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대표 -->
히토오는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 건물 안에 있었다. 현수는 그곳을 위치 추적 마법으로 좀 더 세밀하게 살폈는데 바로 그가 다니는 에이전트 회사인 울트라 재팬의 사무실이었다.
현수가 기억하는 울트라 재팬은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에이전트 회사였다. 그러나 야쿠자와 연관 된 것이 들통 나면서 그 회사는 내년에 폭삭 망하게 된다.
현수는 J리그에서 활약할 때 울트라 재팬 사무실을 몇 차례 찾아 간 적이 있었다.
“거길 또 가게 되다니.”
현수는 사실 다시는 일본 땅을 밟고 싶지 않았다. 일본 J리그는 그에게 아까운 시간만 낭비시킨 곳이었다. 대신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서는 현수 때문에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니 그보다 더 나은 선택도 없었다. 게다가 영입에 들어간 비용과 현수에게 지급 된 연봉은 거저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현수가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가시마 앤틀러스는 현수를 잡으려 연봉을 10배나 올려 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현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시마 앤틀러스와 결별하고 국내로 돌아갔었다. 그 만큼 당시 현수는 일본 생활에 염증을 느꼈었다.
“나올 모양이군. 어서 가야겠어.”
위치 추적 마법으로 살피던 히토오가 서류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확인한 현수는 서둘러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내서 그걸 걸쳤다. 그러자 눈앞에 상태창이 바뀌었다.
[마법 아이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포인트 소비형)]
일정 포인트 사용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1.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5,000)
2.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7,000)
3.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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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20,000)
8. 각 도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15,000)
9. 일본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50,000). 단 섬 제외. 섬은 별도 구매
현수가 일본에 왔다고 텔레포트 바바리코트의 국적도 바뀌어 있엇다. 현수는 머릿속으로 히토오가 현재 있는 신주쿠의 울트라 재팬 본사 건물을 떠올리자 시스템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띠링! 현 위치에서 울트라 재팬 본사 건물까지 반경 49Km에 있습니다.]
현수는 바로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를 선택했다.
[띠링! 7,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1,705,890]
결제 창이 뜨고 나자 바로 현수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머리가 아찔한 순간 현수는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현수는 울트라 재팬 본사가 위치해 있는 11층 계단실에 서 있었다.
현수는 계단실을 통해 건물 1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히토오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때 시스템이 늦게 돌발 퀘스트에 대한 보상 포인트를 지급했다.
[띠링! 납치된 호시 나츠카를 구하라는 돌발 퀘스트를 완수 하였기에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띠링! 20,000포인트 획득. 남은 포인트 1,725,890]
보상 포인트 치고는 시원찮았지만 현수는 납치된 모친을 안전하게 구한 것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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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잠시 시스템의 보상 포인트에 넋이 나가 있을 때 히토오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현수는 히토오가 자신을 알아 보지 못하게 몸을 돌린 체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히토오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히토오는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고 현수 역시 그와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현수는 히토오가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자기 차에 막 타려 할 때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시쯔레시마스(失礼します, 실례합니다.)!”
현수의 말에 히토오가 막 고개를 돌려 현수를 쳐다 보았고 이내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 봐 개 새끼야!”
퍽!
현수는 그런 히토오의 얼굴에다가 주먹을 먹였다. 물론 내공은 싣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단매에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지만 이렇게 쉽게 죽이기엔 현수의 한이 너무 깊었다.
“아이쿠!”
현수의 주먹을 정통으로 얼굴에 맞은 히토오가 비명성과 함께 차에 부딪쳤다가 쓰러졌다. 그런 히토오에게 현수가 달려들어서 발로 그의 얼굴을 재차 걷어찼다.
퍼억!
히토오는 현수의 발차기에 얼굴을 맞고 고개가 홱 젖혀졌다. 그때 그만 뒤통수를 차에 부딪치면서 히토오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서 보자.”
현수는 힐끗 지하 주차장 주위를 쳐다보았다. 다행히 주위에 현수가 히토오를 때리는 장면을 본 사람은 없었다. 거기다 운 좋게 히토오가 차를 세워 둔 곳은 CCTV 카메라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이었다.
현수는 히토오의 수중에 쥐어져 있던 차 키로 일단 쓰러진 히토오를 뒷좌석에 실고는 그 차 운전석에 올랐다.
일본차는 우리나라와 운전석 위치가 달랐지만 일본에서 운전한 경험이 있는 현수에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현수는 히토오의 차를 몰고 울트라 재팬 본사 건물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근처에 보이는 대형 쇼핑몰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제일 구석진 곳에 차를 세웠다.
툭툭!
이어 기절한 히토오의 얼굴을 손등으로 쳤다.
“으윽!”
안면에 통증이 일자 히토오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내 정신을 차렸다.
“헉!”
그리곤 현수를 보고 기겁하며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녀석은 빠르게 두 눈을 굴렸고 상황 파악이 끝나자 현수에게 말했다.
“당신 미쳤어? 감히 나를 납치하다니 말이야.”
히토오가 발끈해서 현수를 향해 화를 내며 말하자 현수가 피식 웃었다.
“넌 내 어머니를 납치해도 되고 난 너를 납치하면 안 되는 거냐?”
현수가 유창한 일본어로 히토오에게 말하자 히토오가 기가 차다는 듯 바로 말했다.
“이러고도 네 어머니가 무사할 성 싶은가?”
당연히 히토오는 현수가 모친을 이미 구한 사실을 몰랐다. 현수는 그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려다 말았다. 어차피 뒈질 녀석이었다.
“내가 이렇게 널 찾아 온 건 너하고 질긴 악연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뭐?”
