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380화 (380/712)

<-- 올림픽 대표 -->

현수는 그 점을 알고 있어도 조재훈과 친분이 있기에 아무말도 못했지만 남동현은 달랐다.

“컨디션 좋아봐야 뭐해? 어차피 경기엔 뛰지도 못할 텐데.”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 말에 정작 조재훈은 가만있는데 그와 친한 주철민이 발끈했다. 그러자 그를 보고 남동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후보끼리 잘한다.”

남동현의 그 말에 조재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현수가 바로 나섰다.

“남동현. 너 말이 좀 심하잖아. 같은 대표 팀끼리 말이야. 지금 주전, 후보 나눠서 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 셈이야? 빨리 사과 해.”

현수의 말에 남동현이 콧방귀를 날렸다. 그러자 현수가 차갑게 말했다.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감독님께 말씀 들릴 밖에.”

현수가 백승업 감독을 거론하자 그제야 남동현이 움찔하며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백승업 감독은 누구보다 팀 워크를 중요시 했다. 때문에 남동현이 설사 팀의 주전 공격수라 할지라도 팀 분위기를 망친다면 과감히 주전 멤버에서 제외 시켜 버릴지 몰랐다.

그걸 아는 남동현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미, 미안하다.”

남동현의 사과에 그제야 일그러져 있던 조재훈과 주철민의 얼굴이 펴졌다. 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그들은 곧장 뷔페로 향했다.

현수는 뷔페에서 간단히 베이컨과 토스트, 그리고 커피와 오렌지 주스로 식사를 마치고 자기 방으로 올라가서 오전 훈련 할 채비를 갖춰서 다시 1층 로비로 내려왔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호텔 앞에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도시샤 대학으로 갔다.

그곳 축구장에서 내일 있을 일본 올림픽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대비해서 가볍게 몸들을 푸는 수준에서 훈련을 끝내고 일찌감치 숙소인 그랜드 호텔로 돌아간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 저녁 8시에 모여서 내일 있을 경기에 대한 전술을 숙지하고 9시쯤 해산해서 10시에 다들 잠을 잤다. 이날은 현수도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평소처럼 자율적인 아침 식사 후 9시에 로비에 집합했다.

호텔 앞에는 그들을 실어 갈 버스가 대기 중인 가운데 백승업 감독이 선수들에게 말했다.

“평가전이지만 한일전이다. 더 말 할 거 없지?”

앞서 성인 국가 대표끼리의 평가전에서 대한민국은 일본에 3대 0으로 졌다. 그 때문에 국가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겸하고 있던 베이커 감독이 경질 되었고 말이다. 만약 오늘 한일전에서 올림픽 대표 팀마저 진다면 그 후폭풍이 성인 대표팀 못지않을 터였다.

‘실제로 5대 0으로 대패하고 바로 백승업 감독이 짤렸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백승업 감독을 쳐다보고 있던 현수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버스를 타고 도쿄의 유명 프로 축구단의 홈구장인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일본은 경기 당일까지 경기장을 개방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당일 오전에야 오늘 평가전을 치를 그라운드에 처음 발을 디뎠다.

경기는 오후 2시에 치러지기로 되어 있지만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그라운드 적응을 위해서 2시간 동안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가볍게 훈련을 했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 다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을 찾았을 때 일본 올림픽 대표팀이 나타났다.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럴 것이 최근 일본 올림픽 대표팀의 전력은 역대 최고로 평가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인지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 영향인지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일본 관객들이 응원석을 차지하고 시끄럽게 일본을 응원했다.

경기 시작 전 백승업 감독은 선수들에게 열심히 뛰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일본에서는 지금 올림픽 대표팀을 축구 황금세대라며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우리도 그들만큼 강하니 말이다. 내가 볼 때 체력적으로 밀리지만 않는다면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다. 그러니 너희들 자신을 믿고 열심히 뛰어주기 바란다.”

선수들은 백승업 감독의 말을 믿고 다들 투지를 활활 불살랐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응집력을 최대한 끌어 모아서 경기 운영을 이끌어 나가야 할 책임이 바로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에게 있었다.

백승업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서는 강현수를 붙잡고 말했다.

