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488화 (48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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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축구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와 무려 13골을 주고받으며 난타전 끝에 8대 5로 승리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건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 팀은 그 다음 날 정오까지 계속 휴식을 취했다. 한마디로 아무도 터치 하지 않아서 자기 방에서 계속 늦잠들을 잔 것이다.

대표팀 백승업 감독과 코치들 역시 마찬가지로 정오까지 자기들 방에서 태평하게 늦잠을 즐겼다. 원래 결승까지 진출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 팀은 한국에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에 다음 날 폐막식까지 참가하고 모레 한국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일정상 폐막식 날인 오늘은 남자 농구 결승 경기와 남자 핸드볼 결승 경기가 열리고 그 다음 베이징

꼬르르르! 꼬르륵!

“음냐아아......쩝쩝...... 배고프다.”

“으으으으...... 나도.”

“아침 먹으러 가. 그럼.”

“귀찮아. 뭐 먹을 거 없어?”

룸메이트인 남동현이 힐끗 현수가 누워 있는 침대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수가 바로 대답했다.

“컵 라면 있는데. 그거라도 먹을래?”

“끓여 주면 먹고.”

눈감고 있던 배재성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런 배재성을 보고 현수가 말했다.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 부어 오면 되는 데 그것도 귀찮냐?”

“응. 귀찮아. 근데 배는 고프다. 빨리 가져 와라.”

자신을 종 부리 듯 하는 배재성을 보고 현수가 한 소리 하려다 그냥 참았다. 어차피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면 배재성과 볼 일은 없었다. 물론 대표팀에 배재성이 차출 된다면 또 만날 수 있을 테지만 그건 그 때 가 봐야 알 일이고 말이다.

“게을러 터져서는......”

현수는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걸 보고 남동현이 말했다.

“현수. 나도 부탁 해.”

“뭐?”

현수가 남동현을 확 째려보자 녀석이 홱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것들이......’

현수는 속으로 천불이 났지만 이번에도 참았다. 이유는 앞서와 같았다. 남동현과도 한국에 돌아가면 더 볼 일이 없을 테니까.

현수는 자신의 침대 밑 짐 가방에서 국산 컵 라면 3개를 꺼냈다. 컵 라면 중에서도 작은 사이즈라 가방에 그리 크게 부피를 잡아먹진 않았다.

현수는 컵 라면 3개의 포장을 뜯고 뚜껑을 연 다음 스프를 뿌렸다. 그리고 그 중 2개를 들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휴게 공간이 나왔고 그곳에 냉온수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현수는 그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컵 라면에 받아서 뚜껑을 덮은 뒤 방으로 돌아왔다.

“자. 먹어.”

현수는 남동현과 배재성의 침대 옆에 뜨거운 물을 부은 컵 라면과 나무젓가락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먹을 컵 라면을 들고 다시 방밖으로 나가서 뜨거운 물을 받아서 돌아오자 언제 일어났는지 남동현과 배재성이 침대에 앉아서 컵 라면을 먹고 있었다.

현수도 잠시 기다렸다가 라면 면발이 다 익었다 싶자 뚜껑을 열고 뜨거운 국물부터 한 모금 마셨다.

“카아. 좋다.”

그리고 ‘후루룹 쩝쩝’ 거리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컵 라면이라도 먹고 나자 기력이라도 생긴 듯 남동현과 배재성도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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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남동현과 배재성과 함께 목욕 시설이 갖춰진 부속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씻고 다시 숙소 건물로 돌아 왔을 때 복도에서 대표팀 코치와 딱 마주쳤다.

“씻고 오는 거냐?”

“네.”

“그럼 방송 못 들었겠네.”

“방송이요?”

“응. 오늘 오후에 남자 핸드볼 결승전이 있는데 거기 응원하러 가야하거든. 그러니 어서 방으로 가서 옷 갈아입고 바로 나와.”

그 말에 남동현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근데 코치님. 거길 우리가 왜 갑니까?”

