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287화 (28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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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의 김종훈 감독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연히 FA컵 결승에 진출 할 거라 여겼다.

연신대가 제법 잘하긴 했지만 16강전과 8강전의 상대들이 모두 K리그 클래식 하위 팀들을 상대로 이겼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인천유나이티드는 K리그 클래식 상위 팀이었다. 대학 팀을 상대로 이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그게 아니었다.

“젠장......”

한 두골도 아니고 무려 3골 차였다. 그것도 후반 시간이 절반도 훌쩍 넘은 상황.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을 합쳐봐야 2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적어도 FA컵에서 준우승은 예상하고 있었던 인천유나이티드 김종훈 감독은 그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리자 심기가 많이 불편했다. 거기다가 자존심도 많이 상한 상태였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천유나이티드에는 케빈이란 걸출한 스트라이커와 새로 영입 된 마케도니아 공격수 벨코스키가 있었다.

그 둘이 제대로 골을 몰아친다면 20분에 3골은 넣을 수 있을 터였다.

“어떡하든 무승부라도 만들어야 해.”

그 다음 연장전에서 얼마든지 승부를 뒤집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20분 안에 무조건 3골을 넣어야 했다.

“자자. 집중!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종훈 감독은 터치라인 앞에서 인천유나이티드의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특히 미드필더들에게 계속해서 케빈에게 패스를 넣으라는 지시를 넣었다. 하지만 3골을 몰아넣기도 전에 문제가 터졌다.

“저, 저 녀석이 또....”

강현수가 또 다시 인천유나이티드 진영을 뚫고 들어 온 것이다.

현수의 마크맨들은 이제 현수를 잡지 못했다. 그들이 접근하기 전에 현수가 빠르게 공을 차 놓고 내 달렸던 것이다.

파파파팟!

“아앗!”

그들은 현수의 드리블하며 달리는 주력을 따라 잡지 못했다. 거기다 경고 카드를 받은 인천유나이티드 수비수들도 더 이상 거칠게 현수를 붙잡지 못했다.

파팍! 툭! 툭!

현수는 수비수들을 농락하며 수비벽을 뚫었다. 그리고 뛰어 나오는 골키퍼를 보고 옆으로 공을 찼다.

그때 골에리어로 쇄도하던 공격수 나진목이 현수가 차 준 공을 가볍게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철썩!

인천유나이티드 골키퍼가 허망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골망을 가른 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으아아악!”

한 골 더 추가 실점에 김종훈 감독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스코어 6대 2!

4골 차는 요즘 잘나가는 전력의 인천유나이티드도 극복하기 어려운 스코어였다. 사실상 경기는 이 골로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연신대 감독 이명신은 골이 들어가자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FA컵에서 대학팀을 이끌고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그런데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흐흐흐흐. 이거 잘하면.....’

연신대가 FA컵 우승이라도 하는 날이면 감독인 이명신의 주가는 상한가를 칠 수밖에 없었다.

‘연신대 감독으로서 연장 계약이 문제가 아니야. 연봉을 상향 조정할 수도 있고.... 또 프로 팀에서 감독 제의를 받을 수도 있어.’

이명신이 앞으로 자신의 밝은 미래에 대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그 옆 벤치의 인천유나이티드의 김종훈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긴 한숨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시선을 거뒀다. 사실상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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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서도 경기를 포기한 마당에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상대를 얕본 건 사실이지만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오늘 정말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연신대의 한 선수를 막지 못하고 팀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못해서 지는 경기가 아님을 알기에 그리 크게 낙담하진 않았다.

이 경기에 지더라도 그들이 앞으로 소화해 내야 할 경기는 많았으니 말이다.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한 듯 했지만 비교적 의연한 얼굴로 남은 경기에 임했다.

현수도 그런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얼굴을 보고 이제 자기가 굳이 더 설치고 다닐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경기에 임했다.

그 뒤 남은 15분의 시간동안 인천유나이티드는 굳이 무리해서 경기 진행을 하지 않았고 그건 연신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라운드에서 공은 굴러다녔지만 앞서와 같은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는 없었다. 그러나 후반전 후미에 들어서 현수가 여전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연신대 공격수들을 활용하며 마지막 공세를 이어갔다.

뻥!

길게 측면 윙어에게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를 날려 주며 바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던 것이다.

파파파팟!

그 공을 받은 윙어는 빠르게 측면을 돌파했다.

그 돌파를 지칠 대로 지친 데다 의욕까지 상실한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막아 내지 못했다.

그 결과 측면에서 정확한 센터링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올라왔고 그 공을 후반 교체 되어 들어 온 연신대 공격수 고동찬이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뻐엉!

슈아아앙!

고동찬의 발등에 제대로 걸린 공은 제법 크게 파공성을 내며 그대로 골대 구석으로 날아갔다.

출렁!

그리곤 골망을 갈랐다. 인천유나이티드 골키퍼는 반응조차도 하지 못했다. 단지 고개를 뒤로 돌려 골이 들어갔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이야아아아!”

골을 넣은 고동찬은 포효하며 연신대 응원석으로 달려갔다. 그런 고동찬을 따라 연신대 선수들이 뛰어가서 그를 뒤에서 덮쳤다.

스코어 7대 2!

현수는 그 광경을 쳐다보다 이내 시선을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에게 돌렸는데 다들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끝났군.’

그때 뒤통수가 끈질끈질해진 현수가 뒤를 돌아보자 케빈이 뚫어져라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다른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과 달리 케빈 만큼은 전혀 풀죽은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후반전도 채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케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삐이이익!

1분 뒤 너무 스코어 차가 크다보니 주심이 오히려 인천유나이티드를 배려해서 추가시간도 적용하지 않고 바로 종료 휘슬을 불었다.

