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대표 -->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일본에 5대 1로 크게 이긴 것은 바로 그날 저녁 뉴스를 통해 대한민국 전역에 알려졌다.
성인 대표팀이 일본에 3대 0으로 지고 나서 감독까지 해임한 대한축구협회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백승업 감독이 해 냈군요.”
“으음. 그러게요. 비기면 다행이라 여겼는데 말입니다.”
대한축구협회 임원들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일본 올림픽 대표팀에 큰 점수 차로 이긴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럴 것이 그들이 판단하기에도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전력으로 일본 올림픽 대표팀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들 백승업 감독 다음으로 누구를 새로운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 올릴지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왕이면 자신 쪽 사람을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되면 백감독 체제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지요.”
일본 올림픽 대표팀과의 평가전이 올림픽 참가 전 마지막 대표팀 간의 평가전이었다. 이제 보름 후 올림픽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으로 가서 조별 리그전을 치러야 할 터였다.
대한축구협회의 임시 임원회의는 모인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끝났다. 협회장은 급한 일이 있어서 참석도 하지 않았고 대신 축구 협회의 2인자인 마상천 전무가 회의를 주재했는데 올림픽 대표팀은 백승업 감독이 계속 맡는 걸로 얘기가 끝나자 바로 회의도 끝난 것이다.
임시회의 참석 후 마상천 전무는 자기 방으로 가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동수냐? 너 다시 대표팀에 들어가야겠다. 그래. 그게 네 경력에도 좋아. 그렇게 조치를 취해 둘 테니 합숙소로 다시 돌아가라.”
마상천 전무는 전화 건 상대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
“바보 머저리 같은 놈. 약은 왜 처먹어서는......”
마상천 전무는 혼자 중얼거리다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몇 군데 전화 통화를 끝낸 뒤 마상천 전무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휴우. 이제야 끝났군. 역시 축구는 인맥이지. 흐흐흐흐.”
비릿하게 웃던 마상천 전무는 인터폰을 눌렀다.
-네. 전무님.
그러자 그의 비서인 미스 김이 즉각 인터폰으로 대답을 해왔다.
“차 준비 시켜.”
-네.
협회 전무인 마상천에게는 개인 비서를 비롯해서 운전기사까지 딸려 있었다. 어느 대기업 전무 못잖은 대접이었다. 그러니 다들 축구협회 임원이 되려고 기를 썼다.
마상천도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들어간 돈이 꽤 되었다. 그래서 마상천은 최근 협회 이권 사업에 깊숙이 개입했다. 쓴 돈은 만회해야 하니 말이다.
오늘 축구 사업과 관련 모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아마 내일 그의 통장에 돈깨나 들어오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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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미가 가버리고 혼자 뻘쭘하게 모텔에 있던 현수의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바로 음양조화대법이 최종 계산을 끝내고 그 결과를 알려온 것이다.
[띠링! 상대 이성에게 총 8번의 절정을 맞게 했고 당신은 3번 사정을 하였습니다. 5회 이상 절정을 맞게 할 시 그 절정 회수에 자신의 사정 회수를 곱해서 성교 회수가 정해집니다. 따라서 당신은 8X3=24회의 성교 회수가 산정 되었습니다]
뒤이어서 바로 현수의 눈앞에 음양조화대법의 창이 열렸다.
[음양조화대법]
남녀가 교접 시 서로 상충하는 기운을 보완해서 음양의 조화를 이룸.
1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1성 성취.
3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2성 성취.
5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3성 성취.
8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4성 성취.
12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5성 성취.
15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6성 성취.
18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7성 성취.
21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8성 성취.
23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9성 성취.
25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10성 성취.
50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11성 성취.
1,000번 이상 성교 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이 12성 성취.
뒤이어 내공과 무공 성취 여부를 물어왔다.
[띠링! 앞서 +203회와 합쳐 성교 회수가 +227회가 됩니다.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을 10성 성취 하는데 실패하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시스템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띠링! 굶주린 이윤미를 충분히 만족시켰습니다. 보상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띠링! 5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3,670,890]
“쩝쩝.....”
현수는 입맛을 다시며 벗어 놓은 옷을 챙겨 입었다. 어차피 호텔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기에 현수는 이윤미와 같이 밤을 보낼 생각이었다. 물론 기회를 봐서 그녀와 더 섹스도 할 생각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떠나버렸으니 현수로서도 계속 모텔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현수도 모텔을 나섰다. 그리고 털레털레 걸어서 막 큰 길로 나가려 할 때였다.
“야나기상. 저 도저히 안 되겠어요.”
“요코! 여기까지 와서 왜 이래? 그 역 맡기 싫은 거야?”
근처 골목 입구에서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두 남녀는 연인 같아 보이진 않았다. 남자는 40대 중후반의 중년인으로 땅딸한 키에 머리까지 벗겨져 있었고 그에 반해 여자는 20대 초중반에 늘씬한 각선미에다가 얼굴도......
“어! 저 여자는...... 이시하라 요코?”
현수는 그 여자가 누군지 바로 알아보았다.
“이야. 이거 확실히 저 여자와는 인연인 모양이네.”
현수가 전에 일본에 왔을 때 야쿠자 소굴에서 야쿠자 두목과 그렇게 그런 사이인 일본 여자 탤런트를 만났었다. 그리고 그 뒤 일본 축구선수들과의 미팅 자리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고 몸까지 섞게 되었다.
