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373화 (37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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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샤 대학 축구팀과 연습 시합 후 올림픽 대표팀은 곧장 숙소인 그랜드 호텔로 이동했고 선수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했다.

내일 있을 도쿄 베르다와의 연습 시합을 염두에 둔 배려였다. 선수들은 씻고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을 먹었다.

현수도 1층 뷔페에서 저녁 식사 후 자기 방으로 올라가려 할 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현수야!”

귀에 익은 목소리에 현수가 돌아보자 호텔 로비에 그의 외삼촌인 장대인이 서 있었다. 그는 반가운 얼굴로 현수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고 현수는 곧장 그에게 다가갔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어쩐 일은. 올림픽 대표팀이 일본에 시합하러 온다기에 혹시나 해서 알아봤더니 선수 명단에 네가 있지 뭐냐? 그래서 바로 달려왔지.”

“어머니는요?”

“네 엄마는 몰라. 요즘 집 판다고 바쁘고. 왜? 말할 걸 그랬나?”

“아뇨. 말 안하신 건 잘하셨어요. 어차피 여기 정리하고 한국으로 오면 뵐 텐데요 뭘.”

“그래. 집도 곧 팔릴 거 같으니까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보름 뒤엔 한국으로 갈 수 있을 거 같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저쪽으로 가요.”

현수는 일부러 자신을 찾아 온 장대인을 호텔 로비에 계속 세워두고 얘기하는 게 그래서 그를 데리고 근처 커피숍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때 장대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핸드폰을 확인한 그가 현수를 보고 말했다.

“네 엄마다.”

장대인은 전화를 받았고 현수의 모친이 어서 들어와서 저녁 먹으란 말에 곧 들어가겠다고 말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가 봐야겠다.”

현수는 장대인을 호텔 밖까지 배웅했다. 장대인은 택시에 올라타며 현수에게 말했다.

“일본하고 시합 때 나올 거지?”

“물론이죠.”

“꼭 골 넣어라.”

“네.”

현수는 장대인이 탄 택시가 떠나는 걸 확인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 방에 올라갔을 때 그의 룸메이트 남동현이 도끼눈을 든 체 현수를 보고 말했다.

“너 어제 내가 준 쪽지 그 스튜어디스 만났지?”

남동현이 직설적으로 물어왔다. 현수는 그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남동현이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의아했던 것이다.

현수가 이현지와 박하나를 실질적으로 만난 건 도쿄 하루미 부두에서였다. 그 뒤 그랜드 호텔로 왔지만 그때는 새벽이었고 말이다.

현수와 그녀들이 같이 있는 걸 보고 남동현에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현수가 슬쩍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러자 남동현이 발끈하며 현수의 멱살을 잡았다.

“뭐? 이 새끼가 어디서 거짓말을......”

현수는 멱살을 잡혔을 때 쓰는 호신술인 돌려 잡은 손 꺾기를 사용해서 남동현을 간단히 제압했다.

“아아악! 이 손 못 놔!”

고래고래 소리치는 남동현을 보고 현수가 슬쩍 그를 밀치며 제압한 손목을 놓아 주었다. 그러자 남동현이 꺾인 손을 만지며 현수를 곧 죽일 듯 쏘아보았다.

현수는 그런 남동현의 적의가 어째 심상치 않았다. 그럴 것이 녀석은 현수에게 대 놓고 살기까지 내뿜었던 것이다. 자신이 무슨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듯 말이다.

‘뭔가 이유가 있어.’

다행이라면 이 방안에는 현수와 남동현 둘 뿐이란 점이었다. 현수는 일단 남동현이 왜 자기에게 분노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부터 물었다. 그러자 남동현이 호주머니 속에서 쪽지 한 장을 꺼내서 현수 얼굴에 내던졌다.

“내가 좀 도와 달랬더니 생까고 가서는 네가 홀라당 그년을 먹어치워? 뭐 이런 개자식이 다 있어.”

현수는 남동현이 해 대는 말은 무시하고 그가 던진 쪽지를 확인했다.

[현수씨. 어젠 정말 좋았어요. 한국에서도 현수씨와 계속 만나고 싶어요. 현지.]

