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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10화 (5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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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철은 윤지민이 왕 회장의 비서란 사실과 그 왕 회장이 지금은 장대모의 지시에 따라 콘크리트 통 안에서 굳은 채 바다 속에 내 던져졌을 거란 얘기를 했다. 현수는 묵묵히 그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폭들이야 원래부터 잔인한 족속들이었으니 그러려니 한 것이다. 중요한 건 인과응보라고 그런 짓을 한 놈들이나 그걸 사주한 자들 역시 왕 회장처럼 죽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니까 왕 회장에 대해 잘 아는 저 여자도 죽일 생각이었는데 그 전에 저 새끼 관음증을 해소 시켜 주기 위해서 살려뒀다가 지금 돌림 빵 놓고 죽이려 했단 거네?”

“그, 그렇.....습니다.”

유성철은 자기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현수를 보고 차마 반말을 지껄일 수 없었다. 그럴 것이 그의 생사여탈권이 현수 손에 쥐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저 여자는 무고한 여자라 이거네?”

현수의 그 말에 유성철이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무고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왕 회장 역시 저희랑 다를 것 없는 자로 그런 왕 회장이 진짜 무고한 사람을 죽일 때 저년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유성철은 윤지민이 절대 무고한 여자가 아니라고 현수에게 항변했다. 정말 억울하다는 얼굴로 말이다. 그래서 현수는 윤지민에게 다가갔다. 그녀 역시 현수의 홀드 마법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현수는 일단 그런 그녀의 몸에 걸린 마법부터 풀어 주었다.

“아아!”

그러자 윤지민은 몸을 움직였는데 정신적, 육체적 데미지가 큰 탓인지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는 여전히 열어 둔 상태창에서 자백마법인 더 트루 컨페션(The truth confession)을 그녀에게 시전 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넋이 나가 있던 윤지민의 두 눈이 완전히 흐리멍덩해졌다. 그런 그녀에게 현수가 바로 물었다.

“이름이 뭐냐?”

“윤지민.”

자백 마법이 제대로 걸렸는지 확인 차원에서 그녀 이름을 물었는데 바로 대답하는 윤지민이었다. 그러자 현수가 본격적으로 물었다.

“왕 회장이 사람을 죽일 때 그 자리에 있었나?”

“그렇다.”

유성철의 말은 사실이었다. 녀석이 그것보란 듯 히죽 웃을 때 현수가 계속 윤지민에게 물었다.

“그때 혹시 네가 직간접적으로 사람을 죽인 적이 있나?”

“.............”

그 물음에 윤지민은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현수의 말이 이해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현수가 풀어서 물었다.

“왕 회장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네가 나서서 사람을 죽게 만든적이 있냔 말이다.”

그 말에 윤지민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있다. 예전에 미팅에서 날 찬 놈이었는데 그 놈이 빚 때문에 왕 회장에게 잡혀 왔는데 그때 내가 왕 회장을 부추겨서 그 놈을 개밥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개밥?”

현수가 의아해 할 때 그 궁금증은 유성철이 바로 풀어 주었다.

“왕 회장은 과거 도축장을 운영했었습니다. 그 도축장의 땅값이 확 오르는 바람에 부자가 되었고요.”

“아아!”

유성철의 그 말에 현수는 대충 이해가 되었다. 장대모가 시신 처리를 위해서 사료 공장을 운영했듯이 왕 회장이란 자는 도축장에서 시신을 처리한 모양이었다. 개밥이란 건 그 도축장에서 개를 키워 그 개 먹이로 사람을 던져 주었단 소리 일 테고 말이다.

“하여튼 조폭 새끼들 잔인한 건 알아 줘야 한다니까.”

혼자 투덜거리던 현수가 윤지민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네가 생각해서 넌 살인자야 아니야?”

대 놓고 묻는 현수의 질문에 윤지민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사실대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았다.

“내 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인 적은 없지만 나로 인해 죽은 자들이 꽤 되는 것 같아서..... 살인자인거 같네요.”

그 대답에 그녀의 모든 것이 결정 되었다.

“그래. 그럼 들어가야지.”

현수는 바로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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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마법에 걸린 윤지민은 현수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들어가.”

현수가 부대자루를 펼쳐서 그 입구를 열자 윤지민이 알아서 그 안으로 몸을 욱여넣은 것이다. 그걸 보고 있던 유성철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혹시나 해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불길한 예감은 바로 적중했다.

윤지민이 부대자루 안으로 사라지고 나자 현수가 턱짓을 하며 그에게 말한 것이다.

“뭐해? 너도 빨리 들어가.”

“네? 하, 하지만 저, 저는......”

유성철이 망설이며 주저하자 현수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팔 아프다. 빨리 기어 들어가라.”

털썩!

그러자 유성철이 현수 앞에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시키시는 건 뭐든 다 하겠습니다.”

눈치 빠른 유성철은 부대자루 안에 들어가면 자신의 삶도 끝난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순순히 부대자루 안에 들어가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귀찮게 하네.”

하지만 현수는 애초부터 유성철을 살려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더럽게 냄새나는 쓰레기를 남겨 둘 현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 발로 부대자루 안에 안 들어오겠다니 현수도 어쩔 수 없이 부대자루를 치웠다. 그걸 보고 유성철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하지만 현수가 부대자루를 치운 건 유성철을 살려 주겠단 소리는 아니었다.

어차피 장대모를 처리해야 하니 그때 유성철도 같이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목숨이 겨우 10여분 연장 된 것도 모르고 웃고 있는 유성철을 보고 현수가 상태창의 마법을 사용했다.

“홀드!”

그러자 유성철이 웃는 얼굴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런 유성철을 보고 현수가 말했다.

“거기 가만히 있어라.”

