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344화 (344/712)

<-- 올림픽 대표 -->

그 광경을 보고도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반칙을 선언하기 전에 먼저 골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현수가 헤딩으로 추가골을 넣은 것이다.

“쳇!”

현수는 넝마처럼 변한 자신의 유니폼을 갈아입으러 벤치로 향했다. 그런데 현수의 유니폼은 카멜레온 축구복으로 마법 아이템이 아니던가?

유니폼이 찢어졌다면 마법 아이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성남 베어스의 센터백이 현수의 유니폼을 잡아당길 때 현수는 카멜레온 축구복이 찢어질 걸 알았다.

현수는 성남 베어스 2부 팀과 평가전을 치르기 전에 카멜레온 축구복의 마법 아이템 창을 열었었다.

그때 현수는 중급으로 업그레이드 된 카멜레온 축구복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카멜레온 축구복의 복구 기능이었다.

중급으로 업그레이드 전 카멜레온 축구복은 어떤 식으로 마법 처리가 되어 있었던지 일체 손상을 입지 않았다. 때문에 경기 중 상대 선수가 아무리 잡아 당겨도 유니폼은 멀쩡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카멜레온 축구복은 여느 축구복과 같이 강한 물리적 힘에 쉽게 찢어졌다. 대신 현수가 원할 때 바로 복구가 되었다.

현수는 벤치로 가서 새 유니폼을 받아서 갈아입는 척 하면서 찢어진 카멜레온 축구복을 복원 시켰다. 그리곤 새 유니폼 대신 복구 된 카멜레온 축구복을 입고 새 유니폼을 슬쩍 찢었다.

내공을 사용하는 현수에게 유니폼을 찢는 건 종이 찢는 거나 다를 게 없었다. 그렇게 찢어진 유니폼을 벤치 쪽에 던져 놓고 현수는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스코어 5대 2!

스코어가 크게 벌어지면서 성남 베어스 벤치의 분위기가 암울하게 변했다. 현수가 유니폼을 막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복귀해 들어가고 자기 포지션에 막 자리를 잡았을 때였다.

“삐이이익!”

주심의 길게 휘슬을 불었고 그렇게 올림픽 대표팀과 성남 베어스 2부 팀과의 평가전 전반전이 끝났다.

“헉헉헉헉!”

“아이고. 힘들다.”

전반전에 죽어라 뛴 대표팀 선수들이 어깨가 축 쳐진 채 벤치를 향해 걸어 갈 때 현수는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상태창의 보유 중인 마법 중 선수들의 피로를 전반적으로 풀어 주는 세브럴 바디 리커버리(Several body Recovery)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벤치로 향하던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처진 어깨가 다시 슬쩍 올라갔고 그걸 보고 현수의 입가에 흡족하니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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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베어스의 중앙 미드필더 안동진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체 벤치로 와서 정성열 감독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감독님. 죄송합니다.”

그런 안동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정성열 감독이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죄송할 거 없다. 넌 최선을 다해서 뛰었고 단지 상대가 너보다 더 빨랐을 뿐이다.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뭐 괜찮아. 중앙을 더 두텁게 하면 돼.”

정성열 감독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로 인해 중앙에 미드필더를 더 보강함으로서 공격이 더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에만 벌써 3점차로 벌어진 상황에서 후반전에는 더 공격일변으로 밀고 나가야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암담한 정성열 감독이었다. 그렇다고 절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상대는 아직 어렸고 그 만큼 경험이 적었다. 판을 흔들면 얼마든지 역전도 가능했다.

“우리 성남 베어스의 근성을 올림픽 대표팀에 확실하게 보여주자.”

정성열 감독의 말에 성남 베어스 선수들의 표정이 다들 비장하게 변했다.

이때 바로 옆 올림픽 대표팀 벤치는 그야말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그만큼 3점차 리드의 영향은 컸다. 그때 올림픽 대표팀의 코칭스태프 중 한 명이 백승업 수석 코치에게 말했다.

“3골이나 리드하고 있는데 후반전에는 선수교체를 좀 하는 게 어떨까요?”

“선수 교체?”

그 말에 벤치에 대기 중인 벤치 멤버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으음......”

백승업 수석 코치는 출전하고 싶어 안달이 난 선수들을 보고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평가전이라도 질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주축 선수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자리는 벤치 멤버로 교체를 하더라도 전력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여긴 백승업 수석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선수 교체로 가닥을 잡은 백승업 수석 코치는 바로 교체 명단을 짰다.

