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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316화 (3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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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호실 앞에서 현수가 노크를 하자 장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요?”

“접니다. 삼촌.”

현수 목소리를 들은 장대인이 객실 문을 열었다. 하타야와 같이 서 있던 현수가 장대인을 보고 말했다.

“이 자를 좀 데리고 있어 주십시오.”

장대인이 뚫어져라 하타야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러지.”

“먼저 들어가 있어.”

현수의 지시에 하타야는 바로 객실 안으로 들어갔고 현수는 자신이 벌려 놓은 일에 대한 뒤처리를 위해 몸을 돌려 세웠다. 그때 장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와라.”

“네.”

현수의 대답을 듣고 장대인이 곧장 객실 문을 닫았다. 현수는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가 벌려 놓은 아수라장으로 향했다.

현수는 먼저 상태창의 인벤토리 안에서 아공간 부대자루를 꺼내서 시체부터 처리한 후 클리닝 마법으로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러자 피와 뇌수로 범벅 되어 있던 복도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현수는 깔끔해진 복도를 보고 만족해하며 다시 자신이 묵고 있는 객실로 향했다. 현수가 노크하자 바로 문이 열렸다.

문을 열어 준 건 장대인이 아니라 하타야였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타야는 장대인의 충직한 하인으로 변해 있었다. 그걸 보고 현수는 생각했다.

‘같은 조직원 끼리 서열이 정해지기라도 한 건가?’

장대인은 중국 최대 범죄 조직 흑사회 소속이었고 하타야는 일본 야쿠자였다. 같은 조폭들 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조직의 생리를 잘 아는 장대인이 현수를 가까이 불렀다. 그리고 힐끗 욕실에 잠깐 들어가는 현수의 모친을 보고 현수에게 말했다.

“들어 보니 저 녀석이 속한 키토오 구미란 곳이 제법 성가신 곳 같더구나. 해서 말인데....”

“말씀하십시오.”

“깔끔하게 쓸어버리는 게 좋겠다.”

이쪽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장대인이었다. 그가 그렇게 말할 때는 다 그 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말을 듣고 현수가 한쪽에 서서 현수와 장대인의 눈치를 보고 있던 하타야에게 물었다.

“너희 조직 우두머리가 있는 곳이 어디야?”

야쿠자 두목이 있는 곳이 곧 놈들이 소굴일 터. 현수의 그 물음에 장대인이 대신 답했다.

“왜 어제 흥신소 소장을 납치 했던 그곳 있잖느냐?”

“아아! 록본기에 있던 그 야쿠자 소굴 말이로군요.”

현수는 키토오 구미의 소굴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자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오늘 중에 쓸어버리겠습니다.”

그 말에 장대인이 대꾸했다.

“나도 도우랴?”

“아뇨. 삼촌은 어머니하고 같이 계세요.”

하야타는 도쿄에서 요즘 가장 악명을 떨치고 있는 키토오 구미를 오늘 중에 혼자 쓸어버리겠다는 현수의 광오한 말에 경악했다. 사실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하야타는 재일 교포 3세로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약 뿐 아니라 폭넓게 밀수도 행하는 키토오 구미에는 권총 뿐 아니라 중화기도 많았다. 그래서 경찰도 그들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키토오 구미를 현수가 어떻게 혼자 쓸어버릴 지 하야타는 자기도 모르게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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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타가 말한 대로 키토오 구미는 녹록한 조직이 아니었다. 하야타가 10명의 조직원들을 이끌고 현수와 장대인을 잡으러 음직인지 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소식이 없자 조직에서 바로 30여명의 조직원들을 차에 태워서 더 보냈다. 하지만 그들이 신주쿠의 그레이스리 호텔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경찰 특공대와 경찰들이 쫙 깔려 있었다.

“젠장. 돌아가자.”

그래서 별수 없이 키토오 구미 조직원들은 차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현수와 장대인, 최윤정은 체크아웃 하러 1층 로비에 있었다. 현수가 막 프런트에서 계산을 끝냈을 때였다.

“20층이다. 20층에 키토오 구미의 조직원이 있다.”