“너만 믿는다.”

그 말에 현수가 웃으며 걱정 말란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경기 시작 전 대표팀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 체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전의를 불살랐다.

그렇게 양쪽 진영의 선수들이 포지션 별로 자리를 잡고 나자 주심이 동전 던지기로 어떤 팀이 선축을 할지 정했다.

일본의 선축이 결정 되고 주심의 휘슬과 함께 대한민국과 일본 올림픽 대표팀 간의 평가전이 드디어 시작 되었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은 남동현과 배재성을 투톱으로 놓고 강현수, 조수영, 장석우, 양형석이 중원을 장악하고 홍윤성, 서진욱, 민재훈, 주철민이 그 뒤를 받치며 골키퍼 정우창과 함께 일본의 공격을 막게 될 터였다.

예상대로 전반전부터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과 과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미드필드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며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대표팀은 전반 초반 일본의 공격을 압박하며 단 한차례의 유효 슈팅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백승업 표 늪 축구의 진수를 일본 선수들에게 선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전반 8분 대한민국이 좋은 기회를 맞았다.

현수가 기습적으로 찔러 넣어 준 패스를 남동현이 받아 일본 센터백을 뚫었는데 순간 기겁한 일본 풀백이 남동현에게 깊게 태클을 걸었다.

“아악!”

남동현은 그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주심이 바로 반칙을 선언했다. 남동현은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일어났고 페널티 에어리어의 한 복판에서 1m도 떨어지지 않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맞았다.

원래 전담 키커는 현수이었는데 남동현이 자신 있게 나섰다.

“내가 찰 게.”

현수는 프리킥을 얻어 낸 것이 남동현인지라 기꺼이 양보를 했다. 남동현의 눈앞에 일본 선수들이 수비벽을 세우고 나자 주심이 이내 휘슬을 불었다. 남동현은 힐끗 니어포스트를 쳐다보다 공을 향해 뛰어갔다.

빠앙!

남동현은 디딤 발을 딛고 발 안쪽을 공에 스치듯이 찼다. 그가 인프런트로 감아 찬 공은 수비벽을 넘어 골대로 향할 때 크게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일본 골키퍼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날렸고 그의 손 끝에 공이 맞으면서 골포스트 옆으로 공이 흘러 나가고 말았다.

“아아!”

남동현이 아깝다는 듯 주저앉으며 머리를 감쌌다.

--------------------------------------

현수는 전반전 내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특히 일본 공격수들이 올라오면 미드필더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해 협력 수비로 공을 뺏어 내거나 패스 미스를 유발 시켰다.

그런 가운데 전반전도 중반에 이른 시간.

“패스!”

일본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공을 달라고 소리쳤다. 일본 중앙 미드필더는 그 중 레프트 윙어 다이스게에게 공을 찔러 넣었다.

다이스게는 발이 빠르고 돌파능력이 뛰어난데다가 센터링도 일품인 선수였다. 때문에 그에게 공이 가면 측면에서 항상 좋은 득점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파앗!

패스는 정확히 다이스게에게 배달이 되었고 다이스게는 그 공을 툭툭 치고 터치라인을 따라 대한민국 진영으로 치고 올라왔다. 그걸 보고 대한민국의 좌측 미드필더 조수영이 다이스게를 쫓았지만 다이스게가 더 빨랐다.

순간 좌측면을 뚫고 페널티 에어리어 가까이까지 접근한 다이스게를 대한민국의 좌측 수비수와 센터백이 협력해서 막아서자 돌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다이스게가 그 공을 가운데 일본 공격수에게 패스했다.

“헉!”

하지만 그 공은 일본 공격수에게 가지 못하고 중간에 커트를 당했다. 바로 현수가 패스 경로를 미리 간파하고 차단해 낸 것이다.

툭툭!

현수는 그 공을 치고 빠르게 하프라인으로 올라왔다. 그걸 본 대한민국의 포워드 배재성과 남동현이 중앙과 좌측면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는데 일본 수비수들이 바로 그들 옆에 달라붙었다.

그걸 본 현수는 그들에게 찔러 넣어 주는 패스대신 직접 공을 치고 일본 진영으로 올라갔는데 바로 일본 미드필더가 현수를 압박해 왔다.

