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대표 -->
당시 현수는 자신이 당한 걸 다이스케에게 되갚아 주려 했다. 가시마 엔젤러스는 후반기에 도쿄 프레츠와 홈과 어웨이로 2경기가 남아 있었는데 현수가 선발 출장하면 녀석이 빠졌고 녀석이 선발 출장하면 현수가 빠지면서 둘이 그라운드에서 마주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내년에 다이스케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한 팀으로 이적해 버린다. 그래서 결국 현수는 다이스케에게 빚을 갚지 못했다.
‘그 빚을 오늘 갚을 수 있겠군.’
현수는 투시 마법인 오브젝트 페니트레이트(Object penetrate)에 이어서 도청 마법인 매직 와이어테이핑 (Magic Wiretapping)를 사용해서 VIP룸 안에서 저들의 대화 내용을 경청했다.
생긴 거처럼 혀도 유연했던 다이스케가 미녀들과의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딱 봐도 5명의 미녀들의 시선이 다이스케에게 고정 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축구만 열심히 해온 나머지 4명의 도쿄 프레츠 선수들은 미녀들을 보고 군침만 질질 흘리고 있었다. 현수는 저 자리를 어떻게 초 치고 요코를 빼낼지 생각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이스케에게 제대로 엿을 먹일 생각도 같이 했다.
‘역시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아무래도 지금 현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면 얘기는 달랐다. 현수가 요코를 레스토랑 VIP룸에서 어떻게 나오게 할지 그 방법을 두고 고민하자 시스템이 반응했다.
[띠링! 당신과 한 번이라도 육체적 관계를 가진 여자는 본능적으로 당신에게 끌리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VIP룸 안에 들어가기만 해도 요코는 필연적으로 당신에게 이끌려 그 안에서 나오게 될 것입니다.]
“오오! 그렇단 말이지?”
하긴 현수의 이성에 대한 친화력은 90에 가까웠다. 그런 그와 몸까지 섞은 여자라면 현수에게 더더욱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현수는 곧장 VIP룸으로 향했고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다이스케가 한참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는데 현수의 갑작스런 등장에 맥이 끊겼다.
“이런..... 죄송합니다. 약속 장소가 여기가 아니군요.”
현수는 정중하게 VIP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고 재빨리 몸을 돌려서 밖으로 나갔다.
“미우. 좀 전 그 남자 괜찮지 않아?”
“응! 외모로는 완전 내 이상형이야.”
“체격도 좋고 목소리도 남자스러운게......”
갑자기 VIP룸에 난입해 들어 온 녀석 때문에 미녀들의 관심이 그에게서 떠나자 다이스케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
요코는 미팅남들 중에 다이스케를 주목했다. 그녀분 아니라 오늘 미팅에 참가한 미녀들 모두 다이스케만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요코는 오늘 미팅에서 자신의 파트너가 다이스케가 될 것을 확신했다.
‘너희들은 내 상대가 아냐.’
요코는 남자에 대해 잘 알았다. 그녀는 그 어떤 남자도 10초 안에 유혹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딱 5초 만에 요코는 다이스케를 유혹해 냈다. 다이스케와는 벌써 눈빛 교환까지 끝낸 상태였다.
요코는 미팅이 끝나고 파트너가 정해지면 다이스케와 같이 근처 호텔로 직행할 생각이었다. 상대도 그걸 원하고 있었기에 다이스케는 반드시 요코를 자신의 파트너로 찍을 터였다.
‘축구 선수니까 당연히 섹스는 잘하겠지.’
요코는 잘생긴 다이스케의 잘 빠진 몸을 연상하자 살짝 흥분이 되었다. 그 사이 다이스케는 잘생긴 얼굴 말고도 유려한 말빨로 미녀들의 관심을 받았다. 요코는 그런 그가 더 마음에 들었다.
아니 사실 다른 미녀들을 엿 먹이고 자신이 다이스케를 차지할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우월감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누가 노크도 없이 벌컥 VIP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
웬 남자였는데 요코는 그를 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뭐, 뭐지? 왜 이런......’
요코는 그 남자가 허겁지겁 VIP룸을 빠져 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사라지자 그녀 가슴이 갑자기 휑해졌다. 마치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 먹었을 때 드는 상실감이랄까?