FA컵 4강전에서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고 연신대가 K리그 클래식 상위 팀인 인천유나이티드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미 이 결과는 오늘 9시 스포츠 뉴스와 내일 아침 신문 스포츠 란에도 나올 모양이었다. 이명신이 기자 몇 명으로부터 인터뷰를 하고 있는 걸로 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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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바로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 터라 연신대 축구 부원들은 학교 버스를 타고 조용히 서울로 돌아갔다. 학교에 도착하니 시간이 벌써 밤 10시가 넘은 터라 선수들은 바로 해산을 했다.

“내일 9시까지..... 늦지 말고......”

연신대가 결승에 진출하자 감독인 이명신의 두 눈이 탐욕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명신은 내일과 모레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조절해서 최상의 상태에서 결승전에 임할 각오였다.

서울로 오는 동안 이명신은 내일 모레 FA컵 결승 상대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

FC서울!

작년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이었다. 그리고 현수 K리그 클래식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었다.

이명신이 판단하기로 현재 연신대 전력으로 FC서울을 이긴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연신대에는 강현수가 있었다.

오늘 경기 만해도 현수는 혼자 4골을 몰아쳤다. 그렇다면 FC서울과의 경기에서도 현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한다고 봤을 때 수비만 잘 해 준다면 3대 2! 펠레 스코어로 연신대가 이길 수 있었다.

‘대학팀 최초로 FA컵 우승이라!’

연신대가 FA컵에서 우승만 한다면 이명신 감독이 프로 팀을 맡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었다.

‘그 팀에 강현수를 데리고 가면......’

프로 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건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었다. 한경기에 3골 이상을 몰아치는 현수가 있는 데 성적이 좋지 않은 게 더 이상할 노릇일 터.

‘흐흐흐흐. 강현수 그 놈이 복덩이라니까.’

강현수만 생각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이명신이었다. 이명신은 집으로 가는 길에 K리그 클래식의 모 팀에서 전력 분석 원으로 일하고 있는 자신과 친한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현배야. 나다.”

-네. 선배. 근데 이 시간에 무슨 일입니까?

전화 받는 후배의 목소리가 조금 삐딱했지만 이명신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오늘 우리가 인천유나이티드 이긴 거 알지?”

-네? 연신대가 인천을 이겼다고요?

후배 녀석이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하긴 다들 연신대가 인천유나이티드에 질 거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뭐 싸워보니 프로 팀도 별 거 아니더라고. 그래서 7대 2로 이겼다.”

-헉! 7대 2요?“잘하면 우승도 하겠더라고. 연신대가 우승하면 FA컵 최초지 아마?”

-그, 그렇죠.

“대학 팀을 이끌고 FA컵 최초 우승을 이끈 감독이라? 프로 팀에서도 탐낼 만하겠지?”

-.............

그 말에 후배 녀석이 갑자기 말이 없었다. 아마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프로 팀 감독을 맡으면 너를 코치로......”

-형님. 술 한 잔 하시겠습니까?

“지금?”

-네. 제가 좋은 데로 모시겠습니다.

후배가 바로 이명신의 미끼를 덥석 물었다. 하긴 전력 분석원에서 바로 코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이었다.

“아니. 술은 FA컵 우승한 다음에 먹도록 하고. 그 전에 네가 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알아보니 결승에 FC서울이 올라왔다네.”

이명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배가 바로 반응했다.

-FC서울에 대한 전력 분석 자료라면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그것 좀 내 메일로 넣어 주라.”

-바로 넣어 드리겠습니다.

후배의 확답을 들으며 이명신의 입 꼬리가 조용히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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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출발한 연신대 축구 부원들을 태운 학교 버스가 연신대에 도착하고 바로 해산을 하자 현수는 자신의 차로 향했다. 그리고 차에 막 탔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사지희였다.

“네. 지희씨.”

현수가 전화를 받자 사지희가 결승에 진출한 현수에게 축하의 말을 먼저 건넸다. 그리고 결승이 언제 인지 물어왔다.

“내일 모레고 상대는 FC서울이라네요. 경기장은 FC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 경기장이 될 것 같고...... 시간은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가 될 거 같아요.”

-그때도 보러 갈게요.

“그럼 그때도 골 넣으면 지희씨를 위해 하트 세레머니를 하죠.”

-..........

현수의 그 말에 사지희가 쑥스러웠던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잘 자라는 말을 서로 교환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지희와 통화를 끝낸 현수는 곧장 차에 시동을 걸고 원룸으로 향했다.

현수의 차가 원룸에 거의 다와 갈 때 쯤 현수의 눈에 장대인이 있는 모텔 간판이 보였다. 그걸 보고 현수가 잠깐 장대인이 묵고 있는 모텔에 들릴지 아니면 이대로 원룸으로 가서 쉴지를 고심할 때였다. 시스템이 반갑지 않은 소식을 현수에게 알려왔다.

[띠링! 장대인이 숨어 있는 모텔이 노출 되었습니다. 지금 즉시 조치를 취하세요.]

“젠장!”

현수는 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현재 장대인의 상태와 그 주위 상황을 엿보기 위해서 말이다.

현수는 상태 창의 보유 마법 중 위치 추적 마법인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를 사용했다. 그러자 현수 머릿속에 찾을 사람에 대한 정보 기입란이 떴다.

“흑사회 장대인. 서울 신촌 장미 모텔.”

현수가 정보를 기입하자 잠시 뒤 장대인이 현재 있는 위치인 장미 모텔이 지도상에 표시 되어 나왔다. 더불어서 그 모텔 주위로 수상쩍은 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도 훤히 보였다.

현수는 바로 차를 몰아서 장미 모텔로 향하면서 그 모텔 장대인이 묵고 있는 방으로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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