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465화 (465/712)

<-- 베이징 올림픽 -->

김대진이 현수를 보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너 신인선수 계약기간은 아냐?”

“아뇨!”

현수는 이때 클럽이 우선 지명 선수와 몇 년 계약을 하는지 몰랐다. 물론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울산 HK에서 뛰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현수가 시치미를 떼며 대답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김대진이 말했다.

“잘 들어. 신인선수 계약기간은 클럽 우선지명선수와 1~3순위가 3~5년, 4~6순위는 1~5년이며, 번외지명과 추가지명 선수는 1년이야. 그럼 연봉도 모르겠네?”

“네. 뭐....”

“기본급연액, 즉 연봉은 1순위 5천만 원, 2순위 4천400만원, 3순위 3천800만원, 4순위 3천200만원을 받고, 5순위는 종전 2,600만원, 6순위 2,000만원이야. 그리고 6순위 이후에 지명 받는 번외지명과 추가지명선수의 연봉은 1,200만원인가 그럴 거야. 맞지?”

김대진이 김정욱을 쳐다보며 묻자 김정욱이 불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네가 해외로 진출할 경우 내가 보기에 3년 계약을 잡고 최저 연봉이 3억이다. 그런데 골랑 5천 만원 받고 국내 리그에게 뛰겠다고?”

“야! 돈이 중요한 건 아니지. 축구 선수는 뛰는 팀이 중요하다고.”

“너 말 한 번 잘했다. 너희 팀 감독 고구려대 출신이지?”

“그, 그래.”

“현수 연신대 다니는 거 알아 몰라?”

“그, 그게.....”

“너희 감독 고구려대 선수들 편애하는 거 해외 나가 있는 나도 다 안다. 그런데 약을 팔아?”

“그, 그야 현수 정도 실력이면 우리 감독도 주전으로 쓸 수밖에 없어.”

“현수가 뭐가 아쉬워서? 성남 베어스 말고 오란 곳도 많을 텐데.”

김대진의 그 말에 김정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생각해 봐도 현수를 자기 팀인 성남 베어스로 데려 가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 것이다. 그들이 로비에서 얘기 중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거의 다 1층으로 내려왔다.

“김정욱, 김대진! 어? 현수도 있었네. 야. 빨리 와서 버스 타. 훈련 가야지.”

수석 코치가 로비에 앉아 있는 그들을 발견하고 소리쳤고 셋은 곧장 짐을 챙겨 들고 리조트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버스에 오를 때 김대진이 현수에게 살짝 말했다.

“잘 생각해. 해외 진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혹시 에이전트 필요하면 내가 알려주고.”

“네. 잘 생각해 볼게요.”

현수의 대답에 김대진은 자기 할 말은 이제 다 했다는 듯 더 이상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버스에 오르자 버스는 근처 훈련장으로 바로 출발했다.

버스는 30분 뒤 지정 훈련장에 도착했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가볍게 몸들을 푼 뒤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훈련 시작 전 백승업 감독이 선수들에게 말했다.

“다들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우리 4강 상대는 브라질이다. 하지만 브라질과 8강에서 붙었던 온두라스가 브라질을 이길 뻔한 건 너희도 알 거다. 우린 그런 온두라스에 대승을 거뒀다. 그러니 브라질도 이길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맞지?”

“네에!”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대답했고 그 후 선수들은 기분 좋게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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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4강행을 결정지었고 그 다음 어젯밤 4강팀들이 속속 그 윤곽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브라질, 네덜란드, 아르헨티나가 베이징 올림픽 4강을 확정 지었던 것이다.

그 중 대한민국의 준결승, 즉 4강전의 상대는 바로 브라질로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축구 최강국이었다.

물론 현수는 4강전 상대가 브라질인 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몸 싸움을 즐기는 유럽 쪽 보다는 남미 선수들을 상대하는 게 현수는 더 편했다. 카멜레온 축구복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면 또래 선수들은 얼마든지 상대가 가능했으니 말이다.

내일 4강전이 열릴 텐진 노동자 운동장에서 오전에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끝낸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숙소에서 가까운 전용 훈련장으로 이동해서 마무리 훈련을 끝내고 숙소인 리조트로 돌아갔다.