이현지가 남긴 쪽지는 남동현을 충분히 분노케 할만 했다.

“씨발. 너 이 새끼..... 이러고도 대표팀에서 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내가 널 그냥 둘 거 같아? 동료들에게 다 얘기해서..............”

남동현은 보기보다 속 좁은 녀석이었다. 게다가 올림픽 대표팀 주 공격수인 녀석과 척을 질 경우 현수가 피곤해 질 게 분명했다.

‘하아. 별수 없군.’

그래서 현수는 상태창을 열어서 먼저 수면 마법으로 남동현을 잠재웠다.

“슬립(Sleep)!”

“어어......”

남동현은 갑자기 잠이 쏟아지면서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이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털썩!

그런 그에게 다가간 현수가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꺼냈다.

“쓸데없는 기억은 지워 주지.”

그리곤 메모리 컨트롤 모자를 남동현에게 씌운 뒤 현수는 녀석의 기억 속에서 쪽지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싹다 지웠다. 그리곤 이현지가 그에게 남긴 쪽지도 갈기갈기 찢어서 휴지통에 버렸다. 이현지와 박하나는 원 나잇으로 충분했다. 다시 만날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물론 운명적으로 또 만나 진다면야 그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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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올림픽 대표팀은 어제처럼 8시 30분에 도시샤 대학 축구장에 도착해 몸을 풀었다. 그때 어제 연습 시합 상대였던 도시샤 대학 축구부 감독이 나타났다.

“네?”

“부탁 좀 드리겠스므니다.”

도시샤 대학 축구부 감독이 연신 백승업 감독에게 허리를 굽혀댔다. 그러니까 어제 뛰지 못한 도시샤 대학 축구부 선수들과 30분이라도 좋으니 시합을 해 달란 부탁이었다.

“하아. 그 참......”

황당한 부탁이지만 이곳 축구장을 빌려 주고 어젠 연습 시합까지 해 준 도시샤 대학 축구부의 요구를 바로 거절 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오늘 오후 2시엔 도쿄 베르다와 연습 시합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백승업 감독이 생각해 보니 30분 정도 뛰어 주는 건 괜찮을 거 같았다. 오늘 도쿄 베르다와 시합에 선발 출전할 공격수와 수비수들은 빼고 교체 멤버들을 넣고 미드필더는 그대로 뛰게 해서 그들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수준에서 나쁘지 않을 거 같았던 것이다. 미드필더들의 호흡도 맞춰보고 그들의 오늘 컨디션도 점검해 볼 겸 말이다.

“좋습니다. 하지만 딱 30분만입니다.”

“고맙스므니다.”

백승업 감독은 도시샤 대학 축구 감독에게 올림픽 대표팀이 30분만 뛰어 주는 걸 거듭 확인하고 그의 요구를 받아 드렸다. 그리고 곧장 그라운드에서 몸들을 풀고 있던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집합 시킨 뒤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에 대표팀 선수들은 오늘 도쿄 베르다와 뛸 주전 공격수와 수비수들이 벤치로 빠지고 교체 멤버들과 주전 미드필더들이 그라운드로 들어가서 시합 시작 전까지 호흡을 맞췄다.

그렇게 9시 30분에 양측 진영에 선수들이 배치되자 바로 대표팀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 되었다.

단, 도시샤 대학의 일방적인 부탁으로 치러지는 시합인 만큼 심판은 올림픽 대표팀의 코칭스태프가 맡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올림픽 대표팀의 주 공격수 남동현을 대신해서 시합에 뛰게 된 공격수 주문선이 킥오프 한 공을 또 다른 공격수 유지광이 받아서 뒤쪽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에게 패스했다.

그 공을 받은 현수가 왼팔을 번쩍 들어 올린 후 바로 좌측면으로 롱패스를 넣었다.

파파파팟!

그러자 대표팀 좌측 윙어가 현수의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를 받아서 터치라인을 타고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파악!

“악!”

이에 도시샤 대학 수비수가 거친 태클로 대표팀 좌측 윙어를 제지했다.

삐익!

심판은 즉시 그 도시샤 대학 수비수에게 주의를 주었고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좌측으로 10여 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올림픽 대표팀은 프리킥 찬스를 맞았다.

