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340화 (340/712)

<-- 올림픽 대표 -->

골을 넣었지만 남동현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골대에 들어간 공을 챙겨들고서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스코어 9대 4!

아직 5골 차나 났다. 그리고 후반전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채 5분여. 경기 결과를 뒤집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동현이 센터서클 한 가운데 센터 스팟에 공을 놓고 동료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다섯 골 남았다.”

남동현의 투지에 청팀 선수들도 파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골을 먹은 백팀이 킥 오프를 했지만 청팀의 압박에 곧 볼을 빼앗겼다. 그 공은 언제 움직였는지 좌측으로 이동해 있던 남동현에게 연결 되었다.

남동현은 왼쪽 터치라인을 타고 오버래핑을 해 나가다가 청팀의 중앙 미드필더 조수영에게 공을 패스하고 자신은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남동현의 등장에 백팀의 센터백과 풀백이 바로 그를 압박하자 남동현이 슬쩍 파고들어서 그들을 등지며 스크린을 걸었다.

그때 청팀의 우측면에서 남동현을 향해 빠른 패스가 날아왔고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던 남동현이 그 공을 뒤 발꿈치로 돌아나가는 청팀 윙어에게 슬쩍 밀어 주었다.

청팀 윙어는 첫 터치 후 바로 슛을 때렸는데 골키퍼의 몸에 맞고 터치아웃이 되었다.

“아깝다.”

“동현아. 미안.”

남동현의 멋진 어시스트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청팀 윙어가 사과를 하자 남동현이 괜찮다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 뒤 바로 코너킥에 대비해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청팀에서 코너킥을 찼다.

‘됐다.’

공이 빠르게 남동현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고 남동현은 바로 몸을 솟구쳤다. 하지만 공은 남동현의 머리에 닿지 않았다. 그 전에 남동현 앞에서 그보다 더 높이 뛰어 오른 선수의 머리에 맞고 공은 골대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쳇!”

남동현이 아쉬워하며 그 선수를 쳐다보았는데 바로 백팀의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이었다.

강현수가 수비에 몇 차례 가담하자 청팀의 공격 템포가 끊어졌고 또 남동현에게로 패스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강현수를 보며 남동현은 마치 그 앞에 거대한 장막이 펼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청팀은 몇 차례 더 기회를 잡았지만 그걸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그렇게 후반전 시간도 끝이 났다.

최종 스코어 9대 4!

백팀의 대승이었다. 하지만 승패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백팀과 청팀은 원래 한 팀이었으니 말이다.

“강현수! 앞으로 잘해 보자.”

청팀에서 주전 공격수 남동현이 제일 먼저 현수에게 가서 악수를 청했다. 현수는 기꺼이 남동현의 손을 잡았다. 어차피 남동현과 포지션이 다른 현수였다. 그와 주전 경쟁할 일도 없었고 또 현수가 중앙 미드필더로 뛴다면 공격수인 남동현과 호흡을 맞추는 건 필수적인 사항이었다.

그런 남동현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었다. 그 뒤 청팀 선수들이 너도나도 현수에게 몰려가서 그와 악수를 하고 괜히 친한 척을 해댔다. 그들도 직감한 것이다. 강현수란 중앙 미드필더가 청팀의 중앙 미드필더인 조수영보다 더 수준이 높다는 걸 말이다. 그 말은 곧 강현수가 올림픽 대표팀의 중원 사령관인 중앙 미드필더가 될 공산이 크단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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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이 끝난 뒤 양팀 선수들이 한데 뭉쳐서 우르르 몰려 간 곳이 있었다. 바로 훈련소의 편의시설 중 한 곳이 목욕탕이었다.

선수들은 다 같이 훌러덩 옷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갔고 커다란 욕탕에 몸을 담갔다.

“으으으. 시원하다.”

“이 맛에 운동하는 거지.”

선수들은 같은 욕탕 안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서 자신들이 이제 한 팀이라는 동질감을 느꼈다. 더불어 그 동질감은 선수들의 팀워크를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터였다.

선수들은 목욕 후 고픈 배를 식당에서 해결했다. 그 뒤 개인 자유 시간이 주어졌는데 현수가 자기 방에서 휴식을 취할 때 옆방의 조재훈과 주철민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현수의 방을 찾았다.

“강현수. 운동하러 가자.”

“뭔 운동?”