그런 남동현을 보고 배재성이 버럭 외쳤다.

“야 이 바보야. 우리나라 남자 핸드볼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 했잖아.”

“어? 그랬어?”

축구와 여자 아니면 관심이 없는 남동현 다웠다. 셋은 곧장 복도를 가로 질러 갔다. 그때 뒤쪽에서 코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수 촌장님의 특별 지시니까 빠질 생각 말고.”

그 말에 셋 다 움찔했다. 그럴 것이 셋 다 빠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원 점검해서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데리고 갈 거라고 하셨다. 감독님이.”

백승업 감독이 그랬다면 이건 현수도 어쩔 수 없었다. 셋은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갔고 바로 옷부터 갈아입었다.

핸드볼 응원 뒤 저녁 먹고 바로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이동해서 폐막식 행사에 참석할 터라 셋은 모두 대표팀 예복으로 갈아입었다.

공격수들인 남동현과 배재성은 모두 키가 190센티에 가까울 정도로 훤칠한 키를 자랑했다. 물론 현수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래서 그 셋의 정장 차림은 흡사 모델을 보는 것 같았다.

“쳇! 귀찮게....”

“그러게. 뭔 응원을 한다고.....”

남동현과 배재성은 남자 핸드볼 선수들을 응원 간다는 것이 그렇게도 싫은지 입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코치의 말대로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인원이 끝나자 백승업 감독이 직접 그들을 인솔해서 대기 중인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핸드볼과 기계체조 경기가 열리는 National Indoor Stadium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았다. 그런데

National Indoor Stadium에 도착했을 때 상황이 급변했다.

“우와! 여자 체조 선수들이다.”

“여자 양궁 선수들도 있어. 올림픽 2관왕 김혜미 선수다.”

“여자 핸드볼 선수들도 있어.”

주차장에는 축구 대표팀 선수들 말고도 대한민국 남자 핸드볼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이 여자 선수들이었고 말이다. 여자들이 있단 사실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이 급격해 밝아졌다. 그리고 그 중에서 단연 난리법석을 떤 것은 남동현과 배재성이었다.

“내가 가서 여자 체조 선수들과 같이 앉아서 응원하자고 말해 보도록 하지.”

축구 선수 중에서도 잘생긴 편에 속한 남동현이 총대를 메겠다고 하자 다들 주장답다며 그를 극찬했다. 하지만 여자 체조 선수들에게 간 남동현은 기가 팍 죽은 채 돌아왔다.

“왜?”

“싫다고 해?”

그러자 남동현이 긴 한숨과 함께 동료 축구 선수들에게 말했다.

“그게 같이 보기로 한 선수들이 있다네.”

“뭐? 거기가 어딘데?”

“유도 대표팀.”

“.............”

그 말에 축구 대표 팀 선수들 전부 입을 꾹 다물었다. 상대도 봐 가면서 싸워야지 유도 대표팀 선수들을 건드리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진배없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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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체조 선수들과 조인트에 실패한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기가 팍 죽어 있을 때였다.

“우와! 리듬 체조 선수들이다.”

“진짜 예쁘다.”

“저 우월한 기럭지.......”

태능선수촌에서 가장 미녀들이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리듬 체조 선수들의 등장에 한국 대표팀 남자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 리듬 체조계의 간판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주윤미도 있었다.

“주윤미다!”

“와아! 죽인다. 실물이 백배는 더 예쁜 거 같아.”

“주윤미하고 얘기 한 번 나눠보면 소원이 없겠다.”

주윤미는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국민 여동생으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그래서 CF만 5개를 찍고 있었고 말이다. 때문인지 몰라도 완벽한 몸매의 리듬 체조 선수들 중에서도 주윤미는 단연 돋보였다. 그런 그녀와 눈이라도 한 번 마주쳐 볼려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남자선수들이 기를 쓸 때였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시선이 축구대표팀에 머물렀다.

“뭐, 뭐야?”

