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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날아오는 주먹을 향해 이마를 디밀었다. 그 이마에는 살짝 내공이 주입되어 있었고 말이다. 안 그래도 머리뼈 중에서 가장 단단한 이마뼈였다. 거기에 내공까지 주입 되자 쇳덩이나 다름없이 변했다. 그런 이마뼈에 복싱 조폭의 주먹이 부딪쳤다. 그것도 잔뜩 체중까지 실은 완 펀치로 말이다.
손가락뼈가 아작 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통에 겨워 하며 뒷걸음질 친 복싱 조폭을 그냥 둘 현수가 아니었다.
파팟!
순식간에 복싱 스텝을 밟으며 보싱 조폭과 거리를 좁힌 현수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헉!”
현수가 설마 자신을 향해 박치기를 가해 올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던 복싱 조폭은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입 밖으로 경악성만 내질렀다.
퍽!
그리고 현수의 이마가 정확히 복싱 조폭의 안면에 박혔다. 현수의 이마에는 여전히 내공이 실려 있었고 그건 큰 쇠망치로 강하게 복싱 조폭의 안면을 가격한 거나 진배 없었다.
털썩!
두 눈을 까뒤집은 복싱 조폭은 픽 쓰러졌다. 그리고 역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면을 가격 당하는 순간 복싱 조폭 역시 즉사한 것이다.
“어어!”
그때 현수의 발뒤축에 당혀 쓰러졌던 유도 조폭이 몰려 뒤에서 현수를 덮치려다가 홱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현수를 보고 놀라 주춤 거렸다.
그 사이 현수는 몸을 돌려 세웠고 정면에서 유도 조폭을 쳐다 보며 말했다.
“빨리 덤벼. 네가 마지막이다.”
그 말에 유도 조폭이 주위를 둘러 봤는데 현수의 말처럼 그의 동료 조직원 3명이 복도 바닥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씨발.....”
유도 조폭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낭떠러지 앞에 서 있었다. 그 낭떠러지를 뛰어 넘으면 살 것이고 아니면 그가 좀 전에 본 3명의 동료 조직원들처럼 될 터였다.
“이야아아아!”
유도 조폭은 나름 기합 성을 넣으면서 현수에게 덤벼들었다. 100Kg이 넘는 거구의 유도 조폭이 득달같이 달려드는 건 보통 사람이 보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조폭들의 저승사자인 현수였다. 저런 조폭들 여럿 상대 해 본 현수가 아니던가?
휘릭!
유도 조폭이 현수와 한 걸음 거리까지 좁히며 달려들 때 현수의 몸이 회전했다. 그리고 그의 발이 정확히 유도 조폭의 옆 머리를 걷어찼다.
뻐억!
유도 조폭이 어떻게 피하고 자실 속도가 아니었다. 유도 조폭은 맞은 순간 눈앞에 번쩍이고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의식을 차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두 눈에 흰자위를 드러낸 채 거구의 몸이 고목나무 쓰러지듯 그대로 복도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털썩!
그때 쓰러진 유도 조폭을 등지고 있던 현수의 시선이 복도 끝에 위치한 사무실 쪽을 향하고 있었다. 현수가 복도에 사일런스 마법을 걸었는데 그 마법이 좀 전에 막 풀린 모양이었다. 유도 조폭이 기합 성을 내지른 그 소리를 듣고 사무실 안에 있던 조직원이 움직이려하는 걸 현수가 감지 한 것이다.
현수는 재빨리 상태창에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꺼내서 복도에 쓰러져 있던 조직원 셋은 그 안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유독 덩치가 큰 유도 조폭의 한쪽 다리를 잡아서 질질 끌고 윤태수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다행히 그 사무실 안의 조직원이 나오기 전에 현수가 먼저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조직원은 처음에 현수를 보고 의아한 얼굴 표정을 짓다가 현수의 손에 끌려 들어 온 유도 조폭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걸 노리고 현수가 귀찮지만 일부러 유도 조폭을 끌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 온 거였다. 그리고 현수가 한 손으로 가볍게 그 유도 조폭을 들어서 아공간 부대자루에 처넣는 걸 본 그 조직원은 알아서 윤태수가 있는 방 문을 두드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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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안에 있었던 조직원의 역할은 거기까지로 충분했다.