파팟!

순간 현수는 카멜레온 축구복의 마법 아이템 창을 열었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중급)]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 폭발적인 대시(Dash), 인사이드 드리블, 백숏, 마르세유 턴, 펜텀 드리블,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플립플랩, 라보나 킥, 불꽃 슛, 대포 슛, 무 회전 슛, UFO 슛, 오버헤드킥,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패스 가로채기 태클, 바나나 킥, 정확한 발리킥,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몸싸움 뿌리치기, 몸싸움 뒤 점프하기, 진흙탕에서 드리블, 진흙탕에서 헤딩, 정확한 점핑 헤딩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플립플랩(+2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수중 드리블(+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전방 스루패스(+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크로스 오버 턴(+10,000),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

그리고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 중 드리블과 돌파 기술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일본 미드필더를 돌파했다.

“허억!”

“莫大だ(엄청나!)”

현수는 화려한 발재간으로 상대 일본 선수를 교란 시킨 뒤 순간 속도로 상대를 제쳐 버렸다. 그걸 본 일본 선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뿐 아니라 현수는 또 자신의 앞을 막아선 일본 수비수를 앞에 두고 순간적으로 축구공을 자신의 한 쪽 발로 잡았다.

이어 공을 잡은 발을 축으로 자신의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그와 동시에 축구공을 반대 발 방향으로 끌어 반대 발로 축구공을 잡아서 간단히 수비수를 뚫었다.

“우와아아!”

“스고이(すごい, 대단하다)!”

현수의 환상적인 마르세유 턴에 경기장에서 크게 함성이 일었다. 순식간에 개인 돌파로 일본 수비진을 붕괴 시킨 현수는 자신을 향해 거칠게 태클을 가해 오는 일본 수비보다 한 템포 빨리 옆으로 패스를 넣었다.

파파파팟!

그때 골 냄새를 맡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주 공격수 남동현이 빠르게 돌아들어오면서 자신 앞에 굴러 온 공을 첫 터치 후 슛을 때리려 했다.

그때 일본 골키퍼가 달려 나오며 각을 줄이자 남동현은 골키퍼를 피해 살짝 공을 감아 차려 했다. 하지만 공이 잘못 맞으면서 골대를 훌쩍 넘겨 버렸다.

“아아!”

현수가 만들어 준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한 남동현이 또 다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현수를 향해 미안하다며 한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찬스 이후 현수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들은 한 동안 일본의 밀집 수비에 막혀 더 이상 골을 넣을 만한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 만큼 일본 올림픽 대표팀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

일본 올림픽 대표팀은 생각보다 견고한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미드필더 라인 때문에 제대로 된 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전반전 중반이 넘어가면서 상황이 변했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일본이 이기지 못하자 전술의 변화를 꾀했는데 그게 먹혀 들어간 것이다.

일본의 중앙미드필더 하루토는 일본의 공격수들이 하프 라인을 넘어서 대한민국 진영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 보고 그대로 측면 미드필더에게 공을 연결하면서 간격을 벌렸다. 그 사이 대한민국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성큼 일본 진영으로 넘어 들어왔다.

일본 미드필더 진영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대한민국 선수들을 안으로 끌어 들였다.

하루토는 핵심 축으로 상하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일본 미드필더 진영을 이끌었다.

그런 하루토를 대한민국 공격수 배재성이 마크하며 악착같이 공을 뺏으려 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처음부터 강하게 일본 미드필드 진을 압박했다. 마치 게겐프레싱을 쓰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측면 미드필더에서 하루토에게 가는 패스의 방향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토가 알아서 먼저 움직이면서 무리 없이 그 공을 받아냈다.

파파팟!

그때 하루토를 따라 붙은 배재성이 공을 뺏으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하루토는 가뿐히 배재성을 등지고 공을 간수했다. 그때 하루토에게 대한민국 중앙 미드필더가 뛰어와서 협력해서 하루토의 공을 뺏으려 했다.

하루토는 대한민국 중앙 미드필더가 그에게 뛰어 오는 걸 알면서 패스를 하지 않고 계속 볼을 가지고 시간을 끌었다.

