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올림픽 -->
장나희는 화장품부터 시작해서 고가의 핸드백까지 쇼핑 가방에서 나오는 현수의 선물에 연신 입에서 감탄사를 터트렸다.
“어머.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 화장품이잖아? 아아! 내가 갖고 싶어 했던 스카프..... 오빠. 이 빽 어때요? 저한테 잘 어울리죠?”
장나희를 도우며 부엌일을 마무리 짓고 거실로 나온 장충석은 여동생의 생기발랄한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너랑 딱 어울린다.”
장대인이 보기에 오늘 여동생은 10년, 아니 20년은 젊어보였다. 그리고 매일 저렇게 환하게 웃고 살게 만들어 줘야지 생각했다. 그 동안 자신이 해 주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지금부터라도 전부 쏟아 부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환하게 웃게 만드는 그의 조카 현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이 행복을 깰 수는 없어. 그랬다간......’
장대인의 눈에 빠르게 강렬한 살기가 스쳐지나갔다. 그걸 감지 못할 현수가 아니었다.
‘삼촌이 왜 저러지?’
현수가 그런 장대인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둘의 시선이 딱 부딪쳤다. 순간 장대인의 고개가 옆으로 살짝 돌아갔다. 현수에 대한 의구심이 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수도 그간 겪어 온 풍파 때문인지 그에 대한 대응이 빨랐다.
“삼촌!”
현수가 먼저 장대인을 불렀고 장대인은 바로 대답을 했다.
“왜?”
“이거요.”
현수가 웃으며 쇼핑가방을 들어 보였다. 모친인 장나희 것만 챙기게 아니라 외삼촌인 장충석의 선물도 준비해 온 모양이었다. 그 쇼핑 가방을 보자 장대인은 현수에 대한 의구심이 바로 풀렸다.
“네 엄마 것만 사지. 내 것은 뭐하러.....”
현수는 괜찮다는 장대인의 손에 기어코 쇼핑 가방을 안겼다.
“우리 현수가 오빠한텐 무슨 선물을 사왔을려나?”
자신의 선물은 다 개봉해 본 장나희가 눈길을 장대인의 쇼핑가방 쪽으로 돌렸다. 장나희도 그렇지만 장대인의 선물도 조윤미의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자기 아빠 또래의 장대인에게 딱 필요한 선물을 골라 주었고 장나희에 이어서 장대인도 아주 흡족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보고 현수는 생각했다.
‘주윤미에게 선물 사는 거 도와 달라고 하길 잘했어.’
아마 현수가 선물을 골랐으면 두 분에게 이런 호응을 얻진 못했을 터였다. 그러고 보니 주윤미에게 전화하기로 해 놓고 깜빡 잊고 있었다.
“엄마. 저 그만 올라가 볼게요.”
“어. 그래. 피곤할 텐데 어서 쉬어.”
“그래. 빨리 올라가거라.”
현수는 엄마와 외삼촌에게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의 말을 하고 2층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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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에 들어 간 현수는 핸드폰을 챙겨 들고 창밖으로 나갔다. 창밖 발코니에서 난간에 한 팔을 올린 체 잠시 야경을 감상하던 현수는 다른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눈앞으로 가져와서는 주윤미가 알려 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가 제법 울렸음에도 주윤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현수는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건 것이 아닌지 뒤돌아서 자기 방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9시도 안 됐는데?”
띠띠띠띠띠!
결국 전화는 부재중 전화로 통화음이 끊겼고 현수는 핸드폰을 껐다. 그때였다. 현수의 핸드폰이 바로 울렸다. 현수는 주윤미가 그에게 전화를 건 줄 알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현수야!
그런데 주윤미가 아니었다. 남자 목소리였으니 말이다.
“누구세요?”
전화기 목소리로는 상대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상대가 자신이 누군지 바로 밝혔다.
-나야 정욱이.
“아아! 정욱 형!”
-나와. 한 잔 해야지.
전화 건 상대는 바로 성남 베어스의 김정욱이었다. 이번 올림픽 축구 대표 팀의 와일드 카드 중 한 명으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제니트에서 뛰는 김대진과 함께 서울에 가면 근사한 룸에서 한잔 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였다. 아마 그 약속을 지키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오늘 현수는 가족들과 같이 집에 있고 싶었다.
“형. 저는 오늘.....”
현수가 정중하게 김정욱에게 사양의 말을 전했다.
-그러냐? 뭐 그럼 어쩔 수......뭐?......그래. 야. 대진이가 너 꼭 와야 된데. 안 그럼 오늘 룸살롱 가는 거 다 취소하겠단다.
“네? 그게 무슨......”
-....... 전화 줘 보세요.
그리고 누가 김정욱의 핸드폰을 받아서 말했다.
-현수야. 나 남동현인데.
“어. 동현아.”
-너 여기 안 오면 난리 나게 생겼다.
“뭐?”
-애들이 너 안와서 룸살롱 못가면 다들 다신 너 안보겠단다.
‘이런......’
현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것들이.......’
현수는 생각 같아선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건 축구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대표팀 동료들과 척을 지는 행위는 축구를 계속 해야 하는 현수 입장에서는 해선 안 될 짓이었다.
“하아. 알았어. 나갈게. 어디야?”
-야! 온데. 여기가 어디냐면............
현수는 남동현이 불러주는 위치를 머릿속에 잘 기억하고 통화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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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바로 외출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의 방에는 그가 입을 만한 옷이 없었다. 옷장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하긴 며칠 전에 이사한 주택이 아니던가?
