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355화 (355/712)

<-- 올림픽 대표 -->

교체 투입 된 양주 상무의 선수도 현수를 마크 하면서 시작부터 거칠게 그를 몸으로 밀쳤다.

퍽!

“헉!”

하지만 현수는 끄덕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밀려 나자 절로 경악성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황당한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뭐야? 벽에 몸을 부딪친 거 같은 이 느낌은.....’

그 마크맨은 그때 이미 오늘 개고생할 거 같은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일었다.

예견한 바지만 후반전에 양주 상무는 강현수와 남동현을 철저히 마크했다. 현수가 공을 잡으면 마크맨이 득달같이 달라붙었다.

“삐이익!”

그 과정에서 반칙이 계속 나왔다. 그 때문에 올림픽 대표팀의 공격의 흐름이 끊어졌고 공격의 날도 그만큼 무뎌졌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계속 된 마크맨의 반칙을 심판도 그대로 가만히 묵과하지 않았다.

“한번만 더 고의적으로 반칙을 하면 카드 나간다.”

심판의 경고에도 현수의 마크맨은 또 다시 현수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더티 플레이를 했고 심판이 바로 옐로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마크맨의 퇴장이 걱정 되었던지 김주선 감독이 그 마크맨을 미드필드로 내리고 다른 미드필드로 하여금 현수를 마크하게 했다.

하지만 그런 꽁수는 오래 가지 못했다. 현수가 또 양주 상무의 패스를 커트해서 전방을 바라볼 때 양주 상무의 미드필더가 뒤에서 현수의 다리를 걷어 찬 것이다.

퍽!

“아악!”

“삐익!”

주심은 그걸 보고 바로 옐로카드를 꺼냈다.

“으윽!”

그런데 정작 현수의 다리를 걷어 찬 그 미드필더가 발을 절뚝거렸다. 그러다 결국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양주 상무의 의료진이 살핀 경과 발목이 접질려서 더 뛰기 힘들다며 또 벤치에 교체 사인을 넣었다.

“허어!”

김주선 감독은 기가 찼다. 1군 무대의 프로 선수도 아니고 고작 대학생 축구선수 하나 마크 하는 데 벌써 선수 두 명이 부상을 당한 것이다.

지금 절뚝거리며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는 양주 상무 팀의 주전 멤버였다. 여기서 주전 멤버가 더 다친다면 양주 상무는 앞으로 리그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별 수 없군.”

김주선 감독은 현수의 마크맨으로 하여금 교체 되어 들어 온 미드필더 자리를 맡게 하고 벤치의 신인 멤버 중 한 명을 현수의 마크맨으로 내 보냈다. 그런데 그 신인 선수가 너무 물렀다. 현수를 마크 하라고 내보냈더니 현수의 똘마니도 아니고 녀석의 뒤만 졸졸 따라 다녔던 것이다.

현수는 그 마크맨을 달고 여전히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고 양주 상무의 공격 루트를 죄다 끊어 놓았다.

“헉!”

그리고 양주 상무의 업사이드 라인을 붕괴 시키는 기막힌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촤아아악!

다행히 센터백 여진구가 태클로 올림픽 대표팀 장신의 공격수 유지광의 공을 걷어 냈기 망정이지 또 한 골 실점할 뻔했다.

김주선 감독은 현수를 막지 않으면 이 시합은 대패를 면치 못할 거라 생각하며 물러터진 현수의 마크맨을 불러서 몇 마디를 했다.

“삐이익!”

그러자 그 신인 마크맨이 바로 대형 사고를 쳤다. 현수에게 백태클을 걸었던 것이다. 그것도 현수가 공을 찬 뒤에 말이다. 안 그래도 예민해져 있던 주심은 바로 레드카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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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업 수석코치는 후반전 내내 조마조마했다. 경기 양상은 전반전과 같이 좋았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팀 공격과 수비의 핵인 현수에 대해 양주 상무의 집중 마크로 현수는 계속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현수는 쓰러지면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났다.

오히려 그에게 반칙을 가한 양주 상무의 선수 둘이 실려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고 말이다.

