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432화 (432/712)

<-- 베이징 올림픽 -->

현수는 수비수들의 피로를 풀어 주고 난 뒤 시간을 확인하고 곧장 온두라스 진영으로 움직였다.

“헉! 또 저놈이다.”

“저 녀석은 대체 뭐야?”

“젠장. 빨리 잡아.”

언제 또 기어 올라갔는지 중앙미드필더 현수가 온두라스 진영에서 패스 루트를 차단하더니 그 볼을 가로 챘다. 그리고 그에게 달려드는 온두라스 수비수들이 오기 전에 재빨리 우측에서 돌아들어가는 대한민국 공격수 유지광에게 공을 패스를 했다.

파팟! 뻐엉!

그 패스를 받은 유지광이 다이렉트로 대포와 같은 중거리 슛을 때렸는데 그게 크로스바를 맞추고 튕겨 나왔고 그 공을 수비수가 터치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아아!”

아깝다며 유지광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기막힌 패스를 넣어 준 현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는 건 잊지 않았다.

비록 골로 연결 되진 않았지만 위협적인 슛을 날린 유지광에게 백승업 감독이 터치라인 바로 밑에서 잘했다며 박수를 쳤다.

전반전도 이제 5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대 0!

결코 나쁘지 않은 스코어였다.

‘이대로 전반전 끝내고 후반에 걸어 잠그면.....’

현재 대한민국 수비 능력이라면 온두라스를 상대로 한 골도 내어 주지 않고 후반도 끝낼 수 있었다. 물론 그 핵심에 강현수가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백승업 감독은 중앙미드필더인 현수에게 사인을 넣었다. 굳이 무리하게 공격해서 온두라스에게 전반 마지막 타임에 기회를 주지 말라고 말이다.

현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미드필더에서 공을 돌리다 남은 시간을 보내고 전반전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수가 그 지시에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게 되면 자칫 온두라스의 기세를 살려 줄 수 있었다.  2골차? 그건 금방 따라 잡힐 수 있는 스코어였다.

그래서 현수는 아예 남은 시간 동안 한 골 더 넣을 생각에 백승업 감독의 지시대로 안전하게 허리에서 공을 돌리지 않고 오히려 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와아아아아!”

당연히 그런 공격적인 축구에 응원하는 대한민국 응원단들은 더 신이 났고 TV를 시청 중인 대한민국 국민들도 TV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현수를 기점으로 시작 된 대한민국의 파상적인 공세에 온두라스는 정신이 하나 없었다. 오로지 수비만 하던 온두라스가 중앙에 빈틈을 드러냈다. 그걸 그냥 둘 현수가 아니었다.

파팟!

현수가 가볍게 페이크(Fake)동작으로 자기 앞의 수비수를 제친 후 지체 없이 슈팅을 때렸다.

뻥!

슈아아앙!

현수의 중거리 슛이 절묘하게 골대의 사각지로 날아갔다. 하지만 온두라스 골키퍼가 쭉 하니 팔을 뻗자 그의 손가락에 공이 걸렸고 공은 골망이 아닌 골대 위쪽 그물망에 걸렸다.

“쳇!”

현수는 살짝 아쉬워하며 자신이 이끌고 있는 공격진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후반이 끝날 때까지 대한민국 선수들은 계속 온두라스 진영에 머물면서 정신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온두라스 선수들도 더는 골을 내어 주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육탄 방어로 대한민국의 공세를 막아냈다.

삐이이익!

결국 전반 추가 시간까지 흐르고 주심이 길게 휘슬을 불었다.

2대 0!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2골을 앞서가며 전반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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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골 차로 리더 중인 체 벤치로 들어오는 대한민국 축구부 선수들의 얼굴은 밝았지만 온두라스 선수들의 얼굴은 다들 흙빛이었다.

온두라스의 가브리엘 감독은 비록 0대 2로 지고 있지만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격려했다.

“자자. 다들 힘들 내. 경기는 하지 끝나지 않았다.”

온두라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단지 대한민국이 예상보다 더 강했을 뿐이었다.

“다 내 잘못이다. 너희가 못한 게 아니니 다들 자책하거나 기죽을 거 없다. 후반에는 베네가스 알란이 대한민국의 미드필더를 마크한다. 요데르 네가 대신 센터백 봐라. 그리고 롬멜 퀴토는 뺀다.”

