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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66화 (56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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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파의 2인자 손태섭이 연신 굽실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네. 네. 잘 알죠. 네. 이번이 진짜 마지막입니다. 네. 고맙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 자리 한 번 마련하겠습니다. 네. 물론이죠. 가방 따로 두 개 더 준비하겠습니다. 네. 그럼 들어가십시오. 검사장님!”

손태섭은 통화를 끝내자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들고 있던 핸드폰을 냅다 맞은편 벽에 집어 던졌다.

와작!

최신형 핸드폰이 박살이 났다. 그걸 보고 손태섭 주위에 있던 검은 정장의 매섭게 생긴 자들이 우르르 나서서 부서진 핸드폰의 잔해를 치웠다.

“씨발 새끼. 더럽게 잘난 척 하네.”

씩씩 거리던 손태섭은 이게 최선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어제 응암동에 있던 그의 마약 공장이 경찰에 털렸다. 다행이라면 당시 공장에 조직원이 없어서 그곳이 자신이 운영하던 마약 공장이란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다보면 자신의 조직과 마약 공장이 연루 되어 있다는 것은 곧 밝혀질 터였다. 그래서 손태섭은 발 빠르게 손을 썼다.

그 경찰 관할 지검의 지검장에게 손을 댄 것이다. 그런데 하필 거기 지검장이 더럽게 돈을 밝히는 인간이었다.

때문에 평소 가방 하나면 해결 될 일이었는데 두 개가 더 늘었다. 물론 이 일을 덮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 들어가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관례란 게 무시할 게 못 됐다.

이곳 지검장에게 가방 3개가 들어갔다면 향후 다른 지검장도 가방 3개는 줘야 하니 말이다.

“야! 아직 못 찾았어?”

손태섭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있던 검은 정장 남들 중 유일한 중년 남자가 대답했다.

“네. 조직을 총 동원해서 서울 전역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 태수와 그 밑에 애들을 좀체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으음. 그렇다면 서울을 떠난 모양이로군. 범위를 인천과 경기, 강원까지 넓혀.”

“알겠습니다.”

“개새끼. 내가 저를 얼마나 아껴 줬는데. 이런 식으로 날 엿 먹여?”

손태섭은 이 일을 윤태수의 짓으로 여겼다. 윤태수가 마약과 돈을 빼돌리기 위해서 마약 공장에 수작질을 부리고 경찰에 신고까지 한 게 분명했다. 보다 확실한 건 윤태수와 그 밑에 녀석들을 잡아서 족쳐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사태 수습이 아니었다. 공장이 그 지경이 되다보니 마약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 때문에 공급 책들은 물론 거래처에서도 난리가 났다. 그 때문에 손태섭을 찾는 전화가 계속 이어졌다.

“형님. 이러다가 저희가 마약에 손대고 있는 게 보스의 귀에 들어갈지 모릅니다.”

“쳇! 뭐 들어가도 괜찮아. 이제 와서 자긴들 어쩌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태섭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신세기파 보스 노우진은 마약엔 손대지 말라고 손태섭에게 수차례 경고를 했었다. 그때마다 손태섭은 그런 일 없다며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뒤로는 몰래 마약을 만들어서 유통시켜 막대한 돈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그 돈 중 일부는 신세기파의 재건에 들어갔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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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의 신세기파가 있기까지 손태섭이 마약으로 벌어들인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사실이었다. 그건 보스인 노우진도 인정했었다. 몇 달 전 술자리에서 노우진은 손태섭이 마약에 손대고 있는 걸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리고 그때 가능한 빨리 그 사업을 접으라는 경고도 들었다. 하지만 마약 사업이란 게 마약과 같아서 그만 두란다고 그만 둘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그 사업을 이어 왔는데 이번에 된통 일이 꼬이고 만 것이다. 그러나 손태섭은 지금에 와서도 마약 사업을 그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마약 공장이야 다시 만들면 되니까. 만약을 위해서 마약 공장을 운영할 노하우는 이미 갖추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공장은 언제 정상 가동 될 거 같아?”

아니 벌써 새로운 마약 공장은 갖춰졌다. 재료가 수급되고 인력이 보충 되면 공장은 재가동 될 것이고 거기서 마약이 제조되어 나올 터였다. 문제는 그 사이 공급되어야 할 마약이 문제였다.

“일주일은 걸릴 거 같습니다.”

“일주일이나? 젠장......”

잠깐 고심하던 손태섭이 길게 한 숨을 내 쉬며 말했다.

“뭐 별 수 없지. 짱깨들 거라도 쓸 수밖에.”

손태섭의 말에 검은 정장의 중년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중국 애들 건 품질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그쪽은 믿을 만 하잖아?”

“조선족 조직 말입니까?”

“그래. 조직 이름이......개성파라고 했던가?”

“맞습니다. 개성파. 그런데 그 쪽 애들은 좀 위험해서......”

“짱깨들도 조직원들은 다 위험해. 언제 우리가 위험하지 않은 일 한 적 있나?”

“알겠습니다. 그쪽과 접촉해 보겠습니다.”

“빨리 서둘러.”

손태섭의 재촉에 손태섭의 최측근 수하인 이준혁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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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에게 이번 사태는 절호의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원래 손태섭은 이준혁보다 윤태수를 더 신뢰했다. 하지만 윤태수가 사고를 치고 잠적하면서 그의 왼팔로 불리던 이준혁이 급부상했다.

이준혁은 그 동안 준비해 둔 마약 제조 책들을 동원해서 급히 마약 공장을 만들었다. 물론 그 공장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시간이 필요했지만 손태섭의 도움을 받는다면 금방 해결 될 문제였다.

“께름칙한데......”

