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343화 (343/712)

<-- 올림픽 대표 -->

현수는 조수영의 시비에 기가 찼지만 그걸 겉으로 표출하진 않았다. 이전 삶에서 프로 팀에서 활약하며 경기 중 못 볼꼴을 다 겪어 본 현수였다. 조수영 같은 애송이의 도발에 욱해서 화를 낼 정도로 현수의 멘탈은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수영을 깨끗이 무시하면서 그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다.

“너 이 새끼.....”

현수에 비해 조수영의 인내심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머리에 뚜껑이 열린 조수영이 현수에게 덤벼 들려 하자 그걸 같은 대표팀의 미드필더가 제지했다.

“수영아! 왜 그래?”

“이거 놔. 저 새끼가 내 말을 생까는 거 너도 봤잖아?”

“그래서 저 놈 한 대 치려고? 그 다음은?”

자신을 만류하며 말한 동료 미드필더의 말에 조수영이 흠칫했다. 그리고 힐끗 벤치쪽을 쳐다보니 백승업 수석 코치가 팔짱을 낀 체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조수영이 봐도 백승업 수석 코치의 얼굴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젠장....”

조수영은 그제야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백승업 수석 코치와 코칭스태프들을 실망시켰음을 깨달았다.

“두고 보자.”

조수영은 곧 죽일 듯 현수를 쏘아보고는 곧장 뒤돌아서 대표팀 진영으로 뛰어갔다. 그런 조수영을 보고 현수가 피식 웃으며 그를 쫓아 움직였다. 그때 그 광경을 쭉 지켜보고 있던 백승업 수석 코치가 코칭스태프 중 한 명을 불렀다.

“네. 수석 코치님.”

“선수 교체 해야겠어요.”

“네? 하지만 전반전인데.....”

“중앙 미드필더 자리의 테스트는 끝났습니다. 그러니 팀워크를 저해하는 선수는 빼줘야 제대로 된 평가전을 치를 거 아닙니까.”

“그, 그럼.....”

“조수영을 빼고 양형석을 투입하세요.”

백승업 수석 코치의 지시가 내려지고 곧 대표팀의 선수 교체가 단행 되었다.

“수영아!”

조수영은 벤치에서 교체 사인을 내자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내, 내가 왜.....”

그는 당연히 자신이 왜 교체 되어 나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벤치에서 그와 교체 할 선수로 양형석이 나오는 걸 보고 긴 한숨과 함께 벤치로 뛰어갔다. 그리고 양형석과 가볍게 하이파이브 뒤 벤치로 들어갔다.

“수고했다.”

그런 그에게 백승업 수석 코치가 눈빛도 마주치지 않고 영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수영은 질끈 입술을 깨물고는 백승업 수석 코치 옆을 지나쳐서 곧바로 벤치로 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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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업 수석 코치는 양현석에게 현수가 맡고 있던 좌측 미드필더를 맡게 하고 현수로 하여금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가서 중원을 지휘케 했다. 현수야 후반이나 되어야 자신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뛸 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먼저 중원으로 복귀하게 된 것에 나름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더욱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경기를 지배해 나갔다.

스코어 2대 1로 올림픽 대표팀에 끌려가던 성남 베어스는 양성조에게 찔러주는 빠른 패스가 번번이 강현수에게 막히자 좌우 측면을 활용해서 돌파를 감행했다.

“좋았어. 뚫어 버려.”

파파파팟!

그렇게 측면 돌파에 이어 올라온 공은 정확히 양성조에게로 크로스가 되었다. 그 공을 양성조가 잡는다면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그가 돌파를 하거나 다른 성남 베어스 선수에게 공격 찬스를 내어 줄 수 있을 터였다. 당연히 그걸 내버려 둘 현수가 아니었다.

휙!

현수가 양성조 앞에서 크로스 된 공을 헤딩으로 걷어 냈다.

“젠장.....”

그걸 본 양성조가 사납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어디로든 패스가 넘어오면 현수가 나타나서 다 막아버리니 양성조는 하프라인을 기점으로 대표팀 페널티에어리어 사이를 오고 가기 바빴던 것이다. 무슨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성남 베어스는 골게터 양성조가 막히자 공격에서 답답한 양상을 선보였다.

좌우 측면으로 계속 돌파는 시도했지만 그 공을 받아 골을 터트려 줄 공격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 놓고 진영을 끌어 올렸다간 대표팀의 역습이 두려웠고 말이다.