경찰 특공대가 우르르 움직이고 주위가 어수선할 때 현수와 장대인, 최윤정은 유유히 호텔을 빠져 나갔다. 그들이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고 떠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키토오 구미의 간부 하타야가 경찰에 체포 되어 나왔다.

그는 자신이 왜 여기 있으며 경찰에게 체포 되었는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럴 것이 현수가 그의 기억을 조작했기 때문이었다.

현수와 장대인은 야쿠자들을 처리한 후 호텔 주위를 일본 경찰들이 포위 중임을 금방 알아챘다. 아마 권총으로 무장한 키토오 구미 조직원들 때문 일 터였다. 이에 현수는 상태창의 보유 마법 중에 멘탈 머니푸어레이션(Mental manipulation)을 사용해서 하타야의 정신을 조작해서 그의 명령을 따르게 만들었다.

“넌 우리가 로비로 내려가고 나면 위층으로 올라가서 소란을 피워라. 그리고 순순히 경찰에 잡혀서 그들이 키토오 구미를 검거하는 데 최대한 도움을 주도록 해라. 알겠지?”

“네.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 뒤 현수와 장대인, 최윤정은 로비로 내려갔고 하타야는 계단을 통해서 20층으로 올라갔고 그곳에서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천장에 쏘며 소란을 피웠다. 그러자 경찰 특공대와 경찰들이 그쪽으로 시선이 집중 되었고 그 사이 현수와 장대인, 최윤정은 그 혼란을 틈타서 조용히 호텔을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현수와 장대인은 택시를 타고 일단 최윤정의 집으로 향했다.

“여기에요.”

최윤정의 집은 제법 그럴 듯한 단독 주택이었다. 작지만 마당까지 있었다. 집 내부도 꽤나 잘 꾸며져 있는 것이 궁핍하게 살고 있진 않은 듯 보였다.

“거실에서 쉬고 있어라. 난 장 좀 봐 올 테니까.”

최윤정은 허겁지겁 장을 보러 나섰다. 자기 손으로 현수와 오빠에게 음식을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현수도 장대인도 그런 최윤정을 만류하지 못했다.

최윤정은 1시간 뒤에 두 손에 잔뜩 음식 재료를 사들고 나타났다.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최윤정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아들과 오빠를 쳐다보다 이내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뒤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뒤 30분이 지나서 최윤정의 경쾌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현수야. 삼촌 모시고 점심 먹으러 와라.”

“네. 삼촌 식사 하러 가요.”

거실에서 TV를 시청 중이던 현수와 장대인은 모처럼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끽하며 식탁으로 향했다.

“와아!”

그리고 식탁 가득 채워져 있는 음식들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것저것 만들어 봤는데 맛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어서 앉아. 오빠도 앉으세요.”

최윤정의 음식 솜씨는 제법 괜찮았다. 최윤정이 주로 한식 위주로 음식을 만들었기에 현수와 장대인은 부담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후 과일과 차를 마시며 그들은 계속 가족 같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나한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최윤정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웃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때 현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누구 좀 만나고 올게요.”

그 누구란 게 키토오 구미란 걸아는 장대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갔다 와라.”

“저녁 차려 놓을 테니까 7시까진 들어오렴.”

최윤정의 말에 현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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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오 구미의 보스 쓰기하라는 조직의 간부 하타야가 경찰에 체포 되었단 소식에 격분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 그게.....”

하타야는 분명 10명의 조직원을 이끌고 놈들이 있는 그레이스리 호텔에 난입해 들어갔다. 그런데 그와 같이 있어야 할 10명의 조직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고 하타야만 경찰에 잡혀 있었다.

경찰에 있는 조직의 끄나풀에 따르면 하타야는 심문 중인데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조직의 주요 사안을 경찰에 불고 있단 소식까지 전해져왔다.

“일단 하타야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합니다. 놈이 조직과 연루된 비밀들을 경찰에 털어 놓고 있다니 말입니다.”

“뭐? 그건 또 무슨 개 소리야. 하타야 그놈이 뒈지려고 환장했군그래. 빨리 없애 버려.”

그 일은 조직 내 히트맨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었다.

“근데 그 놈들은 어떻게 됐어?”