리조트 1층 식당에서 맛있는 한식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거기서 든든히 배를 채운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1시간 휴식 뒤 내일 있을 브라질과의 시합에 대비한 마지막 전술 회의를 가졌다.

백승업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생각보다 브라질과의 일전에 신경이 많이 곤두서 있는 것 같았다.

아시아 축구에 워낙 강한 남미 축구, 거기다 상대가 남미 최강 브라질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백승업 감독이 회의장 단상 위에서 아래에 앉아 있는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휘익’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도 훈련하느라 고생들 많았다. 드디어 내일 올림픽 결승에 진출을 하느냐 마느냐가 갈리는 중요한 시합이 열린다. 다들 내일도 최선을 다해 뛰어 주리라 믿는다.”

그 말 후 백승업 감독은 무대에서 내려가고 곧장 수석 코치가 무대에 올라와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내일 상대할 브라질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알다시피 브라질은 조별리그 예선전에서 개최국 중국을 4대 0로 꺾고, C조 1위, 3전 전승으로 8강에 올랐고 그제는 온두라스를 2대 1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브라질의 공격의 핵심은 바로 이들 네이마루와 파토, 그리고 헬크다. 그들 아래 오스카와 다미앙과 같은 최상의 미드필더들이 일선 공격수들에게 양질을 패스를 넣어 줌으로써...................”

수석코치는 먼저 대략적인 브라질의 4강 진출 과정을 설명한 후 브라질이 선수들, 그리고 그 동안 그들이 사용해 온 전술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게 한 시간이 넘었다. 그 뒤 내일 대한민국이 쓸 전술에 대해 또 한 시간 설명이 있고 나서 선수들은 해산 할 수 있었다.

현수도 그의 룸메이트인 남동현, 배재성도 내일 시합이 신경이 쓰였던지 다 말없이 숙소 방에 들어가자 침대에 들어가서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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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마노 베르제스 감독은 내일 있을 올림픽 4강전에서 붙게 될 상대 팀의 전력 분석을 보고 섣불리 신승(辛勝)을 낙관했다. 무엇보다 아시아 팀은 남미 팀에 특히 약했기도 했고 말이다.

개최국 중국만 봐도 그렇다. 브라질에 4대 0로 대패하지 않았던가?

거기다 호재는 이번 4강전이 브라질이 중국을 대승을 거둔 텐진의 노동자 운동장에서 열린다는 점이었다.

“이거 별 거 없는 팀이로군.”

상대는 주로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그 이외 다른 전술적인 변화는 거의 없었다. 쓸 만한 선수는 공격수에 하나 중앙 미드필더 하나뿐이고 그 이외 딱히 신경 쓸 선수도 없었다. 마노 베르제스 감독이 아는 한 4-4-2 포메이션의 메커니즘은 매우 단순했다.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 전 지역을 커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시스템으로 각 선수들이 자신이 맡은 지역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복잡한 약속 없이 지역 방어에 기반을 둔 수비를 펼치므로 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용이했다. 또 라인 사이의 간격만 잘 유지하면 그라운드의 모든 지역에서 손쉽게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 강한 압박을 가하기에 좋은 시스템이었다.

4-4-2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횡으로 늘어서 포백과 4명의 미드필더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그라운드 전 지역에서 압박을 가하고 볼을 탈취 후에는 발 빠른 양쪽 날개를 활용해 공격으로 전환한 뒤 투톱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취한다.

이런 4-4-2 포메이션은 철저한 지역 방어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기 때문에 4명의 미드필더들이 적정기량을 갖춰야 했다.

그렇지 못할 시 지역 방어란 콘셉트 자체가 무너질 뿐 아니라 전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갖고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장점조차 희석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노련한 마노 베르제스 감독은 이런 유의 팀을 여럿 봐 왔고 상대해 봤다. 때문에 어떻게 해야 이기는 지 너무도 잘 알았다.

“코리아 미드필더에 주목할 만한 선수가 누구라고 했지?”

마노 베르제스 감독이 수석 코치에게 물었다.

“강현수라는 선숩니다. 벨기에 전에 혼자 4골을 몰아넣은 괴물입니다.”

