 보네.’

그러면서 존경어린 눈으로 황상모를 쳐다보았다. 최필석도 외국에 진출한 운동선수들이 거액의 몸값을 받고 뛴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는 생 양아치였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신세기파에 속해 있지만 자신에게 술 사주고 여자 붙여 주는 사람이 그의 보스고 형님이었다.

“이렇게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순 없지. 어디 가서 한 잔 하자.”

황상모가 한 잔 하자고 말하고 최필석을 실망시킨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최필석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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