현수가 멀뚱히 그들을 쳐다보자 조재훈과 주철민이 오히려 당혹스러워했다.

“다들 운동하니까 우리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런가? 알았다.”

현수는 시큰둥하게 대답하고는 주섬주섬 트레이닝복을 챙겨 입고 조재훈과 주철민과 같이 숙소를 나섰다.

현수와는 달리 센터백인 조재훈과 측면 윙어 주철민은 오늘 연습 시합에 출전하지 못했다. 조재훈의 라이벌인 센터백이 오늘 제대로 뛰어 주었기에 그에겐 뛸 기회도 주어지지 못한 것이다. 그건 주철민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 때문인지 조재훈과 주철민 모두 나름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저녁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려 하고 있었다.

숙소를 벗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환하게 라이트가 밝혀진 그라운드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열심히 훈련 중인 다른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띠는 건 역시 남동현이었다. 그는 지치지도 않는지 오늘 연습 시합을 전 후반 다 뛰고도 밤 훈련에 생생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현수는 밤에도 열심히 훈련 중인 선수들을 보고 중얼 거렸다.

“그래도 국가대표라 이거로군.”

현수가 속한 연신대만 하더라도 감독의 지시가 있어야 선수들은 야간 훈련을 했다. 하지만 올림픽 국가 대표팀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실력이 되는 선수만이 국가를 대표해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실력을 쌓기 위해서 선수들은 구슬 같은 땀을 매일 흘렸다.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그들도 고무되었는지 조재훈과 주철민도 훈련을 하러 곧바로 그라운드로 달려갔다. 하지만 현수는 저녁에 또 땀 흘리는 게 싫어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안 보이는 선수들은 또 뭐야?”

그라운드에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전부 야간 훈련 중인 건 아니었다. 현수가 그렇게 중얼 거렸는데 어디서 그 대답이 들려왔다.

“나머지는 지금 체력단련실과 의무실에 있다.”

백승업 수석 코치였다.

“나도 지금 거기로 가는데 따라 갈 테냐?”

안 그래도 별 할 일도 없었던 현수이었다.

“그러죠.”

현수는 백승업 수석코치를 따라갔다. 체력 단련실에는 몇 명의 선수들이 헬스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훈련 중이었다.

“선수마다 신체적으로 체력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 그걸 여기서 채울 수 있지. 너도 테스트 후 개인 트레이닝을 받게 될 거다.”

백승업 수석 코치와 체력 단련실을 둘러본 후 현수를 데리고 의무실로 향했다. 의무실에는 두 명의 선수들이 누워 있고 주치의들이 그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몸이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거든 여기를 찾아라.”

현수가 의무실을 찾을 일은 없었다. 그에겐 부상을 입더라도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 마법이 있었으니 말이다.

“네. 뭐....”

대충 대답한 현수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그곳에 한 선수가 의무실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그 표정에 절망이 가득했다.

현수의 시선을 쫓아다가 자연스럽게 그 선수를 보게 된 백승업 수석 코치의 얼굴도 이내 굳었다.

“진욱이로군.”

그 선수의 이름을 말하는 백승업 수석 코치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부상이 심한가요?”

“응. 인대가 파열 된 거 같다더군. 아마 내일 정밀 검사 후 인대가 파열 된 게 맞다면 여길 떠나게 될 거야. 하아. 대표팀에 꼭 필요한 녀석인데 말이다.”

백승업 수석 코치의 말에 따르면 서진욱은 풀백으로 수비자원 중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주전급 선수라고 했다. 서진욱이 팀에서 이탈하게 되면 그 만큼 수비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인대 파열이라.....’

그 정도면 충분히 현수의 치료 마법으로 치료가 가능했다.

“잠깐만요.”

현수는 백승업 수석 코치를 지나쳐서 곧장 서진욱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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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현재 상무 소속이었다. 그 이전 그의 소속은 성남 베어스로 2군 무대에서 뛰던 그는 영장이 나오면서 별수 없이 상무에 들어갔다. 그런데 상무에서 뛰던 그가 포텐이 터졌다.

상무에서 완벽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그는 주목을 받았고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하게 되었다. 그런데 올림픽 대표팀에서 훈련 중 인대 파열이란 부상을 입고 만 것이다.

“젠장....”

