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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489화 (48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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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당장 옆을 힐끗 돌아보았는데 건장한 체구의 젊은 남자들이 곧 죽일 듯 현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현수도 아는 얼굴이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유도 간판스타인 유종탁 선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유종탁 선수 주위에 건장한 체구의 젊은 남자들도 어째 눈에 익었다. 아마도 유종탁 선수와 같은 유도 국가대표 선수들인 모양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렇게 쬐려 보는 거야?’

현수는 속으로 발끈했지만 응원 와서 같은 한국 선수들 끼리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참았다. 그리고 주윤미에게서 받은 치킨 버거를 두 번 만에 입속에 털어 넣었다. 그때 현수의 귀로 욕설이 가미된 빈정거리는 말투가 들려왔다.

“씨발. 누군 좋겠네. 주윤미 먹다 남은 햄버거도 먹고. 주윤미 침 묻은 걸 먹었으니 딥 키스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렇지?”

“뭐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네. 설마 진짜 키스하는 사이는 아니겠지?”

“주윤미가? 그랬다간 쟤 협찬하는 데에서 가만 안 있을 걸.”

“그럼 저 둘은 무슨 사인데?”

“뭐 어쩌다 알게 돼서 좀 친해진 사이가 아닐까?”

“맞네. 그거네.”

“그렇지?”

“재수 없게 생겼네. 저런 새끼가 의외로 여자가 많거든.”

“딱 봐도 그렇게 보이네 뭐.”

그 말들을 들으며 현수는 기가 찼다. 졸지에 자신을 바람둥이로 만들어버리는 건 둘째 치고 그들은 황당한 논리들을 펼치고 있었다.

‘나는 주윤미와 사귀면 안 되고 지들은 된다 이건가?’

왜 불륜도 자기가 하면 로맨스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딱 그 짝이었다. 주윤미가 많은 협찬을 받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었다. 협찬에 스캔들은 치명적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그녀에게 다들 관심을 끊어야 하는데 현수가 보기에 이 자리에 핸드볼 선수들을 응원 온 대한민국 국가 대표 남자들 중에 주윤미를 노리지 않는 남자는 없어보였다.

‘그래봐야 윤미는 내 여자거든.’

주윤미는 현수에게 푹 빠진 상태였다. 하긴 그렇게 뿅 가게 섹스를 해 줬으니 그의 품을 벗어나긴 힘들 터였다.

삐이이이!

언제 준비가 끝났는지 대한민국과 노르웨이의 핸드볼 결승 경기가 시작 되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

현수는 주윤미와 같이 박수를 치고 열심히 대한민국을 외쳤다. 핸드볼은 축구와는 상반되게 손을 사용했다. 패스와 드리블, 슛 모두 손을 사용했는데 상당히 스피드한 경기였다. 직접 관람을 하니 꽤나 스릴 넘치는 경기 진행으로 재미가 있었다.

삑!

그런데 그 재미를 반감 시키는 요소가 있었다.

“저, 저......”

“우와! 저게 반칙이라고?”

축구에서도 그렇듯 심판의 편파판정이 재미있던 경기에 찬물을 끼어 얹었던 것이다.

“정말 너무 하네요.”

현수 옆의 주윤미까지 한 소리 할 정도로 노르웨이에 편파적인 영국 심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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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14대 12로 대한민국이 2점 뒤진 채 전반전이 끝났다. 30분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현수는 재미있게 핸드볼 경기를 관람했다. 옥에 티라면 심판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노르웨이의 편을 든다고 할까?

현수는 10분의 휴식 시간 동안 핸드폰을 꺼내서 인터넷으로 핸드볼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그가 가장 먼저 본 것은 검은 유니폼을 입은 2명의 심판이었다.

“핸드볼은 같은 권한을 가진 2명의 심판원에 의해 진행이 되는군. 계시원과 득점기록원이 그들을 돕고 말이야.”

현수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주윤미는 화장실을 다녀오고 있었다. 전반전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급하다며 화장실로 뛰어갔었다. 그랬던 그녀가 오는 길에 반갑지 않은 녀석들에게 가로 막혔다.

“비켜 줄래요?”

주윤미는 의도적으로 자기 앞을 막아 선 유도 선수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에게 길을 비켜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배후에는 유도 스타 유종탁이 있었다.

“어이. 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유종탁이 곤경에 처한 주윤미를 구해주기 위해 나섰다. 자기가 무슨 정의의 용사라도 되는 듯 잔뜩 똥 폼을 잡으며 말이다. 누가 봐도 쇼하는 티가 팍팍 났기에 주윤미는 그걸 보고 화가 치밀었다.

“아니 주윤미 선수 아니십니까? 너희들 빨리 사과 드려.”

유종탁의 명령조에 기다렸다는 듯 유도 선두들이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진심이라곤 하나도 담겨 있지 않은 사과를 했다.

“미안합니다.”

“저희가 주윤미씨 인 줄 몰라보고 크게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 억지 사과를 받으며 주윤미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과 함께 유종탁을 홱 쏘아보며 말했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비키기나 해요.”

“장난이요? 지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유종탁은 뻔뻔하게 시치미를 뚝 떼고는 주윤미를 보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자 주윤미가 억지로 유도 선수들 사이를 비집고 빠져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걸 그냥 둘 유도 선수들이 아니었다.

“아아악!”

