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267화 (26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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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고는 하지만 열대야 영향인지 뛸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런 날 뛰어야 하는 축구 선수들에게 하프 타임은 꿀맛 같은 시간이었다. 그 잠깐의 휴식이 끝났다.

“자자. 이제 나가자.”

주장 이기찬의 말에 연신대 선수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라커룸을 나섰다. 잠시 뒤 연신대와 포항 스틸스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본 포항 스틸스 응원단이 바로 시끄럽게 반응을 보였다.

둥! 둥! 둥! 둥!

“오우오우! 워어워어! 포항 스틸스! 포항 스틸스!”

하지만 연신대를 응원하는 소리는 귀를 씻고 들으려 해도 없었다. 아무래도 홈구장인데다 상대는 프로 팀. 프로 팀에는 서포터들이 있는데 오늘 50여명의 포항 스틸스 서포터들이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응원 받는 포항 스틸스 선수들의 얼굴이 어째 굳어 있었다. 반면 연신대 선수들은 다들 얼굴에 여유가 있어 보였고 말이다.

왜 그런지는 전광판의 스코어를 보면 알 수 있었다.

2대 1!

당연히 포항 스틸스가 2득점을 했을 거라 여기겠지만 상황은 그 반대였다. 그러자 포항 스틸스에서 작정을 한 듯 패스의 줄기를 이어 줄 중원의 사령관 미드필더 양진우와 요즘 한창 물 오른 골 결정력을 보여 주고 있는 포항 스틸스의 신성, 세컨 스트라이커 로페즈가 교체 투입 되었다.

그 둘이 뛴다면 사실상 포항 스틸스의 1군 전력이 다 나왔다고 보면 됐다.

김호철 감독은 그들을 앞세워 후반전에 적어도 2골은 뽑아 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뒷문을 굳게 잠그고 말이다.

3대 2!

짜릿한 역전승. 흔히 말하는 펠레 스코어로 김호철 감독은 오늘 경기를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란 게 뜻대로만 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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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후반전이 시작 되었다.

포항 스틸스의 선축이 있고 포항 스틸스 공격수들이 하프 라인을 넘어 갈 때 공은 포항 스틸스의 중앙 미드필더인 양진우에게 전달되었다.

“간격 더 벌려!”

중원의 사령관답게 양진우가 노련하게 2선 라인을 정비했다. 그러던 말든 현수는 공이 양진우에게 가는 걸 보고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촤아아악!

현수가 그라운드의 보드라운 잔디를 가르며 양진우를 향해 태클을 가했다.

‘어라?’

그런데 현수의 발은 공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양진우가 패스 되어 온 공을 퍼스트 터치 할 때 발뒤꿈치로 방향만 살짝 틀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공은 바로 뒤쪽으로 흘렀고 현수의 발은 공 없는 허공만 갈랐다.

문제는 현수가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을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이거 꼬이네.’

양진우의 실력이 현수의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을 뛰어 넘는단 소리였다.

‘쳇! 또 마법을 써야 하나?’

이렇게 되면 또 양진우를 상대하기 위해서 마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양진우가 의도적으로 뒤로 빼낸 공은 포항 스틸스의 센터백에게 갔고 센터백은 그 공을 즉시 측면 미드필더에게 연결했다.

측면 미드필더는 그 공을 받아서 곧장 하프라인을 넘어 연신대 진영으로 침투해 들어갔고 말이다. 그 사이 양진우는 하프라인을 넘고 있었다.

“어쭈!”

현수는 그런 양진우의 보고 냅다 달렸다.

파파파팟!

체력과 스피드에서 현수가 양진우보다 우위에 있었기에 금방 양진우를 뒤쫓았다.

퍽! 퍽! 툭!

현수는 양진우와 몸싸움을 벌이며 그에게 들어온 패스를 기어코 끊어 냈다. 그 끊어 내는 과정에서 현수는 상태 창을 열고 마법을 사용했다.

부산 아이파크의 센터백 임채식에서 써 먹었던 더스트 인 아이즈(Dust in eyes) 마법, 즉 눈에 티가 들어가게 만드는 마법을 써 먹었던 것이다.

