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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52화 (552/712)

<-- 베이징 올림픽 -->

현수는 안정되게 호흡을 하며 기절해 있는 한혜영의 알몸에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때 그의 뇌리에 다시금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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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의 VVIP고객답게 한혜영과의 섹스는 많은 포인트가 지급 되었다. 현수는 노력한 만큼 수확하자 만족스런 얼굴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그게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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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오늘 확 늘어난 포인트에 흡족해 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 후 나와서 한혜영 옆에 누웠다.

“으음....”

자기 옆에 인기척을 잠결에 느꼈는지 한혜영이 현수 쪽으로 몸을 돌려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 그런 그녀를 현수라 살짝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는데 한혜영의 입가에 미소가 어려 있었다.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방해되지 않게 그녀를 그냥 두었고 잠시 뒤 수마가 밀려오자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으윽!”

환한 빛에 현수가 눈살을 찌푸리다 눈을 떴다. 그리고 옆을 보니 그의 품에 안겨 자고 있었던 한혜영이 보이지 않았다. 현수는 곧장 몸을 일으켜서 방을 나섰다. 그러자 제일 먼저 진한 커피향이 그를 반겼다. 현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향했다.

한혜영은 여기서 현수와 같이 자고 나면 꼭 아침을 챙겨 두고 떠났다. 그 생각이 들자 커피향이 왜 났는지 알 거 같았다. 현수는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부엌의 식탁에 차려져 있는 토스트와 계란 후라이, 베이컨 그리고 그 옆의 쪽지를 발견했다. 현수는 먼저 쪽지부터 살폈다.

“미안. 너무 늦게 일어나서 밥상은 못 차렸어. 토스트지만 맛있게 먹어. 사랑해.”

현수는 쪽지의 내용을 직접 읽었다. 그리고 사랑해 옆에 크게 그려져 있는 하트를 보고 피식 웃었다. 현수는 그 쪽지를 다시 식탁에 내려놓고 바삭하게 잘 구워져 있는 토스트를 손으로 주워들어서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커피 메이커 쪽으로 가서 내려져 있는 커피를 커피 잔에 따랐다.

“후루룩!”

그리고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속이 확 풀리는 거 같았다. 현수는 커피잔을 들고 식탁으로 가서 한혜영이 차려 준 아침을 맛있게 먹어치웠다. 그리고 싱크대 안에 들어 있던 다른 식기류들과 같이 설거지를 했다. 워낙 바쁜 탓인지 한혜영은 설거지까지 해 놓고 가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때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현수는 전화를 확인하고 피식 웃으며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일어났어?

“네. 차려 주신 토스트 맛있게 먹고 설거지 중입니다.”

-아. 맞다. 설거지. 미안. 시간이 없어서.....

“괜찮아요. 저 설거지 좋아하거든요.”

-정말?

“네. 설거지 할 땐 잡생각이 전혀 안 들거든요. 저 만의 명상 시간이랄까.”

-하여튼 특이해. 그럼 뒷정리 잘 부탁할게. 그리고 시간 나면 또 보고.

“네.”

-네가 국내에 있으니까 좋다. 그럼 안녕!

한혜영의 목소리가 많이 밝았다. 그녀 말대로 현수가 그녀와 가까이 있단 사실이 진짜 좋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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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과 통화를 끝낸 현수는 설거지를 하고나서 아파트 창문은 다 열고 제대로 된 청소를 실시했다. 그리고 남은 커피를 마시며 나름 여유를 즐기다가 백성조의 아파트를 나섰다. 그리고 아파트 정문 앞에서 택시를 타고 곧장 연신대로 향했다.

현수는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는데 벌써 11시 30분이었다.

원래 11시에 축구부 감독실에서 연신대 축구부 감독인 이명신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학교에 도착한 현수는 전혀 조급해 보이는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느긋하니 축구부실로 향한 현수는 체육관 근처에서 같은 축구부원들을 몇 명 만났다.

“올림픽 잘 봤어요.”

“형! 진짜 축하해요.”

다들 그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평소 현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동기 중 한 녀석은 툴툴거리며 그의 옆을 그냥 지나쳤다.

“금메달까지 땄으니 이제 더 보이는 게 없겠군. 쳇!”

원래 그런 녀석인지라 현수는 녀석의 말을 듣고도 그냥 모른 척했다. 현수는 곧장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고 축구부실로 올라갔다. 그런데 축구부실 옆 감독실에 이명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현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축구부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벌컥!

축구부실 문이 열리고 연신대 축구부 감독 이명신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축구부실 안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현수를 발견하고 다급히 사과를 했다.

“현수야. 미안. 오래 기다렸지?”

그런 이명신에게 현수가 대답대신 물었다.

“얼굴이 왜 그래요?”

“얼굴? 아! 이거...... 집에 고양이 키우는데 녀석이 발정기라도 되는지 성깔이 장난 아니네.”

이명신의 말로는 고양이가 얼굴을 할퀴었다는데 그러기엔 그 자욱이 크고 깊었다.

‘마누라 고양이가 제대로 할퀸 모양이군.’

아마도 현수가 백화점에서 정부와 같이 있는 그의 사진을 캡처해서 보낸 사진 때문에 단단히 곤욕을 치른 모양이었다. 그런 사정을 이명신이 현수에게 밝힐 순 없는 노릇.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현수에게 말했다.

“감독실로 가자. 너 오면 할 말이 있었거든.”

