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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24화 (52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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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수는 잠시 고심하더니 손규석에서 아쉬운 소릴 내뱉었다.

“규석아. 너도 알다시피 요즘 이 일하는 애들 구하기 어렵다. 그만큼 선뜻 그런 일 하려는 데고 없고. 5천 가지고는 애들을 쓰기가 좀......”

손규석은 자신이 5천을 남광수에게 넘겨도 그 돈은 다 남광수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거란 것 쯤 다 알고 있었다. 남광수가 말한 애들에겐 술 한 잔 사주고 싸구려 창녀를 안겨 주면 끝일 테고 말이다. 그걸 알면서도 손규석은 그런 얘기를 대 놓고 남광수 앞에서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진짜 남광수와의 관계가 틀어 져 버릴 테니 말이다.

손규석은 계속 징징거리는 남광수에게 선심 쓰듯 열 손가락을 다 펼쳐 보이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1억 드릴게요.”

“1억!”

갑자기 의뢰비가 2배로 튀자 남광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그의 사각턱이 재빨리 위 아래로 움직였다. 남광수가 승낙하자 손규석이 건식 사우나 실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좀 있다 그 놈 정보 형 핸드폰으로 날려 줄게요.”

“그래. 근데 언제까지 처리해 주면 되냐?”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그 만큼 형도 빨리 돈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처리하면 내일 1억 만질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10억이란 돈이 손규석의 계좌에 들어와 있었다. 내일 1억 인출해서 남광수에게 건네면 될 일이니 손규석에게는 그 정도는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막말로 남광수가 그 일을 처리하면 10억이 더 들어오는 일이었다.

‘대박이네. 19억이 넝쿨째 들어오다니.’

거의 로또 맞은 수준이었다. 입이 귀에 걸린 손규석은 곧장 사우나 냉탕으로 향했다.

첨벙!

그대로 냉탕에 뛰어 든 손규석은 피로가 확 풀리며 몸이 ‘부웅’ 떠오르는 거 같은 고양감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차가워지자 손규석은 냉큼 냉탕에서 나왔다. 그리고 사우나의 온탕에 잠깐 들어갔다가 나와서 비누칠을 하고 샤워기로 비눗물을 씻어 낸 뒤 몸을 닦고 사우나를 나섰다.

그때 손규석과 만났던 남광수가 막 건식 사우나 실에서 나왔다. 10여분 넘게 그 안에 있었던 남광수는 몸이 빨갛게 익어 있었다.

“후욱! 후욱!”

남광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냉탕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보고 근처 사람들이 움찔 거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덩치도 크지만 전신을 문신한 남광수의 모습은 그걸 보는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하기 충분했던 것이다. 남광수가 냉탕에 들어가려 하자 그 안에 있던 두 사람도 슬그머니 냉탕 밖으로 나왔다. 그걸 보고 남광수는 별 대수롭지 않은 듯 냉탕으로 들어갔다. 어디 이런 일이 한 두 번이었겠는가? 매번 목욕탕이나 사우나에서 겪는 일이다보니 남광수는 사람들이 그를 피하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흐흐흐흐.....”

냉탕에 깊숙이 몸을 담근 남광수의 입에서 음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럴 것이 1억이 그의 수중에 들어오게 생겼으니 말이다.

“오늘 바로 처리하라고 해야겠군. 병태하고 그 밑에 애새끼들에게 시키면 될 테니까.”

그리고 내일 남광수는 손규석에서 1억을 받아 챙길 생각이었다. 얼마 뒤 남광수는 사우나를 끝내고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자 손규석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강현수. 축구선수? 사는 데가..............”

축구선수든 골프선수든 무슨 상관인가? 남광수에게는 1억이 중요했다. 남광수는 그 문자를 자기 밑에 수하인 병태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문자 보냈다. 그 새끼 오늘 중 담가서 야산에 묻어라.”

-네. 형님.

남광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새끼. 마음에 든단 말이야.”

병태는 남광수의 명령에 일체 군소리가 없었다. 그리고 시키는 건 뭐든 다 해냈다. 녀석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남광수는 관심 없었다. 중요한 건 결과뿐이니까. 그리고 그로 인해 남광수 수중에 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단 거고.

“혜숙이 년 지금 뭐하려나.”

며칠 전 새로 룸살롱에 온 20살 혜숙이의 펑퍼짐한 엉덩이가 생각나자 남광수의 안 그래도 큰 거물이 바지사이로 쑤욱 튀어 나왔다.

아마 어제 늦게까지 일하느라 지금쯤이면 곯아 떨어져 있을 테지만 100만원 준다면 바로 튀어 나올 터였다.

남광수는 자신이 자주 찾는 뉴스타 모텔로 향하며 혜숙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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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수의 수하 병태는 칼을 갈다가 남광수의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를 받기 전에 문자가 오는 알림음도 났었는데 칼 가는 게 더 중요해서 확인하지 않았다. 남광수와 통화 중 병태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통화를 끝내기 무섭게 문자를 확인했다.

“강현수!”

자신의 새로운 타깃의 이름을 확인한 그는 혀를 내밀어서 입술을 훑었다. 그러다 갈고 있던 칼을 눈앞으로 가져와서 번뜩이는 칼날을 쳐다보다 히죽 웃더니 혀를 내밀어서 칼을 핥았다.

“크흐흐흐....”

이어서 그의 입에서 흉소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섞인 그의 음성이 좁은 방안을 울렸다.

“안 그래도 피가 그리웠는데 잘 됐군.”

병태는 서울 변두리의 어느 여인숙 촌에 머물고 있었다. 여기가 무슨 동인지 주위에 뭐가 있는지 병태는 관심 없었다.

