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올림픽 -->
양 팀 선수들이 라커룸 밖으로 나와서 복도 양쪽 벽으로 일렬로 늘어섰는데 비쇼베츠 감독은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전반전 끝나고 완전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팀 선수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생생해져 있었다. 우선 표정부터가 밝았다. 서로 동료들과 웃고 떠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여유 넘치는 모습은 마치 전반전 뛰기 전의 선수들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비쇼베츠 감독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건 바로 금지 약물이었다. 하지만 한두 명도 아니고 선수들이 전부가 약물을 복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IOC에서도 도핑테스트를 의뢰하겠지만 대 놓고 한 팀 전체가 금지 약물을 복용했을 리는 없었다.
비쇼베츠 감독이 황당한 시선으로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팀 선수들을 쳐다보고 있을 때 경기장에서 선수들 입장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를 듣고 맨 앞에 선 주심이 입구 쪽으로 움직였고 그 뒤에 늘어선 양 팀 선수들이 그 뒤를 따라 우르르 움직였다.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이 관중들의 함성으로 들썩 거렸다.
“와아아아!”
“대한민국! 대한민국!”
거의 일방적인 대한민국 응원단의 함성에 묻혀서 네덜란드 응원단의 목소리는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대로 묻혔다.
서로 바뀐 진영으로 뛰어 들어간 양쪽 선수들이 각자 자신들의 포지션에 자리를 잡고 그라운드 위에서 가볍게 몸을 풀 동안 주심이 공을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팀에 넘겼고 주장인 남동현이 공을 센터서클 한가운데 놓고 주심의 경기 시작 신호를 기다렸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에 남동현이 킥오프를 했고 전반전에 남동현과 같이 공격수 역할을 잘 해주었던 배재성이 그 공을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에게 패스하고 남동현과 같이 네덜란드 진영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때 전반전에 현수를 마크했던 마크맨이 쪼르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현수는 공을 바로 옆의 미드필더 김정욱에게 패스했다.
네덜란드의 비쇼베츠 감독은 마크맨 야프 스탐에게 후반 중반 까지만 현수를 악착같이 밀착마크 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체력은 아끼지 말고 말이다. 그 뒤로 교체를 해주던지 아니면 다른 선수로 대체를 해 줄 테니 염려 말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야프 스탐은 현수를 그림자처럼 따라 붙었다. 현수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말이다.
그 덕에 현수는 후반전 시작부터 혹 하나를 달고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이미 계산 되어 있는 바였다.
현수는 그저 마크맨을 달고 열심히 뛰었다. 옆에서 거추장스럽긴 했지만 없는 사람 취급했다. 보통 마크맨이 붙으면 패스를 하기 꺼려지기 마련인데 현수가 패스를 받을 수 있게 자신이 알아서 공간까지 만들며 열심히 뛰어 다녔기에 패스를 받고 또 패스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헥헥헥헥!”
대신 죽어나는 건 현수를 쫓는 마크맨이었다. 네덜란드는 백승업 감독이 예상한 대로 후반 초반부터 미드필더 진을 위로 끌어 올리고 강하게 압박을 해 왔다.
하지만 그 압박은 대한민국 대표 팀의 한 템포 빠른 패스에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면 그 때문에 네덜란드 진영의 뒤 공간이 훤히 열렸다.
그 걸 모를 현수가 아니었다. 그는 공을 받자마자 곧바로 측면으로 돌아들어가고 있는 공격수 배재성에게 길게 패스를 넣었다. 이때도 물론 현수는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해 둔 스킬인 정확한 얼리 크로스를 사용했다.
파파팟!
“나이스. 패스!”
배재성는 현수의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를 받아서 신나게 터치라인을 타고 올라갔다.
파악!
“악!”
이에 네덜란드 수비수가 거친 태클로 배재성을 제지했다. 주심은 그 수비수에게 주의를 주었고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좌측으로 5미터 정도 떨어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맞았다.
키커는 당연히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의 중원 사령관 강현수!
페널티에어리어 안의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팀 공격수들이 현수를 향해 일제히 손을 들었지만 그들의 마크하고 있는 네덜란드 수비수들이 너무 타이트하게 붙어 있었다. 그런 곳에 다가 제대로 공을 차 줘봐야 골로 연결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현수는 골대와의 거리와 각도를 가늠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욱!”
현수가 호흡을 고르며 조용히 카멜레온 축구복의 마법 아이템 창을 열었다. 아까 라커룸에서는 축구 스킬을 몇 가지 밖에 장착 시키지 못했는데 그 중엔 지금과 같은 프리킥 상황에 쓸 만한 슈팅 스킬은 없었다.
‘어디 보자.’
현수가 열린 카멜레온 축구복의 마법 아이템 창을 살폈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상급)]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 폭발적인 대시(Dash), 인사이드 드리블, 백숏, 마르세유 턴, 펜텀 드리블,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플립플랩, 라보나 킥, 불꽃 슛, 대포 슛, 무 회전 슛, UFO 슛, 오버헤드킥,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패스 가로채기 태클, 바나나 킥, 정확한 발리킥,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몸싸움 뿌리치기, 몸싸움 뒤 점프하기, 진흙탕에서 드리블, 진흙탕에서 헤딩, 정확한 점핑 헤딩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수중 드리블(+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전방 스루패스(+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크로스 오버 턴(+10,000),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
그리고 그 중에 무 회전 슛을 선택했다. 그때 현수 귀로 주심의 휘슬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익!