“헉!”
언제 움직였는지 현수가 그 옆에 서 있자 형석이 기겁을 했다. 윤태수의 다른 조직원들과 달리 형석은 싸움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한 마디로 형석은 머리로 싸우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 도구인 수하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형석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살기란 것은 비단 직접 살인을 해야만 생기는 건 아니었다. 그 살인을 시키거나 모의한 자 역시 살기를 지니는 데 형석에게는 그런 살기가 강했다. 그 말은 입으로 여럿 죽여 왔단 소리였다.
이미 조폭에 관한한 전문가가 되어 버린 현수는 형석을 보는 순간 녀석의 스타일을 다 파악했다.
“너 같은 놈이 더 나빠.”
현수는 그 말 후 녀석의 얼굴에다 박치기를 먹였다.
퍽!
비록 이마에 내공이 주입 되지 않았지만 그 한 방이면 형석을 기절 시키기에 충분했다.
달칵!
그때 방문이 열렸고 늘씬한 미녀가 밖에 서 있던 현수와 딱 마주쳤다. 그 미녀에게서는 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즉 현수가 죽일 대상이 아닌 것이다. 현수를 보고 놀란 얼굴 표정을 짓는 그 미녀를 향해 현수가 말했다.
“슬립(Sleep)!"
그러자 놀라 두 눈을 부릅뜨고 있던 여자의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스르르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스윽!
그때 현수가 움직이며 쓰러지는 여자의 양쪽 겨드랑이에 두 팔을 끼웠다. 그리고 가볍게 그녀를 들고 윤태수가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있던 윤태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마도 윤태수가 계속 미녀를 보고 있은 모양이었다. 그러니 현수와 바로 눈이 마주쳤던 것일 테고 말이다.
방안에 들어서면서 현수는 여자의 향수 냄새와 함께 비릿한 밤꽃 냄새를 맡았다. 그 말은 좀 전까지 둘이 떡을 쳤단 소리였다.
휙!
현수가 들고 있던 여자를 아무렇게나 옆으로 내던졌다. 미녀지만 이미 딴 놈이 맛 본 여자에겐 친절을 베풀 현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행히 윤태수의 방에는 폭신한 카펫이 깔려 있어서 여자는 별 충격을 받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뭐, 뭐야?”
대신 엄한 놈이 발끈했다. 바로 윤태수 말이다. 하긴 좀 전까지 자신과 배꼽을 맞추던 여자를 현수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 놨으니 그걸 보고 녀석이 화를 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녀석은 제코가 석자란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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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수는 갑자기 자신의 비서인 수영이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쓰러지는 걸 보고 살짝 소파에 기대고 있던 등을 폈다. 그런데 그때 밖에 누가 있었던지 쓰러지는 수영을 받쳐서 방안으로 들어왔다.
‘누구지?’
그런데 윤태수가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분명 방 밖에는 형석이 그를 만나러 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열린 방문 너머로 보이지도 않았고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있었다. 윤태수가 그 점을 의아해 하고 있을 때 수영을 받쳐 들고 있던 녀석이 무슨 짐짝처럼 그녀를 옆으로 던져 버렸다. 그걸 보고 발끈한 윤태수가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런 그를 보고 녀석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 윤태수 맞지?”
“미, 미친..... 밖에 누구 없어?”
윤태수가 버럭 소리쳤다. 동시에 윤태수가 홱 몸을 돌려서 소파를 밟고서는 그대로 책상 위로 몸을 솟구쳤다.