아무튼 요코는 불안감에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고 자기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요코?”
그런 그녀를 보고 그녀 옆에 앉아 있던 나츠미가 놀란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나츠미. 미안.”
요코는 그 자리를 박차고 VIP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재빨리 레스토랑 안을 살피며 그 남자를 찾았다.
“아! 저기 있다.”
마침 그 남자가 홀로 레스토랑의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요코는 곧장 그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마치 요코가 자기를 보러 나올 줄 알았다는 듯 그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그녀를 반겼다.
“어서 와요. 이리로....”
그 남자가 정중히 자리를 권했고 요코가 그 자리에 앉을 때 의자를 살짝 앞으로 밀어 주었다. 요코는 일본 남자에게는 찾아 볼 수 없는 그 남자의 섬세한 배려에 감격했다.
“저는 강현수라고 강현수라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는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었다. 요코는 한류스타 용사마의 광팬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그 남자에게서 요코는 용사마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시하라 요코에요.”
요코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우리 맛있는 점심 같이 먹으며 서로에 대해 얘기 할까요?”
그 남자가 유창한 일본어로 그녀에게 얘기하며 레스토랑 직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하는 걸 보며 요코는 한시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다이스케는 자신과 같은 팀의 교체 멤버 겐죠에게 예쁜 사촌 여동생이 있단 정보를 알아내고는 일부러 그에게 잘해주며 미팅을 주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겐죠는 다이스케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
“다이히또(大ヒット, 대박)!”
미팅 장소에 미녀들이 등장하자 다이스케와 같이 미팅에 참가한 도쿄 프레츠 4명의 선수들의 입이 찢어졌다. 하지만 다이스케는 겐죠가 그의 사촌 여동생을 통해 미녀들만 추려 올 줄 알고 있었기에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다이스케는 오늘 미팅에 참가 한 도쿄 프레츠의 4명 선수들을 자기가 직접 골랐다. 다들 그보다 못생겼거나 키가 작은 선수들로 말이다. 그들은 외모에서도 다이스케에게 뒤졌고 말빨도 그보다 못했다. 그러니 미팅장에서 다이스케가 빛나는 건 당연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 분들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는 J리그 도쿄 프레츠에서 뛰고 있는..............”
다이스케는 자연스럽게 미팅을 이끌어 나갔고 단연 미녀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 다이스케가 선택한 여자는 요코였다. 그녀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와 당장 섹스를 하고 싶다고 말이다.
‘좋지.’
다이스케는 그런 그녀의 눈빛을 받아 주었고 말이다. 다이스케는 생각 같아서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서 요코를 데리고 미팅장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근처 호텔로 가서 당장 요코와 뒤엉켜서 뜨겁게 육체의 욕망을 불사르고 싶었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멍청이들에게도 기회는 줘야 하니까.’
다이스케는 자신과 같은 팀원인 4명의 미팅 남들과 같이 파트너를 정한 후에 요코와 같이 미팅장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은 요코도 이해하는 듯 간간히 그와 눈을 마주치며 웃어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훼방꾼이 나타났다. 그리고 무엇 때문인지 그와 파트너가 되기로 눈빛을 교환한 요코가 미팅장을 빠져 나갔다.
“칙쇼!”
단단히 화가 난 다이스케는 다른 미녀들과 동료 팀원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미팅장인 VIP룸을 나섰다.
“저, 저.....”
그런 그의 눈에 그 훼방꾼과 마주보고 앉아 있는 요코가 보였다. 당연히 다이스케의 눈이 뒤집어졌고 그는 씩씩거리며 그쪽으로 움직였다.
“요코. 지금 뭐하는 겁니까?”
다이스케가 요코 앞에서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요코와 마주보고 있던 그 훼방꾼이 불쾌한 얼굴로 다이스케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야 말로 지금 뭐하는 거죠?”
“넌 입닥 쳐. 쳐 맞기 싫으면.”
다이스케가 본성을 드러내며 현수를 향해 살기등등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현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비릿하게 웃었다.
“웃어? 이 개자식이 뒈지려고.....”
눈이 돌아간 다이스케는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 체 현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
현수는 VIP룸에서 씩씩거리며 나오는 다이스케를 보며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나이스! 이거 잘하면 일타이피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어.’
