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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467화 (46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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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진영 좌우로 대한민국 투톱, 두 공격수가 최대한 간격을 벌린 체 침투해 들어가는 걸 훤히 다 꿰뚫어 보고 있던 현수는 자신을 막으러 나온 브라질 중앙 미드필더를 개인기로 또 제쳐 냈다.

파악! 툭! 휘익!

그 뒤 위치상 득점할 가능성이 더 높은 쪽으로 현수가 크로스를 올렸다.

뻐엉!

그때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의 주 공격수 남동현은 브라질의 왼쪽 공간으로 감각적인 침투를 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쪽에서 공이 날아왔는데 소리가 들렸고 바로 그의 왼발 앞에 공이 뚝 떨어졌다.

‘과연 강현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현수의 롱 패스는 뛰는 선수의 거리까지 계산해서 날아왔다. 때문에 이처럼 뛰는 도중에도 공을 안정되고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왼발잡이인 남동현이 바로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게 차기 딱 좋은 위치에 떨어진 공을 그는 왼발로 정확히 밀어 찼다. 시선은 골대 한 가운데를 향하면서 말이다.

뻥!

남동현의 발리슛은 회전 없이 골대로 쭉 날아갔다.

슈아아앙!

공이 살짝 든 상태라 저대로라면 공은 살짝 크로스바를 넘길 거 같았다. 하지만 골대에 다다른 공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허엇!”

브라질의 골키퍼 네토가 기겁하며 폴짝 뛰었지만 공은 그의 손보다 먼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출렁!

그야 말로 그림 같은 멋진 무 회전 발리슛이었다.

“으아아아!”

골을 넣은 남동현은 괴성을 지르며 대한민국 응원단이 뭉쳐 있는 쪽으로 달려가서는 등을 돌린 두 손으로 자신의 등 번호를 가리켰다.

등번호 10번!

즉 자신이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의 주 공격수란 걸 대한민국 응원단 앞에 확인을 시킨 것이다.

이건 아무래도 요즘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에서 강현수란 존재가 너무 부각 되는 데 대한 불만을 나름 표출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골이 누구 덕에 넣은 것인지 따진다면 남동현도 할 말은 없었다. 누가 뭐래도 그의 골을 만들어 낸 건 강현수였으니 말이다.

스코어 2대 1!

초반 기세 좋게 선제골을 넣고 앞서 가다가 동점골에 이어 역전골까지 내어 주자 브라질 벤치가 발칵 뒤집어졌다.

브라질을 열렬히 응원하던 브라질 응원단도 더 이상 시끄러운 플라스틱 트렘펫을 불지 않았고 소리쳐 응원도 하지 않았다. 다들 허망한 얼굴로 그라운드의 브라질 선수들을 쳐다만 봤다.

“안되겠다. 저 코리아 괴물에게 마크맨 붙여.”

전반전이 채 10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노 베르제스 감독의 긴급 처방이 내려졌다. 늘 그렇듯 강현수를 묶지 않고선 이 경기를 이길 수 없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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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 베르제스 감독은 전반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브라질 선수들에게 전 방위적인 압박을 지시했다. 어째든 남은 시간 동안 동점골을 넣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또한 이런 타이트한 압박 축구는 대한민국과 같은 부류의 팀을 상대할 때 마노 베르제스 감독이 주로 사용하던 전술로 상황이 급해지자 바로 꺼내 든 것이다.

마크맨이 붙자 현수도 움츠러들었다. 누구와도 몸싸움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기에 중앙미드필더의 역할은 다했지만 아무래도 정교함이 필요한 전방으로 찔러 넣어 주는 킬 패스 능력은 봉쇄를 당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전방에 패스를 넣어 주는 선수가 현수만 있는 건 아니었다.

현수의 좌우에 위치한 미드필더들인 김정욱과 조수영은 패스 능력이 뛰어났다. 때문에 현수의 패스를 받은 그들이 전방의 공격수 남동현과 유지광에 패스를 넣었다.

특히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김정욱이 넣어 준 로빙 패스가 그야말로 기가 막혔는데 그 공을 유지광이 감각적으로 하프 발리킥을 때렸다.

뻐엉!

슈아아앙!

“됐다.”

“들어가라!”

공은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고 다들 골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툭!

브라질의 골키퍼 네토의 손끝에 맞아 굴절 된 공은 아슬아슬하게 골포스트를 벗어났다.

“아아!”

그걸 보고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 할 때였다.

