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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12화 (512/712)

<-- 베이징 올림픽 -->

“드르렁! 드르렁!”

자신의 숙소 방에 들어 선 현수를 쌍포가 반겨 주었다. 여기서 쌍포란 현수와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동료인 남동현과 배재성의 코고는 소리를 말했다.

“이 소리도 오늘이 끝이군.”

내일 북경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올림픽 국가대표팀은 올림픽 대표팀 해단 식과 함께 해산을 할 터였다. 그리고 현수는 그리운 자신의 집으로 갈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가만.....”

집 하니 생각 난 게 있었다. 바로 일본에 계신 어머니와 외삼촌이 서울에 집을 구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현수는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지금 시간을 생각하곤 그 생각을 접었다.

“일단 좀 자자.”

곧 해가 뜰 테지만 그래도 그 시간만이라도 자두는 게 좋을 거 같았던 것이다. 현수는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시끄러운 쌍포가 그의 신경을 거슬렸다. 그래서 사일런트 마법으로 주위를 조용하게 만든 뒤 현수는 잠을 청했고 피곤했던 그는 이내 잠이 들었다.

“야! 빨리 일어나.”

그리고 룸메이트 남동현이 깨우자 현수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사이 날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40분이었고 그의 두 룸메이트 남동현과 배재성은 대표팀 유니폼으로 옷까지 갖춰 입고 있었다.

“젠장.....”

현수는 벌떡 몸을 일으켜서 곧장 샤워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씻고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유니폼을 갖춰 입고 숙소 건물을 나오자 공항으로 갈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휴우!”

늦지 않게 겨우 시간을 맞춘 현수가 한숨을 내 쉴 때 그의 두 룸메이트 남동현과 배재성은 다른 대표팀 동료들과 열심히 호박씨를 까고 있었다. 그때 두 녀석의 대화에서 오늘 아침 식사 메뉴가 나왔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현수는 직감했다. 두 녀석이 일부러 작당을 해서 자신을 깨우지 않은 걸 말이다. 그들이 일어났을 때 현수를 깨웠으면 현수도 여유 있게 짐 정리를 하고 아침 식사도 같이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것들이.....”

현수는 살짝 배신감이 들었다. 그럴 것이 자신은 그들을 위해서 아까운 포인트를 날려가며 술까지 구해 줬는데 저들은 합숙 마지막날 제대로 자신을 엿 먹였으니 말이다.

“두고 보자.”

현수는 다신 그 둘에게 호의 따윈 베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사이 열린 버스 짐칸에 선수들이 짐을 넣기 시작했고 현수도 자신의 짐을 짐칸 안에 넣고는 버스에 올랐다.

“다 탔지?”

축구 올림픽 국가대표팀 수석 코치는 제대로 인원 파악도 하지 않고 그 말 한 마디 묻고 나서 버스 기사에게 외쳤다.

“출발합시다.”

그렇게 올림픽 기간 동안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국가대표팀이 묵었던 선수촌을 뒤로하고 버스는 북경 공항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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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하자 현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가 먹통이었다. 그래서 현수는 외삼촌인 장대인의 핸드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다행히 장대인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삼촌. 저 현수에요.”

-어. 그래. 현수야. 어디니?

“지금 공항이요. 서울 가려고요. 근데 어머니와 통화가 안 되던데 어떻게 된 거예요?”

-그야 당연히 안 되지. 네 엄마는 지금 서울에 와 있거든.

“서울이요?”

-그래. 집까지 구해서 이사 끝냈다.

“벌써요?”

-어. 주소 불러 줄 테니까 서울 오면 그리로 와라.

현수는 장대인이 불러주는 주소를 머릿속에 기억했다. 그리고 탑승 수속을 해야 해서 자세한 건 서울에 가서 얘기하기로 하고 외삼촌과의 통화를 끝냈다. 막 탑승 수속을 끝낸 현수는 면세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머니와 외삼촌이 서울에 와 계시다니 맨손으로 갈 수 없단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두 분께 드릴 선물을 사러 면세점에 막 들어섰을 때였다.

“현수씨!”

귀에 익은 목소리에 현수가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누가 봐도 아름다운 주윤미가 그에게 다가왔다.

“윤미씨.”

현수가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그런 그녀 뒤로 두 여자가 있었는데 어째 현수의 눈치만 보고 감히 그에게 다가오진 못했다. 그럴 것이 그녀들이 북경 조선족 조폭들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 현수가 알고 있었으니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윤미야. 그럼 이따 봐.”

“아니 왜. 같이 쇼핑 해.”

“아냐. 둘이 잘 어울리네. 데이트 잘해.”

리듬체조 선수 박화영과 이가람은 주윤미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 뒤 후다닥 면세점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들 저러지?”

그런 그녀들을 보고 주윤미가 의아해 할 때 현수가 말했다.

“선물 사게요?”

“네. 현수씨도?”

“네. 갑자기 어머니과 삼촌 선물을 사야해서요.”

“갑자기요?”

“실은....................”

현수는 일본에 사시던 모친이 며칠 전 서울로 이사 오게 된 사연을 간략히 주윤미에게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난 주윤미가 바로 말했다.

“그럼 어머님 선물은 제가 골라드릴게요. 가요.”

주윤미가 현수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때 현수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그럴 것이 주윤미가 좀 전에 현수 어머니를 어머님으로 불렀기 때문에 말이다. 현수는 주윤미 같은 예쁜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면 기뻐해 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자 입가에 미소가 좀체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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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을 나오는 현수의 두 손에 쇼핑백이 잔뜩 들려 있었다. 주윤미가 이것저것 골라 준 걸 다 구입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수의 얼굴은 여전히 싱글벙글 이었다. 그의 옆에 아름다운 여자가 종달새처럼 계속 지저귀고 있어서 말이다.

