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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503화 (50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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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좆 됐다.’

장중모의 시선이 출구를 향해 있었는데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렇다는 건 방문 밖의 상황도 이 안과 마찬가지란 소리였다.

‘송 부장. 그 새끼는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장중모가 이곳 가라오케의 관리부장인 송태호를 속으로 찾을 때 송태호는 그의 사무실에서 구인석과 한참 그를 씹고 있었다.

“장중모 그 새끼, 개새낀 거야 너도 알잖아. 그러니 네가 참아라.”

“하지만......하아......형님과 애들만 아니었어도.......”

“그래. 잘 참았다.”

“자자. 마시고 털어 버려.”

그때 송태호와 같이 한 잔 하고 있던 의사 문태용이 구인석에게 술을 권했다. 그러자 양주를 병째 쥐고 있던 구인석이 벌컥벌컥 그 양주를 들이켰고 기어코 병에 남은 술을 다 비워 버렸다.

“야! 천천히 마셔. 그 독한 걸....”

송태호는 그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몸을 일으켜서 책상 쪽으로 갔다. 그리고 서랍을 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양주를 한 병 꺼냈다. 그걸 보고 구인석이 손을 내밀었지만 송태호가 손을 내저었다.

“안 돼. 이건 진짜 비싼 술이란 말이야.”

“지금 저보다 술이 더 중하다는 겁니까?”

그 말에 발끈하는 구인석을 보고 옆에 문태용이 껄껄 웃었다.

“크크크크. 야. 너 진짜 유치하다. 어떻게 그런 소릴......크크크크.”

“웃지 마십쇼. 저 지금 기분 더럽거든요.”

구인석은 싸움개처럼 그에겐 보스나 마찬가지인 송태호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의사 문태용에게 으르렁거렸다. 그때였다.

쾅쾅쾅!

사무실 문에서 거친 노크 소리가 울리고 벌컥 문이 열렸다. 그리고 구인석의 직속 수하 하나가 다급히 사무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뭐야?”

구인석이 신경질적으로 그 수하를 쏘아보며 반응하자 그 수하가 움찔하며 구인석에게 다급히 머리를 숙였다. 그러다 구인석보다 높은 송태호를 보자 기겁하며 거듭 허리를 굽혀대는 그 수하를 보고 문태용이 말했다.

“야! 그러다 허리 부러지겠다.”

그 말에 송태호가 피식 웃는 가운데 구인석이 재차 그 수하에게 물었다.

“뭔데?”

그러자 그제야 그 수하가 여길 찾은 이유를 얘기했다.

“누가 쳐들어 온 거 같습니다.”

“뭐?”

“옆쪽이 너무 조용해서 가봤더니..... 애들이 안 보입니다.”

그 말에 웃고 있던 송태호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고 구인석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문 박사는 여기 있어.”

송태호가 어느 새 책상으로 가서 서랍을 열며 말했다.

“그럴 수야 있나. 친구 다치면 내가 바로 치료해 줘야지.”

그러면서 문태용이 왕진 가방을 챙겨 들 때 송태호는 서랍 안에서 38구경 권총을 꺼내서 허리춤에 찼다.

그때 성격 급한 구인석은 이미 수하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간 뒤였다. 송태호도 곧장 사무실을 나섰고 그 뒤를 문태용이 왕진 가방을 든 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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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석과 송태호가 관리 중인 이곳 가라오케는 입구에서 두 길로 나뉜다. 두 길 모두 양쪽으로 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두 길 중 한 쪽이 조용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 길 모두 조직의 수하들이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한쪽이 조용하다는 건 그쪽 조직원들이 다 당했다는 말과 같았다.

송태호가 사무실을 나섰을 때 그가 있는 사무실 복도로 조직원들이 다 나와 있었다. 그들에게 구인석이 외치는 소리가 송태호의 귀에도 들려왔다.

“연장들 다 챙겼지?”

