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대표 -->
일본에서 최대 야쿠자 조직하면 야마구지구미를 꼽는다. 하지만 일본에는 수많은 야쿠자 조직이 있다. 그 중 최근 도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있었으니 바로 키토오 구미였다.
키토오 구미에 속한 조직원만 거의 만 명에 육박했다. 가히 도쿄에서 손꼽히는 조직이라 할만 했다. 그 키토오 구미가 발칵 뒤집어졌다.
“조직의 은신처가 들통 나고 거기를 지키던 조직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키토오 구미의 보스 쓰기하라가 발끈했다. 그럴 것이 조직에서 관리하던 은신처에는 납치한 자들이 갇혀 있었다.
그 납치 된 자들은 대부분 키토오 구미와 좋지 않은 일로 연관된 자들이고 말이다. 그런 그들이 경시청에 넘어 갔으니 당연히 그 후폭풍 역시 만만찮을 터였다.
“보스. 이바라키현에 경찰들이 들이 닥쳤답니다.”
“쿠소(くそ, 젠장)! 전 조직원들에게 연락해서 몸들 사리라고 해. 그리고 업소 관리는 당분간 손 놓게 하고 밀수와 마약 조직도 잠수 타게 하고....................”
워낙 조직에서 하는 일이 많다보니 쓰기하라의 지시는 한 동안 계속 되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쓰기하라는 제일 중요한 명령을 내렸다.
“어떤 놈이 조직의 은신처를 털었는지 당장 알아내.”
쓰기하라의 지시로 키토오 구미는 전 방위에 걸쳐서 자신들의 조직 은신처를 건드린 자를 찾아 나섰다. 그들이 제일 먼저 주목한 건 은신처 위치를 신고한 자였다. 이미 경시청에 키토오 구미를 돕는 경찰이 있어서 그 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건진 건 없었다.
“그러니까 경시청에 신고한 핸드폰 번호가 은신처를 지키고 있던 조직원 것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놈 실종 된 상태고?”
“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당시 은신처를 지키고 있던 키토오 구미 조직원들은 사라졌고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쳇. 찾아내기가 쉽지 않겠군.”
하지만 키토오 구미의 조직원들은 집요했다. 은신처 주위 반경 10Km안에 있는 CCTV를 통해 그날 은신처 근처에 접근했던 택시 한 대를 찾아냈고 그 택시를 수배했다. 그리고 그 택시 기사를 통해 두 사람을 은신처 근처에서 내려 준 사실을 알아냈다.
“그 두 놈을 찾아.”
현수와 장대인의 몽타주가 도쿄에 뿌려졌고 그들의 행방은 금방 드러났다.
“현재 신주쿠 그레이스리 호텔에 묵고 있다고 합니다.”
“가자.”
키토오 구미에서 가장 악명을 떨치고 있는 중간 보스 히타야가 조직원 10명을 이끌고 곧장 신주쿠 쪽으로 움직였다.
그들의 등장에 신주쿠 거리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럴 것이 키토오 구미가 이렇게 대낮에 움직였다는 건 그만큼 사안이 중차대하단 소리였다. 조직에 배신자가 있든지 아니면 조직 간의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일본 경찰 특공대가 이쪽으로 출동했을 터였다.
그런 가운데 그들이 갑자기 들이 닥친 그레이스리 호텔 직원들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여기 이런 자들 있지?”
히타야가 현수와 장대인의 몽타주를 보여주자 호텔 직원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독이 잔뜩 오른 야쿠자에게 고객의 신원을 알려 줄 수 없단 소리는 하나 마나였다. 놈들이라면 끔찍한 고문을 통해서라도 호텔 직원의 입을 열게 할 테니 말이다.
“어디 있어?”
호텔 직원은 술술 현수와 장대인이 묵고 있는 객실 호수를 히타야에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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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에서 깬 현수와 그의 모친 최윤정, 그리고 그의 외삼촌 장대인은 자연스럽게 아침 식사를 하러 호텔 뷔페를 찾았다. 거기서 식사 중 최윤정이 현수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 가자. 집 두고 호텔에서 지낼 이유가 없지 않니?”
그 말에 현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체크아웃 할게요.”
현수는 비교적 쉽게 그를 버리고 떠난 모친을 용서했다. 그가 이렇듯 쉽게 모친을 받아 드린 건 그가 회귀를 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회귀 전 지금의 현수 나이에 모친을 만났다면 현수는 절대 그녀를 용서치 않았을 터였다.
‘그래. 과거에 얽매일 거 뭐 있어. 지금이 중요하지. 엄마와 외삼촌과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야.’