이럴 때 성남 베어스의 정성열 감독이 믿을 건 중앙 미드필더 안동진이었다. 양성조의 만회골이 터질 때 그 패스의 시발점은 바로 안동진이었다.

안동진은 패스메이커로 1부 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양성조처럼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오랜 부상의 공백으로 무적선수가 되었던 안동진을 정성열 감독이 작년에 성남 베어스에 영입했고 재활이 성공해 올해부터 주전으로 뛰고 있었다.

안동진은 거의 예전 기량을 회복했고 그 때문에 성남이 챌린지 리그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동진아!”

정성열 감독은 안동진에게 공격에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라는 신호를 넣었다. 그걸 보고 안동진이 하프라인을 넘어서 대표팀 진영으로 움직였다.

그때 성남 베어스의 좌측 풀백이 전방의 좌측 윙어에게 길게 스루패스를 넣어 주었다. 그 공을 잡은 성남 베어스의 윙어가 빠르게 공을 치고 올라갔고 그걸 막기 위해서 대표팀의 좌측 미드필드 양현석이 그를 따라 붙었다.

그때 잘 달리던 성남 베어스의 윙어가 급제동을 걸며 멈춰 섰다. 그가 갑자기 멈출 줄 몰랐던 양현석이 살짝 그를 지나쳤다.

순간 성남 베어스의 윙어가 중앙으로 공을 툭 차 넣었다.

“나이스! 간다.”

파파파팟!

그 공을 안동진이 받아서 바로 페널티에어리어로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대표팀 수비수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쏠렸다.

“윤성아!”

대표팀 골키퍼가 소리칠 때 센터백 홍윤성은 이미 점점 안쪽으로 들어오는 안동진을 확인하고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렇게 홍윤성이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양성조를 마크하고 있던 대표팀 수비수가 움직였고 그 짧은 순간 노련한 양성조가 움직였다.

안동진은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양성조에게 바로 공을 찔러 넣었고 양성조는 그 공을 잡지 않고 바로 힐 킥으로 살짝 방향만 꺾었다.

툭!

“앗!”

그 공은 그대로 골포스트를 맞고는 데구루루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현수는 안동진이 양성조에게 패스를 넣을 때 양성조에게로 움직였다. 하지만 양성조가 그 공을 잡지 않고 바로 처리 한 탓에 현수도 그를 막지 못한 것이다.

“제길....”

골을 먹은 대표팀 골키퍼 정우창이 신경질적으로 골망을 향해 공을 걷어찼다.

“그렇지! 하하하하!”

“역시 성조야. 하하하하!”

그 골로 성남 베어스 벤치에 웃음꽃이 피며 분위기도 급격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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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날카로운 패스로 골을 만들어 내고는 유유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성남 베어스의 중앙 미드필더 안동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이군.”

하지만 역시 그뿐이었다. 신경 쓸 상대가 양성조에서 안동진이 하나 더 늘어 난 것뿐이니 말이다. 현수는 양성조와 같이 안동진에게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안동진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면 바로 마크맨을 붙인 것이다. 그러자 안동진에게서 더 이상 날카로운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부상으로 인해 예전보다 속도와 민첩성이 크게 떨어지는 안동진이 마크맨에게 공을 뺏기면서 오히려 공격의 맥을 끊어 놓았다.

그걸 보고 현수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스코어 2대 2!

성남 베어스는 아예 기세를 타서 역전골을 넣기 위해서 안동진를 위로 끌어 올리며 허리 라인을 올렸지만 그건 스스로 자신들의 약점을 드러낸 결과를 초래했다.

파팟!

“헉!”

후방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현수가 하프라인을 넘자 바로 중앙을 돌파했고 너무도 쉽게 돌파를 한 것이다.

성남 베어스의 안동진으로는 빠른 발에 개인기까지 갖춘 현수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에 즉시 성남 베어스의 센터백이 달려 나왔고 그 틈을 보고 현수가 앞쪽으로 킬 패스를 넣었다.

그 공을 대표팀의 공격수 배재성이 잡아서 페널티에어리어를 돌파했고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침착하게 로빙슛으로 골키퍼 머리를 넘기며 골을 터트렸다.

“우와아아아!”

골을 터트린 배재성은 괴성을 터트리며 벤치로 달려가서 백승업 수석 코치를 끌어안으며 그간 부진했던 자신을 나름 어필했다. 이골은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던 성남 베어스 벤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란 점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간파한 현수는 사정없이 그 약점을 후벼 팠다.

보란 듯 다시 중앙을 돌파했고 안동진의 느린 발로는 현수를 막을 수 없었다.