하타야의 말처럼 키토오 구미는 집요했다. 특히 보스인 쓰기하라는 한 번 자기 눈에 거스른 자는 기어코 없애야 직성이 풀리는 자였다. 그런 쓰기하라에게 현수와 장대인은 제대로 찍힌 상태였다.

“호텔에 조직원 몇 명을 보내서 찾았는데..... 아무래도 호텔을 빠져 나간 것 같습니다.”

“뭐? 일 그 따위로 밖에 처리 못하지? 당장 찾아 내.”

쓰기하라의 지시가 내려지고 도쿄 내 키토오 구미의 전 조직원에게 현수와 장대인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졌다. 바로 그때 현수는 느긋하게 택시를 타고 록본기로 향하고 있었다.

“키토오 구미의 보스가 성이 쓰기하라고 이름이 타타야라고 했지?”

현수는 이동 중 하타야에게 들은 놈의 보스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동시에 상태창을 열고 보유 마법 중 위치 추적 마법인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를 사용했다. 그러자 현수 머릿속에 찾을 사람에 대한 정보 기입란이 떴다.

“이름은 쓰기하라 타타야. 키토오 구미 보스.”

현수가 정보를 기입하자 잠시 뒤 키토오 구미 보스 쓰기하라의 현재 있는 위치의 지도가 현수 눈앞에 펼쳐졌다.

“으음. 맞군.”

쓰기하라는 현재 록본기에 있었다. 바로 어제 놈의 수하들이 납치한 흥신소 소장을 끌고 갔던 야쿠자 소굴 안에 말이다.

택시는 10여분 뒤 록본기에 도착했다. 택시 안에서 현수가 혼자 중얼거리는 걸 택시 기사가 이상하다는 듯 백미러를 통해 힐끔 거렸지만 택시비에 팁까지 지불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게 웃으며 아리가또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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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키토오 구미 보스 쓰기하라가 있는 놈들의 소굴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 어제처럼 살벌한 인상에 팔 다리, 목에 잔뜩 문신을 한 녀석 둘이 소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현수가 다가가자 그 자들이 바로 눈을 부라렸다.

“난다(なんだ,뭐야)?”

“기에로(消えろ,꺼져)!”

그런 그들에게 현수가 웃으며 말했다.

“홀드(Hold)!”

그러자 두 조직원의 몸이 삽시간에 뻣뻣하게 굳었다. 녀석들은 혀까지 굳어서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열심히 눈알만 굴려댔다. 그런 두 조직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현수가 조용히 놈들의 소굴 안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하타야를 통해서 놈들의 소굴 안에 권총 뿐 아니라 기관총과 수류탄 등 중화기까지 보유하고 있음을 전해 듣고 미리 방어 마법인 밤 스탠드 디펜스(Bomb stand defense)를 자기 몸에 걸고 폭발계 마법인 익스플로우드 데미지 쇼크(Explode damages shock)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챙겨 뒀다.

여차 하면 놈들의 아지트를 한 방에 날려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시끄럽게 일 처리를 할 생각이 없었던 현수는 따로 전격계 마법을 준비 했다.

현수가 소굴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그의 눈앞에 7-8명의 야쿠자들이 보였고 놈들은 밖에서 아무 연락도 없었는데 나타난 현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현수 쪽으로 다가 오며 물었다.

“다리나노까(誰なのか, 누구냐)?”

“나? 시노카미(死の神)랄까?”

현수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야쿠자들에게 짜릿한 선물을 선사했다.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ning)!”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악!”

전격계 마법에 당한 야쿠자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우수수 쓰러지는 걸 멍하니 지켜보던 현수는 곧장 그들을 지나서 소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여전히 위치 추적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타깃인 키토오 구미 보스 쓰기하라가 어디 있는지 금방 찾아냈다. 하지만 야쿠자 소굴은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타타타타탕!

움직이는 현수를 향해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현수가 방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후두두두둑!

현수의 방어막에 막힌 총알이 우수수 현수 발치로 떨어졌다.

“이것들이....”

그리고 감히 자신을 향해 총질을 한 야쿠자들에게 현수의 처절한 응징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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