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올림픽 -->
현수는 뒤통수가 근질거려 뒤를 돌아보니 클라우디오 파토가 자신을 죽을 듯 쏘아보는 걸 보고 생각 같아서는 혀라도 날름 내밀어 주고 싶었다. 약 오르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주심이 그를 보고 있어서 참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디 고립무원이 뭔지 느껴봐라.’
현수는 아예 최전방의 클라우디오 파토에겐 공이 가지 않게 만들기로 작정하고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뒤 클라우디오 파토는 자기 팀 선수들이 대한민국의 공을 뺏어서 자기에게 차주기를 바라며 하프 라인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공만 넘어 오면 언제든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클라우디오 파토에게 공은 넘어오지 않았다.
현수가 기점이 된 대한민국 2선은 쉽게 공을 뺏기지 않고 브라질 진영을 쉴 틈 없이 공략했던 것이다.
클라우디오 파토가 힐끗 전광판의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후반전도 10분이나 시간이 흐른 상황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계속 흐르게 된다면 대한민국이 골문을 잠그고 버티게 될 것이고 자칫 3대 2로 브라질이 패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몰랐다.
“제기랄. 왜 나한테 공이 안 오는 거야.”
클라우디오 파토가 자기 진영을 보고 툴툴 거리고 있을 때 상황은 브라질에 상당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현수의 중앙 돌파는 다미앙이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었는데 양 측면이 문제였다. 현수의 찔러 주는 날카로운 패스에 양 측면이 번번이 뚫렸던 것이다.
그걸 브라질의 풀백들이 어떻게든 걷어내고 있는데 그 공을 현수가 귀신 같이 자리를 잡고 받아내면서 한 동안 공이 브라질 진영 안에서만 공이 맴돌았다.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 왔을 때 골을 넣는 게 좋겠지.’
지금이 후반전 들어 대한민국에 있어서 가장 좋은 득점 찬스인 건 맞았다.
그래서 현수는 꼭 골을 넣을 생각으로 브라질 좌우측면을 휘젓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격 자원인 남동현과 유지광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 옆에는 브라질의 수비수들이 이미 착 들러붙어 있었다. 저런 상황이라면 현수가 아무리 좋은 패스를 넣어 줘도 막힐 공산이 컸다.
개인 기량에서 오늘 남동현과 유지광은 브라질 수비수들을 완전히 압도하지 못했다. 그래서 몇 차례 현수가 넣어 준 킬 패스를 홀라당 날려 먹고 있었다.
둘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없는 한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할 지금 그들에게 공을 넘겨 줄 순 없었다.
‘지금 넣지 못하면 자칫 축구 흐름이 브라질 쪽으로 넘어 갈 수도 있어.’
그때 주위를 살피던 현수의 눈에 왼쪽 미드필더 김정욱이 보였다. 그의 위치와 맞은 편 전방을 보니 마침 그쪽 공간이 비어 있었다.
브라질의 수비도 대한민국의 투톱인 남동현과 유지광에게만 시선이 가 있지 김정욱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 정욱형. 당신으로 골랐어.’
현수는 손을 들어서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한 뒤 그에게 공이 오자 받아서 바로 앞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현수 앞을 다미앙이 막아섰다.
“어딜....”
현수는 후반에만 5차례 돌파를 시도했고 그 중 3번이 다미앙에게 막혔다. 카멜레온 축구복의 장착 스킬도 다미앙에게는 거의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만큼 다미앙은 앞으로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실제로도 미래에 다미앙은 이탈리아 유베투스에서 리그우승컵과 함께 그해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일궈냈다.
‘그게 정확히 2013년인가 2014년인가 모르겠지만......’
어떻게 나머지 2번은 돌파 했는데 그때는 다미앙 뒤에 나타난 브라질 수비수까지 돌파하지 못해 결국 뒤쪽과 옆으로 패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후반에 들어 현수의 돌파는 다미앙에게 전부 막힌 것이다. 현수는 또 다시 다미앙을 돌파 할 것처럼 모션을 취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정욱형! 뛰세요!”
그때 그 소리를 들은 김정욱이 움찔했지만 이대 앞을 보고 냅다 뛰었다. 현수는 그런 김정욱이 달리는 것을 보고 공을 밟고 섰다.
이어 다미앙 앞에서 공의 방향을 튼 뒤 오른 발로 왼쪽 빈 공간 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팟! 뻥!
