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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식의 핸드폰은 꼭 받아야 할 전화만 울리게 되어 있었다. 그 말은 지금 걸려 온 전화는 배태식이 꼭 받아야 할 전화란 소리였다.
“비켜!”
배태식의 외침과 함께 놀란 두 여자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배태식이 기대고 있던 소파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협탁 쪽으로 손을 뻗어서 핸드폰을 챙겨들었다. 그리고 전화 액정을 확인한 배태식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여보세요.”
배태식이 바로 핸드폰을 받았다.
-.............
하지만 전화 건 상대가 침묵했다. 배태식은 기다렸다. 그러자 잠시 후 여자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만날 수 있을까?
“물론이지. 너라면 언제든지.”
-어디야?
“일산 집.”
-거기로 갈게.
띠띠띠띠띠띠.
그리고 전화 끊김 음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순간 배태식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야! 다 나가!”
그 말에 배태식의 똘마니들이 힐끗 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자신들의 할 일을 계속했다. 배태식이 약에 취해서 그냥 떠든 거로 본 것이다.
와장창창!
그때 거실 대형 유리가 작살이 났다. 배태식이 던진 화분에 말이다. 그리고 씩씩거리고 있는 배태식을 보고 똘마니들은 그의 말이 장난이 아니란 걸 그제야 깨달았다. 배태식은 화나면 사람이 180도 달라졌다. 한 마디로 미친 개가 되는 것이다. 그걸 아는 그의 똘마니들이 오입 중이던 자신의 성기를 빼내서는 황급히 저택을 빠져 나갔다.
“오빠!”
그런 그들을 쫓아서 여자들도 뛰쳐나갔고. 남은 배태식과 즐기던 여자 둘이 그의 눈치를 살필 때 배태식이 외쳤다.
“너희들도 나 가.”
후다다닥!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여자들도 저택을 나갔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시커먼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그 중 여자들이 서둘러 박살난 거실 유리를 치우고 저택을 정리했고 왕진 가방을 든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배태식에게 다가와 말했다.
“중화제 맞으시겠습니까?”
그 물음에 배태식이 대답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왕진 가방을 든 정장 차림의 남자가 테이블 위에 왕진 가방을 놓고 그 안에서 주사기와 주사액을 꺼냈다. 그리고 주사액을 주사기에 주입시킨 뒤 배태식의 팔을 걷고 주사기를 팔에 꽂았다.
“곧 환각에서 깨실 겁니다.”
주사를 놓고 난 뒤 그렇게 말하며 왕진 가방을 든 정장 차림의 남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10여분 뒤 집안을 깨끗한 상태로 돌아왔고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도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넓은 저택 안에 휑하니 적막이 감돌 때였다.
부르릉! 부릉!
밖에서 차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듣고 소파에 앉아 있던 배태식이 몸을 일으켰다. 잠시 뒤 초인종이 울리고 현관의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누가 왔는지 확인한 배태식이 문을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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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식과 통화를 끝낸 이주나는 그제야 변기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윽!”
그때 그녀의 아랫배가 잠깐 아팠다. 두 놈이 그녀의 아래 두 구멍을 어찌나 열심히 쑤셔 댔던지 움직이자 고통이 밀려 온 것이다.
“씨발.....”
여자인 그녀의 입에서 상스런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이내 고통이 사그라지자 그녀는 곧장 화장실을 나섰다. 그때 룸 안에서는 세 남자들이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나타나자 다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주나는 그들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곧장 한쪽에 널브러져 있는 그녀의 옷들을 챙겼다. 그걸 보고 세 호스트 중 하나가 그녀에게 물었다.
“누나. 왜 그래요?”
그 물음을 이주나는 간단히 씹어 주며 팬티를 입었다. 한 장에 백만 원도 넘는다는 명품 팬티였다. 이주나가 막 팬티를 걸쳤을 때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호스트가 후다닥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막 브래지어를 차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누나!”
순간 이주나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날았다.
쫘악!
이주나의 손을 잡은 호스트의 고개가 홱 옆으로 돌아갔다.
“뭐야. 이 미친 새끼는......”
이형석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자신이 너무 오버 한 것이다. 이주나의 입에서 미친 새끼란 소리까지 나왔다.
“죄, 죄송합니다.”
이형석은 재빨리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씩씩거리는 그녀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이주나는 마저 브래지어를 차고 하나씩 옷을 걸쳐 입었다. 그리고 하이힐을 신고 핸드백을 든 체 룸을 빠져 나갔다.
“휴우우우!”
그녀가 나간 뒤 룸 안의 세 호스트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무릎 꿇고 있던 이형석이 몸을 일으켰다.
“씨발년.....”
그의 입에서 바로 쌍욕이 나왔다. 그때 다른 두 호스트들이 한 마디씩 했다.
“그냥 가네.”
“에이. 똥 밟았다.”
그러다 두 호스트 중 하나가 이형석을 쏘아보며 말했다.
“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뭐?”
그 말에 이형석이 발끈해서 그 말을 한 호스트를 쏘아 보자 그 호스트가 이형석을 마주 쏘아보며 말했다.
“네가 안 나섰으면 팁은 주고 나갔을 거 아냐?”
그 말에 그 옆의 호스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씨발. 그래 내 잘못이다. 내가 그년 팁 매꿰 주면 되잖아.”
이곳 호빠 에이스 이형석이었다. 이주나 아니더라도 그의 손님은 많았다.
덜컥!
그때 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덩치 좋은 형님들이 어슬렁어슬렁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 호빠의 뒤를 봐 주고 있는 조폭들의 등장에 이형석은 물론 두 호스트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형석아. 가자.”
그 중 얼굴에 칼자국이 나 있는 조폭이 이형석을 보고 말했다.
