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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31화 (531/712)

<-- 베이징 올림픽 -->

딱 봐도 잘 살아 보이는 화려한 차림의 여자와 그런 그녀의 허리에 한 팔을 두른 중년 남자가 시시덕거리며 엘리베이터 안에 올랐다.

“헉!”

그리고 힐끗 고개를 돌려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현수를 쳐다보던 중년 남자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 중년 남자를 보고 현수가 말했다.

“감독님!”

그랬다. 중년 남자의 정체는 바로 연신대 축구부 감독 이명신이었던 것이다. 그는 현수가 올림픽 대표 팀에 발탁 되어 연신대에서 빠져 있는 사이 자신읟 동창이자 정부 혜숙과의 관계를 다시금 회복했다. 그리고 내일은 중동으로 혜숙의 출장 간 남편이 돌아오기로 한 날이라서 그 전에 그녀와 만나 쇼핑도 하고 밤새 뜨거운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백화점 쇼핑 도중 현수에게 딱 걸린 것이다.

“현, 현수야.”

현수가 힐끗거리며 자신과 자신의 정부 혜숙을 번갈아 쳐다보는 걸 보고 이명신이 화급히 안고 있던 혜숙의 허리에서 손을 떼고 현수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현수야. 올림픽 잘 봤다. 금메달 딴 거 축하 해.”

“네. 뭐.”

그때 이명신이 목소리를 낮춰 현수에게 말했다.

“너도 남자니 남자대 남자로 부탁 좀 하자. 오늘 여기서 나와 만나 거 딴 사람에게 얘기하지 마라. 알았지?”

“뭐 그러죠.”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현수의 속내는 달랐다.

‘불륜 관계에 엮일 필욘 없으니까. 하지만 못 된 놈이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네.’

그러면서 현수는 힐끗 엘리베이터 위쪽에 설치 되어 있는 감시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백화점에는 엘리베이터 뿐 아니라 매장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여기서 불륜녀와 같이 쇼핑을 한 모양인데 둘에 대한 쓸 만한 장면들이 찍혀 있을 터였다.

띵!

그때 12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고 이명신과 불륜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럼 학교에서 보자.”

이명신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현수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불륜녀와 같이 12층에서 내렸다. 현수는 그런 이명신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감독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피식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부사장이면 감시팀 쯤 움직일 수 있겠지.”

현수는 이곳 부사장인 유혜란에게 거의 처음 청탁이란 걸 해 볼 생각이었다.

띵!

그 사이 15층에 도착한 현수는 엘리베이터 문이 절반도 열리기 전에 후다닥 내렸다. 그리고 부사장실로 곧장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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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실 앞에 비시설의 비서를 향해 현수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안녕 하세요.”

전에도 부사장실에 들어 가 본 적 있었던 현수였다. 그때도 저 비서였고 말이다.

“네. 부사장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비서가 몸을 일으켜서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현수를 향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수는 그런 그녀에게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곤 곧장 부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현수가 부사장실 안으로 들어가지 무섭게 웃고 있던 비서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리곤 재빨리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사장님. 그 놈이 또 왔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비서는 곧장 몸을 일으켜서 부사장실 입구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뒤엣머리를 부사장실 입구 문에 갖다 댔다. 하지만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아예 귀를 문에 붙였다.

“씨이......”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비서의 입에 툭 튀어 나왔다. 그때 그녀의 눈이 부속실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씨익’ 웃던 비서는 곧장 부속실로 들어가서 차를 준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거 까지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러면서 그것의 버튼을 누르자 파란 불이 들어왔다. 그것의 정체는 도청기였다. 비서는 차를 부사장실 안에 들일 때 도청기를 몰래 부사장실 안에 설치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비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백화점 사장인 심화영 때문이었다.

유혜란이 갑자기 낙하산을 타고 백화점의 부사장에 취임하자 심화영의 심기도 편치 않아졌던 것이다. 그래서 심화영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바로 유혜란의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당연히 유혜란의 비서는 그 포섭 0순위였고 말이다. 유혜란의 비서가 그런 심화영에게 받은 조건은 과장으로 승진과 함께 현금 1억이었다. 비서는 벌써 그 1억을 받아서 쓴 상태였고 심화영은 그런 그녀에게 유혜란을 백화점에서 쫓아 버릴 수 있는 약점을 찾아 낼 걸 요구했다.

그때 비서가 생각 난 것이 바로 유혜란의 남자였다. 전에 유혜란을 찾아 온 키 크고 잘 생긴 남자와 유혜란은 사무실에서 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비서는 그때 유혜란이 그 남자와 사무실에서 섹스를 했단 걸 눈치 챘다. 유혜란은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 몸에서 은연중 남자의 체취가 풍겨졌고 냄새에 민감한 비서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부사장이 백주대낮에 자신의 사무실에서 남자와 놀아난 게 밝혀진다면.......’

부사장인 유혜란은 당연히 백화점에서 쫓겨 나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녀를 쫓아낸 비서는 백화점 사장인 심화영에서 포상금을 받게 될 터였다. 그게 1억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돈 맛을 알게 된 비서는 하루라도 빨리 그 돈을 받고 싶었다.

