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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58화 (558/712)

<-- 베이징 올림픽 -->

이주나는 여자지만 자신의 여자가 아닌 한 자비 따윌 베풀 생각이 전혀 없는 현수였다. 오히려 자신을 이렇게 귀찮게 만든 것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 현수는 당장 이주나를 찾아가서 그녀를 아공간 부대자루 안에 처넣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일처리에도 순서가 있는 법. 이주나는 맨 마지막에 자신을 건드린 것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를 하게 만든 뒤 없애 버릴 생각이었다.

“그럼 배태식인가 뭔가 하는 그 다이아몬드 수저부터 박살 내 볼까?”

현수는 다음 타깃을 배태식으로 정했다. 그런데 자신의 자백마법에 걸려 있는 손규석을 보고 있자니 녀석의 아비인 손태섭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손태섭의 보스이자 현수와도 잘 아는 사이인 신세기파 보스 노우진도 생각났고 말이다.

“이번 기회에 싹 쓸어 버려?”

현수는 손태섭뿐 아니라 노우진까지, 아니 신세기파 자체를 없애 버릴까 생각했다. 그러자 바로 시스템이 만류하고 나섰다.

[띠링! 노우진은 내년에 감옥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 전까지 꼭 살아있어야 하니 그를 죽여선 안 됩니다. 또한 그의 조직인 신세기파 역시 마찬가집니다. 단 손태섭과 그를 따르는 자들은 처리해도 무방합니다.]

“쳇! 까다롭기는......”

노우진은 감옥에 들어가 종교에 심취해서 훗날 조폭 신부님이 되어 여러 범죄자를 교화시키는 인물이 된다고 했다. 향후 미래에 강력한 리더십이나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에 대해서 시스템은 이런 식으로 제약을 가했다.

현수는 그런 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하며 노우진을 죽이면 어떻게 되는 지 물은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시스템의 대답은 간단했다. 바로 시스템 소멸! 현수가 누리고 있는 시스템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얘기였다. 그 대답에 현수는 깨갱거릴 수밖에 없었다.

현수의 삶에서 이제 시스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 선수인 현수는 아직 축구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 못했다. 아직 프로 축구 선수가 되지도 못한 상태가 아니던가? 물론 올림픽으로 인해 세계에서 주목 받는 선수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월드 클래스의 축구 선수로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알았어. 노우진과 신세기파를 없애는 건 접지. 대신 손태섭과 그를 따르는 녀석들, 특히 마약과 인신매매 등 반 인륜적 범죄에 연루된 자들은 전부 없애 버릴 거야.”

현수의 외침에 시스템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시스템의 침묵을 현수는 동의로 받아 드리고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꺼냈다. 바로 눈앞의 인간쓰레기 손규석을 깔끔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손태섭에 대해 물을 것이 있었다. 현수는 손규석에게 부친인 손태섭에 대해 아는 걸 전부 말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자백마법에 걸린 손규석은 현수가 자신에게 뭘 원하는 지 알아 듣기라도 한 듯 비교적 자세히 손태섭의 갖은 악행에 떠벌렸다. 현수는 몇 분 가만히 손규석의 얘기를 듣다가 외쳤다.

“그만! 더 듣다가는 내 귀 썩겠다. 그 얘기 말고 손태섭의 인간관계, 특히 측근 조직원들이 누군지 말해 봐.”

손태섭은 현수가 아는 나쁜 짓은 다한 자였다. 특히 납치한 어린 아이의 장기를 중국 조직에 팔아먹은 얘기를 들을 때 현수도 분노해서 얼굴을 붉혔다.

현수의 말에 손규석은 부친을 따르는 신세기파 조직원들에 대해 줄줄 얘기를 늘어놓았다. 현수는 손규석의 입에서 나오는 조직원들의 이름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전부 머릿속에 기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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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섭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전부 얻고 난 뒤 현수가 손규석에게 명령했다.

“여기 기어 들어가.”

현수가 손규석 앞에 아공간 부대자루를 던지자 손규석이 알아서 부대자루를 열고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으아아악!”

잠시 뒤 아공간 부대자루 안으로 떨어져 내리며 손규석의 처절한 비명성이 부대자루 밖으로 새어나왔다. 현수는 그 부대자루를 다시 상태창의 인벤토리에 복귀시키고선 시선을 두 나체의 미녀가 잠들어 있는 쪽으로 돌렸다.

“나를 봤으니 그 기억만 지우면 되겠군.”

현수는 손규석을 통해서 두 미녀가 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클럽에서 꼬인 여자들임을 알아냈다. 비록 손규석 같은 놈에게 쉽게 몸을 허락할 정도로 걸레들이지만 무고한 사람들이니 그녀들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현수는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꺼냈다.