그 뒤 현수는 다시 그녀를 만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었으니 이정도면 보통 인연이라 보기 어려웠다.
“정말 저한테 그 역할을 주는 거 맞죠?”
“당연하지. 내 말이면 신죠 감독도 바로 오케이 할 거야. 그러니까 빨리 가자고.”
그 말 후 중년 남자가 요코의 팔을 잡고 억지로 모텔로 끌고 들어가려 했고 요코는 복잡한 얼굴로 일단 버텼다.
현수는 일본어로 떠들어 대는 두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척 봐도 중년남자가 요코를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을 부리는 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어디.....”
현수는 일단 상태창을 열고 상태창에 보유중인 마법 중에 외국어를 알아듣고 바로 얘기까지 할 수 있는 마법인 베어리어스 트랜스레이트 랭귀지 리스닝(Various translate language listening)과 베어리어스 트랜스레이트 랭귀지 스피킹(Various translate language speaking)를 사용했다. 그러자 바로 요코와 중년 남자의 대화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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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자는 좋게 말로 해서 요코가 순순히 그를 따라 모텔에 들어가지 않자 버럭 화를 냈다.
“그래. 알았다. 주연 맡게 해주겠단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야나기상. 약속 하셨잖아요. 저에게 미치코 역을 맡게 해 주겠다고 말이에요.”
“그야 요코가 내 요구를 들어 주었을 때 얘기고.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몰랐지. 한 번 하는 게 뭐 대수라고 말이야. 싫은 말아.”
중년 남자는 아주 노골적으로 요코에게 성상납을 요구했고 요코는 당혹스러워 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중년 남자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때 요코가 작심을 한 듯 그에게 물었다.
“야나기상. 정말 같이 자 주면 주연 맡게 해 주는 거죠?”
요코의 물음에 중년 남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당연하지. 내일 바로 신죠 감독 만나게 해 줄게. 그 자리에서 요코가 여주인공 미치코 역을 맡게 될 거야.”
확신하는 중년 남자의 말에 요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들어가요.”
결국 요코는 중년 남자를 따라 모텔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였다.
“요코!”
현수가 요코를 멈춰 세웠다.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요코가 모텔로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췄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밝게 웃으며 다가오는 웬 잘생기고 건장한 젊은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당신은.....”
요코도 현수를 바로 알아보았다.
“현수상!”
요코는 중년 남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를 뿌리치고 현수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몸을 날려서 현수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요코.”
현수는 사실 요코의 이런 반응에 좀 놀란 상태였다. 그때 현수를 끌어안고 있던 요코가 말했다.
“그렇게 사라지면 어떡해요. 다신 못 보는 줄 알고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요?”
요코는 다시는 현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끌어안은 현수의 목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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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HCB 방송사의 외주 업체에서 일하던 야나기는 45살의 나이에도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노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위엔 항상 여자가 넘쳤다.
드라마 제작에 관여 하다 보니 출연을 두고 여자 연기자들과 접촉하는 일이 많았고 그 중에 출연에 눈이 멀어서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자 연기자들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자 연기자라고 해서 다 예쁘고 늘씬한 미녀들은 아니었다.
그게 불만이었던 야나기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회사가 최근 HCB 방송사의 대하 사극을 맡기로 하면서 외모가 출중한 여자 연기자들을 야나기가 만났던 것이다.
그는 그 중에서 가장 예쁘고 늘씬한 미녀를 찍었고 그녀와 섹스를 하기 위해서 없는 얘기까지 지어내고 있었다. 자신이 신죠 감독과 친하기 때문에 신죠 감독을 만나서 그녀에게 주연 자리를 맡게 해 줄 수 있다고 말이다.
‘뭐 약속대로 내일 신죠 감독을 만나게 해주면 되니까.’
물론 바쁜 신죠 감독이 자신과 요코를 만나 줄 리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럼 다시 시간을 잡고 또 요코와 섹스를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몇 차례 요코를 만나다 그녀가 싫증나면 딱 연락을 끊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야나기의 설득에 미녀는 거의 다 넘어왔고 모텔로 막 데리고 들어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놈이 나타나서 그의 계획을 파토 냈다. 미녀가 그를 밀쳐버리고 그 놈에게 달려 가 버린 것이다.
‘칙쇼! 저 새낀 뭐야?’
야나기는 제대로 화가 났고 곧장 미녀가 끌어안고 있는 젊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야! 너 뭐야?”
땅딸보 야나기가 허리에 두 손을 얹고 고개를 들어 그 젊은 남자를 올려다보며 시비조로 말했다. 그러자 그 젊은 남자가 힐끗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꺼져! 이 사기꾼아.”
야나기는 사기꾼이란 말에 흠칫했지만 이내 얼굴이 뻘게져서 소리쳤다.
“사기꾼이라니. 너 이 새끼.....”
그때 젊은 남자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야나기 이치로. 45세. 극동 프로덕션 연출부 과장. 맡은 바 권한은 조연과 엑스트라 출연자들의 섭외. 이번 HCB 방송 대하 사극 ‘바람의 아들’ PD인 신죠 요시노 감독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며..............................”
자신의 신상정보에 대해 젊은 남자가 줄줄 얘기하자 야나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