“네.”

현수는 순순히 이명신을 따라서 감독실로 들어갔다.

“앉아.”

이명신이 자신의 책상에 앉으면서 그 맞은 편 자리를 현수에게 권했다. 현수가 그 자리에 앉자 이명신이 제법 진지해 보이는 얼굴로 현수에게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U리그 우승을 하지 않았니?”

“네. 그렇죠.”

U리그만 우승했나? FA컵도 들어 올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협회에서 갑자기 이런 공문이 내려왔지 뭐냐.”

그 말 후 이명신이 현수에게 협회에서 보내온 공문을 보여 주었다. 현수는 이명신이 건네는 공문을 받아서 살피다 눈살을 찌푸렸다.

“대학 리그 왕 중 왕전이요?”

“그래. 전 전년도 우승 팀들부터 시작해서 4팀을 묶어서 왕 중 왕을 가리겠다 네. 무슨 수작들인지........”

U리그는 대한축구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전국 단위의 대학 축구 리그다. 올해 그 우승 트로피는 연신대가 들어 올렸고 말이다. 그런데 협회에서 대학 리그에 왕 중 왕전을 개최하겠다는 건 올해 우승 팀인 연신대를 엿 먹이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럴 것이 왕 중 왕전으로 인해서 올해 U리그 우승팀의 우승이 빛바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결론은 올해 U리그 우승 팀인 연신대는 왕 중 왕전까지 우승을 해야 올해 대학 축구 최강 팀으로 제대로 조명을 받을 수 있단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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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한 동안 협회 공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 결과 내려진 결론은 협회의 높으신 누군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대학 리그 왕 중 왕전을 개최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도에 자신도 연관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일었다.

‘뭐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

누가 무슨 의도에서 이런 귀찮은 짓을 하는지 말이다. 현수가 협회 공문에서 눈을 뗄 때까지 이명신은 현수의 눈치만 보며 기다렸다. 그러다 현수가 공문에서 눈을 떼고 그 공문을 이명신에게 건네자 그 공문을 되받으며 이명신이 말했다.

“왕 중 왕전 개최 일정은 내일 중으로 보내 준다네. 그리고 오늘 협회에 나보고 들어오라 더라고. 추첨을 한다나.”

이명신의 그 말에 현수가 별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추첨은 무슨. 골랑 4팀가지고.”

“그렇지? 하여튼 협회 새끼들 사람 귀찮게 하는데 뭐 있다니까.”

이명신은 현수의 말에 호응해주며 계속 그의 눈치를 살폈다. 현수는 아까부터 이명신이 왜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지 잘 알았다.

그는 현수가 대학 리그 왕 중 왕전에 참여하지 않을 걸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막말로 금메달까지 딴 현수였다. 들리는 소문에는 현수의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보고 외국 유수의 명문 구단에서 현수와 접촉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현수도 에이전트가 있으니 벌써 물밑 협상에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그런 현수가 뭐가 아쉬워서 대학리그 왕 중 왕전에 참가 하겠는가?

하지만 현수가 없는 연신대는 앙코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아는 이명신의 입장에서 당연히 현수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현수만 뛰어 준다면 이번 대학리그 왕 중 왕전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U리그 우승에 FA컵 우승, 거기다 대학 리그 왕 중 왕전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린 연신대 감독 이명신을 거부할 실업팀, 아니 프로 팀은 없을 터였다.

‘제발.....’

이명신이 간절한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의 속셈을 다 꿰뚫어 보고 있던 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4팀이 돌아가며 경기를 진행하고 그 결과로 우승팀을 가리겠네요?”

“그, 그렇지. 아니면 경기 결과를 두고 1, 2위 팀을 가려서 최종 우승팀을 가리거나.”

“그럼 4경기만 뛰면 되겠군요.”

“맞아.”

이명신의 눈이 현수의 입에 집중 되었다. 현수의 입에서 이번 왕 중 왕전에 뛰어 주겠다는 말이 나오길 기대하며. 하지만 현수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그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당장 뛰기는 좀 그런데..........”

“뭐?”

“올림픽 때 좀 무리를 했거든요. 발목도 좀 안 좋고.....”

현수가 왕 중 왕전에 뛰는 걸 꺼려하는 기색을 보이자 이명신이 다급해졌다.

“당, 당연히 당장은 못 뛰지. 왕 중 왕전을 내일 당장 하는 것도 아니고. 아마 일주일은 걸릴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 푹 쉬어. 그 다음 컨디션 봐서 뛰는 건 결정해도 늦지 않아.”

이명신은 딱 봐도 현수가 이번 왕 중 왕전에 뛰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다면 훈련은.....”

“훈련은 무슨. 넌 훈련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돼. 클래스가 다른데 무슨. 쉬면서 발목 치료 받아. 병원은 내가 알아 봐 줄까?”

“아뇨. 제가 알아서 가겠습니다. 그럼 전 그만 가서 쉴 테니까 출석은.....”

“당연히 내가 알아서 조치를 취해 놓을 게. 그러니 넌 쉬면서 몸이나 추려.”

“알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뒤 이 시간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래. 그 사이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연락 할게.”

현수는 이명신의 배웅을 받으며 축구부실을 나섰다.

“씨발!”

펑!

현수를 보낸 뒤 이명신이 감독실로 돌아와서는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통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어젯밤 마누라와 대판 싸워서 기분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잘 난 제자 놈의 비위나 맞춰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갑자기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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