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516화 (516/712)

<-- 베이징 올림픽 -->

싸우는 남녀의 말에 현수가 귀를 쫑긋 세웠다.

“빌딩 주인 딸내미면 다야? 거기다 그 손님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선수들이야. 그럼 당연히 크게 이슈가 될 거고 우리 가게 영업 손실은?”

“그야 그 여자가 제 애비에게 잘 말해서 석 달 치 임대료 안 받는다잖아요.”

“임대료가 문제야? 우리 가게 이미지 손상은 어쩌고?”

“에이. 잠깐 있어 봐요.”

남자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접니다. 룸살롱 마담이............. 네. 네. 잠시만요.”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바꿔 주었고 여자는 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했다.

“.........네. 네. 그러니까 보상금 5억에 화성 빌딩 지하에 룸살롱을 내게 해 주겠단 말이죠? 호호호호. 그렇다면 부탁 들어 들여야죠. 네. 네.”

여자는 만족스런 얼굴로 통화를 끝내고 다시 핸드폰을 남자에게 넘겼다. 그러자 남자가 그 전화를 건네받아서 통화를 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몇 놈 제대로 손 봐 주도록 하죠. 네. 네. 그리고 이 일 끝나면..... 10억이요? 고맙습니다.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뒤 남녀는 곧장 룸을 나갔다. 그러자 소파 뒤에 숨어 있던 현수가 몸을 일으켰다. 남녀의 대화 내용으로 미뤄서 두 남녀는 조폭 두목과 이곳 룸살롱의 마담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통화한 상대인 이곳 건물주의 딸내미는......

“이주나!”

보아하니 이주나가 현수에게 차인 걸 보복하기 위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조폭 두목에게 뭔가를 시킨 모양이었다.

이주나가 조폭두목에게 시킨 건 통화 내용으로 유추컨대 여기 룸살롱에서 술 마시고 있는 현수의 동료 올림픽 축구 대표 팀 선수들에게 조폭들이 시비를 걸어 패싸움을 유발시키고 그때 선수 중 몇 명을 조폭들이 손 봐 주려는 의도인 거 같았다.

“손 봐 준다 라? 하여간 조폭 새끼들은.....”

현수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어제 북경에서도 조선족 조폭들 꽤나 처리했는데 한국에 돌아오자 여기도 조폭들이 깝죽거리고 있었다.

“근데 김대진하고 진짜 외사촌 사이 맞아?”

그래도 외사촌 사인데 김대진도 있는 이곳에서 그런 짓을 벌인다는 게 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아!”

하지만 이주나가 왜 그랬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김대진은 며칠 안에 소속팀이 있는 러시아로 떠난다. 때문에 폭력 사태가 벌어져도 김대진과는 아무 연관도 없게 되는 셈.

“이 년 봐라?”

제법 영악한 이주나에게 현수는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그 흥미는 좋은 의도의 흥미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영악한 년과 외사촌인 김대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대표팀에서 같이 동료로 뛰었지만 그 대표 팀은 금메달이란 소정 이상의 목적을 달성했고 해체 되었다. 그러니 그들을 한데 묶고 있던 울타리도 사라진 셈. 역으로 곧 러시아로 떠날 김대진은 현수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외사촌의 잘못은 그쪽도 좀 짊어 져야 하겠지.”

현수는 봐서 김대진에게도 그 책임을 물을 생각이었다. 김대진으로서는 억울할 테지만 어쩌겠는가? 외사촌을 잘못 둔 걸 말이다.

“자. 그럼 가 볼까?”

현수는 조용히 룸의 문을 열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

강남의 신세기파 하부조직의 두목인 방강식은 강남의 빌딩 재벌이라 불리는 이민석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조직을 운영해 나가고 있었다.

이민석과 신세기파 보스는 서로 잘 아는 사이로 신세기파 보스는 방강식에게 이민석이 시키는 건 뭐든 다 해 주란 얘기를 듣고선 이민석을 보스처럼 따랐다. 그런데 그의 그런 과잉충성이 폐단을 낳았다.