“으윽!”

양진우는 눈에 티가 들어가자 당황했고 그 순간 현수가 가볍게 그의 공을 뺏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 공을 전방으로 길게 스루 패스했다.

그 공을 연신대 공격수 나진목이 잡았는데 그에게 바로 포항 스틸스 선수의 태클이 가해졌다.

“헉!”

부상을 피하기 위해 나진목은 몸을 띄울 수밖에 없었고 공은 다시 포항 스틸스 진영으로 넘어갔다.

두 진영의 허리 싸움을 그렇게 일진일퇴를 거듭하게 계속 전개 되었고 그러면서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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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스의 선수들은 김호철 감독이 지시한 전술에 따라 철저히 움직였다. 그런 가운데 중원이 가장 치열하게 접전의 현장이 되었다.

연신대의 전체적인 플레이 메이커, 또는 패스 메이커를 담당한 현수를 막기 위해 포항 스틸스는 중앙 미드필더 양진우가 본격적으로 나섰다.

둘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바로 맞부딪쳤다.

현수가 먼저 태클을 넣었는데 그걸 힐 킥으로 공을 뒤로 흘려버려 현수에게 제대로 엿을 먹인 양진우를 현수가 곧장 뒤쫓아 가서 몸싸움으로 그를 밀어 내고 기어코 공을 뺏어낸 것이다.

장군 멍군!

그 후 중앙 미드필더 간의 싸움이 피터지게 전개 되었다.

양진우는 빠른 발과 강력한 몸싸움, 높은 축구 지능으로 포항 스틸스 축구를 이끌어 나갈 미래로 불리는 선수였다.

양진우는 사실 연신대와의 경기에 자신이 뛸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만큼 대학 팀인 연신대를 얕본 건 사실이었다.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포항 스틸스가 이기고 있어야 정상인데 막상 뚜껑을 열자 그게 아니었다.

연신대가 예상보다 그 전력이 훨씬 강했던 것이다.

‘무슨 대학 팀이 이렇게 강한거야?’

그는 186센티에 90kg으로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기에 피지컬, 거기다가 축구 센스까지 그는 국내 선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은 내년 쯤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던 양진우였다.

그런 자신이 고작 대학 팀 중앙 미드필더와 부딪쳐서 밀릴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딪쳤다. 그 순간, 양진우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 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헉!”

아찔한 충격과 함께 몸 전체가 휘청거렸다. 그라운드에 자빠지는 꼴사나운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상대에게 이렇게 맥없이 튕겨 나 보긴 처음이었다.

당연히 공은 상대에게 내 주어야 했다. 양진우는 너무 놀라 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양진우는 현수를 쫓아갔고 둘은 계속 부딪쳤다. 그 결과 부딪칠 때 마다 튕겨나는 건 양진우였지만 말이다.

이때 현수는 양진우가 자신을 향해 돌진 해 오는 걸 보고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보유 마법 중 3서클의 스킨스톤(Stone skin)을 사용했다. 축구하는 데 수류탄이 터져도 끄떡없는 5서클의 방어 마법인 밤 스탠드 디펜스(Bomb stand defense)를 쓸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래서 현수의 몸뚱이는 돌덩이처럼 단단해 졌고 그런 그와 부딪치는 양진우는 쪽쪽 튕겨 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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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는 무슨 철벽같았다. 부딪치면 쪽쪽 자신이 밀리자 황당한 양진우가 뭐 저런 놈이 다 있냐며 현수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진우!”

전방에 올라갔다 협력 수비를 위해 다시 내려오던 로페즈가 그를 불렀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양진우는 그와 같이 하프 라인 밑으로 내려가서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그 뒤 양진우는 현수와 수차례 더 부딪쳤다.

“크윽!”

그때 마다 양진우는 퍽퍽 튕겨 나는 굴욕을 맛보았다. 양진우와의 공중 경합에서 여유롭게 헤딩으로 공을 따낸 현수가 유유히 사라지는 걸 보며 양진우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진짜 대단해. 저게 대학 선수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할 양진우가 아니었다. 그는 강하게 이를 악다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자. 한 골! 포항 스틸스 파이팅!”