현수는 모른 척 시선을 요코에게 두면서 조용히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요코에게 따지는 다이스케를 도발했다. 그러자 눈이 제대로 돌아간 녀석이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헉!”
현수는 그런 다이스케를 보고 기겁하며 몸을 뺐다. 다이스케가 막 현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턱!
“어어!”
우당탕탕!
현수가 몸을 빼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쏠리게 된 그의 의자에 다이스케의 다리가 걸렸고 그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졌다.
“아아아악!”
쓰러진 다이스케는 오른쪽 다리를 붙잡고 죽어라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다이스케를 보고 현수가 비릿하게 웃었다. 마치 제대로 복수를 했다는 듯 통쾌해 하며 말이다.
현수는 좀 전에 열어 둔 상태 창에서 마법을 사용했다. 바로 홀드 마법으로 다이스케의 다리를 살짝 굳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다이스케는 꼼짝도 못하고 의자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서 현수는 형의권을 4성 정도로 그 힘을 조절해서 격공장을 살짝 사용했다.
다이스케의 오른 다리를 향해서 말이다. 그 격공장에 다리를 맞은 다이스케의 오른 다리 뼈는 심각한 골절상을 입었던 것이다.
현수가 서 있던 바로 뒤쪽에는 레스토랑의 CCTV 카메라가 작동 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스케가 현수에게 달려들어서 주먹을 휘두르려 한 그 모든 장면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CCTV카메라는 다이스케가 자기 혼자 설치다가 쓰러져 넘어진 것을 찍었을 뿐 현수가 그를 보고 비웃고 있는 장면을 찍지 못했다. 그의 뒤통수만 열심히 찍었을 뿐.
“다이스케!”
다이스케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 VIP룸에 있던 그의 동료 선수들이 뛰어나와서 쓰러져 있는 다이스케를 보고 그에게로 우르르 뛰어왔다.
“다이스케. 왜 그래?”
“아악! 내 다리..... 다리가 부러진 거 같아.”
그때 미녀들 중 하나가 황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다.
---------------------------
다이스케와 제일 친한 팀 동료 스가이는 그가 쓰러져 있는 걸 보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현수를 향해 외쳤다.
“너냐? 네가 다이스케를 이렇게 만들었냐?”
그러자 현수 대신 요코가 나섰다.
“아니에요. 현수상은 가만있었는데 다이스케상이 그를 때리려다가 의자에 걸려 넘어져서 다친 거예요.”
요코의 말에 스가이는 코웃음을 쳤다. 미팅을 파토내고 웬 놈을 쫓아간 그녀의 말은 못 믿겠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현수가 차분히 말했다.
“그녀 말은 사실이다. CCTV를 확인해 보면 알 거 아닌가?”
현수가 레스토랑에 설치되어 있는 CCTV카메라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그제야 스가이도 더는 현수를 몰아세우지 못했다. 현수는 생각 같아서는 눈앞의 4명의 도쿄 프레츠 선수들도 다이스케처럼 한쪽 다리를 분질러 놓고 싶었다.
그들 역시 현수가 경기 할 때 수없이 현수의 다리를 걷어차고 그의 몸을 꼬집는 더티(Dirty)한 반칙을 일삼았다. 비록 다이스케처럼 거친 태클로 현수를 부상 입게 만들진 않았지만 놈들에 대한 현수의 원한 역시 작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현수는 일단 참았다.
‘꼴좋다.’
현수는 통쾌한 심정을 억지로 숨긴 체 다리가 부러져서 고통스러워하는 다이스케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 사이 119 구급대에서 구급 요원들이 레스토랑에 나타났고 재빨리 응급처치를 시도했다.
다이스케의 부러진 다리에 부목을 댄 구급 요원들은 그를 들것에 실어서 레스토랑 밖으로 빠져 나갔다.
“내가 따라 갈게.”
스가이가 보호자를 자처하고 다이스케를 따라 움직였다.
“어엇!”
쿵!
그런데 레스토랑을 나가던 스가이가 그만 다리가 꼬여 쓰러졌다.
“스가이!”
그런 그에게 우르르 다른 동료 선수들이 뛰어갔고 그걸 보고 현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CCTV카메라가 자신의 얼굴을 찍고 있어서 현수는 차마 웃지 못했다. 하지만 슬쩍 고개를 돌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