백승업 수석코치는 그때마다 현수에게 교체 해 줄까 신호를 넣었고 현수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다 공과 관계없이 상대의 백태클이 현수에게 가해지자 백승업 수석코치가 버럭 소리를 쳤다.

“저 미친.....”

하지만 현수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벌떡 일어섰고 주심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자 좋다며 웃기까지 했다.

“저 놈은 대체.....”

그걸 쭉 지켜보고 있던 백승업 수석코치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양주 상무의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하면서 사실상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올림픽 대표팀으로 넘어왔다.

10명의 선수로 뛰는 양주 상무로는 하프라인을 잘 넘어 오지 않는 현수를 마크 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듯 공격수인 남동현에게는 계속 마크맨을 붙여 두었다.

마크맨 없이 자유로워진 현수는 슬금슬금 하프라인을 넘었다. 현수의 눈이 매의 눈처럼 전방을 훑었다.

남동현이 마크맨을 달고 페널티에어리어 안 양주 상무 수비 진영을 들쑤셔 놓고 있을 때 현수는 그 옆으로 돌아 들어가는 유지광에게 바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유지광은 자신에게 붙은 양주 상무의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몸을 띄웠고 날아온 공은 그의 이마에 정확히 맞았다.

헤딩 된 공은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다. 양주 상무의 골키퍼는 역모션에 걸려서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돌렸는데 공이 골포스트를 맞추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우와아아아!”

장신의 거구 유지광이 포효를 하며 손짓으로 현수를 가리켰다. 현수의 기막힌 패스에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그걸 보고 현수도 유지광을 향해 가볍게 박수를 쳐 주었다. 제아무리 기막힌 어시스트도 그걸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빛을 발할 수 없는 법이었다.

스코어 5대 1!

후반전에 추격 골을 넣어도 시원찮을 판에 추가골을 허용한 양주 상무는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더 조금해졌고 그것이 잦은 패스 미스로 이어졌다.

그걸 그냥 내버려 둘 현수가 아니었다. 남동현이 마크맨을 따돌리자 현수가 바로 그에게 킬 패스를 찔러 넣었고 남동현은 바로 노마크 찬스를 만들었다.

터억!

그런 남동현을 막을 수 있는 건 반칙뿐이었다. 양주 상무의 센터백 여진구가 남동현의 다리를 걸었고 가까이서 그걸 보고 있던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문제는 남동현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젠장!”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김주선 감독이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그라운드에서 몸을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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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커로 남동현이 나섰고 그는 침착하게 골키퍼가 반응을 보이자 과감히 골대 한 가운데로 공을 차 넣었다.

스코어 6대 1!

5골 차로 벌어지면서 양주 상무의 추격 의지도 확 꺾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20분. 그래도 프로 축구 1부 리그 팀인 양주 상무의 선수들은 어째든 남은 시간 동안 골을 넣으려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주명철이 있었고 말이다.

왕현후는 전반전처럼 현수를 딴 쪽으로 끌어내고 올림픽 대표팀의 수비수를 돌파해서 주명철에게 패스를 넣어 주었다.

그 공을 받은 주명철은 수비수를 등진 체 몸을 틀면서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발은 허공을 애꿎은 잔디와 허공만 갈랐다.

언제 왔는지 강현수가 공을 빼낸 체 전방으로 길게 공을 차고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이게 대체 몇 번인지 몰랐다. 그에게 오는 패스는 죄다 끊어 놓더니 이제는 그의 공도 뺏자 주명철이 현수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주명철은 앞서 퇴장 당한 녀석처럼 무모한 짓을 저지르진 않았다. 그 짓 말고도 얼마든지 녀석에게 분풀이할 방법이 그라운드 안에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축구 선수들은 볼 경합 중에 가장 많은 부상을 당한다. 그 중에서 공중 볼 처리 시 부상이 특히 위험한 건 떨어질 때 그라운드와 부딪쳐 생기는 2차 부상 때문이었다.

주명철은 왕현후에게 일부로 공중 볼을 달라고 했다. 왕현후는 그의 요구대로 공을 띄워 주었고 주명철은 그 공을 보고 뛰었다. 그때 역시나 강현수가 그보다 먼저 뛰면서 헤딩으로 그 볼을 끊었다.