그의 고함에 포항 스틸스 선수들이 일제히 파이팅을 외치며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그런 포항 스틸스의 파이팅과 달리 허리 싸움에서 포항 스틸스가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경기는 시종일관 답답하게 전개 되고 있었다.

반면 연신대는 강현수의 뛰어난 허리 장악 능력과 롱패스 능력으로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거기다가 현수는 강력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중원을 장악했다.

그의 깔끔한 볼터치와 안정적인 패스에 이어 연신대 후방에서 빌드 업까지 완벽하게 이루게 만들었다. 그런 그의 지능적인 플레이는 시합 내내 단연 돋보였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기가 막히는군. 어떻게 저런 선수가 다 있지?”

그런 현수의 플레이를 보고 포항 스틸스의 김호철 감독과 코치들이 다들 혀를 내둘렀다.

“당장 프로에 뛰어도 먹힐 녀석이야.”

“먹힐 정도가 아니가 그 프로 리그를 씹어 먹을 정도야.”

김호철 감독이 현수의 움직임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김호철 감독의 눈에 강현수는 강력한 피지컬과 뛰어난 활동량에다가 롱패스, 중거리 슛 능력까지 공수에 걸쳐 모든 걸 다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중앙 미드필더였다.

‘저런 보석이라면 당장 데려 와야 해.’

김호철 감독은 오늘 당장 구단의 스카우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녀석만 있으면 리그 경기 강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아니지. 단숨에 리그 상위권으로 발돋움 할 수 있어.’

김호철 감독의 눈이 탐욕에 이글이글 불타오르며 현수를 쳐다보고 있을 때 현수는 그런 김호철 감독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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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스의 공격수 장철우는 전반에 골을 넣었다. 그런 그의 골 결정력을 믿고 김호철 감독은 후반에도 쉽사리 그를 빼지 못했다.

그걸 알기에 장철우는 천천히 연신대 진영으로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했고 미드필드에서 현수와 맞닥트렸다.

퍽!

“헉!”

장철우는 무슨 벽에라도 부딪친 듯 옆으로 튕겨 난 데 비해 상대 미드필더는 꿈쩍도 않고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맥없이 자리싸움에 패한 장철우는 당연히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공을 받지 못했다.

턱!

강현수가 대신 장철우를 향해 날아 온 롱 패스를 가슴으로 볼 트래핑 후 유연하게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쳇! 그냥 가게 둘까 싶냐!”

한 성질 하는 장철우다. 그는 자신이 볼을 빼앗기면 끝까지 쫓아가서 그 공을 다시 뺐던지 아니면 공을 걷어 내던지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장철우는 강현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휙!

하지만 그는 강현수의 역모션에 속아서 그보다 몇 걸음 더 앞으로 나갔고 그때 현수는 느긋하게 동료 미드필더에게 공을 패스 했다. 그리고는 장철우를 지나쳐서 포항 스틸스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런 씨펄......”

분한 장철우가 욕설을 해 가며 강현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최전방 공격수이니 더 밑으로 내려 갈 순 없었다.

장철우는 포항 스틸스 팀 동료들이 어서 연신대의 공을 뺏어서 자기에게 차주기를 바라며 하프 라인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공만 넘어 오면 언제든 달려들어서 연신대 목줄을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서 말이다. 하지만 장철우에게 당최 공은 넘어오지 않았다.

“젠장.....”

강현수가 중심이 된 연신대 허리 라인은 쉽게 공을 뺏기지 않고 포항 스틸스 진영을 꾸준하게 공략했다.

장철우가 힐끗 전광판의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후반전도 10분이나 시간이 흐른 상황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계속 흘러서 중반을 넘어 간다면 연신대가 본격적으로 골문을 잠그고 버티게 될 터였다.

그러다간 자칫 2대 1로 포항 스틸스가 패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몰랐다. 장철우가 초조하게 하프 라인에서 기웃거리고 있을 때 상황은 점점 포항 스틸스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역시나 문제는 연신대의 중앙 미드필더였다.

날 뛰는 강현수를 포항 스틸스에서 그다지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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