온두라스 가브리엘 감독은 과감히 공격의 핵인 스트라이커를 빼고 과감히 센터백인 베네가스 알란에게 현수를 전담 마크케 했다.

베네가스 알란의 빈자리에는 백업 센터백인 가르시아 브라안을 넣고 말이다. 베네가스 알란이 가브리엘 감독에게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반드시 대한민국의 중앙미드필더 녀석을 막아 보이겠습니다.”

“그래. 너를 믿는다. 베네가스 알란!”

후반전에도 대한민국의 중앙미드필더가 날 뛰게 두면 온두라스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온두라스가 현수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후반을 준비할 때 대한민국 벤치는 느긋했다.

단지 백승업 감독 감독이 현수와 같이 한쪽으로 가서 조용히 얘기를 나눴을 뿐 벤치 안의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현수야. 너 아까 왜 내 지시를 따르지 않은 거냐?”

“죄송합니다. 그때 제 판단으로는 비록 전반이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공격의 고삐를 놓는 건 좋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자칫 온두라스의 사기만 올려줘서 후반에 그 기세를 이어간다면 저희 수비들이 더 힘들어 질 테니까요.”

“으음. 그랬구나. 그래도 다음부턴 벤치에서 지시가 들어가면 그대로 따라 줬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무슨 필요가 있겠니?”

백승업 감독의 말도 맞았다. 축구팀에서 감독의 지시는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현수는 그 절대적인 지시를 무시했고 말이다. 감독이 지금 화를 내도 현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백승업 감독은 중앙미드필더로서 현수의 경기 운영 능력을 믿었다. 그래서 그의 의사를 지금처럼 존중해 주었던 것이다.

“네. 다음부턴 무조건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그래. 후반전엔 어떻게 할 거냐?”

“네?”

“전반처럼 계속 공격적으로 나갈 거냐고 묻고 있는 거다.”

“네. 제 생각에는 4-5골 정도는 넣어 놔야 안심이 될 거 같아서요.”

“그렇단 말이지? 좋다. 네 생각대로 4-5골 넣어 봐라. 단 그 사이 골은 못 넣고 온두라스에 실점을 한다면.... 그땐 수비 문을 걸어 잠그자. 알겠지?”

“네.”

백승업 감독과 얘기를 잘 끝낸 현수는 이온 음료를 마시고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곤 다들 지친 기색으로 자신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고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보유 중인 마법 중에 비록 회복 지수는 10% 밖에 되지 않지만 선수들 전부에게 동시에 피로를 회복 시켜 주는 세브럴 바디 리커버리(Several body Recovery)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다들 벽에 등을 기댄 체 앉아 있던 선수들이 등을 펴고 한결 편해진 얼굴로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현수는 자신의 몸에도 회복 마법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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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꿀 같았던 하프타임, 15분간의 휴식 시간이 끝났다. 양팀 선수들은 다들 새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채 라커룸 대기실에 모였다가 레프리(심판진)와 같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양 진영 선수들은 전반전에 지켰던 진영과 반대 진영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 팀의 공격수들이 주심과 같이 센터 서클로 움직였다.

주심은 센터 스팟에 공을 놓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조작한 후 호각을 입에 물었다. 그러자 후반전 선축을 위해 대한민국의 공격수 남동현과 유지광이 공 앞뒤로 섰고 주심이 바로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그렇게 킥오프 된 공이 바로 현수에게 넘어왔다. 현수는 주심이 휘슬을 불기 전에 카멜레온 축구복의 마법 아이템 창을 열었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중급)]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 폭발적인 대시(Dash), 인사이드 드리블, 백숏, 마르세유 턴, 펜텀 드리블,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플립플랩, 라보나 킥, 불꽃 슛, 대포 슛, 무 회전 슛, UFO 슛, 오버헤드킥,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패스 가로채기 태클, 바나나 킥, 정확한 발리킥,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몸싸움 뿌리치기, 몸싸움 뒤 점프하기, 진흙탕에서 드리블, 진흙탕에서 헤딩, 정확한 점핑 헤딩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수중 드리블(+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전방 스루패스(+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크로스 오버 턴(+10,000),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