“포워드 배재성 대신에 주문선을 투입하고 우측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 윤찬이와 용수, 센터백 홍윤성 대신에........”

백승업 수석 코치는 전반에 뛰었던 선수 중 여섯 명을 빼고 후반에 새로운 선수를 대거 투입시키기로 했다.

“쳇!”

그런 가운데 조수영은 자신이 여전히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좌측면 미드필더란 사실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걸 감독과 코치들 앞에서 티내지는 않았다.

비록 자신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더라도 벤치를 달구지 않고 시합에 나가는 게 어딘가?

조수영은 자기 대신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꿰차고 있는 현수를 곱지 않은 시선을 쏘아보다가 하프 타임이 끝나자 휑하니 그라운드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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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하프 타임 때 휴식을 취하면서 상태창을 열고 보유 마법 중에 오늘 돌발 퀘스트 완수를 위해 구입한 캐쥬얼 도핑 테스트(Casual Doping test)마법을 사용해서 누가 금지 약물 복용자인지를 찾았다.

앞서 오전에 확인했던 선수들을 제외하고 살폈고 다행히 금방 찾아 낼 수 있었다.

‘마동수! 저 새끼였어?’

현수는 금지 약물 복용자가 마동수란 걸 알고는 오늘 그에게 건 정신계 마법인 멘탈 머니푸어레이션(Mental manipulation)를 풀어 준 게 후회가 되었다. 멘탈 머니푸어레이션(Mental manipulation)마법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면 녀석 스스로 금지 약물을 복용한 걸 자백하게 해서 대표팀에서 내쫓아 버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현수가 다시 녀석에게 멘탈 머니푸어레이션(Mental manipulation)마법을 걸려하자 시스템이 반응을 보였다.

[띠링! 한번 멘탈 머니푸어레이션(Mental manipulation)마법을 건 상대에게 다시 멘탈 머니푸어레이션(Mental manipulation)마법을 걸 수 없습니다. 더불어 멘탈 머니푸어레이션(Mental manipulation)마법보다 하위 정신계 마법 역시 효력이 발휘 되지 않습니다.]

그 소리에 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멘탈 머니푸어레이션(Mental manipulation)마법은 5서클의 정신계 마법으로 현수가 보유 중인 마법의 최고 수준은 5서클이었다. 즉 더 이상 정신계 마법으로 마동수를 어쩔 수 없단 소리였다.

‘귀찮게 됐군.’

현수가 어떻게 마동수가 금지 약물 복용자임을 밝혀낼지 고민할 때 백승업 수석 코치가 후반에 교체 될 선수들을 호명했다. 그 선수들 중 마동수도 끼어 있었다. 그 때문에 경기 중 녀석을 부상당하게 만들어서 검사 과정에서 녀석의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게 하려던 현수의 계획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5분의 짧은 하프 타임도 끝났다.

“자자. 다들 모여라.”

백승업 수석 코치의 호출에 후반전에 뛸 선수들이 그가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어쩔 수 없지. 일단 경기 끝내고 생각하자.’

그 생각 후 현수도 백승업 수석 코치 쪽으로 걸어갔다. 백승업 수석 코치는 자기 앞에 집합한 후반에 뛸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짧게 말했다.

“깔끔하게 이기자.”

그리고 손을 내밀자 11명의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차례차례 백승업 수석코치 손 위로 손을 포갰고 다 포개지자 일제히 파이팅을 외치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곧장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자기 포지션을 찾아 섰다.

현수도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섰는데 그때 그의 왼쪽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힐끗 돌아보니 조수영이 사나운 얼굴로 현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런 조수영을 보고 썩소를 날리며 현수는 생각했다.

‘백승업 수석 코치와 코칭스태프들은 나와 조수영이 잘 호흡을 맞춰서 함께 미드필드진을 공고해 해 주길 원하는 모양이던데 그들을 실망 시킬 수는 없지.’

현수는 더 이상 조수영을 자극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서 전방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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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업 수석 코치는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에 현수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 후반전에는 수비 위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수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라운드로 가서 자기 자리를 잡았고 잠시 뒤 성남 베어스의 선축으로 후반전이 시작 되었다. 전반전과 달리 현수는 자기 자리를 고수하며 수비적인 미드필더로 돌변했다.