히토오는 현수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질긴 악연의 고리라니? 한국인 강현수와 히토오가 직접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무슨 악연 운운한단 말인가?
현수는 귀찮다는 듯 히토오를 보고 중얼 거렸다.
“슬립(Sleep)!”
현수의 수면 마법에 히토오의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이내 눈을 감은 히토오는 그대로 잠들었고 현수는 상태창을 열었다.
현수는 상태창의 보유 마법 중에 고문 마법인 토처 테러블 바디(Torture terrible body)를 히토오에게 걸었다.
“너한테 딱 어울리는 처벌이다.”
이 마법에 걸리면 혼수상태로 일주일 동안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게 되는데 그 어떤 치료도 듣지 않았다.
현수는 히토오를 그대로 차 안에 두고 내렸다. 물론 그 전에 클리닝 마법으로 히토오 차 안에 현수의 흔적은 전부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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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대형 쇼핑몰을 나와서 근처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타고 곧장 숙소인 호텔 그레이스로 향했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일본에서 걸려온 전화였고 현수는 그 전화를 받았다.
-오빠. 저예요. 보라.
아시아의 별. 그녀. 성보라였다.
“어. 보라야.”
-오늘 못 본다면서요?
“어. 그게......”
현수가 사정을 얘기하려 했는데 성격 급한 성보라가 그보다 먼저 속사포처럼 떠들었다.
-오빠 오늘 온다고 어렵사리 스케줄 조절해 놨는데 이러면 어쩌라고요. 내일은 오사카에서 리사이틀 공연이 있기 때문에 저녁에 도저히 시간 못 낸단 말이에요. 저는 그렇다 쳐도 윤미 언니는 오빠하고 오늘 밤 같이 보낸다며 란제리까지........우웁...... 왜 그래? 사실이잖아?
전화기 너머로 이윤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아마 이윤미는 오늘 현수와의 뜨거운 밤을 기대하고 있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야.....’
어차피 히토오도 처리 했고 그의 모친은 외삼촌인 장대인과 같이 있으니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어디로 가면 되는데?”
-네?
“지금이라도 보면 되잖아. 술과 안주는 내가 사서 갈게. 거기 주소나 불러 봐.”
현수의 말에 성보라가 신난 목소리로 현재 그녀와 매니저 이윤미가 쓰고 있는 숙소 주소를 현수에게 불러 주었다.
현수는 그 주소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성보라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곧장 택시 기사에게 변경 된 목적지 주소를 얘기했다.
“걱정하실 수 있으니 전화는 드려야겠지?”
그 다음 현수는 곧장 모친과 외삼촌이 있는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마침 장대인이 전화를 받았고 그에게 오늘 늦을지 모르니까 먼저들 주무시라고 했다. 그러자 장대인과 모친 모두 현수가 오기 전에는 자지 않을 거라고 했고 별수 없이 현수는 늦더라도 호텔에 가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쩝! 이윤미와 같이 자는 건 물 건너갔군.”
물론 그녀와 섹스는 할 생각이었다. 그러려고 지금 이렇게 달려가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현수는 20여분 뒤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막 차에서 내린 현수는 주소지를 재차 확인한 뒤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술과 안주를 잔뜩 사들고 성보라와 이윤미가 숙소로 이용 중인 맨션의 초인종을 눌렀다.
“오빠야?”
성보라의 목소리가 맨션 안에서 들리자 현수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어!”
현수의 대답과 동시에 맨션의 문이 열렸고 편안한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성보라가 반가운 얼굴로 현수를 맞았다.
“어서 와. 현수 오빠!”
현수는 맨션 안으로 들어서며 가볍게 성보라와 포옹을 했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그때 성보라 뒤에 이윤미가 현수의 손에 들린 술과 안주가 잔뜩 든 비닐봉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그녀를 보고 현수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오랜 만에 만났는데 술은 한 잔 해야죠.”
그런 현수를 성보라가 바로 두둔하고 나섰다.
“그래. 언니. 현수 오빠도 왔는데 기분 좋게 한 잔 씩만 하자.”
하지만 이윤미는 얄짤 없었다.
“안 돼. 내일 공연 있는 얘가 술은 무슨.....”
“히잉!”
입이 석자는 튀어나온 성보라를 보고 이윤미가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알았어. 대신 맥주 한 캔 만이다.”
“야호!”
이윤미의 허락이 떨어지자 성보라가 기뻐서 방방 뛰었다. 그렇게 잠시 뒤 성보라와 이윤미의 숙소에 술상이 차려졌다.
약속대로 성보라는 맥주 한 캔 밖에 못 마셨는데 그것 마시고 취해서 해롱거렸다.
“헤헤헤..... 기분 좋다!........ 헤에. 오빠! 진짜 보고 싶었어요. 오빠도 저 보고 싶었죠?”
“어. 그래.”
“헤에. 오빠가 오니 진짜 좋다. 헤헤헤..... 오빠도 저 보고 싶었죠?”
술에 취해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성보라를 보고 이윤미가 말했다.
“요즘 너무 바쁘다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거 같아. 맥주 한 캔에 취해서는.... 쯧쯧.”
혀를 차던 이윤미는 결국 취한 성보라를 그녀 방으로 부축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방을 나온 이윤미가 현수를 보고 말했다.
“술 더 마실 거야?”
그렇게 묻는 그녀의 눈빛이 끈끈했다. 현수도 여기 온 이유가 이윤미와 술 마시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아뇨. 이리 와요.”
현수가 웃으며 두 팔을 벌리자 이윤미가 야릇한 미소와 함께 현수의 품에 살포시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