그 공이 날아가는 쪽을 돌아보던 다미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제 움직였는지 대한민국의 미드필더가 빈 공간 안에 뛰어 들어오고 있었고 크로스 된 공이 그 미드필더에게 정확히 전달 된 것이다.
김정욱은 현수가 넘긴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 하고는 오른팔로 힘껏 찼다.
뻐엉!
슈우우웅!
그 공은 사선으로 날아갔는데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향했고 브라질 골키퍼 네토가 팔을 뻗었을 땐 이미 그 옆을 지나쳤다.
툭!
그때 다급히 뛰어 들어오던 브라질 수비수의 다리에 그 공이 맞았고 굴절 된 그 공이 운 좋게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와아아아!”
텐진 노동자 운동장 한쪽 대한민국 응원단에서 일제히 함성이 일었다. 그리고 그 대한민국 응원단에서 하나된 목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짝짝짝짝! 대한민국! 짝짝짝짝!”
브라질 수비수의 자살골이지만 어째 건 자신의 슈팅 때문에 들어간 골이기 때문에 김정욱은 괴성을 지르며 현수에게로 달려왔다. 그리고 현수를 번쩍 끌어안아서 한 바퀴 돌린 뒤 내려 놓았다.
“멋진 패스였다. 하하하하.”
김정욱이 기분 좋게 웃었고 그런 그 주위로 대한민국 선수들이 모여 들어서 추가골이 들어 간 것에 대한 기쁨을 함께 누렸다.
“그렇지! 하하하하!”
1골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김정욱의 슛이 브라질 수비수의 다리에 맞고 들어가면서 추가골이 터지자 대한민국 감독 백승업은 너무 기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하지만 감독 체면에 그러진 못하고 선수들이 있는 그라운드를 향해 기분 좋게 웃으며 박수를 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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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축제 분위기인 대한민국 벤치와 반대로 브라질 벤치는 분위기가 싸늘하다 못해 냉기가 흘렀다. 하긴 동점골을 넣어도 모자랄 판에 추가골을 내어 주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것도 수비수의 자책골이라니. 분위기와 사기가 같이 뚝 떨어졌다.
마노 베르제스 감독은 팔짱을 낀 체 굳은 얼굴로 서 있었고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뭐라 계속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손짓은 계속 대한민국 진영을 향하는 게 빨리 공격해 올라가란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뭔가 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에 추가골을 내어 준 브라질이 서둘러 킥오프를 하면서 어째든 경기가 재개 되었다.
2골 차로 지고 있는 브라질은 빠르게 공격에 나섰다. 당연히 브라질 선수들의 마음이 조급 할 수밖에 없었다.
뻥!
그래선지 브라질의 중앙 미드필더 다미앙이 킥오프 된 공을 받자마자 바로 전방에 로빙패스를 올렸다.
파파파팟!
그때 언제 움직였는지 브라질의 스트라이커 클라우디오 파토가 대한민국 수비수들을 통과해서 다미앙의 패스를 받아 하프 발리킥을 날렸다.
뻐엉!
슈아아앙!
클라우디오 파토의 슛은 그대로 대한민국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다.
툭!
그 공은 대한민국 골키퍼 정우창이 쭉 뻗은 손끝에 살짝 맞으면서 굴절이 됐고 그 공이 하필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헉!”
그때 골대로 쇄도해 있던 네이마루가 발로 공의 방향만 살짝 바꿔 놓았다.
툭!
공은 데구루루 굴러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서 골망에 걸렸다. 오늘 제법 선방을 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골키퍼 정우창도 그 땅볼은 막지 못했다.
“와아아아!”
추가골을 내주고 나서 바로 추격 골이 터지면서 브라질 응원석에서 함성이 일었다. 뒤이어서 시끄러운 플라스틱 트럼펫이 울렸다.
뿌우우우우! 뿌우우우우!
네이마루는 골을 넣었음에도 골 세레머니 없이 곧바로 골대 안의 공을 챙겨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아직 지고 있는 상황인지라 브라질 선수들도 기쁨 대신 결연한 얼굴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브라질의 추격골은 현수도 어쩌고 자실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라 별 수 없었다.
‘골이야 또 넣으면 되니까.’
현수는 그 추격 골이 그리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다미앙란 생각을 했다.