조선족 조직인 개성파 측에 연락을 취하며 이준혁은 불길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럴 것이 개성파의 배후에 북한 정부가 있단 소문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조직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준혁이 개성파에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들이 만들어 내는 마약의 품질이 그 만큼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까짓 일주일만 버티면 되니까.’

대략적으로 100Kg정도면 될 터였다. 마약 100Kg이면 상당한 양이었다. 하지만 전국적인 유통망을 자랑하는 손태섭의 마약 조직에서는 이 정도로 일주일을 버티기도 힘들었다. 그 만큼 요즘 대한민국에 마약이 많이 퍼져 있단 소리였다.

-여보세요.

꽤 오랜 신호가 가고 상대측에서 전화를 받았다. 분명 중국에 건 전환데 상대는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 서울입니다.”

-서울이요?

“네. 신세기파의 이준혁이라고 합니다.”

이준혁이 먼저 자신을 밝히자 상대 측에서 바로 대꾸를 해 왔다.

-신세기파라면 기억합니다. 전에도 거래를 했었지요. 근데 무슨 일로?

“그야 물건이 필요하니 연락드린 거 아니겠습니까? 물건 있죠?”

-물건이야 늘 준비가 되어 있지요. 얼마나 필요합니까?

“100Kg정도? 그 보다 더 있으면 더 줘도 좋고요.”

-현재 보유 중인 물건이 150Kg은 되는데. 어떻게 다 넘길까요?

“그럼 저희야 좋죠. 근데 배송이 좀 빨라야 합니다.”

-언제까지?

“늦어도 내일 새벽까지요.”

-네?

“대신 물건 값에 10%를 더 얹어 드리죠.”

-좋습니다.

이준혁은 상대와 어떤 식으로 물건을 넘겨받을 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대화를 나눈 뒤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곧장 손태섭이 있는 그의 방으로 향했다.

“어떻게 됐어?”

손태섭이 자기 방에 들어 온 이준혁을 보자 바로 물었다. 그러자 이준혁이 바로 대답했다.

“얘기 잘 됐습니다. 내일 새벽에 인천항에서 배로 물건을 받기로 했습니다.”

“좋아.”

이준혁의 말에 손태섭이 흡족해 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이준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이준혁은 손태섭 앞이라 바로 핸드폰을 끄려 했다. 하지만 손태섭의 말이 좀 더 빨랐다.

“그냥 받아.”

“네.”

이준혁은 손태섭에게 머리를 숙이곤 곧장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 받은 이준혁의 얼굴이 굳었다.

“알았다.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가지.”

급하게 전화를 끊은 이준혁이 손태섭에게 말했다.

“형님. 공장에 좀 다녀와야 할 거 같습니다.”

“공장에? 왜?”

“저희가 확보한 제조 책 중에 성길이 쪽 애가 있은 모양입니다.”

“성길이? 성남 쪽 마약 쟁이 강성길?”

“네. 그래서 성길이 쪽 애들이 공장으로 몰려와서 그 제조 책을 내 놓으라고 소동을 피우고 있어서.....”

“쯧쯧. 하여튼 마약 쟁이들이 문제야. 그 새끼 건드려서 좋을 거 없는데.”

“네. 그래서 제가 직접 가서 성길이를 만나서 쇼부 보려고요.”

“그래. 그렇게 해. 돈이 좀 들어도 미친 새끼들과 엮이지 않게. 알지?”

“네.”

짧게 대답한 이준혁은 곧장 손태섭의 방을 빠져 나갔는데 그런 그를 보는 손태섭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쟤는 다 좋은 데 태수에 비해 일처리 하는 게 2%부족 하단 말이야.”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던 손태섭은 협탁 위 담배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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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은 손태섭의 아지트를 나와서 곧장 새로 만들고 있던 마약 공장 쪽으로 향했다. 그곳이 바로 성남의 상대원동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이었다. 거기에 성남에서 마약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성길이파 녀석들이 이준혁 밑에 조직원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준혁은 차에서 내리자 곧장 그쪽으로 움직였고 이준혁의 등장에 그의 수하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히자 성길이파 녀석들이 멀뚱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때 이준혁이 녀석들 중 눈에 익은 녀석을 쳐다보고 말했다.

“태영아. 성길이 지금 어디 있냐?”

그러자 성길이파의 조직원 김태영이 이준혁을 알아보고 살짝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성길이 형님은 지금 사우나 중이신데요?”

“거기 좀 가자.”

이준혁이 성길이파 보스인 남성길을 만나겠단 소리였다.

“잠깐만요.”

김태영이 곧장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뭐라 쑥덕거리더니 이내 전화를 끊고 이준혁에게 말했다.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 말 후 김태영이 농성중인 성길이파 조직원들에게 외쳤다.

“야! 철수 해.”

그리곤 자신은 다른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 차가 출발하자 이준혁도 자신의 차를 타고 그 차 뒤를 쫓았다. 김태영을 태운 차는 비교적 천천히 움직였고 얼마 가지 않아 보이는 호텔 앞에서 멈췄다.

이준혁은 김태영이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자신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김태영과 같이 그 호텔 사우나로 들어갔다. 이준혁은 사우나에서 들어가기 위해 탈의를 했고 수건 한 장 걸친 채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계십니다.”

김태영이 습식 사우나를 가리키자 이준혁은 곧장 그 쪽으로 움직였다. 사우나 문을 열자 습한 열기가 확 하니 문 밖으로 흘러 나왔다. 그때 묵직한 음성이 사우나 안에서 울려왔다.

“빨리 들어오쇼. 열기 다 빠져 나가겠네.”

사우나 안에선 수건을 머리에 덮은 남자 한 명밖에 없었다. 이준혁은 그가 성길이파 보스 남성길임을 금방 확인했다. 그의 허벅지에 새겨져 있는 뱀인지 용인지 모를 문신을 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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