그저 보스인 남광수가 구해주는 대로 은신처를 옮겨 다녔다. 병태는 사이코패스다. 그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다. 고향에서 첫 살인 후 서울로 왔고 서울에서 몇 차례 살인을 저질렀다. 그러다 남광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보호를 받았다.

병태도 살인이 잘못인 줄 알았다. 하지만 죄책감 따윈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남광수는 살인을 부추겼다. 그리고 살인 후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보상을 받았다. 그래서 더 신난 병태는 또 살인을 했다. 그렇게 그의 손에 죽어 간 사람의 수가 얼추 백 명을 넘겼을 때 병태 밑에 수하들이 생겼다. 말이 수하지 병태가 사람을 죽이고 나면 뒤 처리를 돕는 조폭 새끼들이었다. 병태는 혼자가 좋았지만 남광수는 그 조폭 새끼들과 꼭 같이 움직이라고 했다.

병태를 보고 형님이라며 따르는 녀석들이 이제 그도 싫지는 않았다. 바짝 날이 선 칼을 품속에 수습한 병태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좁은 여인숙 방을 나와서 옆방으로 들어갔다.

옆방은 병태가 쓰는 방과 달리 널찍했다. 그 방에는 5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훌라를 치고 만화를 보고 있었다. 바로 남광수가 병태에게 붙여 준 조폭 새끼들이었다.

병태가 그 방에 들어서자 녀석들은 재빨리 판을 접고 만화책을 덮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병태에게 집중 되었다. 그때 병태의 입이 열렸다.

“일이다. 가자.”

병태는 그 말 후 바로 몸을 돌려 방을 나갔고 방 안에 남은 5명의 조폭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씨발. 또야?”

“오늘은 피 보기 싫은데....”

“젠장.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보스가 6개월만 견디라고 했잖아. 이제 한 달 남았다.”

남광수는 5명의 조폭들을 병태에게 보낼 때 약속을 했다. 반년만 그 녀석 뒤를 봐주라고. 그 다음 서울 시내 호텔 나이트에 영업 뛰게 해 주겠다고 말이다. 5명은 그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가자. 차 키 챙기고.”

“오늘도 잠자긴 다 틀렸네.”

“미친 살인마 새끼. 제발 오늘 만큼 토막은 안 냈으면 좋겠다.”

“뱃속에서 장기 꺼내는 건?”

“우욱!”

조폭 중 비위가 약한 녀석이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5명의 조폭들은 그 동안 병태의 엽기적인 살인 장면을 지켜 봐 왔다. 그리고 느낀 건 신(神) 따윈 없단 거였다. 정말 신이 있다면 저런 살인마 새끼를 그냥 내버려 두진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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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라 길거리에 택시도 없었다. 그래서 현수는 터덕터덕 길을 걸었다. 그러다 이제 그만 텔레포트 마법으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빈 택시가 보였고 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하지만 택시는 그냥 현수를 지나쳤다.

“쩝!”

현수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그를 스쳐 지나간 택시가 갑자기 멈추더니 후진을 해왔다.

지이이잉!

그리고 택시 차창이 내려지면서 운전석의 택시 기사가 힐끗 그를 쳐다보곤 말했다.

“어디 가십니까?”

그 물음에 현수가 바로 대답했다.

“강북 수유동요.”

그러자 택시 기사가 손짓으로 뒷좌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타세요.”

현수는 고맙다며 그 택시에 올랐다. 그러자 택시가 바로 출발했고 택시 기사가 사람 좋은 얼굴로 말했다.

“제 집도 수유동이거든요. 마침 집에 볼 일이 있어 그쪽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운이 좋으십니다. 하하하하.”

“네. 그러네요.”

현수는 일단 택시 기사의 말에 호응을 해 주었다. 하지만 어째 기분이 영 께름칙했다.

“응?”

그때였다. 현수는 뒤쪽에서 사람의 기척을 감지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달리는 차 안에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당장 차에서 나는 소음만 해도 그 소리보다 컸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수가 어디 보통 사람이던가?

‘뭐지?’

현수는 뒤쪽으로 집중을 했고 그러자 그의 귀에 옅은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현수는 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막 탐지 마법을 사용하려 할 때 택시가 멈춰섰다. 신호가 걸린 것이다. 그때였다.

“이거 제 와이프가 저 먹으라고 탄 커핀데 한 잔 하시죠.”

택시 기사가 뜬금없이 보온병에서 커피를 따라서 현수에게 건넸다. 현수는 일단 그 커피를 받았다.

“드셔 보세요. 맛은 제가 보장합니다.”

택시 기사가 어서 마시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면서 그의 입술이 실룩 거리는 걸 현수는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현수가 말했다.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커피를 못 마십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커피 알러지가 있어서요.”

“커피 알러지요? 그런 것도 있습니까?”

황당해 하는 택시 기사를 보고 현수가 말했다.

“저기. 신호 바뀌었는데요.”

“네? 아네.”

택시 기사는 와락 일그러진 얼굴로 몸을 돌려서 정면을 보고 정차 중이던 차를 출발 시켰다. 그러면서 힐끗 백미러로 현수를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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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가 출발하자 현수는 바로 뒤쪽으로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뭐야?’

그리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럴 것이 택시 트렁크에 사지가 결박 된 체 기절해 있는 여자가 둘이나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자들 모두 입에 재갈이 물려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가 들고 있는 커피로 향했다. 딱 보니 택시 기사가 커피에 무슨 수작을 부린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현수의 추측일 뿐이었다. 그때 백미러를 통해 현수와 택시 기사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마시기 싫으면 창문 열고 밖에 버리세요.”

택시 기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현수는 택시 기사에게 머리를 숙여 보이곤 뒷좌석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 진짜 커피를 밖에 버리자 택시 기사가 황당하단 눈으로 현수를 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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