그가 이민석의 개가 되어 꼬리를 흔들자 이민석의 자식들도 방강식을 개처럼 여기고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 방강식은 이민석의 딸인 이주나가 제일 싫었다.

이주나는 보기엔 늘씬한 미녀로 호방한 성격까지 갖춰 주변에 평판이 좋았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게 아니었다.

이주나는 거액을 들여서 전신 성형을 해서 지금의 미모를 만들어 냈고 또 성격은 개지랄 같아서 지고는 못 살았다. 그런 그녀의 성격은 사실 이민석과 판박이였다. 그래선지 몰라도 이민석은 자신과 닮은 이주나를 좋아했고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 주었다.

그 때문에 이주나가 요구하면 방강식은 그녀의 요청을 뭐든 다 받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씨발. 이제 그년 때문에 청부 폭력까지 해 보네. 야. 준비 해.”

방강식의 명령에 그의 밑에 조직원들이 연장을 챙겼다. 물론 바로 연장 질을 하진 않을 터였다.

“명보한테 연락해서 들어가라고 해.”

방강식의 명령에 조직원 중 하나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가자.”

그때 방강식이 앞장을 섰고 그의 수하 15명이 우르르 그를 따라 나섰다. 방강식이 사용 중인 조직 사무실에서 룸살롱 칸타타가 있는 빌딩은 걸어서 5분 거리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방강식은 10분 전에 룸살롱의 장 마담을 만나고 여기로 왔고 말이다.

그가 애들을 데리고 룸살롱에 들어가면 그의 수하인 명보가 룸 안에서 축구 선수들과 시비를 붙고 있을 터였다. 그 다음 그 축구 선수들과 싸우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경찰이 뜨면 잡혀 가면 되고 말이다.

패싸움이니 서로 쌍방과실로 곧 풀려 날 터였다. 물론 이쪽에서 연장 질을 좀 하게 될 테니 수하 중 몇 명은 감방으로 가게 될 터였다. 하지만 이주나를 잘 설득하면 괜찮은 변호사를 붙여 줄 것이고 연장 질한 감방 간 수하들은 다들 초범들이니 길어야 6개월이면 나올 터였다.

“근데 형님. 꼭 경찰에 잡혀 가야 합니까?”

전과가 있는 수하 중 하나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방강식에게 물었다.

“그러게. 그년이 그렇게 하라네. 뭐 그래야 그 새끼한테 복수를 할 수 있을 거라나 뭐라나. 걱정 마라. 그년 아비가 경찰하고 잘 알잖아. 내일이면 바로 풀려 날 거야.”

“뭐 그렇다면야.....”

방강식은 이 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대한민국이란 곳은 돈과 배경이 있는 놈이 장땡이니까. 그는 그 돈과 배경을 갖춘 쪽에 서 있었으니 전혀 걱정 따윌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저기 보이네.”

룸살롱 칸타타의 간판이 방강식의 눈에 보였다. 방강식은 그 룸살롱 입구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 디뎠다.

--------------------------------------------------

룸살롱 칸타타에서 가장 큰 룸 안에 20여명의 남녀가 서로 바짝 붙어 앉아 있었다. 그때 남녀 한 쌍이 룸 한 가운데 서 있었는데 그 중 남자는 축구 대표 팀에서 가장 활발한 성격의 배재성이었다. 전남 페가수스 소속의 배재성은 소속 팀에서도 이렇게 사회를 볼 정도로 끼가 넘쳤다.

“자자. 잔들 높이 들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준 우리의 영원한 형님들. 김정욱 선수와 김대진 선수를 위하여!”

“위하여!”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선수들은 양주잔에 따른 양주를 단숨에 원샷했다. 그러자 그 옆의 여자들이 재빨리 빈 잔에 양주를 따르고 얼음을 넣어 주며 시중을 들었다.

여자들은 불과 30분 전에 이곳 마담과 함께 이 룸 안에 들어왔고 선수들은 각자 스타일에 맞은 파트너를 정해서 옆 자리에 앉혔다.