“네. 과장님.”

조직원들의 우렁찬 외침을 듣고 난 구인석은 자신도 뒤춤에서 사시미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가자.”

그렇게 구인석이 맨 앞장을 선 체 20여명의 조직원들이 우르르 움직였다. 그들은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가 이내 다른 쪽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정말 조용했다. 조직원들이 즉시 통로 양쪽의 룸을 뒤지기 시작했다.

“없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그런데 기가 막히게 이곳을 맡고 있던 조직원들이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어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딴 조직에 당했다면 시체라도 있어야 하는데 통로며 룸 안에 핏방울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저깁니다.”

그때 제일 앞에 정찰 삼아 보낸 수하 하나가 통로 제일 안쪽 방. 장중모가 변태 행각을 벌이고 있는 그 방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저 안에 처음 보는 놈이 한 명 있습니다.”

그 말에 구인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 명?”

우르르!

그 사이 그의 수하들이 일제히 그 방으로 몰려갔다. 그걸 보고 구인석도 수하들을 쫓으려 했는데 송태호의 목소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어떻게 된 거야?”

이곳 업소의 관리부장으로써 또 조직에서 구인석의 상관으로써 송태호가 묻고 있었다. 구인석은 발걸음을 돌려 송태호를 보고 대답했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 진 건 없습니다. 그런데 안쪽에 누가 있다 네요. 애들이 갔으니까 곧 무슨 말이 있겠죠.”

그 말을 하고 난 구인석은 안쪽 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어째 안쪽이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의 수하들이 20여명이나 우르르 그 쪽으로 들어갔는데 말이다. 그리고 안에 무슨 일이 있으면 그의 수하가 바로 나와 구인석에게 무슨 얘기라도 했을 터인데 그것도 없었다.

“뭐지?”

고개를 갸웃거린 구인석은 곧장 통로 끝에 있는 방쪽으로 움직였고 그런 그의 뒤를 송태호와 왕진 가방을 든 문태용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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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장중모가 주윤미와 그 동료 리듬체조 선수들을 납치한 배후란 걸 알지 못했다. 그런데 시스템이 그걸 알려 주었다. 현수가 변태 행각을 벌이고 있던 세 짐승들에게 다가갈 때 시스템에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띠링! 주윤미를 납치한 장중모는 대모파의 보스인 장대모의 동생입니다. 북경의 조선족 조폭 조직인 대모파는 그 악명이 대단한데요. 그래서 본 시스템의 의뢰인 중에 그를 최대한 잔인하게 죽여주면 특별 보너스 포인트를 지급하겠다는 의뢰인이 있습니다. 의뢰 포인트는 무려 100만, 그 동생인 장중모를 제거해줘도 10만 포인트를 지급하겠답니다. 단 이 의뢰는 선택사항이며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100만 포인트!”

‘하기 싫을 리가 있나. 그런데 저 새끼만 죽여도 10만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니. 여기 오길 잘했군.’

현수는 신이나서 환하게 웃으며 장중모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이 장중모에게는 더 기괴해 보였던지 장중모가 겁에 질린 체 외쳤다.

“씨발..... 오지 마.....저리 가.”

하지만 장중모가 가란다고 현수가 그를 두고 갈 일은 없었다.

스윽!

현수가 장중모 가까이 다가서서 그 얼굴 앞에 자기 얼굴을 디밀며 물었다.

“너! 지금 형 어디 있는지 알아?”

“뭐, 뭐라고?”

“네 형. 장대모가 어디 있는지 아냐고?”

“그, 그야 모르지.”

“그래? 그럼.....”

쫘악!

순간 장중모의 고개가 홱 옆으로 돌아갔다. 현수가 그의 싸다귀를 날린 것이다. 장중모는 그저 눈앞이 번쩍한 것 밖에 느끼지 못했다. 그런 녀석의 고개를 다시 원상태로 돌린 현수가 재차 녀석의 따귀를 날렸다.