현수야 아직 한창 젊다지만 모친과 외삼촌은 인생의 반환점을 돈 상황이었다. 그런 그들과 즐겁게 살아도 모자랄 시간에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현수는 쿨하게 어머니를 용서했다.
그러자 그 영향 때문인지 현수의 모친인 최윤정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오빠 장충식을 용서했다. 그렇게 현수와 최윤정, 장충식은 별 반목 없이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호텔 뷔페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은 세 사람은 곧장 호텔로 가서 짐을 꾸렸다. 최윤정이야 원래 짐이 없다보니 짐을 챙기는 오빠와 아들을 넋 놓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현수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고 그녀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정말 다 컸구나.”
그녀가 현수를 두고 떠났을 때 현수의 머리가 그녀의 어깨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 머리가 현수 어깨와 나란했다. 그리고 그녀를 가릴 수 있을 만큼 현수의 덩치는 당당했다.
그에 비해 그녀의 오빠 장대인은 확실히 늙은 티가 났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오빠는 건강해 보였다.
술장사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해 본 최윤정은 장대인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그가 나이에 비해 젊게 살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최윤정이 눈앞의 두 남자에게 시선이 뺏겨 있을 때 짐을 챙기고 있던 현수와 장대인이 움찔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무공 고수인 그들은 엘리베이터 쪽에서 풍기는 짙은 살기를 동시에 감지한 것이다.
“제가 처리 할게요.”
현수가 먼저 말했고 장대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나서도 되지만 그럴 경우 뒤처리가 문제였다.
신기하게도 현수는 뭘 하든 뒤처리가 깔끔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장대인은 굳이 그걸 알려 들지 않았다. 그걸 현수가 가진 비기라 여겼던 것이다.
무공 고수들은 상대 무공 고수의 무공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 무공을 파훼해서 이길 생각부터 하지 그 무공 자체에 관심을 두진 않았다. 물론 아주 뛰어난 무공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장대인은 현수가 자기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을 익히고 있단 걸 알았다. 그래서 그 동안 자기보다 고수인 현수의 말을 따랐고 말이다. 그건 현수가 자기 조카란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현수가 움직이자 장대인은 남은 자신의 짐 정리를 마무리 짓고 바로 현수의 짐을 정리했다.
그런 장대인의 얼굴에는 현수를 걱정하는 낌새가 전혀 없었다. 그 만큼 현수의 실력을 믿고 있단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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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모친이 어디 나가는지 묻자 잠깐 밑에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객실을 나섰다. 그때 현수는 곧장 상태창을 열었다. 먼저 상태창의 보유 마법 중 방어 마법인 밤 스탠드 디펜스(Bomb stand defense)를 자기 몸에 걸었다. 이로써 총과 수류탄에 의해 현수가 당할 일은 사라졌다. 그 다음 현수는 복도에 발을 내딛고 바로 차폐와 차음 마법인 스펠 아이즈 커버(Spell eyes cover), 매직 인설레이션(magic insulation)를 사용했다.
따라서 이제 이곳 복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객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할 터였다.
현수가 복도로 두 어걸을 매 디뎠을 때 복도 코너로 웬 일본 남자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맨 앞에 선 일본 남자는 누가 봐도 야쿠자 같아 보였다. 뺨에 길게 난 자상자국이 그자를 더 살벌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수에게는 그냥 인상 더러운 조폭에 불과했다.
현수는 조폭 같은 인간쓰레기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그런 현수의 눈에 띤 야쿠자들은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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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오 구미의 중간 간부 히타야는 은신처에서 무슨 짓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 둘을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헉!”
그들을 보고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에 먼저 올라타고 있던 사람들이 기겁하며 우르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늘 봐 오던 장면이라 하타야나 그를 따르고 있는 야쿠자들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텅 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15층을 눌렀고 고속 엘리베이터는 몇 초 되지 않아서 15층에 도착했다.
하타야와 야쿠자들은 우르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곧장 1518호를 향해 움직였다. 하타야도 그렇고 야쿠자들의 얼굴에 어떤 긴장감도 읽을 수 없었다. 그들 중 몇 명은 안쪽 호주머니에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그걸 꺼내서 쓸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막 복도 코너를 돌았을 때 그들 눈앞에 눈에 익은 녀석이 보였다.
“그놈이다.”
야쿠자들 중 눈썰미가 밝은 녀석이 몽타주의 인물 중 하나인 현수를 알아보고 말했다. 그 소리와 동시에 그들 눈앞에 있던 현수가 갑자기 사라졌다.