“주윤미 아냐?”

“맞네. 그 옆에 남자는.....와아. 잘생겼다.”

“누구지? 저 완벽한 바디의 주인공은?”

“축구 선수 같은데?”

“축구 선수?”

“왜 이번 올림픽에서 축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데 가장 큰 몫을 해 낸 선수 말이야. 올림픽 최다득점 기록을 갈아 치운 선수. 이름이......현수인가?”

“강현수!”

“맞아. 강현수야.”

“이야. 둘이 잘 어울린다.”

“그러게.”

공항 안의 사람들이 현수와 주윤미를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시선이 둘에 집중 되었다. 그러다 하나둘씩 둘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때 후레쉬가 터지면서 현수와 주윤미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저기로 가요.”

그때 주윤미가 현수를 데리고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몇 명이 따라오긴 했지만 주윤미와 현수가 커피숍 구석 자리로 가 앉으면서 시선이 차단되자 따라 온 사람들도 머뭇거리다 이내 커피숍 밖으로 나갔다. 현수는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 될 쯤 커피숍을 나섰다. 그때까지 현수는 주윤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같은 운동하는 선수들이라 대화가 잘 통했다. 하지만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좌석배치가 달랐으니 말이다.

주윤미가 앞쪽이라면 현수는 한참 뒤쪽에 좌석이 주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가면 어차피 만날 수 있었기에 둘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탑승이 끝나자 비행기는 곧바로 이륙했고 2시간 뒤 현수는 인천 공항에서 어머니와 외삼촌을 만났다. 현수보다 먼저 내린 주윤미도 가족들과 만나서 공항을 나서고 있었다. 그런 주윤미와 현수는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그때 현수가 손가락을 귀로 가져갔다. 전화하겠다는 신호였고 주윤미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족들과 같이 공항 밖으로 나갔다.

“현수야. 장하다.”

“그래. 수고 많았다.”

현수는 목에 걸고 있던 금메달을 어머니의 목에 걸어드렸다. 그러자 현수의 장나희가 눈가를 소매로 훔쳤다. 그런 그녀를 흐뭇한 얼굴로 장대인이 지켜 볼 때 현수가 말했다.

“집에 가요.”

“그래. 가자. 네 엄마가 현수 네가 좋아하는 음식 잔뜩 해 놨다.”

장대인의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앞장서서 자신의 여동생과 조카를 공항 밖으로 이끌었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

그리곤 공항 내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집을 구하면서 차도 구입한 듯 장대인이 곧 차를 몰고 왔다. 중형 SUV로 새 차 티가 확 났다. 그 차에 자신의 짐을 실은 현수는 뒷좌석에 모친과 같이 탔다. 그러자 장대인이 곧장 차를 출발시켜서 공항을 빠져 나와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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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의 모친과 외삼촌이 산 집은 서울 강북구의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수유동의 한 전원주택이었다. 집값이 꽤 비싼데도 불구하고 현수의 모친 장나희는 좀 무리를 해서 구입한 이유는 서울 안에서 그나마 공기도 좋고 또 넓은 마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마당에서 현수 가족은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한잔 받아라.”

현수는 외삼촌인 장대인이 권하는 술을 받아 마셨다. 그러자 바로 준비 중이던 모친의 쌈이 현수의 입으로 들어왔다.

“와구와구.....쩝쩝.....마시쩌요.”

현수가 환하게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이자 현수의 모친인 장나희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 여동생을 지켜보는 장대인의 얼굴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고 말이다. 서로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떨어져 지냈지만 그들은 결국 한 가족으로 다시 뭉쳤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란 다짐을 속으로 하고 있었다.

“제가 할게요.”

“아니. 넌 피곤할 테니 그만 들어가 쉬어.”

“그래. 현수야. 여긴 네 엄마와 이 삼촌이 정리 해도 돼. 그러니 넌 그만 네 방에 가서 쉬어.”

현수는 바비큐 파티 후 뒷정리를 자신이 하려 했다. 하지만 모친과 외삼촌에게 등떠밀려서 자기 방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모친이 구입한 전원주택은 2층으로 현수의 방은 2층에 있었다.

“와아!”

자기 방에 들어간 현수는 입이 쩍 벌어졌다. 방문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벽 한 면이 전부 통 창인 창밖의 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멋있었던 것이다. 현수는 왜 모친이 이 집을 구했는지 알 거 같았다. 이 뷰(View)가 너무 환상적이라 딱 현수의 방으로 쓰면 좋을 거란 생각을 했을 게 분명했다.

“엄마도 참.........”

현수는 자신의 입으로 엄마란 말을 할 수 있는 거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그러자 자신에게도 이제 가족이 있단 사실이 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 줄 수 있단 사실이 기뻤다.

“아. 선물!”

현수는 바로 자신의 짐 가방을 정리한 후 북경 수도공항의 면세점에서 사 온 선물을 챙겨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어서 와. 안 그래도 부르려던 참이었다.”

그 사이 뒷정리를 끝낸 모친이 1층 거실에서 과일을 깎으며 말했다. 그런 모친에게 다가간 현수는 그녀 옆에 앉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엄마. 여기 선물.”

“선물?”

현수의 말에 휘둥그레진 얼굴의 장나희는 현수가 내민 쇼핑 가방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럴 것이 쇼핑 가방이 무려 다섯 개나 되었던 것이다.

“뭘 이렇게 많이 샀어? 얘가 진짜......”

장나희는 말은 그렇게 현수를 나무라듯 했지만 현수가 건네는 쇼핑 가방을 바로 건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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