“주윤미가 지금 우릴 보고 있어.”

그게 다가 아니었다. 갑자기 리듬 체조 선수들에게서 이탈한 주윤미가 축구 대표팀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 온다. 주, 주윤미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정말? 우와! 진짜 오는데?”

성큼성큼 축구 대표팀 쪽으로 걸어 온 주윤미는 축구 선수들 사이를 지나쳐서 남동현과 배재성 앞에 섰다.

‘오오. 신이시여!’

‘그럼 그렇지. 여자라면 날 좋아할 수밖에 없어. 그건 주윤미도 마찬가지고.’

배재성은 여신이 자기 앞에 있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아했고 남동현은 제대로 헛물을 켜고 있을 때였다. 주윤미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주위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일제히 충격에 빠졌다.

“현수씨. 저와 같이 응원해요.”

그녀가 찾은 남자는 바로 남동현과 배재성의 뒤에 서 있던 강현수였던 것이다.

“그럴까요?”

현수가 남동현과 배재성을 비집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웃으며 주윤미에게 손을 내밀었고 주윤미는 흔쾌히 그 손을 잡았다. 그렇게 현수와 주윤미가 같이 손을 잡고 실내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는 걸 축구 대표팀 선수들과 다른 대표팀 남자 선수들이 넋을 놓고 바라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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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응원석에서도 비교적 앞쪽에 앉았다. 물론 그런 그의 옆에는 주윤미가 나란히 앉았고 말이다.

“어젠 잘 잤어요?”

“네. 덕분에......”

어제 현수와의 뜨거운 정사가 떠오른 듯 주윤미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러다 용기를 낸 듯 그녀가 물었다.

“현, 현수씨. 점심 뭐 드셨어요?”

“점심이요?”

그러고 보니 아침은 자느라 굶고 점심은 컵 라면으로 때운 터라 갑자기 허기가 졌다. 현수는 사실대로 주윤미에게 말하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햄버거 같이 먹을래요?”

“햄버거요? 으음..... ”

주윤미는 햄버거 하나 먹는 거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럴 것이 리듬 체조 선수에게는 체중 관리가 연습만큼이나 중요했으니까. 현수도 그녀가 주저하는 이유를 바로 깨닫고 그녀에게 말했다.

“칼로리가 제일 낮은 거로 사올게요. 음료는 콜라대신 생과일주스로 하고.”

현수가 자신을 이렇게 챙겨 주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았던지 주윤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먹을게요.”

주윤미의 허락을 득한 현수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관중석 밖 매점 코너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맥두란드 체인점에서 햄버거 세 개를 샀다. 하나는 주윤미가 먹을 치킨 버거, 나머지는 자신이 먹을 불고기와 새우 버거에 음료는 생과일주스와 콜라를 주문했다. 그렇게 포장이 완료 된 햄버거와 음료수를 챙겨든 현수는 다시 관중석으로 들어갔다.

“여기.....”

현수는 먼저 주윤미에게 치킨 버거와 생과일주스를 건넨 뒤 자신은 불고기 버거 부터 먹어치웠다.

“우걱우걱.....쩝쩝.....”

콜라와 같이 먹자 불고기 버거가 금방 현수의 손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현수는 나머지 새우버거를 꺼내서 먹었다.

새우버거 역시 현수는 금방 먹어치웠다. 그런 현수를 옆에서 빤히 지켜보고 있던 주윤미가 겨우 절반도 먹지 않은 치킨 버거를 현수에게 내밀었다.

“이것도 먹을래요?”

“에이. 아닙니다. 윤미씨 드세요.”

“전 배가 불러서요. 이걸로 충분한 거 같기도 하고요.”

주윤미가 생과일주스를 현수에게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현수가 웃으며 그녀가 건넨 먹다 남은 그녀의 치킨 버거를 받았다. 그리고 막 그걸 입으로 가져 갈 때였다. 갑자기 주위에서 살기가 확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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