“쩝쩝.....”
현수의 짐 가방 속에는 올림픽 때 입었던 옷뿐이었다. 그 중 외출복으로 입을만한 옷도 있었지만 그걸 또 입고 유흥가를 하는 건 좀 그랬다.
“뭐 어차피 몰래 갈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현수는 당연히 엄마와 외삼촌이 걱정 하실 테니 이 밤에 술 마시러 간다고 말하고 외출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들 몰래 나갔다가 그들 몰래 조용히 돌아오면 될 일이니 말이다.
“그럼 원룸에 갔다가 약속 장소로 가면 되겠군.”
현수는 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낸 현수는 그걸 바로 걸쳤다. 그러자 눈앞에 상태창이 바뀌었다.
[마법 아이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포인트 소비형)]
일정 포인트 사용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1.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5,000)
2.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7,000)
3.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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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울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20,000)
8. 각 도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15,000)
9. 대한민국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50,000). 단 섬 제외. 섬은 별도 구매
현수가 머릿속으로 자신의 원룸을 떠올리자 시스템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띠링! 현 위치에서 원룸까지 반경 38Km 안에 있습니다.]
현수가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를 선택하자 바로 결제 창이 떴다.
[띠링! 7,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7,665,890]
동시에 현수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였고 그의 모습이 그의 방에서 사라졌다.
스르르르!
그리고 사라진 현수는 그의 소유 원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으음.....”
현수는 원룸 안에 불부터 밝히고 탁한 공기부터 처리하기 위해 바로 창문을 열었다. 그가 대표 팀 합숙소에 들어가고 또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한 달 넘게 쓰지 않은 원룸이었다. 환기를 시키고 난 현수는 상태창의 마법 중 청소 마법으로 원룸 안 청소부터 했다. 그러자 이제 사람 사는 곳 같아지자 현수는 옷장을 열고 옷을 꺼내 입었다. 백화점에서 유혜란의 모친이 사 준 명품 옷이 이제야 제 값을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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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명품 브랜드 옷으로 도배를 한 후 거울 앞에 선 현수는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 자식인지 잘 났다.”
거울 속의 현수는 여느 모델 못지않은 핏을 선보이고 있었다. 거기다 얼굴까지 잘 생겼으니 이대로 길거리에 나가면 여자들이 눈 돌리기 바쁠 터였다.
“오늘은 조용히 가족과 지내려고 했는데....”
사실 오늘 현수를 보자는 사람은 많았다. 그 중 대부분이 여자들이었고 그가 특히 아끼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녀들에게 현수는 어렵게 양해를 구했다.
“뭐 대충 얼굴만 비추고 돌아오면 되겠지.”
현수는 다시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내서 그걸 걸쳤다. 그리고 남동현이 알려준 위치로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그러자 원룸 안에서 현수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스르르르!
그리고 현수는 홍대 근처 유흥가의 어두운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
현수는 발아래 물컹거리는 느낌에 밑을 내려다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것이 하필 그가 발을 디딘 곳에 누군가 오바이트를 해 놓았던 것이다. 현수는 바로 청소 마법으로 자신의 신발을 깨끗하게 만든 뒤 골목을 빠져 나왔다. 그러자 골목 밖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현수를 반겼다. 서울의 유흥가 밤거리가 현수를 향해 유혹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현수는 목적지를 찾아 큰길을 따라 걸었다.
“와아!”
“쥑이네.”
“씨발. 잘 났다. 잘났어.”
현수의 예상대로 발거리를 활보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현수 쪽으로 집중 되었다. 그 중 여자들은 100% 현수에게 시선을 돌렸고 남자들은 100% 현수를 쏘아보거나 빈정거렸다.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우월한 기럭지에 탄탄한 몸, 잘난 얼굴까지, 개중에 술취한 남자 중엔 대 놓고 현수를 욕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모른 척 그들을 지나쳐서 축구 대표 팀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저기로군.”
룸살롱에 가기 전에 축구 대표 팀 일행들은 술집에서 가볍게 한 잔들 하고 있었다.
딸랑!
현수가 그 술집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매케한 담배 연기가 그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술집 안은 제법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 안쪽 당구대와 다트판이 있는 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의 축구 대표 팀 일행들이 있었다. 현수는 당구대쪽으로 움직였다.
김정욱과 김대진이 큐대를 들고 있었고 원 여자가 공을 치고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가 어째 심상치가 않았다.
탁!
번호가 있는 당구공을 치고 있는 걸로 미뤄 포켓볼을 치는 모양인데 여자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단숨에 공 2개를 넣고 다시 하나의 공을 더 넣으면서 여자가 8번 공을 노리자 김정욱과 김대진의 얼굴이 벌레 씹은 얼굴로 변했다. 하지만 여자가 친 공은 미스 점프하면서 8번 공을 넣는데 실패했다. 그러자 일그러져 있던 김정욱과 김대진의 얼굴도 펴졌다. 그리고 김대진이 고개를 들다가 현수를 발견했다.
“현수야!”
김대진의 외침에 주위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신나게 떠들며 놀고 있던 축구 대표 팀 동료들이 두리번거리며 현수를 찾았다. 그리고 그 중에 다트를 던지고 있던 올림픽 선수촌 현수의 룸메이트 남동현과 배재성이 들고 있던 다트를 다트 판에 대충 던지고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지 현수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