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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309화 (309/712)

<-- 올림픽 대표 -->

현수는 한 언론에서 지하 경제에 유통되는 돈이 한해 10조쯤 된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과연 사채왕 소리를 들을 만하군.’

사도철은 자신의 재산을 대충 10조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단 얘기였다.

‘대기업 회장 못지않군.’

사도철은 현수가 자신의 요구를 당연히 들어 줄 거라 여겼다. 백억, 천억도 아닌 무려 10조란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겠다는데 누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현수는 바로 거절의 뜻을 내비췄다.

“죄송한데 그건 어렵습니다.”

“뭐, 뭐라고?”

사도철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현수가 그를 보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축구 선숩니다. 그것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축구계의 블루칩이죠. 전 국내뿐 아니라 국외로 진출해서 축구로 성공하고 싶습니다.”

“그건 결혼해도 할 수 있는 일이잖은가? 내가 알기로 스포츠 선수들은 일부러 일찍 결혼한다고 알고 있네만.”

사도철의 말처럼 운동선수들은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 일찌감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수는 가정을 꾸리는 것 보다 즐기는 게 먼저였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많은 미녀들과 즐길 만큼 실컷 즐긴 뒤 결혼은 천천히 할 생각이었다.

앞선 삶에서 현수는 누구보다 가정적이었다. 하지만 아내를 잘못 만난 탓에 그 가정은 한순간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현수는 가정을 꾸리는 게 이제 두려웠다.

“전...... 축구로 성공하기 전에는 결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사도철은 자신의 제안을 심각하고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하는 현수를 보고 얼굴이 굳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딸인 사지희의 앞날이 걱정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 그럼 축구로 성공한 뒤에 지희와 결혼 하게.”

“..............”

현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현수는 사지희와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자네 고집도 대단하군. 지희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10조가 자네 것이 될 텐데 말이야.”

100억만 있어도 한 평생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 그런데 10조라면.....

그런 어마어마한 금액에도 현수가 마음에 동요가 없었던 건 시스템 때문이었다. 시스템이 있는 한 현수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축구만 제대로 해도 현수는 앞길은 탄탄 대로였다.

그런 현수에게 돈은 중요치 않았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하고 살지가 더 중요했고 여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삶이 발목 잡히는 선택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저한테는 돈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요.”

현수의 그 말에 오로지 돈만 보고 살아 온 사도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도철은 현수의 말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현수에게 강요할 수 없음을 알기에 이내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혹시 생각이 바뀌거든 언제든 말하게. 그리고...... 내 딸을 아프게 하지 말아주게.”

사도철은 진심어린 얼굴로 현수에게 그 말을 하고는 그의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곧장 자기 저택으로 들어갔다.

현수는 사도철이 저택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이내 차를 몰고 그곳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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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원룸에 도착한 현수는 백화점에서 구입한 캐리어를 들고 원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챙겨 둔 짐을 캐리어 안에 넣고 여권 등을 챙긴 뒤 이부자리를 펴고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7시에 기상한 현수는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뒤 캐리어를 챙겨 들고 원룸을 나섰다.

차에 캐리어를 실은 현수는 장대인이 묵고 있는 은평구의 녹번시장 근처 모텔로 향했다.

현수가 그 모텔 앞에 도착했을 때 장대인이 짐 가방을 챙겨들고 그 입구 앞에서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현수의 물음에 장대인이 고개를 내젓자 현수는 모텔 근처에 차를 주차 시켰다. 그 다음 장대인의 짐 가방을 차 안에 넣은 뒤 그와 같이 시장에 들어가서 해장국을 한 그릇씩 먹고 나왔다. 그리곤 곧장 차를 몰아서 인천공항으로 향했고 10시에 출발하는 도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두 시간 뒤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고 현수는 장대인을 데리고 공항을 나와서 지하철을 탔다.

“일본에 자주 왔었나 보군?”

막힘없이 능숙하게 길을 안내하는 현수를 보고 장대인이 말했다.

“네. 뭐....”