그런 가운데 예상대로 성남 베어스는 전반에 벌어진 3골 차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일변으로 나왔다.

특히 현수가 움직이지 않는 걸 본 정성열 감독은 두텁게 한 중앙에게 미드필더를 빼내서 공격에 나서게 했다. 그런데 그 미드필더가 바로 안동진이었다. 안동진으로 하여금 성남 베어스의 공격을 지휘하게 만든 것이다.

반면 절반도 넘는 여섯 명의 선수를 교체한 대표팀은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좌우 미드필더들이 측면 미드필더에게 넣어 주는 패스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공이 번번이 커트 당했고 그 공은 바로 안동진에게 전달되었다.

“나이스!”

안동진은 바로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는 윙어에게 그 공을 넣어 주었고 그 윙어는 살짝 공을 전방으로 차 놓고는 빠르게 터치라인을 따라 내달렸다.

파파파팟!

그 윙어를 대표팀의 측면 미드필더가 따라 붙었고 중앙으로 파고 들어오는 양성조는 마동수를 대신해서 교체해 들어 온 대표팀 풀백이 마크했다.

툭!

그때 윙어의 발끝을 떠난 공이 대표팀 풀백의 머리를 넘어서 양성조에게로 이어졌다.

살짝 부정확한 그 패스를 양성조가 잘 트래핑 한 후 반 템포 빨리 그라운드에 공을 찍어 찼다.

뻥!

그러자 바운드 된 공이 튀어 골대로 향했는데 골키퍼가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그 보다 공이 먼저 골대로 들어 가 버렸다.

“좋았어!”

추격 골을 터트린 양성조가 불끈 주먹을 쥐고는 골대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는 그 공을 챙겨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현수도 양성조를 마크한 풀백이 너무 무기력하고 그를 놓치자 어쩔 도리가 없었다.

현수가 그에 대해 그 선수에게 협력 수비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그 선수는 현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현수도 더 이상 그 선수에게 왈가왈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표팀 수비 라인에 큰 구멍이 생겼다.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현수가 정확히 찔러 넣어 준 패스를 받은 대표팀의 교체 되어 들어 온 포워드 주문선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지 개인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상대는 비록 2부 리그라도 프로 팀이었다. 게다가 수비가 강하기로 유명한 성남 베어스의 수비라인을 주문선이 뚫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에잇!”

성남 베어스 수비수들의 협력 수비에 바로 공을 뺏긴 주문선이 씩씩 거릴 때 공은 벌써 하프라인을 넘어서 안동진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안동진은 그 공을 얼리 크로스로 대표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 차 넣었다. 현수는 그 공이 양성조에게 가는 걸 보고 바로 그쪽으로 움직였다.

꽈악!

그런데 누가 그의 유니폼을 붙잡았다. 성남 베어스의 후반에 교체 되어 들어 온 공격수가 현수를 붙잡고 늘어진 것이다.

“놔!”

현수가 뿌리치자 그제야 그 공격수는 잡고 있던 현수의 유니폼을 놓아 주었다.

명백한 홀딩 파울인데 주심이 하필 그걸 보지 못했다. 양쪽 선심들 역시 시선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 집중 되어 있었기에 그걸 보지 못했는데 현수를 제지하는 데 성공한 성남 베어스의 공격수는 현수를 보고 히죽 웃으며 휑하니 전방으로 뛰어갔다.

파파파팟!

그때 안동진의 크로스를 발을 뻗어 공을 탄력을 죽인 양성조가 곧바로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막아! 빨리 붙으라고!”

점점 가까워지는 양성조의 모습에 대표팀 골키퍼 정우창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수비수가 바로 양성조에게 달려들어서 그와 어깨를 부딪쳤다.

양성조는 그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버티면서 동시에 슛을 때렸다.

뻥!

퍽!

골키퍼는 공을 보고 몸을 날렸고 그 공을 가까스로 쳐냈다.

“안 돼!”

툭!

그런데 그 쳐 낸 공이 하필 쇄도해 들어 온 성남 베어스의 다른 공격수에게로 향했고 그 공격수는 가볍게 그 공을 골대에 차 넣었다.

“하아!”

그 모습을 현수가 황당하다는 듯 지켜보았다. 그럴 게 그 골을 넣은 성남 베어스의 공격수가 바로 현수의 유니폼을 잡고 늘어졌던 그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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