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374화 (374/712)

<-- 올림픽 대표 -->

현수가 혼자서 두 골을 터트리자 공격수인 유지광과 주문선이 그에게 다가와서 한 소리 씩 했다.

“야! 패스 좀 하자.”

“그래. 나도 골 좀 넣어 보자.”

“알았어. 각자 한 골 씩 넣게 해 줄게.”

현수의 그 말에 그제야 흡족해 하며 둘이 센터서클 쪽으로 갔다. 잠시 뒤 추가골까지 내어 준 도시샤 대학이 킥오프 하면서 경기가 재개 되었다.

전반에만 벌써 2골을 내어 준 도시샤 대학은 조급하게 공격에 나섰고 현수는 또 패스 길목에서 공을 끊어냈다.

“저, 저....”

“또 뺏기다니....”

현수는 그 공을 툭툭 치고 하프라인을 넘었다. 그리곤 또 다시 개인기로 상대 진영의 미드필더 진을 뚫었다.

“저놈이 또....”

현수의 드리블 돌파가 도시샤 대학 미드필더들의 주력보다 더 빨랐다. 그러니 돌파 후에도 그들은 현수를 잡지 못했고 수비 진영까지 단번에 뚫리고 만 것이다.

파팍! 툭! 툭!

현수는 자기 앞의 수비수들 까지 농락하며 수비벽을 뚫었다. 그리고 뛰어 나오는 골키퍼를 보고 옆으로 공을 찼다.

그때 골 에어리어로 쇄도하던 유지광이 현수가 차 준 공을 가볍게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이럴 수가....”

3골 째 실점에 도시샤 대학 감독을 비롯한 벤치 선수들이 반쯤 넋이 나갔다. 반면 대표팀 백승업 감독과 코치들은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역시 5분 만에 터진 골이었다.

3대 0!

30분 경기 시간 중 절반인 15분 만에 벌써 3골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그라운드의 도시샤 대학 선수들의 사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도시샤 대학의 공격수가 선축을 하면서 시합이 바로 재개되었다. 벌써 4번째 킥오프였다.

“감바레(がんばれ, 힘내자)!”

“간바리마쇼(がんばりましょ, 최선을 다하자)!”

나름 소리를 지르고 파이팅을 외치는 도시샤 대학 선수들. 하지만 그들의 패스를 또 현수가 중간에서 끊어냈다.

“주문선!”

현수가 크게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주문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전방으로 뛰어 나갔다. 현수는 그런 주문선이 달리는 방향을 보고 킬 패스를 넣었다.

도시샤 대학의 수비수들이 그런 주문선을 그냥 내버려 둘 리 없었다. 바로 수비 둘이 주문선에게 붙었다. 하지만 주문선은 폭발적인 주력으로 그 두 수비수를 따돌리고 앞서 달려 나갔고 현수의 패스는 그런 주문선에게 정확히 연결 되었다.

“앗!”

순식간에 업사이드 라인이 붕괴 되어 버린 도시샤 대학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물론 허겁지겁 수비수들이 주문선의 뒤를 쫓았지만 말이다.

현수의 킬 패스로 단숨에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맞은 주문선은 뛰어 나오는 도시샤 대학의 골키퍼를 보고 차분히 그 옆으로 공을 찼다.

데구르르! 출렁!

공은 골키퍼 옆을 스쳐서 땅볼로 굴러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 골이 터지고 또 5분 만에 꼴이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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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업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이 4번째 골이 터트리자 팔짱을 낀 체 흡족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주위 대표팀 코치들도 이제 더는 별 반응 없이 경기엔 집중하지 않고 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기 20분에 4골까지 내어 준 도시샤 대학 선수들은 더는 이성적이지 못했다. 현수에게 공을 뺏긴 도시샤 대학 선수는 거칠게 현수를 밀쳤다.

“삐익!”

그러나 어제와 달리 오늘의 심판은 도시샤 대학 편이 아니었다. 그걸 보고 심판이 바로 반칙을 선언했고 그 선수에게 구두 경고를 주었다. 하지만 현수가 공을 잡으면 도시샤 대학 선수들은 그의 발을 밟고 다리를 걸었다.

‘이제 시작이로군. 그렇다면......’