이내 대한민국 중앙 미드필더가 하루토에게 달려와서 배재성과 같이 그의 공을 뺏으려 할 때 하루토가 툭하니 배대성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차 넣었다.

파팟!

그리고 배재성과 그 중앙 미드필더 사이로 몸을 빼내서는 차 놓은 공을 쫓아 뛰었다.

배재성과 대한민국 중앙 미드필더는 둘 사이의 마크를 서로 미루다가 하루토를 놓치고 말았다. 그들이 몸을 돌렸을 때 하루토는 벌써 10여 미터 앞에서 대한민국 진영으로 빠르게 공을 드리블해 들어갔다.

하루토는 대한민국 중앙 미드필더의 비어 있는 공간을 재빨리 통가해서 페널티에어리어까지 쭉 밀고 들어갔다.

그때 일본 공격수인 아사히가 중앙으로 움직였고 스트라이커 나오야가 좌측에서 돌아들어 갔다.

하루토는 수비수 둘을 달고 중앙으로 들어가는 아사히를 보고 공을 찼다. 그런데 정작 공은 좌측면으로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 되어 있는 걸 노리고 하루토가 간단한 페이크 동작으로 대한민국 선수들을 속인 것이다.

때문에 하루토가 정면의 아사히 패스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대한민국 좌측 수비수의 반응이 한 템포 늦고 말았다.

하루토의 공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걸 본 나오야가 공의 낙하지점을 보고 뛰었고 대한민국 수비 진영이 처 놓은 업사이드 라인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후였다.

하루토의 패스는 한 번 그라운드에 바운드 된 뒤 나오야의 가슴으로 날아갔고 그는 툭하니 그 공을 앞으로 밀어 넣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오야 보다 한 템포 늦어버린 좌측 수비수는 그를 잡지 못했다.

나오야는 발끝으로 살짝 공의 방향을 앞으로 틀어 놓고는 빠르게 페널티에어리어를 넘어 들어갔다.

그걸 본 대한민국 골키퍼가 골에어리어 밖으로 뛰어 나왔고 나오야의 좌우로 풀백 둘이 따라 붙었다.

나오야는 앞에서 대한민국 골키퍼가 바짝 각을 좁히며 뛰어 오고 바짝 붙은 대한민국 풀백이 거칠게 어깨로 밀치자 중심이 무너졌지만 오뚝이처럼 쓰러지자 않고 다시 균형을 잡고는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툭하기 공을 차 넣었다.

공은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굴러갔다. 그걸 보고 다급히 수비수가 슬라이딩을 해서 공을 걷어 내려 했지만 공이 먼저 골라인을 넘어갔다.

뒤늦게 그 공을 풀백이 그 공을 차냈지만 오히려 그 공이 골대 안 옆 그물을 때렸다.

수비수와 뒤엉켜서 넘어져 있던 나오야는 자신이 골을 넣은 걸 확인하자 벌떡 일어나서 포효했다.

“으아아아!”

그런 나오야의 주위로 일본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달려가서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다독이며 골 넣은 걸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일본에 선제골을 내어 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벌레 씹은 얼굴로 변했다.

“젠장....”

“좆 됐다.”

하지만 그 중 유독 현수만 얼굴 표정이 밝았다. 사실 현수는 이번 골을 이끌어 낸 일본 중앙 미드필더인 하루토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원래 현수는 한일 전인만큼 일본에 실점 없이 이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경기를 해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실력이 확실히 일본 선수들에 비해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뛰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한일전이라 그런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게 영 절실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한골 먹고 나면 확 정신이 들겠지.’

그런 현수의 예상대로 일본에 선제골을 내어주고 나자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이 누가 봐도 절실해지긴 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팀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 되었다. 머리만 절실해지다보며 생각 따로 몸 따로 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몇 차례 패스 미스를 통해 추가 실점 위기까지 내몰리면서 되레 일본의 사기만 올려 준 꼴이 되자 현수는 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안 되겠다.’

현수의 전방을 바라보는 눈빛이 확 바뀌었다. 그건 먹잇감을 찾아 주위를 훑는 한 마리 굶주린 맹수의 눈빛과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