쫙! 쫙! 쫙! 쫙!

“크흐흐흐......그마안.......아, 아프다.....제에바알.......흑흑흑흑.....”

현수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기계적으로 장중모의 따귀를 때렸다. 처음 두 번 정도 맞고 나서 장중모도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더 고통스러웠다. 뺨을 맞을 때 볼살이 뜯겨져 나갈 듯 아팠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아픈 만큼 그의 얼굴도 금방 부풀어 올랐다. 현수가 10대째 뺨을 때릴 때 장중모의 얼굴은 그 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 있었다. 그래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퉁퉁 부은 얼굴의 뺨을 따라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 눈물을 보고 현수도 막상 뺨을 때리지 않았다. 녀석이 불상해서가 아니라 이대로 뺨을 때리면 그의 손에 녀석의 눈물이 묻게 될 테니 그게 찜찜해서 였지만.

“장대모 어디 있는지 알려 줄 거냐?”

그 말에 장중모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바지 호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눈치 빠른 현수는 이미 장중모의 핸드폰에 뜬 번호와 이름을 확인한 터였다. 핸드폰에 한자로 兄(형)이라고 찍혀 있었는데 100% 장중모의 형인 장대모에게 전화를 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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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모는 현수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형인 장대모와 중국어로 통화를 할 생각이었다.

‘씨발. 너 이 새끼 뒈진 줄 알아라.’

장중모는 장대모에게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얘기하고 당장 사람을 보내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의 형 밑에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의 목숨을 무슨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자들 말이다.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자신을 구하게 하고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저 새끼를 자기 보는 앞에서 토막 내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 그에게 유창한 현수의 중국말이 들려왔다.

“허튼수작 부리면 네 얼굴을 딱 호박처럼 만들어 놓을 테다.”

그 협박이 제대로 통했던지 장중모는 한국말로 통화를 시작했다.

“어. 형. 나야.

마침 장대모가 그의 전화를 받은 모양이었다.

“지금 어디야? 왕징? 거기 그랜드 아파트 말이야? 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알았어. 술 많이 안 마실게. 사고는 무슨....... 내가 앤가....... 잔소리 할 거면 끊어.”

장중모는 진심으로 장대모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런 장중모에게 현수가 불쑥 물었다.

“그랜드 아파트 몇 동 몇 호?”

“108동 2305호요.”

그 대답을 해 놓고 장중모는 흠칫거렸다. 이렇게 쉽게 밑천을 드러내 버리면 정작 자신의 목숨은 뭐로 거래를 한단 말인가? 뒤늦게 후회가 들었지만 북경에만 그랜드 아파트는 수백채가 넘었다. 그리고 왕징에도 그랜드 아파트는 20여 곳이나 있었고 말이다. 결국 장중모의 도움 없이 저 인간은 형이 지금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그건 장중모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수고했어. 이제 들어 가.”

“네?”

현수가 아공간 부대자루를 펼친 채 장중모에게 말했고 장중모는 황당한 얼굴로 그런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럴 것이 그보고 웬 부대자루 안에 들어가라니 말이다. 부대자루 크기나 크면 또 몰라. 장중모 같은 성인 남자는 저 부대자루 안에 상체도 들어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수의 다음 말에 장중모는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맞고 들어갈래? 그냥 들어갈래?”

장중모는 현수가 펼쳐 놓은 부대자루 안에 몸을 욱여 넣었다.

“헉!”

그런데 부대자루 안이 이상했다. 당연히 짚어져야 할 바닥이 짚어지지 않고 마구 허공을 허우적거리게 된 것이다.

척!

그때 누가 장중모의 허리 뒷춤을 잡는 것 같더니 그의 몸이 부대자루 안으로 더 깊숙이 밀어 넣어졌다.

“안 돼!”

장중모는 뭐가 단단히 잘못 되었음을 깨닫고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두 다리를 ‘쫘악’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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