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올림픽 -->
“자식. 이렇게 올 거면서 튕기긴....”
“근데...... 포장 상태가...... 우와. 이 옷 이태리 xxx아냐?”
“그러게. 너 임마. 집 좀 사는구나?”
현수에게 다가온 남동현과 배재성이 현수가 입고 있는 옷을 훑으며 뭐라 떠들어 댔는데 현수는 그런 그들은 무시하고 김대진을 보고 말했다.
“대진 형. 올 사람 다 온 거 같은데 룸살롱 가죠.”
술집에 들어 올 때 현수는 술집 안에 있는 축구 대표팀 동료들을 다 파악했다. 북경에서 같이 룸살롱 가기로 했던 멤버들 모두 술집 안에 있었기에 현수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은 김대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이번 판만 끝내고 가자. 그리고 너한테 소개 시켜 줄 사람이 있어.”
“소개요?”
그때 마지막 8번 공을 넣고 난 김정욱이 현수에게 말했다.
“그래. 저기 있는 여자 분이 네 팬이란다. 그래서 널 꼭 봐야겠다고 해서 말이야.”
김정욱이 그 말과 함께 당구 큐대로 가리킨 곳에 그들과 같이 당구를 치고 있었던 심상찮은 외모의 여자가 서 있었다.
하이힐을 신고 있었지만 그 키가 김대진과 비슷했다. 김대진의 키가 185센티니까 여자의 키가 170센티에 가깝다는 소리였다. 그 키에 작고 귀여운 얼굴, 그러나 몸매는 글래머러스한 그야말로 요즘 가장 인기 있다는 베이글 인 여자가 현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난 이주나라고 해.”
그때 현수 옆에 있던 남동현이 슬쩍 얘기했다.
“대진이 형의 외사촌 동생이래. 근데 저 여자 아버지가 강남에 빌딩만 수십 개를 가지고 있다네. 그리고 대진이 형이 데려 갈 술집도 그 빌딩 중 한 곳에 있고.”
“그래서. 설마 룸살롱 가는데 저 여자도 데리고 가겠단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지. 근데 네가 저 여자랑 만나 주면 룸살롱 1차비는 자기가 내주겠다고 했다지 뭐냐.”
“뭐?”
한 마디로 저 여자에게 현수를 팔아서 술들을 먹겠단 소리였다. 그때 슬쩍 배재성이 끼어들면서 현수 어깨에 팔을 두른 체 말했다.
“야야! 네가 좀 희생해라. 우리 2차 좀 가자.”
“2차?”
“그래. 1차 술값 굳으면 대진 형하고 정욱 형이 2차비를 내주겠다고 했단 말이야.”
한마디로 나를 희생 시켜서 자기들은 룸살롱 여자들과 오입(誤入)을 하겠단 소리였다. 당연히 그 짓에 순순히 동의할 현수가 아니었다.
“지랄하네. 내가 왜 그래야 하냐?”
그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남동현이 말했다.
“너 국내 프로에서 뛸 거지?”
“그런데?”
“그럼 우리하고 척 져서 좋을 거 없을 텐데?”
그 말에 근처에 있던 배재성은 히죽 웃었고 언제 왔는지 김정욱이 현수 앞에 나타나서 말했다.
“애들 좀 즐기게 해 줘라. 그래야 프로 가도 네가 편할 거야.”
성남 베어스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김정욱이었다. 프로 선배인 그가 그렇다니 현수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남동현이 턱짓으로 이주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 애 죽이지 않아?”
물론 그 때 이주나는 근처 다른 여자와 얘기 중이어서 남동현이 현수에게 자기 얘기를 하는지 몰랐다. 이주나는 베이글로 남자라면 누구나 혹할 만한 매력적인 여자였다. 하지만 현수에겐 아니었다.
‘얼굴 거의 다 뜯어 고쳤군.’
나름 티 나지 않게 성형 수술을 했지만 현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몸매도 보정을 해서 그렇지 가슴과 아랫배가 많이 쳐져서 막상 다 벗겨 놓으면 딱히 예쁘지도 않아 보였다. 현수는 이주나에 대한 평가를 벌써 내려놓았다.
