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247화 (247/712)

<-- FA컵 -->

택시 타고 원룸 앞에 도착한 현수는 택시비를 계산하고 원룸으로 들어갔다. 피곤했던 현수는 대충 이부자리를 편 뒤 그 위에 쓰러졌고 이내 잠이 들었다.

아침에 날이 밝고 잠에서 깬 현수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평소처럼 근처 아파트 단지 두 바퀴를 돌았다.

원룸에 돌아온 현수는 샤워 후 즉석밥과 냉장고 속 사골 곰국을 데워서 김치와 같이 후루룩 말아서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는 학교로 향했다.

어제 현수가 오후 훈련에 빠진 거 때문인지 축구부의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현수도 그제야 자신이 훈련에 빠짐으로 해서 나머지 선수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걸 깨닫고 일단 그들에게 사과부터 했다.

“미안하다. 어제 오후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앞으론 팀 훈련엔 가급적 빠지지 않고 참가하도록 할게.”

현수가 축구부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사과를 하자 그나마 분위기가 나아졌다. 그때 주장인 이기찬이 말했다.

“오늘 중요한 시합 있는 날에 다들 분위기가 왜 이래. 자자. 집중하자. 현수도 왔으니 오전에는 어제 오후에 제대로 하지 못한 세트피스 훈련부터 하도록 하자.”

이기찬의 말에 연신대 축구부원들 중 오늘 선발 출장하는 선수들이 먼저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 이기찬이 그들에게 외쳤다.

“파 포스트(Far post)와 니어 포스트(Near post) 둘 다 번갈아 가면 훈련할 거다.”

이기찬의 말한 대로 세트피스 훈련법은 크게 둘로 나뉜다. 파 포스트(Far post) 훈련법과  니어 포스트(Near post)훈련법으로 말이다.

파 포스트는 말 그대로 볼의 위치에서 먼 쪽의 포스트, 니어 포스트는 볼의 위치에서 가까운 쪽의 포스트를 말했다.

먼저 파 포스트를 활용한 훈련은 문전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을 벌이며 상대수비들의 시선을 니어 포스트 쪽으로 유도해 놓고 2선에서 숨어 있던 공격자가 반대쪽 즉, 파 포스트 쪽으로 크로스를 돌아서 쇄도해 들어간다. 따라서 키커는 파 포스트로 공을 길게 넘겨줘야 했다. 니어 포스트를 활용한 훈련은 반대로 하면 되고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선수들의 움직임을 읽고 공을 넘겨주는 키커의 역할이었다. 연신대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 줄 선수는 현수 하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어제 현수의 부재로 인해 연신대 선수들은 제대로 된 세트피스 훈련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수는 그 잘못을 시인하고 오전 내내 연신대 선수들의 세트리스 훈련을 도왔다. 현수가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해 주자 연신대 선수들도 현수에 대한 감정을 서서히 풀었다. 그렇게 오전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은 점심을 먹고 오후엔 저녁에 있을 FA컵 16강전을 대비해서 휴식을 취했다.

삼계탕 사건 이후 확 바뀌었던 이명신 감독이 다시 삼계탕 사건 이전의 성실한 감독의 모습으로 돌아간 거에 대해 연신대 선수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또 언제 불성실한 감독으로 돌아갈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래도 오늘 이명신 감독은 그런대로 쓸 만했다. 선수들 앞에 나타나서 괜히 엉뚱한 소린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연신대 선수들은 5시가 되자 간단히 저녁을 먹고 6시부터 몸을 풀었다. 그때 오늘 연신대와 FA컵 16강전을 치를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연신대 축구장에 도착했다.

이미 5시부터 연신대 축구장에는 FA컵 대회 운영진이 와 있었다. 소문이 돌았던지 연신대 축구장 주위로 꽤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관람하러 와서는 좋은 자리를 먼저 선점하고 있었다.

연신대 시설팀은 저녁에 치러지는 경기에 야간 조명에 이상이 없는지 거듭 확인을 했다. 그 사이 연신대와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축구장을 반으로 나눠서 양쪽에서 열심히 몸들을 풀었다.

--------------------------------

FA컵 즉, Football Association Cup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모든 팀들이 참가하여 토너먼트 방식으로 국내 최강팀을 가리는 축구경기다.

외국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경기로 매 경기 마다 관중 만원 사태가 벌어지는데 국내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FA컵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아마추어와 프로가 함께 어우러져 치르는 경기이다 보니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에 이기는 이변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내 리그에서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갭이 너무 크다보니 그런 이변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경기 시작 전 운영위에서 나온 사람들과 양팀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딱히 하는 일도 없으면서 이런 건 절대 빼 먹지 않는 운영위였다.

7시가 다 되어가자 양팀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축구장에 나왔다.

연신대는 늘 쓰던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부산 아이파크는 중원데 더 무게를 둔 4-5-1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프로팀 치고는 상당히 의외인 전술 구성이었다.

보통 4-5-1 포메이션은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구사하는 전술이었던 것이다. 즉 수비의 견고함은 다지고 공격진의 높은 결정력으로 승리를 이끌어 내는 전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전술을 부산 아이파크가 쓴다는 건 연신대 전력을 결코 자신들 밑으로 보지 않는단 소리였다.

