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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부대자루 입구에 다리가 걸리면서 다행히 어두운 허공에서 그 아래로 추락하는 사태는 모면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입이 떡 벌어지면서 장중모는 다리를 모을 수밖에 없었고 그대로 깊은 심연 아래로 추락했다.
“..............”
장중모는 나름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가 추락 중인 곳에서 그의 목소리는 전혀 그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현수는 두 손을 모은 채 똥침을 찌른 자세를 풀며 아공간 부대자루를 챙겨들었다.
“짜식. 버티긴......”
텔레포트 바바리코트가 있는 한 장중모의 형이자 대모파의 보스인 장대모를 찾아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갈 순 없었다. 바로 눈앞의 여자들 때문에 말이다.
“그냥 윤미만 데리고 갈까?”
현수 생각으론 주윤미만 여기서 데려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주윤미가 깨어났을 때가 문제였다. 착한 주윤미의 성정으로 미뤄서 자신의 두 동료 리듬체조 선수들도 찾을 테니 말이다.
“귀찮게 말이야.”
현수는 방안 한 쪽에 널브러져 있는 주윤미의 두 동료 리듬체조 선수들인 박화영과 이가람을 짜증 섞인 얼굴로 쳐다 보았다. 그때 예민한 현수의 귀로 사람들의 기척이 들려왔다. 그런데 한 둘이 아니라 떼거지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 가라오케에 남은 조폭 잔당들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놈들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아니면 주윤미와 그 동료 리듬체조 선수들을 이곳에서 안전하게 데리고 나갈 수 없을테니 말이다.
“갔다 올게.”
현수는 잠들어 있는 주윤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인 뒤 방 밖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띠링! 장대모의 동생 장중모가 죽었습니다. 외뢰인이 10만 포인트를 지급하셨습니다.]
아공간 부대자루 안의 장중모가 이제야 죽은 모양이었다.
[띠링! 10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6,502,890]
쉽사리 10만 포인트나 획득한 현수는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주윤미와 그 동료들을 구하고 나면 얻게 될 포인트도 살짝 기대가 되었다.
“근데 안 오고 뭐하는 거야?”
방밖에 나선 현수는 가라오케 통로에서 너무 신중하게 자신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조폭 녀석들이 짜증났다.
“그래. 답답한 쪽이 움직이게 되는 법이지.”
그 말 후 현수가 먼저 놈들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려 할 때 조폭 중 하나가 그가 있는 쪽으로 왔다. 그래서 현수는 기다렸다. 그 녀석은 현수를 발견하고는 이내 몸을 돌려서 일당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잠시 뒤 20여명의 조폭 녀석들이 현수가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그래. 이래야지.”
현수는 그들을 기다리며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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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명의 조폭들이 한데 뭉쳐서 자신이 있는 방문 앞으로 오는 걸 보고 현수는 상태창의 보유 마법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마법을 꺼냈다. 바로 5서클의 폭발계 마법인 익스플로우드 데미지 쇼크(Explode damages shock)를 조폭들을 향해 시전 한 것이다.
쿠아아앙!
작은 집 한 채를 날려 버리는 폭발력의 마법이었다. 그 폭발에 휩쓸린 20여명의 조폭들 중 살아 있는 녀석은 없었다. 그런데 그 폭발의 폭음과 폭발력으로 인한 소음과 충격이 전혀 가라오케 건물 안에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다 엘리엇이 폭발계 마법인 익스플로우드 데미지 쇼크(Explode damages shock)를 쓰기 전 가라오케 건물에 차폐와 차음 마법인 트래킹 스펠 오브젝트(Tracking spell object)와 매지컬 사이트 헤이지(Magical sight hazily)를 먼저 걸었기 때문이었다.
“셋이 더 남았네?”
현수는 조폭들을 폭발계 마법인 익스플로우드 데미지 쇼크(Explode damages shock)로 다 쓸어 버린 줄 알았다. 하지만 뒤에 남은 녀석 셋이 더 있었다. 그 녀석들은 곧장 현수가 있는 쪽으로 왔고 현수는 그들을 기다렸다.
“헉!”
“맙소사. 이게 뭐야?”
폭발에 휩쓸려 죽은 20여 조폭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세 놈들 역시도 참혹하게 죽은 20여 조폭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서 와.”
그런 그 셋을 현수가 반갑게 맞았다. 그런데 그 셋 중 둘에게서는 살기가 느껴졌는데 한 놈에게서는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현수가 살펴보니 체형만 봐도 가방을 든 그 한 놈은 보통 중년 남자였다.
현수에게 살기가 감지된다는 건 곧 사람을 죽여 본 놈이란 소리였다. 그런 놈은 살려 둘리 없는 현수였다. 반면 고민스러운 건 그런 둘과 어울리고 있는 보통 중년 남자였다. 딱 봐도 살인자들과 잘 아는 사이인 모양인데 저런 자를 어떻게 해야 처리해야 할지 현수도 살짝 고민이 되었다.
‘뭐 좀 지켜보자.’
현수는 그 자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이후 그자의 행동거지를 보고 결정하기로 생각했다.
“씨발. 무슨 폭탄이라도 터진 거야 뭐야?”
“폭탄이 터졌는데 우리가 몰랐다고요?
“그럼 이건 뭔데?”
살기가 감지 된 누 놈이 떠들어대고 있을 때 그 뒤의 가방 든 중년 남자가 현수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 이유는 저 자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역시 문 박사야. 어이. 너!”
두 놈 중 반말을 찍찍 내 뱉던 중년 조폭 놈이 현수를 직시하며 물었다.
“여기 어떻게 된 거야?”
그 물음에 현수가 바로 대답해 주었다.