“커억!”
우두둑!
그리고 언제 나타났는지 그들 뒤에 나타난 현수가 야쿠자들 맨 뒤에 서 있던 두 녀석의 목을 잡았고 두 손에 힘이 들어가자 그들의 목뼈가 간단히 부러졌다.
목뼈가 부러진 두 야쿠자는 몸을 축 늘어트렸고 현수가 두구의 시신을 옆으로 내던졌다.
“칙쇼!”
“빠가야로!”
그걸 보고 나머지 야쿠자들이 시끄럽게 떠들었고 품속에서 권총과 사시미 칼을 꺼내들었다.
꼴에 야쿠자라고 동료들의 죽음에도 크게 동요 되지 않고 흉기부터 꺼내드는 놈들을 보고 현수의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
파파파팟!
현수는 곧장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고 그의 두 주먹에는 하얀 기운이 서려 있었다. 형의권의 격공장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퍼퍼퍼퍼퍼퍼펑!
“크아아악!”
현수의 주먹이 허공에 휘둘러졌고 뒤이어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일었다.
터터터털썩!
현수가 야쿠자들 속에서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형의권에 당한 야쿠자들이 입에서 피를 뿌리며 복도 바닥에 널브러졌다. 현수는 양떼 속의 굶주린 사자와 같았다. 닥치는 대로 현수가 살수를 쓰자 하타야를 비롯한 10명의 야쿠자들은 순식간에 쓰러졌다.
“헉!”
하타야와 달랑 한 명 남은 야쿠자가 떡 벌어진 입으로 현수를 쳐다 보았다. 그런 그의 주위에 9명의 야쿠자들이 쓰러져 있었는데 다들 신음소리 하나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 말은 다들 즉사했단 소리였다.
“말, 말도 안 돼!”
하타야는 눈앞의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인간이 어떻게 저런 무위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하타야도 유도의 주짓수를 배웠고 검도도 익혔기에 세상에 무공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현수가 보여 준 실력은 그의 상상 이상이었다.
“누, 누구십니까?”
하타야의 입에서 저절로 공대가 나왔는데 그 옆의 수하는 주제 파악도 못하고 겁도 없이 현수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동료들의 죽음에 딴에는 분노해서 취한 행동인 모양인데 그 결과가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펑!
그 수하의 머리통이 박살 나 버린 것이다. 현수가 다섯 걸음은 족히 떨어진 거리에서 주먹을 내밀었을 뿐인데 말이다.
하타야는 그 탓에 수하의 뇌수와 피를 얼굴에 덮어 써야만 했다.
‘격공장이다.’
하타야는 좀 전 현수가 수하의 머리통을 박살 낼 때 사용한 무공이 격공장임을 간파했다.
비록 하타야는 무재를 타고 나지 못해서 내공에 입문하지 못했지만 그가 한 때 몸담았던 도장의 관장인 곤조는 내공을 익히고 있던 고수였다. 하지만 곤조의 격공장은 3미터 앞의 촛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하타야의 눈앞의 젊은 고수는 6-7미터 거리에서 사람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엄청난 고수다.’
하타야는 키토미 구미가 결코 건들어선 안 될 자를 건드렸다는 걸 깨달았다.
“잠, 잠깐!”
하타야가 다급히 현수를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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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하나 남은 야쿠자를 막 없애려 했다. 맨 앞에서 야쿠자를 이끌었던 얼굴에 칼자국이 나 있던 살벌하게 생긴 녀석을 말이다. 그런데 그 녀석이 먼저 현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 주십시오.”
“뭐?”
“살려 주시면 당장 야쿠자도 그만 두고 조용히 숨어서 살겠습니다.”
현수는 이렇게 당당하게 살려 달란 조폭은 처음이라 조금 황당했다. 그런데 녀석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저 같은 놈 하나 더 죽여 봐야 고수님께 무슨 덕이 되겠습니까? 대신 살려만 주신다면 고수님의 은덕은 잊지 않고 평생 착하게 살겠습니다.”
현수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무엇보다 녀석의 말이 왠지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껏 현수는 자신을 헤치려 한 자들에 대해서는 가차가 없이 제거해 왔다. 하지만 눈앞의 뻔뻔한 야쿠자 녀석은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배포한번 두둑하군. 좋아. 하지만 널 그냥 놓아 줄 생각은 없다.”
현수의 그 말에 하타야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한테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현수는 두둑한 배포에 눈치까지 빠른 하타야가 일단 마음에 들었다.
“따라 와라.”
현수는 하타야를 데리고 1518호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