사실은 해외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인 현수였다. 예전 삶에서 현수는 일본 J리그에서 뛰면서 일본을 수십 차례 더 왔었고 일본에서 살기도 했으니 도쿄의 지리는 대충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현수는 어제 이윤미에게 문자로 받은 주소지로 곧장 향했다.

“여기네요.”

도쿄 신주쿠 거리에 위치한 한 건물 앞에서 현수가 장대인에게 말했다. 그들은 곧장 그 건물 4층으로 올라갔고 그곳에 SW엔터테이먼트의 일본법인 사무실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현수가 사무실 안에 들어서며 인사말을 건네자 그 안에 일하고 있던 직원 중 한 명이 현수를 보고 물었다.

“혹시 강현수씨?”

“네. 맞습니다.”

“이윤미 실장님에게 얘기 들었어요. 실장님은 지금 성보라 스케줄 때문에 일본 방송국에 가셨거든요. 잠시 만요.”

그 직원이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현수에게 전화를 바꿔 주었다.

-일찍 왔네?

이윤미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 나왔다.

“네. 10시 비행기로 왔어요.”

-여긴 방송국인데 PD와 좀 있단 만나야 하거든. 대충 한 시간은 걸릴 거 같은데. 점심은 먹었어?

“아뇨. 아직.”

-잘 됐네. 근처에 맛집 많거든. 천천히 점심 먹고 와. 그럼 그 사이에 나도 여기 볼 일 보고 바로 사무실로 갈 테니까.

“알았어요.”

현수는 이윤미와 통화를 끝내고 짐은 SW엔터테이먼트 사무실에 두고 늦은 점심을 먹으로 나섰다.

이윤미의 말처럼 신주쿠 거리에는 음식점이 많았다. 현수는 그 중에 신주쿠에 오면 꼭 먹어 봐야 한다는 라멘 맛집 타케토라를 찾았다. 마침 점심시간도 지난 터라 줄은 서지 않고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괜찮군.”

장대인도 라멘이 입맛에 맞는 모양이었다. 현수는 장대인과 라멘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신주쿠 거리를 걷다가 시간에 맞춰서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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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와 장대인이 SW엔터테이먼트 일본 지사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이윤미가 벌써 와 있었다.

“어서 와.”

이윤미가 반가운 얼굴로 현수를 맞아 주었다.

“보라도 네가 보고 싶다고 따라 오려는 걸 겨우 말렸다. 대신 오늘 스케줄 다 끝내고 저녁에 만나 한잔 하기로 했다. 시간 낼 수 있지?”

“당연하죠. 그런데 흥신소는....”

“아. 맞다. 가자.”

이윤미가 앞장을 섰는데 그때 사무실에서 갑자기 걸려온 전화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네....네....그건...... 하아......알았어요. 제가 그쪽으로 가죠.”

이윤미가 굳은 얼굴로 전화를 끊고는 현수에게 말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갑자기 일이 터져서..... 같이 못가 줄 거 같은데.”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갈 테니까 흥신소 주소만 알려주세요.”

일본 지리를 잘 아는 현수는 주소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본 흥신소를 찾아갈 자신이 있었다.

“그쪽에는 내가 연락해 둘 테니까.... 여기 주소...... 거기 가면 바로 그분 있는 델 알려 줄 거야.”

현수는 이윤미가 건넨 일본 흥신소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받아서는 곧장 장대인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근처에 가장 눈에 띠는 호텔인 그레이스리에 방을 잡고 짐을 푼 뒤 택시를 타고 곧장 일본 흥신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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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미가 의뢰를 맡긴 일본 흥신소는 도쿄 외곽 하네코에 위치해 있었다. 택시는 정확히 그곳 흥신소가 위치한 건물 앞에서 멈췄고 현수는 택시비를 지불한 뒤 장대인과 같이 택시에서 내렸다.

“저기네요.”

현수가 흥신소 간판을 가리키며 장대인에게 말했다. 그리고 장대인과 같이 흥신소가 위치한 건물로 들어갔다.