그리고 반대로 홀드 마법에 걸려 딸딸이 치면서 와인을 마시던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던 장대모의 몸이 풀렸다. 현수가 그에게 걸린 마법을 풀어 준 것이다.

주르륵!

마법이 풀리면서 와인 잔에 남은 와인이 장대모의 가랑이 사이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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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대모파 보스인 장대모가 특이한 정신 세계를 가진 놈이란 생각을 했다. 그럴 것이 그가 장대모에게 걸어 둔 홀드 마법을 풀었을 때 그가 보인 반응 때문에 말이다.

“에이. 이 바지가 얼마짜린데.....”

녀석은 바지에 와인을 쏟자 벌떡 몸을 일으키며 짜증을 냈다. 그 사이 현수가 뭘 했으며 유성철과 윤지민과 나눈 대화 내용도 다 들었을 텐데 녀석은 생각이 없는지 아니면 제 정신이 아닌 게 확실했다. 하지만 녀석이 왜 그런 소릴 내뱉었는지 이내 알 수 있었다.

휙!

녀석이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던졌고 현수의 시선이 그 와인 잔을 쫓을 때였다. 와인 잔을 던진 녀석의 그 손이 뒤춤으로 향했고 거기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걸 현수를 향해 겨눴다.

째앵!

와인 잔이 바닥에서 박살나서 그 파편이 튀는 걸 확인하고 현수의 시선이 다시 와인 잔을 던진 장대모를 향했을 때 녀석은 총구를 현수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이 씹 새끼야. 무릎 꿇어!”

그 장면을 보고 뻣뻣하게 몸이 굳은 상태로 있던 유성철의 두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장대모가 이대로 권총을 쏴서 현수를 죽인다면 자신은 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타앙!”

그리고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장대모가 현수를 향해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유성철이 아는 장대모의 권총 사격 솜씨는 대단했다. 실제로 장대모는 일주일에 두 세 차례 꼭 사격장을 찾아서 권총 사격을 했다. 그때 그는 과녁의 중앙을 거의 다 꿰뚫었다. 그런 그의 실력이라면 지근거리의 현수의 머리나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는 건 일도 아니었다.

“팅!”

툭!

‘씨발!’

석상 마냥 뻣뻣하게 굳은 상태의 유성철 발치로 찌그러진 탄알이 굴러왔다. 그걸 보고 유성철은 속으로 욕을 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총알이 현수에게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탕! 탕! 탕! 탕! 탕! 철컥!”

장대모의 권총은 리볼버 타입으로 6발의 총알이 장전 되었다. 장대모는 첫 발 실패 이후 현수를 향해 연속으로 다섯발을 전부 다 쏘았다. 그리고 총알이 없자 들고 있던 권총을 현수를 향해 집어 던지고 냅다 아파트 현관 쪽으로 내달렸다. 그걸 보고 현수가 중얼거렸다.

“네크로 그리스!”

그러자 현관을 코앞에 둔 장대모가 휘청거리더니 부웅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추락했다.

쿵!

“아이고!”

그리고 고통스런 얼굴로 허리를 잡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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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장대모가 자신을 향해 권총을 겨눌 때 상태창의 마법 중 밤스탠드 디펜스(Bomb stand defense)를 시전 했다.

현수도 피와 살로 이뤄진 인간인지라 무방비 상태에서 총에 노출 되면 위험했다. 물론 무공이 있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급소에 총알을 맞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말이다.

일단 안전상 총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현수가 사용한 실드 마법인 밤스탠드 디펜스(Bomb stand defense)은 수류탄이 터져도 끄덕없이 현수를 지켜 줄 터였다. 그러니 눈앞의 장대모가 겨누고 있는 권총 따위에 현수가 다칠 일 따윈 없었다. 장대모는 현수를 향해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 당연히 현수가 배를 째자 녀석은 바로 현수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하지만 그 총알은 현수 바로 눈앞에서 투명한 실드가 가로 막혔다.

‘우와! 우와!’

현수는 자기 눈앞에서 총알이 찌그러져서 튕겨 나가는 걸 보고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팅! 팅! 팅! 팅! 팅!”

그 뒤 총알 다섯 말이 더 현수를 향해 날아왔다. 다 그의 머리와 목, 가슴으로 한발이라도 맞으면 치명적인 부위로만 장대모는 총알을 쏴 댔다. 잔인하면서도 확실한 녀석의 성격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녀석은 현수가 자신이 쏜 총알을 죄다 튕겨 내자 신경질적으로 들고 있던 권총을 그에게 던지곤 냅다 현관 쪽으로 튀었다. 당연히 그 권총은 현수가 쳐 놓은 실드에 튕겨났고 그 사이 녀석은 잘도 도망을 쳤다.

권총에 총알이 떨어지자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도망을 선택한 녀석의 잔머리에 감탄하며 현수는 바닥을 미끄럽게 만드는 마법을 시전 했다.

그러자 현관을 바로 앞두고 미끄러진 녀석이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고는 고통스런 얼굴로 바닥을 나뒹구는 걸 보고 현수가 곧장 그쪽으로 발걸음을 내 디뎠다.

“으으으으.....”

그 상황에서 녀석은 현수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 보고 현관 쪽으로 기기 시작했다.

“으아악!”

철퍽!

하지만 현수가 걸어 둔 네크로 그리스 마법이 여전히 바닥을 미끄럽게 했기에 그는 제대로 기지도 못하고 얼굴을 바닥에 처박았다. 그 사이 현수가 그 옆까지 다가와 섰다. 그러자 녀석이 고개를 쳐들어서 현수를 쳐다보고는 ‘씨익’ 웃었다. 그 뻔뻔함에 현수가 다 기가 차 할 때 녀석이 냅다 현수의 두 다리를 끌어안으며 자기 쪽으로 확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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