이대로라면 대표팀에서 방출 되는 건 둘째 치고 상무로 돌아가서도 벤치 신세, 아니 병원 신세만 져야 할 판이었다. 서진욱의 머릿속에는 온통 절망만 가득했는데 그런 그에게 웬 녀석이 다가왔다.

“안녕. 난 강현수라고 해. 인대를 다쳤다며?”

살갑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거는 녀석에게 서진욱이 차갑게 말했다.

“꺼져.”

“어. 그래. 근데 내가 보기에 괜찮은 거 같은데? 별로 부은 거 같지도 않고 말이야.”

“뭐? 무슨 개 소리야. 이렇게 퉁퉁 부어 있는.....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진욱의 왼쪽 발목은 오른쪽 발목보다 거의 두 배쯤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붓기가 확연히 빠져 있었다.

“뭐, 뭐야?”

놀란 서진욱을 보고 강현수가 말했다.

“침 몇 대 맞으면 다 낫겠네. 그럼 내일 그라운드에서 보자.”

그 말 후 강현수는 싱긋 웃으며 서진욱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이내 뒤돌아섰다. 서진욱은 현수가 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발목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살짝 발가락을 움직여 봤다.

“안 아파!”

조금 전까지 발가락을 살짝만 움직이려 해도 발목이 끊어지듯 아팠는데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졌다. 서진욱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그걸 힐끗 뒤돌아 쳐다보던 현수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현수가 서진욱에게 다가갈 때 그는 상태창을 열고 보유 중인 마법 중에 치료 마법인 홀리큐어를 반쯤 넋이 나간 채 의무실 침대에 앉아 있는 서진욱의 퉁퉁 부은 발목에 사용했다. 그러자 서진욱의 파열 된 인대가 복구 되었는데 서진욱은 그 사실도 모른 체 현수를 맞았고 그를 차갑게 대했다. 현수는 서진욱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에게 간 게 아니라 오직 그를 치료하기 위해 아는 척을 한 터라 그의 냉대를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드렸다.

그 모습을 쭉 지켜보고 있던 백승업 수석 코치가 현수에게 말했다.

“부상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어 그래. 평소엔 착한 녀석인데 말이야. 네가 이해해라.”

“네. 근데 제가 보기엔 서진욱 선수 내일 여기서 나갈 거 같진 않던데요?”

“뭐 정밀 검사를 받아 보면 알겠지.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현수는 백승업 수석 코치와 의무실을 좀 더 살피다가 이내 그곳을 나왔다. 그때 백승업 수석 코치가 다정하게 현수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리며 말했다.

“현수아.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란 건 너도 잘 알 거다. 팀원들 하나하나가 자기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승리를 할 수 있는 게 축구다. 나는 네가 팀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서.............”

현수는 백승업 수석 코치가 한참 돌려서 얘기하는 걸 듣고 있다가 불쑥 물었다.

“목표가 뭔데요? 4강에 진출한 뒤 동메달을 목에 거는 거? 아님 결승에 진출해서 은메달과 금메달 중 하나 고르기?”

“뭐?”

“뭘 그렇게 어렵게 얘기하십니까? 까짓 우승해서 금메달 목에 걸면 되지요. 안 그렇습니까?”

현수의 그 말에 백승업 수석 코치가 큰 소리로 웃었다.

“크하하하. 그래. 우승해서 금메달 목에 걸자! 까짓것.”

백승업 수석 코치는 현수의 그런 자신감에 좋았다. 마치 자신이 20살 때 지녔던 그 패기를 보는 거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수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한 올림픽 금메달은 대한민국 차지다.’

현수는 올림픽에서 결승에 진출 한 뒤 반드시 금메달을 자기 목에 걸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럼 들어가라.”

“내일 뵙겠습니다.”

백승업 수석 코치와 의무실 앞에서 헤어진 현수는 곧장 숙소로 향했다. 그러다 중간에 그라운드에서 여전히 훈련 중인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보고 현수는 상태창을 연 뒤 그들 전부에게 회복계 마법인 세브럴 바디 리커버리(Several body Recovery)를 걸어 주었다. 그리곤 웃으며 말했다.

“지금의 노력이 결코 헛되진 않을 거다.”

그 말 후 현수는 곧장 숙소로 향했고 자기 방에 들어간 뒤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올림픽 우승까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많을 터였다. 하지만 현수는 크게 걱정 되지 않았다. 그 정도쯤이야 얼마든지 극복해 낼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현수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드리운 가운데 그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방안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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