윤태수는 눈치가 9단이었다. 그러니 조폭 세계에서 지금 위치에 올라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윤태수 곁에는 신세기파의 2인자인 손태섭이 붙여 준 정예 조직원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조직원들이 깜깜무소식이란 건 눈앞의 녀석이 그들을 벌써 처리했단 소리였다. 그걸 간파한 윤태수는 살기 위해서 최후의 발악을 선택했다.
사람이 아무리 잘 싸운다 치더라도 총 앞에선 소용 없었다. 윤태수는 그걸 알기에 몰래 권총을 구입해서 소지 중이었다.
휙!
윤태수는 올라 선 책상에서 고급스런 중역 의자로 몸을 날렸다가 바로 몸을 틀어 그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구경 7.62mm 라칸트 리볼버 권총을 꺼냈다.
이놈은 6연 발식 반자동(半自動) 권총으로 제정(帝政)러시아 당시의 대표적 권총이다. 당연히 러시아에서 밀수한 녀석이었다.
끼릭!
윤태수가 공이를 당기자 총신의 회전식(回轉式) 탄창이 회전하는 소리가 기분 좋게 그의 귀에 들려왔다.
현수는 윤태수가 갑자기 지랄하는 걸 그냥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결과 녀석은 책상 서랍 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현수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현수는 그 과정을 그냥 서서 지켜만 보았다.
“씨발! 손들어!”
윤태수가 기고만장한 얼굴로 현수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현수는 당연히 손을 들지 않았고 윤태수는 바로 권총을 당겼다.
윤태수가 쥐고 있는 권총은 유효사거리는 35m로 그와 불과 5-6m 떨어져 있는 상대를 맞추는 건 일도 아니었다.
윤태수는 매주 이 권총으로 실탄 사격 연습을 해 왔다. 때문에 그가 실수로 바로 눈앞의 상대의 훤히 드러난 가슴에 총알을 박아 넣는 걸 실패할 확률은 낮았다.
타앙!
총구에 불이 뿜어져 나왔고 정 조준 한 상태라서 총알이 상대의 가슴에 박힐 건 확실했다.
티잉!
“헉!”
그리고 총알은 정확히 상대의 가슴에 맞았다. 윤태수가 지금 자기 눈으로 직접 그 광경을 확인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상대의 가슴에 틀어 박혀야 할 총알이 튕겨 나왔다. 상대 가슴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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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자신을 향해 정확히 총구를 겨누고 차분히 리볼버의 공이를 당기는 것을 보고 상태창을 열고 바로 방어계 마법을 준비했다. 그걸 모르는 윤태수는 현수를 향해 비릿하게 웃으며 손을 들라고 했다. 방어계 마법이 자신의 몸에 시전 된 걸 확인한 현수는 당연히 손을 들지 않았다.
그때 녀석이 바로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그걸 보고 현수는 녀석이 시킨 대로 자신이 두 손을 들었더라도 녀석이 권총을 쐈을 거란 걸 알 수 있었다. 그 만큼 눈앞의 윤태수란 녀석은 영악한 놈이었다. 그리고 녀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도 장난이 아니었고 말이다.
녀석이 쏜 권총 총알은 정확히 현수의 심장이 위치한 가슴으로 날아왔다. 방어계 마법을 걸지 않았다면 총알은 그대로 현수의 심장을 꿰뚫었을 터였다. 총알은 현수가 건 5서클의 방어계 마법인 밤 스탠드 디펜스(Bomb stand defense)를 뚫지 못하고 튕겨났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동소총으로 난사를 해도, 폭탄(수류탄 류)이 터져도 끄떡없는 방어막을 권총 따위가 뚫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허억!”
놀란 윤태수가 현수를 보고 두 눈을 부릅떴다. 아마 지금의 상황이 그로서도 믿기지 않을 터였다. 그런 녀석을 보고 현수가 씨익 웃었다. 그러자 윤태수가 재차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총알은 현수의 머리에 두 발, 그리고 다시 현수의 가슴에 한 발이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