“흐흐흐흐.”

음흉한 웃음과 함께 남동현이 자기 옆에 앉은 늘씬한 미녀의 허리를 한 팔로 휘감았다.

“아잉....”

여자는 앙탈을 부리면서도 남동현의 품에 폭 안겼다. 그리고 그의 입에 과일 안주를 쏘옥 넣어 주었다.

남동현은 지금 안고 있는 여자와 곧 2차를 갈 생각에 벌써 아랫도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현수 그 새끼 때문에 완전 횡재 했어.’

올림픽 축구 국가 대표 팀에 발탁 되었을 때만 해도 남동현은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 전력으로 메달은커녕 16강 진출도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강현수란 녀석 때문에 떡하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게 금의환향해서 또 그 녀석 덕분에 이렇게 탤런트 뺨치는 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었으니 남동현에게 있어서 강현수란 녀석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다.

물론 녀석이 국내 프로리그에 진출한다면 골치 아픈 존재가 될 테지만 그건 후일 일이고 팀의 문제였다. 그것까지 지금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자자. 여기들 봐. 집중!”

그때 배재성이 주위를 환기 시킨 뒤 다시 잔을 치켜들며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엔 없지만 우릴 위해 많은 걸 해 준 숨은 공로의 선수가 있지. 다들 알겠지만 그 선수를 위해서 건배는 한 번 해 주는 게 예의일 거 같아서 말이야.”

배재성이 말한 그 선수가 강현수란 걸 룸 안의 선수들은 다 알았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팀 선수들은 군역 혜택을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러시아 제니스에게 뛰고 있는 김대진이었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김대진이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의 호프. 강현수를 위하여!”

그러자 그 옆의 김정욱도 잔을 높게 쳐들며 외쳤다.

“강현수 브라보!”

김정욱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군대로 직행했어야 했다. 물론 상무로 가서 뛰게 되었을 테지만 상무에 가지 않고 2년을 국내 리그에서 더 뛰게 됨으로서 그는 수억의 돈을 더 벌수 있게 되었다. 그때 현수의 룸메이트 였던 남동현이 장난 끼 어린 얼굴로 외쳤다.

“강현수 브라자!”

“크크크크. 그래. 브라자다.”

그러자 주위 현수의 동년배나 그보다 어린 선수들이 웃으며 브라자를 외쳤다. 그리고 잔을 비운 뒤 남동현이 자신의 파트너의 가슴에 손을 넣어서 기어코 그녀의 브래지어를 벗겨 냈다. 그러자 그걸 보고 김정욱이 외쳤다.

“야! 다 브라자 벗겨!”

“캬아악!”

그러자 룸 안에 꺅꺅거리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일었고 올림픽 축구 대표 팀 선수들은 자신의 파트너인 여자들의 가슴에서 브래지어를 벗겨냈다. 그리고 그 브래지어를 머리에 차거나 손으로 뱅뱅 돌리면서 여자들과 어울려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

쿵콰쾅! 쿵쾅! 쿵짜작!

룸 안에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고 젊은 남녀들이 뒤엉켜서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었다. 그런데 여자들 중 절반이 웃옷이 벗겨져서 가슴이 노출 된 상태였다. 그런 여자들의 가슴을 파트너인 남자들은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입으로 빨아대고 있었다. 그만큼 룸 안의 분위기가 점점 더 퇴폐적으로 흘러 갈 때였다.

벌컥!

갑자기 룸의 문이 열리고 건장한 남자 셋이 안으로 들어왔다.

“씨팔. 조용히 못해?”

그리고 그 중 대머리에 인상 더럽게 생긴 남자가 버럭 룸 안에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룸 안의 남녀들이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 되었는데 그때 대머리 남자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떠들었다.

“니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놀 수가 없잖아. 너희가 여기 룸살롱 전세라도 냈어?”

대머리의 그 말에 룸 안의 남녀 모두 기가 차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