‘걸렸다.’

순간 주명철의 입가에 비릿하니 미소가 어렸다. 같이 공중 볼 경합을 하며 떠 있는 상태에서 주명철이 교묘하게 손으로 강현수의 등을 밀쳤다. 그렇게 허공에 떠 있던 현수는 중심을 잃고 그라운드로 떨어질 터였다.

“어어!”

그런데 정작 현수를 민 주명철의 몸이 뒤로 기우뚱 넘어갔다. 중심이 무너져야 할 강현수는 멀쩡한 데 오히려 그의 몸이 뒤로 밀리면서 중심을 잃은 것이다.

‘안 돼!’

주명철은 놀라 허우적거렸지만 이내 뒷머리에 충격이 일고 그는 이내 의식을 잃었다.

“명철아!”

공중 볼 경합을 하던 주명철이 갑자기 뒤로 넘어지면서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꿈쩍하지 않자 김주선 감독이 의료진보다 먼저 그에게 뛰어갔다.

주명철은 양주 상무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그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양주 상무의 추락을 불을 보듯 자명했다.

뒤따라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온 올림픽 대표팀의 의료진이 주명철의 상태를 살폈다.

“으으으!”

그 사이 주명철이 정신을 차렸다. 그런 그에게 대표팀의 팀 닥터가 이것저것 질문을 한 후 김주선 감독에게 말했다.

“가벼운 뇌진탕 정상을 보이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휴우!”

대표팀 팀 닥터의 소견에 김주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인근 대형 병원에 연락해서 구급차를 불러 두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십시오.”

대표팀 의료진은 곧장 주명철을 들것에 싣고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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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철이 자신을 노리고 있단 걸 현수는 너무도 쉽게 알았다. 무공이 상급 고수인 현수였다. 작은 살기라도 금방 파악해 내는 게 가능한데다가 프런트 무브먼트 디텍트 (Front movement detect)마법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기에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이 한 눈에 다 파악 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공중 볼 경합을 하게 되었고 주명철이 겁도 없이 현수에게 뛰어들었다.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것도 모르고 말이다.

이미 스톤스킨(Stone skin)마법으로 몸이 돌덩이 같이 변해 있는 현수인데다가 내공까지 사용했기에 주명철은 공중에서 현수를 밀치고도 되레 자기가 뒤로 밀리면서 머리부터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부상을 입었다.

뚜두둑!

그와 같이 공중볼 경합을 했다 떨어지며 목뼈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를 현수가 들은 것이다.

이때 주명철은 머리 보다 목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고 그걸 눈치 차린 현수가 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보유중인 치료 마법 중 홀리큐어를 사용해서 주명철의 부러진 목뼈부터 치료했다. 그 뒤 올림픽 대표팀의 의료진이 왔고 살펴 본 결과 머리에 가벼운 뇌진탕 증세만 발견되었다. 주명철는 곧장 들것에 실려서 올림픽 대표팀 합숙소에 마련되어 있던 의무실로 향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구급차가 오는 대로 대형 병원으로 이송 될 모양이었다.

그렇게 빠진 주명철 대신 벤치에 있던 양주 상무의 신인 공격수가 교체 투입 되었다. 그 뒤 김주선 감독은 더 이상 오늘 평가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주전들을 빼고 교체 멤버들을 대거 투입 시켰다. 그 결과 3골이 더 먹었고 양주 상무는 올림픽 대표팀에 9대 1로 대패했다.

평가전이 끝난 뒤 김주선 감독은 굳은 얼굴로 백승업 수석코치와 악수만 하고는 말없이 양주 상무 선수들을 챙겨 올림픽 대표팀 훈련소를 빠져 나갔다. 하긴 부상 선수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 알았다면 김주선 감독은 절대 올림픽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르지 않았을 터였다.

아무튼 올림픽 대표팀은 국내 프로 팀과의 두 차례 평가전을 모두 대승을 거두면서 나름 산뜻한 출발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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