현수가 후반전 시작 직전에 카멜레운 축구복의 마법 아이템 창을 연 것은 바로 날씨 때문이었다. 실제 일기 예보에도 오늘 밤에 북경에 비가 온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비는 오지 않고 있었는데 현수는 후반전 진행 중엔 비가 올 거 같았다. 그래서 우천 경기에 쓸 수 있는 스킬을 확인한 것이다. 다행히 진흙탕에서 드리블, 진흙탕에서 헤딩이 장착 중인 스킬에 있는 걸 발견하고 현수가 흡족해 할 때 그 앞으로 공이 굴러왔다. 현수는 그 공을 받아서 옆쪽 동료 미드필더에게 공을 차며 외쳤다.

“한 바퀴 돌려.”

현수의 지시에 미드필더들이 자기들 끼리 공을 주고받다가 뒤쪽 수비수에게도 공을 패스했다.

그 공은 다시 현수에게 돌아왔는데 현수는 그렇게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경기 템포를 떨어트렸다.

스코어 2대 0!

아쉬울 게 전혀 없는 대한민국이었으니 말이다. 반면 그걸 본 온두라스 선수들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졌다.

빨리 한 골이라도 만회해야 하는 온두라스 입장에서 보란 듯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는 대한민국 선수들이 보기 좋을 리 없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온두라스 공격 자원과 그 밑 허리 라인이 대한민국 진영으로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파파파팟!

그때 현수가 패스 받은 공을 갑자기 치고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온두라스 진영에서 한 선수가 뛰어나와 현수를 밀착 마크했다.

파팟! 팟! 팟!

“허어!”

현수도 온두라스 측의 이런 식의 빠른 대응에 살짝 놀라며 별수 없이 공을 뒤로 뺐다.

현수는 후반전이 시작 되자 온두라스의 센터백 베네가스 알란이 그를 전담 마크하자 힐끗 온두라스 벤치를 쳐다보았다. 순간 현수와 온두라스 감독인 가브리엘 감독이 눈이 마주쳤다.

“나를 마크해서 내 발을 묶어 보시겠다는 건가?”

현수가 피식 웃으며 베네가스 알란을 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족쇄가 하나 채워졌지만 현수의 표정은 전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수는 자신을 대인 마크 하면서 한 명 빠진 온두라스 진영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전반 후반처럼 공격 진영을 위로 끌어 올리며 온두라스 진영을 강하게 압박했다.

“패스! 패스!”

“사람 잡아!”

“밀리지 마.”

“뚫어!”

이에 온두라스는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을 전부 밑으로 내려서 대한민국의 공세를 막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베네가스 알란을 대신해서 교체 되어 들어 온 온두라스 센터백이 거친 태클로 반칙을 했고 대한민국에 프리킥 찬스가 주어졌다.

역시 그 동안 빼어난 수비력으로 온두라스 철벽 수비 라인의 중심 역할을 했었던 베네가스 알란의 난 자리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키커로 당연히 현수가 나섰다. 오늘 경기에서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모든 킥은 전부 현수가 맡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프리킥이던 코너킥이든 심지어 페널티킥까지도 다 말이다.

“여기!”

“네.”

현수는 주심이 지정해 준 위치에 공을 갖다 놓으면서 주위를 살폈다. 위치는 페널티에어리어 박스에서 왼편으로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주심이 온두라스 선수들이 쌓는 벽 위치를 뒤로 물리고 있을 때 현수는 그 너머 페널티에어리어와 골 에어리어 사이에 모여 있는 양팀 선수들을 보였다.

직접 프리킥을 차기엔 각이 없었기에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일렬로 늘어섰고 그 사이 사이에 온두라스 선수들이 끼어들며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팔과 유니폼을 붙잡거나 그들 몸을 밀치고 있었다.

현수가 공을 차기도 전에 양 진영 선수들의 자리싸움이 장난이 아니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현수가 한 팔을 머리 위로 높게 들어 올렸다.

약속된 플레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때 현수는 대한민국의 장신 공격수 유지광과 눈짓을 주고받고 있었다.

현수가 막 움직일 때 그를 보고 살짝 고개를 까닥 거렸다.

즉 그에게 공을 보내겠단 신호였다.

“비켜!”

그걸 확인한 유지광이 자기 앞을 막고 있던 온두라스 수비수를 밀쳐 내며 공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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