기막힌 선방을 선보인 브라질의 골키퍼 네토가 앞으로 빠르게 뛰어나가더니 페널티에어리어 끝에서 길게 스로잉(Throwing)을 했다.

“앗!”

그 공은 브라질의 중앙 미드필더에게 연결 되었고 그가 곧장 공을 몰고 하프라인을 넘었다. 그리고 전방의 브라질 스트라이커 클라우디오 파토에게 스루패스(Through Pass)를 연결했다.

클라우디오 파토는 그 공을 받아서 달려드는 대한민국 수비수를 등지고 감각적인 터닝슛을 날렸다.

뻥!

그 슛은 골에리어에서 바운드 되었다가 골대로 향했는데 그 불규칙 바운드 된 공이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 골키퍼 정우창의 손을 스쳐서 그대로 골 망을 갈랐다.

“이야아아!”

후반전 종료 시간이 다 되어 갈 때 드디어 동점골을 넣은 클라우디오 파토가 기뻐 포효하며 어퍼컷 골 세레머니를 했고 브라질 선수들이 그 주위로 모여 축하를 해 주었다.

뿌우우우! 뿌우우우! 뿌우우우!

“따봉! Brazil! Brazil!”

브라질의 응원단이 다시 플라스틱 트렘펫을 시끄럽게 불고 떠나가라 목청껏 응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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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센터서클에 공을 가져 올라와서 경기를 재개 하려 할 때 전반전 45분이 다 흘렀다. 주심은 추가 시간 2분을 더 주었고 이에 대한민국에서 바로 킥오프를 해서 공을 뒤로 보냈고 그 공을 현수가 잡았다.

그러자 현수의 전담 마크맨이 달려왔는데 현수는 그걸 보고 즉시 옆으로 패스를 했다. 그리고 마크맨의 옆을 지나친 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현수가 훌쩍 하프 라인을 넘어서 브라질 진영으로 침투해 들어가자 그 뒤를 마크맨이 따라 붙었다. 하지만 현수가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인 폭발적인 대시(Dash)를 사용하자 마크맨은 그를 쫓아오지 못했다.

바로 그때 현수가 달리는 앞쪽 공간으로 롱 패스가 날아왔다.

‘젠장....’

딱 봐도 공이 길어서 현수가 잡을 수 없었는데 현수는 몸을 날려 슬라이딩을 해서 두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받은 뒤 벌떡 몸을 일으켰다.

파팟! 투툭!

그 후 공을 치고 페널티에어리어로 돌파해 들어가려는 현수의 앞을 브라질의 센터백이 막아섰는데 현수는 그를 인사이드 드리블로 제쳐 냈다.

와락!

“아악!”

그러자 브라질의 센터백이 현수의 유니폼을 붙잡았고 중심이 무너진 현수가 비명과 함께 쓰러졌는데 그걸 본 주심이 바로 반칙을 선언했다.

삐익!

아쉽게도 반칙이 일어난 위치가 페널티에어리어 밖인지라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 하진 않았다. 하지만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노리기에 그 위치는 나쁘지 않았다.

현수는 주심이 찍어 준 위치에 공을 놓고 뒤로 다섯 걸음 쯤 물러났다. 그리고 정면에 벽을 쌓고 있는 브라질 선수들과 그 뒤편의 골키퍼와 골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애들아. 다 올라가. 어서!”

시간상 이번 프리킥을 끝으로 주심이 휘슬을 불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대한민국 벤치에서 백승업 감독이 수비수들에게 전부 브라질 진영으로 올라가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현수가 찬 공이 골대 안에 들어가지 않고 흘러 나왔을 경우 그 공을 주워 먹으려면 아무래도 박스 안에 대한민국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테니까 말이다.

현수는 프리킥을 차기 전 왼손을 높이 들었다가 내리면서 살짝 머리를 만졌다. 그걸 누군가가 보았길 바라며 말이다.

이때 브라질 선수들 뿐 아니라 대한민국 선수들도 다들 현수가 바로 골을 노리고 공을 찰 거라 생각했다.

이미 앞서 엄청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던 현수가 아니던가? 아마 이번에도 강력한 대포 슛을 쏠 공산이 컸다.

툭!

하지만 현수는 슛이 아닌 짧고 간결하고 정확히 왼쪽 골대 바로 앞으로 센터링을 올렸다.