“괴물? 하하하. 그럼 그 괴물만 잘 묶어 놓으면 끝나겠군.”

그 후에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면 그런 류의 팀은 와르르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결승에 대비해서 네이마루와 다미앙은 빼두고 선발 로테이션을 짜도록 해.”

둘은 브라질의 세컨 스트라이커와 중앙 미드필더로 팀의 핵심 멤버들이었다. 그 둘을 뺀다는 건 1.5군으로 경기를 치른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래도 될까요?”

“괜찮아. 만약을 위해 그 둘은 교체 멤버에 넣어 두면 될 일 아닌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선발 명단을 짜도록 하죠.”

마노 베르제스 감독은 그 말 후 밖으로 나갔다.

마노 베르제스 감독이 나간 뒤 수석 코치가 선수들을 소집해서 전술 회의를 가졌다.

“상대가 아시아 팀인데 굳이 이런 전술 회의를 해야 합니까?”

남미 팀은 아시아 팀을 약팀으로 여겼다. 그 동안 상대 전적이 그걸 증명하기도 했고 말이다. 특히 이곳에서 개최국인 중국을 발라버린 브라질이 아니던가?

“그러게. 내일 선발로 안 뛰는 선수는 빠져도 안 됩니까?”

“안 돼!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축구는 모르는 거다. 상대가 약팀이라고는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깐깐한 수석 코치의 말에 브라질 선수들이 툴툴 거렸지만 막상 전술 회의가 시작 되자 다들 주전 선수답게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회의에 집중했다.

“대한민국은 이번 올림픽 조별리그 예선전에서도 전부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8강에선 그 변형적인 전술을 사용했고 말이다. 그래서 아마 우리도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그 대책은 상대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을 최대한 벌어지게............”

브라질의 수석 코치는 약 한 시간가량 선수들과 전술 회의를 한 후 끝을 냈다.

평소 2시간은 하는 전술 회의였는데 상대가 상대인 만큼 수석 코치도 그 시간을 절반으로 확 줄인 것이다.

상성 상 남미 축구가 아시아 축구에 워낙 강했다.

그 만큼 대한민국이 브라질을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는 소리였고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봐도 그게 사실이었고 말이다.

물론 그건 브라질의 생각이 그렇단 소리다.

브라질 선수들은 은연 중 대한민국을 얕잡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 참변을 가져 오게 될지 이때까지 브라질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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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베이징 올림픽 축구 4강전이 열리는 당일 아침이 밝았다.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은 일찌감치 아침을 먹고 대기 중이던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텐진에 온 이후 줄곧 이용 중인 훈련장으로 향했다.

가볍게 몸 풀기 운동 후 개별 전술 훈련을 하고 점심을 먹은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은 휴식 후 수비 훈련과 함께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훈련을 끝으로 모든 훈련을 끝내고 오늘 시합이 열릴 텐진 노동자 운동장으로 향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4시에 양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적응 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4시 30분.

양팀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서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복으로 갈아입었다. 현수도 태극마크가 새겨진 축구 복을 입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제대로 한 번 날 뛰어 보자고.’

“야! 강현수!”

그때 누가 그를 불렀다. 현수가 그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오늘 풀백이 아닌 센터백으로 뛰는 와일드카드 김대진이 이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왜요?”

“안 나갈 거냐?”

현수는 그제야 라커룸 안을 둘러 봤는데 다들 나가고 그 혼자뿐이었다.

“네. 나갑니다. 나가요.”

현수가 허둥대며 라커룸을 나설 때 김대진이 그의 팔을 잡고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야! 너 진짜 괜찮을 거야?”

“괜찮죠. 그럼. 컨디션 최상이니까 걱정마세요.”

그 대답 후 현수기 ‘씨익’ 웃자 그제야 김대진이 안심하며 잡고 있던 현수의 팔을 놓아 주었다. 그때 현수가 김대진에게 뜬금없이 말했다.

“혹시 오늘 시합 중에 프리킥 찬스가 생기면 말인데요. 제가 왼손을 들었다가 머리를 만지면 무조건 왼쪽 골대로 달려 들어가세요. 그럼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뭐?”

현수는 다시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짓는 김대진을 뒤로하고 라커룸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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