비서는 두 개의 찻잔을 올린 쟁반을 들고 부사장실 입구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일부러 노크 소리를 작게 하고는 부사장실 문을 열었다.

달칵!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던 부사장 유혜란과 그녀의 남자가 동시에 그녀를 쳐다보았다.

“차 드세요.”

비서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찻잔이 올려 져 있는 쟁반을 들고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소파 앞 테이블 위에 쟁반을 내려놓고는 살짝 무릎과 허리를 굽힌 뒤 유혜란과 남자 앞에 찻잔을 세팅 했다. 그리고 다시 쟁반을 잡은 채 몸을 일으킬 때 재빨리 둘을 쳐다보았는데 마친 둘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뭐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비서는 재빨리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 안에 있던 도청기를 꺼낸 뒤 살짝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는 척 하며 테이블 밑에 도청기를 붙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인사말까지 한 비서는 환하게 웃으며 부사장실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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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부사장실에 들어서자 막 결재 서류에 서명을 하던 유혜란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어서 와. 오랜 만이네.”

“그렇죠? 저도 간만이 누님 보니 기분이 좋네요.”

“누님은 무슨. 누가 들으면 네가 내 동생인 줄 알겠다.”

유혜란은 자신이 서명한 결재 서류를 앞서 처리한 결재 서류 위에 올리고는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앞쪽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

“네.”

현수는 유혜란이 중앙의 소파에 앉자 그 옆 쪽 소파에 앉았다. 그때 현수의 예민한 귀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딴엔 소리 나지 않으려 노력한 티가 역력했는데 그래도 하이힐을 신고서 전혀 소리가 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뭐야?’

현수는 왜 비서가 부사장실 문에 바짝 다가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상태창을 열고 부사장실 안에 차음 마법과 함께 차폐 마법까지 같이 걸었다. 그때 유혜란이 현수를 보고 말했다.

“안 본 사이에 얼굴이 더 좋아졌는데?”

“그럴리가요. 금메달 따느라 개고생을 했구만.”

“맞다. 금메달! 바빠서 직접 보진 못했지만 퇴근하고 하이라이트로 봤어. 잘 하더라. 축하해.”

“고맙습니다.”

“근데 진짜 나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 맞아?”

“네. 왜 제가 온 게 싫어요?”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감동 받아서.”

“감동?”“응. 누구에게도 이런 식의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다보니 그래. 일종의 자격지심인 거지.”

말하는 유혜란의 얼굴이 어째 처연했다. 그때 하나마나한 노크를 한 비서가 부사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시키지도 않은 차를 들고 유혜란과 현수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유혜란은 그런 그녀를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대 놓고 비서에게 뭐라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비서는 유혜란과 현수 앞에 찻잔을 내려놓고는 웃으며 부사장실을 빠져 나갔다. 그때 현수는 그녀가 몰래 테이블 밑에 도청기를 붙이는 걸 전부 탐지 마법으로 확인했다.

‘그 참, 여긴 올 때마다 문제가 생기네.’

유혜란과 연관 된 사건 사고는 어째 끝이 없는 거 같았다. 현수는 도청기가 설치 된 현 상황을 어떻게 대처 할지 생각할 때 시스템이 반응을 했다.

[띠링! 차음 마법이 걸려 있는 공간 내 도청은 불가능합니다.]

그 말에 현수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그걸 보고 유혜란이 말했다.

“왜 웃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그러자 현수가 대 놓고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있죠. 누님과 이렇게 둘 만 같이 있잖아요.”

그러면서 은근한 눈빛으로 유혜란을 쳐다보았다.

“뭐, 뭐야? 그 눈빛은.....”

유혜란이 움찔하며 슬그머니 눈을 깔았다. 그러면서 살짝 허리를 뒤틀며 자리를 고쳐 앉는 것이 그녀도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현수가 유혜란을 만나러 여기 온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여자이면서도 그에게 많은 포인트를 선사하기 때문이었다.

귀국 후 포인트는 계속 쓰면서 그걸 전혀 보충하고 있지 못한 현수는 유혜란과 여기서 섹스를 한 뒤 어느 정도 포인트를 만회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여자도 관리하고 포인트도 적립하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여기 왔는데 비서가 초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차음 마법이 도청기를 무용지물로 만든다니 더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흐흐흐흐....”

현수는 대 놓고 음흉한 웃음을 머금은 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유혜란이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움직였다.

“왜, 왜 그래?”

유혜란은 놀란 얼굴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체 현수를 올려다보았지만 막상 그가 자기에게 접근하는 걸 막진 않았다. 현수는 그런 유혜란의 소파 팔걸이에 엉덩이를 걸친 뒤 몸을 기울여서 유혜란의 어깨 위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미, 미쳤어? 누가 오면 어쩌려고?”

그 말에 현수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걱정 말아요. 누구도 이 방에 들어 올 수 없을 테니까.”

“뭐?”

유혜란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현수를 올려다 볼 때 현수의 입이 그런 유혜란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웁....”

갑작스런 현수의 행동에 놀란 유혜란은 감미로운 그의 입술과 혀가 그녀의 입술과 입안으로 침투해 들어오자 자기도 모르게 한 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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