현수가 제 실력을 발휘하게 되면 상대 팀의 이런 식의 견제는 당연했다. 때문에 현수는 부상 예방 차원에서 상태창을 열었다. 물론 부상을 당해도 치료 마법으로 바로 치료 하면 되지만 부상당할 때 그 고통을 현수는 굳이 겪고 싶지 않았다.

현수는 열린 상태창의 보유 마법 중 스톤스킨(Stone skin)을 자기 몸에 걸었다. 이로써 상대의 그 어떤 반칙도 현수에겐 별 타격을 입히지 못할 터였다. 오히려 현수에게 반칙을 가한 쪽이 부상을 입을 공산이 커졌다.

“삐이이익!”

도시샤 대학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반칙을 해대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지 심판이 경기가 중단 시키고 도시샤 대학 선수들의 거칠고 비신사적인 행위에 직접 구두 경고를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계속 현수에게 고의적인 반칙을 일삼자 주심은 결국 경고까지 선언하면서 다음엔 가차없이 퇴장도 줄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현수를 향한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반칙이 멈추는 듯 했는데 그때 현수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마크하기 위해 달려오는 도시샤 대학 선수를 보고 히죽 웃으며 그대로 일본 진영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러자 그 선수가 현수를 강하게 어깨로 밀쳤다.

퍽!

“허억!”

그런데 정작 어깨를 부딪쳐 온 도시샤 대학 선수가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덩치는 현수만 했지만 현수와 충돌 하는 순간 그는 마치 철벽에 몸을 부딪친 것 같았다.

주심은 그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정당한 몸싸움으로 계속 경기를 진행 시켰다. 현수는 기세를 타고 더 앞으로 쭉쭉 밀고 들어갔다.

“막앗!”

그때 도시샤 대학 선수 둘이 현수를 양쪽에서 압박해 들어와서는 현수의 양옆에 착 달라붙어서 교묘하게 공이 아닌 현수의 정강이와 종아리를 걷어찼다.

파팍!

현수는 이미 반칙이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당해 본 터라 도시샤 대학 선수들의 반칙은 가소로울 지경이었다. 그의 몸에 스톤스킨(Stone skin)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에 아무리 그의 다리를 차 봐야 소용없었다.

그들은 나름 지능적으로 반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판을 등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현수에게 반칙을 가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현수가 뛸 때 살짝 옆으로 틀어서 뛰었기 때문에 그들의 반칙은 심판이 측면에서 볼 수 있었다.

퍽! 퍽!

두 도시샤 대학 선수가 리얼하게 현수의 정강이와 종아리를 걷어차는 장면을 목격한 심판이 바로 휘슬을 불었다.

‘됐다.’

현수는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을 찡그리며 쓰러졌고 갑자기 쓰러진 현수를 황당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두 도시샤 대학 선수들에게 심판이 경고를 선언했다.

그러자 그 중 한 녀석이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앞서 경고를 받았던 녀석이었다. 심판은 그 녀석에게 바로 퇴장을 지시했다.

11명이 싸워도 한 골도 넣지 못하던 도시샤 대학이었다. 그런데 한 명이 퇴장까지 당했으니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현수는 근처 있던 대표팀 동료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절뚝거리며 움직였는데 그걸 보고 벤치의 백승업 감독과 코치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뛰기 시작하는 현수를 보고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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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뛰기로 한 경기에서 채 5분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샤 대학은 공격은 아예 포기하고 수비에 치중했다.

4골이나 내 준 처지에 수비 밖에 할 수 없는 건 여기서 더 골을 먹어서 일본 대학 축구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노력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한 선수로 인해 산산이 무너졌다.

툭!

현수는 주문선과 원터치 패스로 간단히 도시샤 대학의 밀집 수비진을 헤집고 들어갔다. 하지만 페널티에어리어 안에는 대표팀 선수보다 도시샤 대학 선수가 더 많았다.

그러나 현수에게 숫자는 무의미했다.

틱!

현수는 그를 막겠다고 달려 온 도시샤 대학 수비수의 무릎에 공을 차고 튕겨 나온 그 공을 되받아서 크루이프 턴으로 옆에서 다리를 걸어오는 또 다른 도시샤 대학 수비수를 제쳤다. 일본 대학 팀을 상대로 굳이 카멜레온 축구복의 장착 스킬을 쓸 것도 없었다.