“어떻게 되긴 폭발이 있었고 그 폭발에 다 죽은 거지.”
그러자 두 놈 중 더 젊은 놈이 의아한 얼굴로 현수에게 바로 물어왔다.
“그런데 근처에 있던 우린 왜 그 폭발 소리를 못 들은 거야?”
그 물음에도 현수가 친절하게 바로 대답해 주었다.
“그야 내가 마법으로 폭발 소리가 안 나게 했으니까.”
“마법? 푸하하하하하.”
“이런 씨발. 별 미친 새끼가.......”
두 놈은 현수의 말을 비웃었다. 하지만 가방 든 중년 남자는 달랐다.
“그, 그만들 웃어. 저 자의 말이..... 아무래도 사실이 거 같아.”
“뭐? 문 박사. 너도 살짝 맛이 갔구나?”
“마법이래. 크크크크.”
두 놈들이 현수의 말을 믿지 않은 반면 가방을 든 중년 남자는 뭐에 꽂히기라도 한 듯 현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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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호와 구인석이 마법 타령이나 하는 현수를 비웃고 있을 때 문태용은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그 불길함의 원인 제공자인 현수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말이다.
“그래. 안 믿길 거야. 그럼 이건 어때? 홀드(Hold)!”
현수가 두 조폭들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어?”
“뭐, 뭐야?”
현수의 홀드 마법에 걸린 둘의 몸은 바로 뻣뻣하게 굳었다.
“내, 내 몸이 왜 이래?”
“꼼짝 할 수가 없어요.”
두 조폭은 당연히 당황스러워했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문태용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너, 너희들 왜 그래? 장난 치는 거라면 그만 두는 게 좋을 거야.”
“장난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지금 내가 장난하고 있는 걸로 보여?”
“씨발. 뭔지 모르지만 빨리 풀어라.”
송태호는 문태용에게 구인석은 현수에게 버럭 화를 냈다.
스윽!
그때 언제 움직였는지 현수가 문태용 옆에 서 있었다.
“허억!”
기겁한 문태용이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가 폭발에 찢겨져 나간 사체에 발이 걸려 벌러덩 뒤로 넘어졌다.
“으으으으.....오, 오지 마.”
어지간히 놀란 문태용이 현수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할 때 현수는 그런 그를 힐긋 내려다보곤 이내 시선을 두 조폭들에게로 돌렸다.
“이 형아가 좀 바쁘거든. 그러니 빨리 들어가자.”
그 말 후 현수는 손에 들린 부대자루를 펼쳤고 송태호부터 한 팔로 가볍게 들어서 부대자루 안에 넣었다.
“야 이 씨발. 뭐하는 거야. 안 돼. 하지 마. 으아아......”
신기하게 부대자루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시끄러웠던 송태호가 부대자루 안에 머리를 넣는 순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놀라운 건 부대자루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데 그 안에 송태호가 잘도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헉!”
송태호가 들어간 부대자루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던 문태용의 입이 떡 벌어졌다. 분명 송태호의 몸이 들어간 부대자룬데 현수가 그걸 다시 펼쳤던 것이다. 마치 새 부대자루를 열듯이 말이다.
“씨이바아알......안 돼.......으아.....”
그리고 송태호에 이어서 구인석도 현수의 부대자루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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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두 조폭을 처리하고 곧장 문태용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저를 그 안에 넣지 말아 주십시오.”
문태용이 두 발이 손이 되도록 현수에게 빌었다. 그런 그에게 현수가 물었다.
“당신 뭐야?”
“네?”
“딱 보니 조폭은 아닌 거 같은데.”
“저, 저는 의삽니다.”
“의사?”
“네. 실은...................”
문태용은 자신의 삶은 최대한 간략히 현수에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의산데 사정이 있어서 이곳 중국까지 흘러왔고 여기서 조폭들과 창녀들 치료를 해주며 근근이 살고 있다 이거지?”
“그, 그렇습니다.”
인간쓰레기들인 조폭들을 치료해 준 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주로 납치되어 온 이곳 창녀들을 치료해 준 것으로 문태용의 과오는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았다. 때문에 현수도 문태용을 죽이는 건 일단 배제시켰다. 하지만 문태용은 현수가 마법을 쓰는 걸 봤다. 물론 그 말을 믿어 줄 사람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현수의 시스템에 대한 비밀이 밝혀질지 모를 단초를 남겨 둘 순 없었다. 그래서 현수는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꺼냈다.
“허억!”
문태용은 현수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모자를 만들어내자 또 기겁하며 놀랐다.
“이리 와.”
현수의 손짓에 문태용은 잔뜩 겁을 집어 먹은 얼굴로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곳 가라오케의 넘버 원, 투인 송태호와 구인석을 마법으로 꼼짝 못하게 만든 현수였다. 그의 말은 무조건 따르는 게 좋다는 생각과 함께 문태용은 현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문태용의 머리에 현수가 들고 있던 모자를 씌웠다. 그러자 마법 아이템인 메모리 컨트롤 모자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상대의 기억 어느 부분을 지우고 어떻게 조작할지 정하세요. 모자에 손을 올리면 상대의 기억 속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현수는 메모리 컨트롤 모자가 시키는 대로 모자를 쓴 문태용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현수가 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문태용이 여기서 자신을 보기 전부터 시작해서 좀 전 모자를 씌울 때까지 기억을 전부 지웠다. 그리고 대신 송태호의 사무실 소파에서 꾸벅 잠든 걸로 기억을 조작시켰다. 그 다음 문태용의 머리에 씌어 있던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벗긴 뒤 그를 들쳐 메고 송태호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곳 사무실의 소파에 문태용을 눕힌 뒤 현수는 다시 주윤미와 그녀의 동료 리듬체조 선수들이 있는 방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