‘그냥 만나만 주고 헤어지자.’
어차피 자리만 참석하고 봐서 집에 갈 생각이었던 현수였다. 그래서 쿨하게 자기 하나 희생해서 이주나랑 만나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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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이주나랑 데이트 해 주기로 결정이 나자 김대진과 김정욱이 축구 대표 팀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룸 가서 놀아 보자.”
“와아아아.”
환호성과 함께 그들이 우르르 술집을 나설 때 남동현과 배재성이 히죽거리며 현수 어깨를 툭툭 치고 술집 밖으로 나갔다. 현수는 그런 그들을 보고 생각했다.
‘아직 철이 없군. 하긴 이제 프로 들어갈 녀석들이니..........’
프로에서 단맛쓴맛 다보고 나면 자신들이 현수에게 한 짓이 얼마나 치졸한 행동이었는지 깨닫게 될 터였다. 그때까진 누가 뭐라고 해도 들어 처먹을 녀석들이 아니었다. 현수 자신도 그랬으니 말이다.
축구 대표 팀 동료들이 다 술집을 나가고 나자 이주나가 현수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당구 칠래요?”
그 물음에 현수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전 술이 마시고 싶군요.”
“술요? 좋죠. 그럼 여기서 말고 분위기 좋은 데로 가요.”
이주나는 아주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현수도 모른 척 그녀를 따라 움직여 주었다. 술집을 나서자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던 외제 차에서 불이 들어왔다. 이주나가 곧장 그 차 운전석에 타며 현수에게 말했다.
“타요.”
이주나는 처음 현수를 보고 반말을 했었다. 그걸로 미뤄 그녀 나이가 자신과 같거나 동갑이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동갑 맞았다. 차로 이동 중 현수가 그녀에게 묻자 그녀가 갑장이라며 말 놓자고 해서 현수도 쿨하게 그러자고 했다.
“근데 왜 날 보자고 한 거야?”
현수의 물음에 이주나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일찍도 물어 본다. 내가 너한테 반한 건 올림픽 결승전 때였어.”
“네덜란드 전(戰)?”
“응. 그때 네가 덩치 큰 서양인들을 상대로 탱크처럼 밀고 들어가서 골을 넣는 걸 보고 한 눈에 반했어.”
“터프한 남자가 좋나 보군.”
“응. 난 강한 남자가 좋아. 너처럼.”
현수는 그 말을 하면서 살짝 흥분한 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주나를 보면서 오늘 몸조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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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수는 아니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게 아무리 예쁘고 늘씬한 미녀라도 하기 싫었다. 그런 점에서 이주나는 딱히 현수가 당기지 않는 부류의 여자였다. 그런데 이주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현수에게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마치 현수가 자신을 당연히 좋아할 거란, 아니 좋아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예 근처 특급 호텔로 차를 몰아갔다.
그 호텔 라운지바로 현수를 데려 간 그녀는 킵 해 둔 꽤 비싸 보이는 술을 현수에게 권했다.
“으음. 좋네.”
그 술을 한 잔 마신 현수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정도로 술맛이 좋았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주나가 말했다.
“맥칼랜 라리끄서퍼듀라고 들어 봤어?”
“아니. 처음 듣는데.”
“스코틀랜드위스키인데....... 한 병에.....어디 보자. 한화로 계산하면 5억2800만 원 정도 하겠네.”
“쿨럭!”
이주나의 말에 현수의 입에서 절로 기침이 나왔다. 백성조 때문에 비싼 와인 좀 마셔 본 현수지만 5억이 넘는 양주는 처음이었다.
“아빠가 좋아하는 술이라 가끔 마셨는데 숙취도 없고 목 넘김도 좋아서 자주 마시는 편이에야. 자. 한 잔 더 받아.”