추가골을 넣고 대한민국 수비진이 방심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번의 킬 패스로 골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브라질의 스트라이커인 클라우디오 파토의 역할이 가장 컸다. 현수는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의 센터백인 김대진에게 좀 더 클라우디오 파토를 타이트 하게 막아 줄 것을 부탁했다.
“걱정 마. 더는 클라우디오 파토가 골에 관여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김대진의 다부진 대답을 듣고서 현수는 다시 시선을 전방인 브라질 진영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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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4대 3!
추격 골을 허용한 대한민국에서 킥오프로 경기가 재개 되었고 공은 곧바로 대한민국 중원의 사령관인 현수에게 전달되었다.
현수는 중앙의 다미앙을 피해 좌측면으로 이동했고 그곳의 브라질 왼쪽 미드필더를 카멜레온 축구복의 장착 스킬인 플립플랩으로 제쳐 버렸다.
다미앙과 달리 그 미드필더는 수준이 떨어지는 지 현수의 카멜레운 축구복의 장착 스킬을 막아 내지 못했다.
그 뒤 현수는 곧바로 앞쪽 대한민국의 공격수 남동현에게 킬 패스를 넣어 주었다.
남동현은 수비가 정면을 막고 그 뒤에서 협력 수비까지 나오자 재빨리 옆으로 툭 공을 차 놓고 터치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해 들어갔다.
파파파팟!
그걸 본 대한민국의 또 다른 공격수 유지광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파팟! 파파파팟!
그때 현수도 슬그머니 대한민국 진영 2선에서 벗어나서 위로 올라왔다. 그걸 다미앙이 발견하고 외쳤다.
“저 괴물 잡아.”
브라질 선수들은 다미앙이 말한 괴물이 누군지 다들 바로 알아들었다.
파악!
근처에 있던 브라질의 세컨 스트라이커 네이마루가 즉시 현수를 마크했다. 개인 기량에서는 클라우디오 파토에 뒤지지 않는 네이마루였다. 아직 경험이 적어서 그렇지 그는 향후 브라질의 축구 미래를 책임질 공격수로 각광 받고 있었다.
그런 네이마루가 현수 앞을 막고 섰는데 어째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만큼 브라질 선수들에게 현수는 이제 경외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언제든 중거리 슛이 가능한 현수이기에 그의 침투에 브라질 수비의 신경이 온통 그에게 쏠려 있었다. 바로 그때 왼쪽 측면의 남동현이 낮고 빠르게 현수가 아닌 다른 쪽으로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그 공은 대한민국의 공격수 유지광에게 향했다. 유지광은 그 공을 잡아서 정확한 슛을 때리려 했는데 그 전에 브라질 수비가 먼저 그를 밀쳤고 중심이 무너진 유지광은 다급한 나머지 왼발로 어설프게 공을 찼다.
뻥!
슈웅!
공은 골대로 향했지만 골키퍼의 가슴팍에 쏙 안겼다.
“뛰어! 뛰어!”
공을 잡은 브라질의 골키퍼 네토가 전방을 향해 소리를 쳤고 그 소리에 브라질의 골게터 스트라이커 클라우디오 파토가 냅다 뛰기 시작했다.
브라질 골키퍼 네토는 그런 클라우디오 파토를 보고 손에 들고 있던 공을 뻥하고 찼다.
그 공을 힐끗 돌아보고 클라우디오 파토가 방향을 잡고 뛸 때였다.
휙!
누가 클라우디오 파토의 앞에서 점프를 했다. 클라우디오 파토는 달리던 기세를 죽이지 못하고 그 선수와 부딪쳤고 주심이 바로 휘슬을 불었다.
클라우디오 파토에 부딪쳐서 쓰러졌던 대한민국의 센터백 김대진이 이내 몸을 일으켰다.
“쳇!”
김대진의 방해로 절호의 찬스를 놓친 클라우디오 파토가 아쉬워 할 때 김대진이 곧장 전방을 향해 프리킥을 찼다.
뻐엉!
슈우우웅! 투퉁! 착!
그 공은 아직 브라질 진영에 남아 있던 현수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다. 현수는 투 바운드 된 공을 다리를 들어 받아 낸 뒤 그 공을 앞에 두고 빠르게 전방을 살폈다.
그 사이 현수가 공을 잡은 걸 보고 근처 브라질 선수들이 일제히 현수를 향해 뛰어왔다.
그들은 현수가 패스하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해서 세 방향에서 현수를 압박하며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