현수는 그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들고 잘 들어 있는 두 미녀에게로 다가가서 그 중 한 미녀의 머리에 먼저 그 모자를 씌웠다. 그러자 마법 아이템인 메모리 컨트롤 모자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상대의 기억 어느 부분을 지우고 어떻게 조작할지 정하세요. 모자에 손을 올리면 상대의 기억 속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현수는 메모리 컨트롤 모자가 시키는 대로 모자를 쓴 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현수가 그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미녀는 현수가 생각한 딱 그 수준, 걸레였다. 하지만 그 미모에 어울리는 고급 걸레라고나 할까? 손규석처럼 클럽에서 가장 비싼 룸에서 노는 남자가 아니면 아예 상종도 하지 않았다. 현수는 더 이상 미녀의 생각을 읽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그녀의 기억 중 여기서 현수를 본 기억을 지웠다. 그리고 그 옆의 다른 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 미녀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을 완벽히 지워낸 현수는 혹시 몰라 청소 마법으로 손규석의 아지트 안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깨끗이 지웠다. 그리고 그가 아지트를 나가고 나서 채 5분도 되지 않아 잠들어 있던 두 미녀가 깨어났다.

“으윽!”

“머리가...... 너무 아파.”

두 미녀는 끔찍한 두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그 고통이 사그라지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집 주인을 찾았는데 손규석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자 뻘쭘해진 그녀들은 어제 입었던 옷을 챙겨 입고 잠시 손규석을 기다렸다. 하지만 손규석은 오후 3시가 넘어도 돌아오지 않았고 두 미녀는 별수 없이 손규석의 아지트를 빠져 나와서 각자 자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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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석의 아지트를 빠져 나온 현수는 손태섭과 그 일당들을 어떻게 처리 할 지를 두고 고심하며 큰 길 쪽으로 걸었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현수는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사지희였다.

“어!”

순간 현수는 오늘 사지희와 점심 때 만나기로 한 게 생각났다. 점심 때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원룸에 가서 금메달을 보여 주기로 한 거 말이다.

“이런.....”

현수는 핸드폰을 쥐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고는 일단 핸드폰을 받았다.

“네. 지희씨.”

-어디에요?

“지금 집이요. 안 그래도 막 지희씨에게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현수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이 어제 한 약속을 까먹고 있었다고 사실대로 사지희에게 얘기하는 게 그녀에게 더 상처를 줄 거라 여겼던 것이다.

-바쁜 일이 있었나 보군요.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착한 사지희는 오히려 현수에게 미안해했고 덕분에 현수는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아닙니다.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요. 지금 지희씨께 가고 있으니까.......”

현수는 사지희와 통화를 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얼추 10분 뒤엔 거기 도착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저 지금 택시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

현수의 말에 눈치 빠른 사지희가 바로 말했다.

-차는 제가 준비해 둘게요.

사지희의 집에는 그녀의 차와 운전기사가 항시 대기 중이었다. 원래 현수는 자신의 차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자신의 짐을 그 차에 싣고 원룸에 가기 전에 사지희를 태워가려 했는데 한혜영으로 인해 그 계획을 다 잊어 먹은 것이다. 외박까지 한 터라 현수는 사지희와의 약속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럼 10분 뒤에 봐요.”

현수는 사지희와 통화를 끝내자 곧장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근처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10분 안에 사지희의 집에 가려면 서두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일단 집부터 가자.”

사지희에게 금메달을 보여 주기로 했으니 집에 가서 금메달부터 챙겨야 했다. 그런데 현수가 들어간 건물에 공용 화장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계단실로 움직였다. 계단실은 비어 있었고 현수는 곧장 상태창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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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첼레포트 바바리코트를 바로 착용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상태창이 마법 아이템 창으로 바뀌었다.

[마법 아이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포인트 소비형)]

일정 포인트 사용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1.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5,000)

2.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7,000)

3.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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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울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20,000)

8. 각 도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15,000)

9. 대한민국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50,000). 단 섬 제외. 섬은 별도 구매

현수가 머릿속으로 수유동의 전원주택을 떠올리자 시스템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띠링! 현 위치에서 신촌 머노까머나 까지 반경 8Km 안에 있습니다.]

[띠링! 현 위치에서 수유동 전원주택까지 반경 8Km에 있습니다.]

현수는 바로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를 선택 했다.

[띠링! 5,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8,429,890]

결제 창이 뜨고 나자 바로 현수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였고 그 빛이 사라지자 현수의 모습도 더 이상 계단실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잠시 뒤 현수가 감았던 눈을 뜨자 그는 수유동 전원주택 2층에 위치한 자신의 방에 있었다.

집은 비어 있었다. 모친과 외삼촌 모두 외출을 한 모양이었다.

어젯밤 현수는 두 분이 걱정할까 싶어서 백성조의 아파트에 가기 전 모친께 전화를 드렸다. 친구들 만나서 놀고 내일 들어가겠다고 말이다. 그러자 모친은 너무 술 많이 마시지 말란 말만 하셨다.

현수는 자신의 짐에서 금메달을 찾아서 호주머니 속에 챙겨 넣었다. 그 다음 짐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 짐들도 텔레포트 시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 말에 시스템이 반응했다.

[띠링! 택배(Parcel Service)기능을 갖추고 있는 마법 아이템이 있습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Y/N]

“택배?”

현수가 급 관심을 보이자 시스템이 알아서 그의 눈앞에 택배 기능을 갖춘 마법 아이템 창을 띄웠다.

[퍼슬 서비스 카메라- 택배 마법 아이템으로 사진으로 찍은 물건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해 준다. 단, 크기와 부피에 따라서 배송 지불 포인트가 달라진다.]

현수가 자세히 택배 마법 아이템에 대해 살피니 그 기능은 텔레포트 바바리코트와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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