흥신소는 그 건물 3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사무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어?”

현수는 곧장 이윤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10분 전에 통화 할 때 분명히 사무실에 있다고 했는데. 네가 간다고 했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단 말이야. 잠깐 거기 기다리고 있어 봐. 잠깐 화장실 갔을지도 모르니까.

현수는 이윤미와 통화를 끝내고 그 흥신소 입구 앞에서 장대인과 기다렸다. 하지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흥신소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답답한 현수는 상태창을 열어봤다.

다행히 일본에서도 현수의 상태창을 잘 열렸다. 현수는 상태창의 보유 마법 중 투시 마법인 오브젝트 페니트레이트(Object penetrate)를 사용해서 사무실 안을 살폈다. 역시나 사무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응?”

그런데 사무실 안의 좀 이상했다. 의자가 넘어져 있었고 테이블의 꽃병이 떨어져서 깨져 있었다. 현수는 의구심이 들었고 바로 언록 마법을 사용했다.

찰칵!

잠겨 있던 사무실 문이 열렸고 현수는 바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사무실은 현수가 투시해 봤던 그대로였다.

현수는 책상 쪽으로 갔고 책상 위에 있는 명함 통에서 흥신소 직원의 것으로 여겨지는 명함을 한 장 챙겼다. 그리고 사무실을 바로 나서며 상태창의 마법 중 위치 추적 마법인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를 사용해 보았다. 그러자 현수 머릿속에 찾을 사람에 대한 정보 기입란이 떴다. 현수는 명함에 적힌 일본 흥신소 직원의 이름과 직위를 말했다.

“이름은 니시노 마모루. 아마다 흥신소장.”

현수가 정보를 기입하자 잠시 뒤 아마다 흥신소의 소장인 니시노 마모루가 현재 있는 위치의 지도가 현수 눈앞에 펼쳐졌다.

“차로 이동 중이로군.”

그런데 현수의 위치 추적 마법이 알려 주길 니시노 마모루는 지금 누군가에게 납치가 된 상태였다.

“대체 누가? 왜?”

현수가 황당해 할 때 그 옆에 다가온 장대인이 물었다.

“왜 그러나?”

“아, 아닙니다. 일단 나가시죠.”

현수는 장대인과 같이 아마다 흥신소가 위치한 건물을 빠져 나왔다. 그때도 현수는 계속 위치 추적 마법을 사용 중이었는데 흥신소 소장을 납치한 차가 록본기에서 멈춰 섰다. 현수는 생각 같아서는 혼자 텔레포트해서 록본기로 바로 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일행인 장대인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가시죠.”

별수 없이 현수는 장대인과 같이 택시 승차장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곧장 록본기로 향했다.

30여분 뒤 록본기에 도착한 현수는 장대인과 같이 아마다 흥신소장 니시노 마모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으음.....”

하지만 그곳 입구에서 현수와 장대인은 걸음을 멈춰야 했다.

“여긴.....”

하필 아마다 흥신소장 니시노 마모루가 있는 곳이 야쿠자 소굴이었던 것이다. 양팔에 잔뜩 문신을 한 야쿠자 조직원 두 명이 입구 앞에서 현수와 장대인을 째려보고 있었다. 조폭 둘을 처리하는 건 현수나 장대인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 조직의 소굴을 무작정 치고 들어갈 정도로 둘이 무모하진 않았다.

현수가 장대인을 쳐다보자 장대인도 일단 물러나자는 데 동의하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였다. 승용차 한 대가 야쿠자 소굴 앞에 나타났고 그 안에서 웬 남자가 내렸다. 그리곤 야쿠자 소굴 안으로 곧장 들어갔다.

“어?”

그 남자를 보고 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적이 있는 잔데?”

현수는 생각을 했고 이내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

“히토오!”

바로 문세광과 같이 현수를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에 팔아넘긴 에이전트 히토오였던 것이다.

“저 자가 왜 여기를......”

현수의 머릿속 실타래가 복잡하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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