페널티에어리어 안의 대표팀 공격수들이 키커인 현수를 향해 일제히 손을 들었다. 그때 현수는 대표팀 공격수들을 맨투맨으로 마크하고 있는 도시샤 대학 수비수들을 보고 눈빛을 빛냈다.

다들 보니 어젠 뛰지 않았던 선수들이었다. 경기 초반이라 그런지 잘해 보겠다는 투지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각기 맡은 대표팀 공격수들을 제대로 마크하고 있어서 선수들이 뭉쳐 있는 쪽으로 공을 넣어 줘 봐야 골로 연결시키기 어려울 거 같았다. 그래서 현수의 시선이 바로 골대로 향했다. 그때 주심의 휘슬이 울렸고 현수는 뛰어가 공을 찼다.

빠앙!

공이 터질 듯 소리를 내며 빠르게 골대로 날아갔다. 쭉 사선으로 뻗은 공은 누가 봐도 그대로 골대를 넘어갈 듯 보였다. 하지만 골대 가까이서 공이 뚝 떨어져 내렸다.

“헉!”

도시샤 대학 골키퍼가 기겁하며 반응했지만 그 보다 먼저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출렁!

“그렇지!”

“나이스 슛! 강현수!”

짝짝짝짝짝짝!

대표팀 벤치의 백승업 감독과 코치, 그리고 벤치 멤버들이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는 환상적인 프리킥을 찬 현수의 주위로 대표팀 선수들이 모여서 웃으며 축하의 제스처를 취했다. 반면 도시샤 대학 선수들은 다를 패닉 상태에 빠졌다.

“말,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런 슛을......”

벤치의 도시샤 대학 감독이 떡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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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하고 채 5분도 되지 않아서 선제골을 내어 준 도시샤 대학이 어리바리하게 움직이자 벤치에서 도시샤 대학의 감독들이 버럭 소리쳤다.

“しっかりしろ(정신 차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도시샤 대학 선수들이 나름 파이팅(ファイト)을 외치며 심기일전하는 듯 보였다.

골을 먹은 도시샤 대학이 하프라인에서 킥오프를 하고 경기가 재개됨과 동시에 어제 대표팀에 골을 넣었던 도시샤 대학 축구부의 주장이자 센터포워드인 선수가 빠르게 내달렸고 그런 그에게 미드필더에서 날카로운 패스가 넣어졌다.

척!

그런데 그 패스를 중간에서 현수가 끊었다. 축구장 안의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은 현수가 다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후방에서 전방으로 보내지는 패스는 현수가 미리 움직여서 다 끊어 버릴 수가 있었다.

현수는 그렇게 커트 해낸 공을 측면으로 돌리며 경기 템포를 조절했다. 굳이 공격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공을 돌리며 지체할 것도 없었다. 그저 기회만 엿 봤고 빈틈이 보이자 현수가 바로 돌파에 나섰다.

중앙 미드필더인 현수가 도시샤 대학의 미드필더를 자연스럽게 발을 들어 공의 탄력을 죽이고 헛다리로 시선을 혼란시킨 뒤 플립플랩으로 가볍게 제쳤다.

“헉!”

그렇게 현수는 도시샤 대학의 미드필더 진을 간단히 뚫어 버리고 순식간에 일본 포백 진에 다다랐다. 그러자 도시샤 대학의 센터백이 그의 앞을 막고 좌측 풀백이 그를 향해 거칠게 태클을 걸어왔다.

촤아아아!

현수는 공을 살짝 위로 툭 차 놓고는 여유 있게 그 태클을 피한 후 달려 나오는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가볍게 공을 차 넣었다.

데구르르!

땅볼로 구른 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좋았어!”

선제골을 넣은 지 불과 5분도 되지 않아서 추가골이 터진 것이다. 올림픽 대표팀 벤치는 신이 났다.

“빌어먹을. 또 당하다니.”

반면 도시샤 대학 벤치의 분위기는 아주 살벌해졌다. 하긴 5분에 한 골씩 먹고 있으니 감독과 선수들 모두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것도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도 아닌 미드필더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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