유도 선수 중 하나가 자신의 팔을 뿌리치고 빠져 나가려는 주윤미를 살짝 밀쳤다. 그러자 맥없이 뒤로 넘어지며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은 주윤미의 비명 소리를 냈고 그 소릴 들은 잠자던 사자가 바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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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핸드볼에 대해 좀 더 상세한 점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핸드볼 경기에서는 공을 가지고 3발자국까지만 뛰거나 걸을 수 있단 말이지? 그 이상은 반칙이고. 으음. 한 손으로 연속해서 드리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바닥에 튕긴 공을 두 손으로 잡은 다음 다시 드리블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볼을 3초까지 잡고 있는 것은 허용되지만 그 이상은 반칙이고................ 무릎 아래에 공이 닿아도 안 되며, 발로 차서는 물론 안 되고 말이야. 그러나 축구처럼 골키퍼는 그런 제한을 받지 않는군. 공을 잡기 위해 팔과 손을 사용하거나 한 손으로 상대편이 가진 볼을 건드려 떨어뜨릴 수도 있는데, 이때 주먹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또한 골키퍼는 전신의 어느 부분으로도 방어할 수 있으나, 상대편을 붙잡거나 부딪치는 일은 반칙이 되고..............골키퍼는 골에어리어 안에서 볼을 제한 없이 가지고 움직일 수 있으나 볼을 가진 채 골에어리어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에어리어 밖에 있는 볼을 에어리어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도 안 된다. 골키퍼는 골에어리어 밖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으나, 그 경우는 필드플레이어와 같은 규칙이 적용되며............. 공격선수들은 코트 위에 표시된 골에어리어 밖에서 슛을 하며, 골에어리어 안에서는 상대팀의 골키퍼만이 수비할 수 있으나 필드플레이어가 볼을 던진 다음 선을 넘어 들어갔을 경우, 그것이 상대편의 이익과 관계가 없을 때는 허용된단 말이로군. 대개 팀 동료에게 패스하게 되는 프리 스로는 가벼운 반칙을 범했을 때, 반칙을 한 지점이나 그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골라인 밖에서 주어지고 페널티 스로(penalty throw)는 심한 반칙을 한 경우에 골라인 밖의 페널티 지점에서 주어지는데.......................”

그렇게 현수가 핸드볼에 대해 지식을 늘려가고 있을 때였다. 귀에 익은 비명소리가 예민한 그의 귀로 들려왔다.

벌떡!

현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몸을 일으켰고 곧바로 소리가 들린 곳으로 움직였다. 그 사이 손에 들려 있던 그의 핸드폰은 그의 바지 뒤 호주머니 속에 들어갔다.

“저기로군.”

현수는 실내 체육관 밖에서 금방 유도 선수들에 의해 둘러싸인 주윤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주윤미를 유종탁이 막 일으켜 세우려 할 때였다.

“자. 일어나세요.”

유종탁이 주윤미에게 나름 친절하게 보이려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주윤미가 그 손을 잡을 리 없었다.

“괜찮아요.”

주윤미가 유종탁의 손을 거절하며 막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그 손 치워라.”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를 에워 쌓고 있던 유도 선수 하나가 벌러덩 자빠졌다. 그리고 그 유도 선수가 서 있던 자리를 통해 현수가 주윤미가 있는 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씨발. 뭐야?”

현수에 의해 밀쳐져서 쓰러진 유도 선수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현수에게 씩씩거리며 달려들었다.

“아악!”

그걸 보고 놀란 주윤미가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유도 선수가 현수를 바닥에 매다 꽂을 거란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쿵!

그러자 바로 바닥을 울리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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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탁을 비롯해서 주윤미를 에워싸고 있던 유도 선수들은 다들 같은 생각이었다. 현수가 떠밀어 쓰러트린 동료 유도 선수가 현수를 어떤 식으로든 바닥에 쓰러트릴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 예상을 벗어났다.

“헉!”

“저, 저.....”

유종탁과 유도 선수들 모두 입을 떡 벌린 체 눈앞에 벌어진 결과에 대해 다들 믿기지 않는 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것이 아쉽게 81Kg이하 체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현수의 멱살을 잡은 상태에서 되치기를 당해서 벌러덩 자빠진 것이다. 유도에서 보자면 한판 되치기였다.

“어어......”

정작 현수에게 되치기를 당해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던 당사자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입에서 제대로 된 말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현수는 유유히 손을 내밀어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주윤미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괜찮아?”

“으응. 난 괜찮아. 그보다.......”

주윤미가 걱정스런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다 휙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그때 유종탁과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슬그머니 현수 뒤에 몸을 숨겼다. 주윤미가 자신이 아닌 현수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걸 본 유종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져 있었던 것이다.

“쪽팔리게.... 빨리 일어나. 새끼야!”

유종탁이 현수에게 되치기 당해 쓰러져 있던 81Kg급 이하 체급 선수에게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러자 그 선수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덤블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네가 알아서 해.”

유종탁이 그 선수에게 턱짓을 하며 말했다. 좀 전에 당한 쪽팔림을 만회할 기회를 주겠단 소리였다.

그 선수는 앞서 와는 달리 완전 진지한 얼굴 표정으로 현수를 향해 움직였다. 보폭도 매트에서 움직일 때처럼 안정적이면서 두 손을 앞으로 모아서 언제든지 현수의 팔 다리와 옷을 잡아 챌 수 있게 준비하고선 말이다.

그때 현수는 자기를 향해 접근해 오는 유도 선수를 멀뚱히 쳐다보고 무방비 상태로 서 있었다. 마치 어서 공격해 오란 듯 말이다. 하지만 상대 유도 선수는 일체 방심하지 않고 점점 더 거리를 좁혀왔다. 그리고 현수와 두어 걸음 정도까지 접근하자 지체 없이 현수를 향해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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