현수는 이주나가 따라 주는 양주를 받아서 그녀와 건배를 한 후 단숨에 비웠다. 뭐 비싸다고 해도 현수가 못 마실 정도의 술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현수와 이주나는 양주 한 병을 다 비웠다.
“어? 벌써 다 마셨네. 여기 이거 한 병 더요.”
이주나가 바텐더에게 다 마신 양주병을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바텐더가 이주나에게 정중히 말했다.
“손님. 죄송한데 그 술은 저희 가게에 더 없습니다.”
“네?”
“이달 말에 들어 올 예정인지라.....”
“아. 맞다. 이거 구하기 쉽지 않다고 했었지. 뭐 어쩔 수 없죠.”
이주나가 곧장 옆에 있던 현수를 보고 물었다.
“술 더 마실 거야?”
현수야 이주나가 권하니 마신 거지 그다지 술이 마시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고개를 내젖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텐더에게 주문했다.
“우리 칵테일 두 잔 줘요. 난 모히토. 넌?”
이주나가 현수를 보고 묻자 현수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복숭아 맛이 나는 칵테일이 뭐 있죠?”
현수의 물음에 바텐더가 바로 대답했다.
“피치 크러시가 있습니다. 복숭아 본래의 맛이 주는 신선한 감미로움과 레몬, 크랜베리 주스의 새콤한 과일 맛이 혼합되어 만들어지는데, 잘게 부순 얼음을 가득 채운 글라스에 은은한 분홍빛이 아름다운 칵테일입니다. 이름처럼 복숭아 향의 풍미와 적절한 시큼함이 상쾌한 느낌을 주죠.”
“그걸로 주세요.”
현수는 바텐더의 현란한 설명에 먹지 않아도 맛있을 거 같은 그 피치 크러시란 칵테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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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푸른빛이 도는 모히토 잔과 복숭아 빛이 도는 피치 크러시 잔이 서로 부딪쳤다. 빨대를 통해 시원한 칵테일이 입안에 들어오자 제일 먼저 복숭아 향이 강하게 났다. 현수는 두어 모금 칵테일을 마시곤 속이 시원하단 생각을 했다. 그때 현수와 달리 이주나는 빨대를 빼내고 터프하게 입을 칵테일 잔으로 가져가서 벌컥벌컥 모히트를 마셨다. 그리고 반쯤 마신 잔을 내려놓으며 현수를 향해 물었다.
“축구 할 때만큼 섹스 할 때도 그렇게 열정적이야?”
“푸우우!”
현수의 입에서 칵테일을 내뿜었다. 이주나가 직설적이라도 너무 직설적으로 물어오자 현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현수가 고개를 돌렸기에 그녀 쪽으로 칵테일을 내뿜지는 않았다.
“뭘 그리 놀라? 섹스도 안 해 본 거처럼.”
섹스야 어제도 한 현수였다. 올림픽 때 북경에서 현수가 한 섹스의 횟수는 올림픽 기간보다 더 많았다. 섹스 횟수로 보자면 매일 섹스를 한다고 봐도 무방한 현수였다. 그런 그를 이주나는 너무 우습게, 아니 애송이 취급하고 있었다.
‘이걸 그냥.....’
현수는 생각 같아서는 이주나에게 뜨거운 그의 좆 맛을 보여 주고 싶었다. 자신이라면 그녀를 떡 실신 시키고 기어서 호텔 방을 나가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형 미인인 이주나와는 별로 섹스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현수는 유혹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이주나의 눈빛을 슬쩍 피하면서 칵테일 잔에 꽂힌 빨대로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 현수가 칵테일을 음미할 때였다.
스윽!
현수 옆에 바짝 다가앉은 이주나의 한 손이 현수의 허벅지 위에 올려졌다. 그리고 그 손이 현수의 탄탄한 말벅지를 만졌는데 이내 그녀의 입에서 감탄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완전 대박!”
동시에 그녀의 손이 슬쩍 더 위로 올라오자 현수가 손을 뻗어서 그녀의 손을 막았다. 그러자 그녀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현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룸 준비 되어 있는데 그만 올라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