순식간에 그를 에워 싸온 4명의 도시샤 대학 수비수들을 현수가 돌파 했다. 순간 도시샤 대학 최종 수비수가 다급히 현수의 유니폼을 잡아챘다.

“어어!”

현수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성과 함께 그의 몸이 홱 젖혀지며 옆으로 쓰러졌다.

“삐이익!”

현수가 주심이 잘 보이는 각도에서 쓰러졌으니 여지없이 휘슬이 울렸다. 도시샤 대학의 수비수들 얼굴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현수가 쓰러진 곳은 바로 페널티에어리어 안. 그 안에서 반칙 선언이 있었으니 볼 것도 없이 페널티킥이었다.

현수가 얻어 낸 페널티킥을 주문선이 차분히 골대 한 가운데로 강하게 차 넣었다. 도시샤 대학 골키퍼는 주문선의 페인팅에 속아서 옆으로 몸을 날리면서 5번째 골을 내어 주었다.

“삐이이익!”

심판은 경기가 30분을 넘어가자마자 바로 휘슬을 불었다. 그 사이 5골을 몰아넣은 대표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벤치로 돌아왔고 반면 5골이나 먹은 도시샤 대학 선수들은 어깨가 축 쳐져 있었다.

도시샤 대학의 축구부 감독은 곧장 백승업 감독에게 가서 일부러 시간 내어 연습 시합을 해 준데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는 도시샤 대학 축구선수들을 데리고 그라운드들 빠져 나갔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전부 그라운드로 몰려 나가서 연습 시합 때문에 중단했던 훈련을 계속 했다.

그러다 12시가 되자 점심을 먹고 오후 2시로 예정 되어 있는 J리그 도쿄 베르다와의 연습 시합을 위해 그들의 홈구장으로 곧장 이동했다.

“어서 와라.”

도쿄 베르다의 홈구장인 후지모토 스타디움에서 도쿄 베르다의 코치를 맡고 있던 이무송이 올림픽 대표팀을 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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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토 스타디움에 1시 10분쯤 도착한 올림픽 대표팀이 몸을 풀고 있을 때 도쿄 베르다의 관계자가 나타났고 도쿄 베르다 선수들이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 말이 있고 10분 뒤 정확히 1시 50분에 도쿄 베르다의 감독과 선수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중에 한국 선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심판도 죄다 일본 심판들로 구성 되어 있었다.

그걸 확인한 순간 백승업 감독은 오늘 시합이 결코 녹록찮을 걸로 봤다.

“다들 여기 그라운드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고. 상대는 프로다. 저들을 이기려하지 말고 저들에게서 배워라.”

백승업 감독은 기본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최대한 선수들이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도 압박의 끈은 놓지 않게 전술을 짰다.

이에 비해 도쿄 베르다는 딱 봐도 주전은 거의 뺀 벤치 멤버들이 나온 듯 보였다. 그들은 대학 축구 선수들이 주를 이룬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들을 우습게 여기는 듯 제대로 몸도 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일본 주심이 알아서 대표팀에게 먼저 공을 내어주고 선축하라고 했다.

대표팀은 킥오프와 동시에 강하게 도쿄 베르다를 압박했다. 그 중심에 중앙 미드필더, 대표팀의 사령관 현수가 있었다.

파팍!

초반의 그 압박은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대표팀을 우습게 여기고 있던 도쿄 베르다는 대표팀의 프레싱에 놀라서 허둥지둥 거렸고 현수가 측면에 찔러 넣은 준 공을 공격수 배재성이 빠르게 터치라인을 따라 위로 치고 올라간 뒤 크로스를 올렸다.

그 크로스 된 공을 언제 움직였는지 현수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정확히 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해서 헤딩으로 떨어뜨렸고 그 공이 대표팀 주 공격수 남동현에게 전달되었다.

남동현은 좁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현란한 풋워크와 페인팅 동작에 도쿄 베르다의 수비수들을 농락한 후 간결하게 슛을 때렸다.

“헉!”

그 슛이 운 좋게 골대 앞을 막고 있던 도쿄 베르다의 수비 다리에 맞고 굴절이 되었고 역모션을 취하고 있던 골키퍼를 지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경기 시작과 동시에 터져 나온 대표팀의 골에 백승업 감독과 코치, 그리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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