그때 골대 쪽으로 쇄도해 들어 간 대한민국 센터백 김대진의 자기에게 날아온 공에 가볍게 머리를 갖다 댔다.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골대 왼쪽 구석으로 쏘옥 들어갔다.

출렁!

대한민국 센터백이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쇄도해 들어 갈 거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터라 브라질에선 아무도 그를 마크 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골을 내어 주고 말았다.

삐이이이익!

그 골이 들어감과 동시에 주심이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길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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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을 끝내고 벤치로 들어오는 대한민국 선수들을 백승업 감독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았다.

“하하하하. 잘들 뛰어 주었다. 수고들 했어.”

백승업은 벤치에서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했다. 라커룸 안에서 선수들은 각자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했다. 그때 센터백 김대진이 현수에게 직접 이온 음료를 건네며 말했다.

“고맙다.”

“뭘요?”

“좋은 일 시켜 줘서.”

“아아! 뭐 골을 형이 넣은 거잖아요.”

“맞아. 하지만 네가 만들어 준 골이지.”

김대진은 그 말 후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현수는 이온 음료를 마시며 편하게 바닥에 두 다리를 뻗었다. 그리곤 전반 동안 열심히 뛰어 준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 동료들을 위해서 상태창을 열었다.

늘 그렇듯 현수는 선수들의 피로를 일부 풀어 주기 위해서 세브럴 바디 리커버리(Several body Recovery)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선수들의 상기 된 얼굴과 가쁜 호흡이 빠르게 정상을 되찾았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라커룸은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선수들이 편안하게 휴식들을 취하고 있는 반면 브라질의 라커룸은 무슨 전쟁터 같았다.

“........ 진짜 그 따위로 밖에 못 뛰어? 특히 마지막에 프리킥 상황에서 선수 마크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사람만 잘 잡았으면 그 골은 먹지 않아도 될 골이었어.”

마노 베르제스 감독은 전반전에 뛴 브라질 선수들을 무섭게 힐책했다.

“아시아 팀이라고 우습게 봤다가 된통 당하니까 기분이 어때? 항상 말하지만 방심을 절대 금물이다. 후반엔 다미앙 하고 네이마루가 교체해서 들어간다.”

브라질의 중원 사령관이라 불리는 다미앙과 선봉장 네이마루가 후반에 교체 되어 들어간다는 건 브라질이 전력으로 후반에 대한민국을 상대하겠단 소리였다.

마노 베르제스 감독은 후반전에 진짜 브라질 축구의 쓴 맛을 대한민국에 보여 줄 생각이었다.

양팀에게 똑같이 주어진 15분의 휴식 시간이 끝났다.

“자자. 나가자.”

주장 남동현의 말에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라커룸을 나섰다. 그런데 라커룸을 나오는 두 팀 선수들의 분위기는 사뭇 상반 되었다.

여유 넘치는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과 달리 브라질 선수들은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어째든 그라운드로 입장 전 양 팀 선수들이 라커룸의 복도에 두 줄로 늘어섰다.

곧 이어 심판 저지를 갈아입은 심판진이 나타나고 그들이 앞장서서 걷자 선수들이 그 뒤를 따랐다.

현수도 그 속에서 끼어 걸어가다 불쑥 바로 앞에 있던 자신과 같은 미드필더 김정욱을 보고 말했다.

“정욱이 형!”

“왜?”

마침 앞쪽에서 걸음을 멈춘 탓에 대열도 멈춰 섰다. 김정욱이 뒤돌아서 현수를 빤히 쳐다보자 현수가 그에게 말했다.

“이따가 제가 뛰라고 소리치면 형이 서 있던 곳에서 무조건 정면으로 뛰세요.”

“뭐?”

“그럼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때 다시 앞쪽에서 움직였고 김정욱도 따라 앞으로 걸었다. 그러면서 투덜거렸다.

“뭐라는 거야? 쳇!”

현수는 그런 김정욱을 보고 피식 웃었다. 김정욱은 좌측 미드필더로 오늘 와일드카드 몫을 톡톡히 해 주고 있었다. 특히 현수 대신 전방으로 찔러 넣어 주는 로빙 패스는 현수가 봐도 기가 막혔다.

전반에 현수는 지금 같은 소릴 센터백 김대진에게 했다가 전반 막판에 짜릿한 역전골을 넣을 수 있었다.

그처럼 또 한 번 그런 기적 같은 일을 꿈꾸며 김정욱에게 얘기 한 건데 그게 실제 후반전에 어떤 식으로 유용하게 쓰일지 그건 현수 본인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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