“이, 이부장님. 가, 가긴 어딜 가요?”
이형석이 어설프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이형석이 이부장이라 부른 얼굴에 칼자국 난 조폭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우리하고 쪼까 산에 좀 올라가야쓰겠다.”
“사, 산이요?”
이 부장이란 조폭의 산이란 소리에 이형석은 물론 두 호스트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그러게 왜 그 분 심기를 건드렸어. 야! 끌고 가.”
“아, 안 돼. 이 부장님 살려 주세요.”
이형석이 살아보겠다고 나름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우악스런 조폭들의 힘에 이형석은 맥없이 룸 밖으로 끌려 나갔다. 그리고 룸 복도를 지나서 호스트빠 뒷문으로 끌려 나간 그 앞에 승합차 한 대가 대기 중이었다.
저 차에 타는 순간 자신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아는 이형석이 최후의 발악을 했다.
“씨발. 이거 놔. 경찰. 경찰 불러.....큭!”
하지만 그의 발악은 얼마 가지 못했다. 이부장이 수도(手刀)로 이형석의 뒤통수를 내려 친 것이다. 그러자 이형석이 기절하며 맥없이 쓰러졌다. 그런 그의 사지를 잡아 든 조폭들이 그를 대기 중인 승합차 안에 바로 처넣었다.
“이야. 이 새끼 좆 큰 거 보소.”
“그러니까 그걸로 먹고 산 거지.”
그때 승합차 앞자리에 올라 탄 이부장이 말했다.
“자고로 남자는 좆 대가리하고 입을 조심해야 허는 법인디. 그 새낀 주둥이를 잘못 놀려서 오늘 제삿날이 되어 버렸구먼. 가자. 아가.”
“네. 형님.”
이부장의 말에 승합차가 바로 출발했다. 승합차는 서울을 빠져 나와서 강원도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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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을 나선 이주나는 자신의 기분을 더럽게 만든 호스트 새끼가 괘씸했다.
“개 새끼가 오냐오냐 했더니......”
이주나는 호빠를 나서기 전에 호빠 매니저를 불렀다. 그리고 모종을 지시를 내렸다.
“형, 형석이를요?”
놀란 얼굴의 호빠 매니저가 이주나를 빤히 쳐다보자 그녀가 지갑 속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 이주나도 평소 잘 쓰지 않는 고액권 수표였다.
“그거면 개 값은 될 거 같은데.....”
수표의 금액을 확인한 호빠 매니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바로 그의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충, 충분합니다.”
“그럼 처리해 주세요.”
그 말 후 이주나는 호빠를 빠져 나갔고 그런 그녀에게 직각으로 허리를 굽혔던 호빠 매니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수표를 보고 실실 웃었다. 그리고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 부장. 근처지? 애들 데리고 여기 좀 와. 왜긴. 처리해 줘야 할 일이 있어 서지. 당연히 돈 되는 일이지. 그럼. 빨리 와.”
잠시 뒤 조폭들이 호빠에 나타났고 호빠 매니저가 이주나에게 받은 수표를 이 부장에게 보여 주었다.
“반띵! 어때?”
“일은 우리가 다하고?”
“싫어? 그럼 말아. 현철이 시키지 뭐.”
“하아. 알았다. 대신 현금으로 바꿔 줘.”
“알았어. 잘 처리나 하고 와.”
그렇게 조폭 이 부장은 호빠 매니저의 요구를 받아드렸고 호빠 에이스 이형석의 운명은 그렇게 결정 되었다. 비록 호빠였지만 젊은 남자의 삶을 그렇게 자기 멋대로 결정지은 이주나는 자기 차에 올랐다.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고 열정적으로 섹스를 하느라 술기운은 그녀 몸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운전 하는데 지장이 없을 거 같자 그녀는 직접 운전을 했다.
부우우웅!
그녀가 밟는 대로 차는 쭉쭉 잘 나갔다. 그렇게 일산까지 거침없지 질주한 그녀는 배태식의 저택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고 바로 대문이 열리자 그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의 배태식의 저택이라면 시끄러워야 하는데 어째 오늘은 조용했다. 그리고 안에 사람도 없었다.
“어서 와.”
배태식이 현관에서 사람 좋은 얼굴로 이주나를 맞았다. 평소 이 시간이라면 약이 쩔어 있어야 할 그가 아니던가? 이주나가 이상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자 배태식이 계속 웃으며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 요즘 많이 달라졌거든.”
‘달라져? 배태식이?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이주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걸 직접 말로 하진 못했다. 지랄 개 같은 성격의 배태식이 그 말을 들었다가 훼까닥 돌아버리면 그녀도 감당이 안 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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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거실 통유리가 없다. 눈치 빠른 이주나가 그걸 바로 눈치 챘다. 거실 유리창은 닫혀 있는데 밤바람에 그녀 머리칼이 날린 것이다.
“이쪽으로.”
그걸 모르는 배태식은 거실 유리창이 깨진 걸 그녀에게 들키지 않을 속셈인지 그녀를 2층으로 데려갔다.
‘그럼 그렇지.’
아마 얼마 전에 배태식이 유리창을 박살냈을 터였다. 그러니 배태식을 모시는 사람들이 박살난 유리창을 갈지 못한 것이다. 천하의 그들이라도 새벽에 저런 큰 통유리를 갈지는 못할 테니까.
“앉아.”
그가 2층 거실 소파에 자릴 권했다. 이주나는 그 소파에 앉았고 배태식이 그녀 맞은 편에 엉덩이를 걸쳤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차 한 잔 할래?”
-술이 아니라?
이주나는 그 말이 입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지금은 그녀가 아쉬워서 온 자리였다. 굳이 배태식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그, 그래.”
이주나의 대답에 배태식이 웃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