현수는 곧장 공을 보고 달려갔다.
파앗!
현수가 공을 찰 때 그의 발등을 최대한 펴졌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허리를 살짝 비틀면서 최대한 회전이 일어나지 않게 그의 몸이 신경을 쓰며 공을 찼다.
뻐엉!
슈아아앙!
공은 빨랫줄처럼 쭉 뻗었다. 그대로라면 골대를 훌쩍 넘어 갈 거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 골대 가까이서 공이 뚝 떨어졌다.
철썩!
그리곤 그대로 골포스트 구석으로 들어가서 그물망을 갈랐다. 그림 같이 멋진 무회전 슛이 터졌다.
“와아아아!”
골과 동시에 경기장 내 함성이 일었다. 프리킥을 찬 현수의 주위로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팀 선수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현수를 포위해서 끌어안았다.
“와아. 너 진짜 죽인다.”
“클래스가 다르네. 클래스가.”
“너 이러다가 레알 마드리드로 가는 거 아냐?”
“레알은 무슨, 바르셀로나에 가야지.”
동료들의 축하와 덕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심이 살짝 휘슬을 불었다.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주심에게로 향하자 주심이 빨리 경기를 진행하라는 수신호를 넣었다.
“자자. 경기 계속 뛰어야지. 가자고.”
현수가 먼저 움직이자 나머지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도 그 뒤를 이어 하프라인을 넘어 각자 자기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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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골을 터트려야 할 네덜란드가 되레 추가골을 내어주면서 네덜란드 선수들은 다를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비쇼베츠 감독의 외침이 그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빨리 경기 시작해라. 그래야 따라 잡는 추격 골도 넣고 동점골도 넣지.”
비쇼베츠 감독의 외침에 골을 먹은 네덜란드 선수들이 서둘러서 하프라인에서 킥오프를 했다. 동시에 네덜란드의 골게터 클라이베르트가 빠르게 내달렸고 그런 그에게 미드필더에서 날카로운 패스가 넣어졌다.
척!
그런데 그 패스를 중간에서 누가 끊었다. 클라이베르트의 움직임을 보고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팀의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가 그 패스 루트를 꿰뚫고 움직인 것이다.
“젠장....”
자신에게 오는 패스가 끊기자 클라이베르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러던 말든 현수는 커트 해낸 공을 바로 측면으로 돌렸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네덜란드는 후반에 시간이 지날수록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에게 한 번에 찔러주는 킥 앤 러시 전술을 애용했다. 아무래도 최소 시간에 최대한 빠른 골을 넣기 위함일 터였다.
그런 팀에게 성급하게 공격을 하다 끊기면 바로 위험을 초래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패스로 돌리며 현수는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 팀의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하프 타임때 백승업 감독이 그토록 주장했던 점유 축구를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아무 할 일이 없어진 네덜란드의 공격수 클라이베르트가 대한민국 진영에서 외롭게 고립 되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공을 돌리면서 얼마 간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현수가 점유율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공격으로 네덜란드 진영을 뚫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럴 것이 네덜란드 선수들도 오늘이 마지막 시합이란 걸 알기에 공이 가는 곳으로 악착같이 뛰어 다녔던 것이다.
특히 현수가 공을 잡으면 두세 명의 선수가 같이 덤벼들었고 교묘하게 반칙까지 일삼았다. 카멜레온 축구복의 스킬들이 상급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현수는 개인기로 얼마든지 2-3명의 네덜란드 선수들을 돌파 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수가 능수능란한 발기술로 두 셋을 제쳐도 그들이 현수의 유니폼을 슬쩍 잡거나 어깨나 팔을 잡아채면 돌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심은 그 상황에서 반칙은 불었지만 대부분 구두 경고로 그쳤다. 스코어가 4대 2로 대한민국이 이기고 있자 주심이 동점심이라도 생겼는지 지고 있는 네덜란드 편을 점점 더 들어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현수가 살짝 오기가 발동했다.
‘심판이 공정해야지 말이야.’
자기에게 온 패스를 받은 현수가 먼저 지쳐서 헉헉거리는 자신의 마크맨부터 간단히 따돌렸다.
파팟! 휙! 파앗!
그 다음 공을 툭툭 앞으로 차가며 하프라인을 넘었다. 그런 현수에게 네덜란드 진영으로 침투 해 들어간 전방 공격수들이 손을 들어 보였다.
“여기... 패스!”
“빨리 넘겨 줘.”
하지만 현수는 그들에게서 싹 시선을 거뒀다. 그리곤 패스 없이 그대로 공을 치고 네덜란드 진영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파파파파팟!
현수는 자신을 마크하기 위해 달려오는 네덜란드 선수를 보고 패스는 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퍽!
현수의 어깨에 부딪친 네덜란드 선수가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덩치는 현수만 했지만 현수의 파워를 당해 내지 못했다. 주심은 정당한 몸싸움으로 보고 그냥 넘어갔고 그 사이 현수는 더 앞으로 쭉쭉 밀고 들어갔다.
“잡앗!”
“뚫리면 큰일 난다.”
그때 네덜란드 선수 둘이 현수를 양쪽에서 압박해 들어왔다. 현수에게 몇 차례 거친 태클과 함께 주심 몰래 반칙을 일삼던 선수가 그 두 네덜란드 선수 중에 있었다. 현수는 그 선수를 보고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