“이이! 또......”

별수 없이 현수를 막기 위해 성남 베어스의 센터백이 움직였고 현수는 다시 빈틈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이번에 현수의 킬 패스는 남동현에게로 향했고 남동현은 수비의 방해가 없는 상태에서 현수의 공을 차분히 인프런트로 다시 감아 찼다.

출렁!

남동현의 환상적인 바나나킥에 성남 베어스의 노진수 골키퍼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몸을 날린다고해서 막을 수 있는 슛이 아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노진수는 신경질적으로 골망을 때리고 나온 공을 발로 걷어찼다.

스코어 4대 2!

불과 5분 사이에 중앙이 무너지며 2골을 내어준 성남 베어스는 중앙에 미드필더를 더 보강 시켰다. 그러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 현수가 좌우로 패스를 찔러 넣었고 성남 베어스의 미드필더와 수비들은 대표팀의 측면 공격을 막기 급급했다. 현수는 미드필드 진을 끌어 올리면서 파상적으로 성남 베어스를 몰아 붙였다.

“헉헉헉!”

배재성은 숨이 조금 가쁘고 땀이 비 오듯 했지만 컨디션을 최고였다. 공격수인 그는 벌써 한 골 넣었다. 때문에 부담 없이 한결 가볍게 뛸 수 있었다.

특히 주전으로 뛰긴 어려워도 교체로라도 대표팀에서 뛰려면 지금 같은 평가 전에서 골을 넣을 필요가 있었는데 마침 골을 넣어서 배재성은 더 기분이 좋았다.

‘지금 같으면 주전 공격수 자리도 꿰찰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배재성은 숨은 좀 가빴지만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지자 지체 없이 적진으로 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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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배재성이 골을 넣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좀 짠한 느낌이 들었다. 배재성이 골을 넣었다고는 하지만 그는 남동현이란 걸출한 공격수 때문에 앞으로도 대표팀 경기에 주전 공격수로 뛰긴 어려웠다. 거기다가 아직 와일드 카드로 뛸 선수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골 가뭄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축구였다. 그건 올림픽 대표팀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지라 도널드 베이커 감독은 분명 한 두 명의 공격수를 와일드 카드로 쓸 공산이 컸다.

그렇게 되면 배재성은 주전은커녕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지 몰랐다. 그걸 아는 현수는 오늘이라도 배재성이 실컷 그라운드에서 뛰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상태창의 보유 마법 중에 일시적으로 육체 피로를 회복 시켜 주는 블러드 스웰과 체력을 3배 향상 시켜 주는 무스트를 배재성에게 걸어 주었다. 그러자 배재성은 물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날 뛰기 시작했다.

“어딜!”

촤아아악!

측면을 뚫고 올라온 대표팀 윙어를 성남 베어스 측면 미드필더가 태클로 저지하면서 터치라인 밖으로 공이 나갔다.

그 공을 스로잉으로 받은 배재성은 남동현과 패스를 주고받다가 언제 올라왔는지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자기에게 공을 달라고 손을 들고 있는 현수를 발견하고는 바로 그에게 크로스를 올렸다.

그때 현수와 비슷한 키와 다부진 체격의 성남 베어스의 센터백이 현수를 압박했다.

툭!

아직 공은 허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성남 베어스의 센터백이 현수와 몸싸움을 시작 한 것이다.

손으로 현수의 유니폼을 잡는 건 예사였다. 하지만 현수는 쉽게 성남 베어스의 센터백이에게 밀리지 않았다.

파팟! 파앗!

이때 공이 떨어져 내렸고 둘이 동시에 점프를 했다. 하지만 몸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한 현수가 좀 더 빨리, 그리고 높이 솟구쳐 올랐고 공을 타깃은 현수에게 정확히 날아왔다.

현수는 허공에서 정확히 이마에 공을 갖다 대면서 살짝 공의 방향을 틀었다.

성남 베어스의 골키퍼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그 공의 방향을 쫓아 몸을 날리는 걸 보고 현수는 그라운드로 내려섰다.

그때 그와 같이 뛰었던 성남 베어스의 센터백이 뒤늦게 현수의 유니폼을 잡아챘다.

찌이익!

어찌나 세게 잡아 당겼는지 현수의 유니폼이 찢어졌다. 하지만 두 팔을 그라운드에 내딛고 있던 현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현수의 유니폼을 찢은 성남 베어스의 센터백이 찢겨져 나간 유니폼 조각과 함께 볼썽사납게 그라운드에 나동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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