경기 시작 전에 연신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였다. 주장인 이기찬이 말했다.

“부산은 역시 4-5-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허리 싸움에서 밀리면 끝장이다. 현수야. 부탁 좀 하자.”

“걱정 마. 우리가 허리 싸움에서 저들에게 밀리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야.”

현수가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부산 아이파크의 4-5-1 포메이션은 확실히 연신대를 상대하는데 상당히 최적화 된 전술이라 볼 수 있었다.

먼저 포백은 수비위주로 양쪽 윙백은 역습일 때 간혹 오버래핑은 하되 수비를 중점으로 한 배치였다.

또한 미드필드진을 형성하는 5명의 허리라인은 수적인 우세로 연신대의 미드필드진을 분명 압박해 올 것이고 양쪽 날개 격인 왼쪽, 오른쪽 미드필더가 공수를 전환하며 활발한 움직임으로 연신대 진영을 휘젓고 크로스를 올린다면.....

연신대로서는 어려운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4-5-1 포메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은 중앙 미드필더 앞의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최 일선의 스트라이커였다.

연신대에서 그 둘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자칫 많은 골을 내어 줄 수 있었다.

연신대 선발 출전 선수는 골키퍼에 방주혁, 왼쪽 수비수에 장철우, 중앙수비수겸 오른쪽 수비수 강주혁, 오른쪽 수비수 이도영, 센터백에 이기찬,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 조용식, 왼쪽 미드필더 김석진, 오른쪽 미드필더 임호룡, 공격수로는 왼쪽 전방 공격수에 나진목과 오른쪽 전방 공격수에 고동찬이 나섰다.

연신대는 현수의 의견이 크게 반영 된 선수 구성이었다. 아무래도 이명신이 현수 눈치를 보다 보니 이런 선발 명단을 짠 것 같았다.

반면 부산 아이파크에서는 리그 중인지라 FA컵에 정예 멤버를 전부 투입하진 못했다.

하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오재범을 배치 시켰고 그 밑 섀도우 스트라이커에 장우진을 포진했다.

그 둘 공격수는 부산 아이파크의 득점을 책임지는 선수들이었다. 그 이외에 부산 아이파크의 주전 중앙 미드필더인 고인석은 출전 하지 않았고 대신 백업으로 소지섭이 나왔고 그 외에 두 명의 미드필더들도 백업 요원들이었다.

수비에서도 양쪽 풀백은 백업이었다. 하지만 그 백업들의 실력도 대학 축구팀의 주전들 보다 실력이 더 나았다.

그럴 것이 대학 리그에서 프로팀으로 지명 받아 갈 때 당연히 실력 우선으로 지명을 하니까 대학 리그 주전 중에서도 상위 클래스만이 프로팀에 들어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들어 간 선수들이 경쟁을 통해서 최대한 올라 간 것이 바로 백업 요원이었다.

그 백업 요원들이 몇 년 안에 주전이 되는 거고 말이다. 그러니 그 실력이야 대학 팀의 선수들보다 우위인 것만은 확실했다.

선심들이 양쪽 터치라인에 배치되자 주심이 공을 들고 센터서클로 향했다. 그리고 양팀 주장을 불러서 동전 던지기로 진영과 선축 우선권을 가렸다.

운이 따랐던지 연신대의 선축이 결정 되었다. 진영은 당연히 현재 있는 진영을 선택했고 말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주심이 자신의 시계를 체크했고 공을 센터서클 한 가운데 놓았다. 그러자 연신대의 두 공격수인 나진목과 고동찬이 공쪽으로 다가갔다.

----------------------------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나진목이 공을 빼자 고동찬이 그 동을 뒤로 패스했다. 그 패스한 공을 현수가 받았다. 그때 부산 아이파크 진영에서 원톱 스트라이커 오재범이 곧장 하프라인을 넘어서 공을 가지고 있는 현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툭!

그러자 현수가 그 공을 왼쪽 미드필더 김석진에게 연결했다. 그러자 김석진의 시계 방향으로 공을 돌렸고 그 공이 다시 현수에게 넘어왔다.

그 사이 연신대의 두 공격수는 부산 아이파크 진영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부산 아이파크의 수비수들이 그 둘을 밀착마크 했기 때문에 섣불리 패스를 넣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현수는 측면을 활용하기로 하고 다시 김석진에게 공을 넣어 주며 위로 치고 올라 가라고 사인했다.

그 사인을 받은 김석진은 공을 받자 바로 측면 윙어로 변신해서 부산 아이파크 진영으로 돌파해 들어갔다.

“막아!”

그걸 보고 부산 아이파크의 중앙의 지휘를 맡은 소지섭이 소리쳤고 즉시 측면 미드필더가 김석진을 쫓았다. 김석진은 그 측면 미드필더와 같이 볼 경쟁을 하면서 터치라인을 따라 쭉 올라갔다.

팍!

그때 그 측면 미드필더가 공을 걷어 내면서 터치아웃 상황에서 연신대의 스로인으로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이때 현수가 슬그머니 움직였다. 하프 라인을 넘은 현수가 빠르게 중앙으로 뛰어 들어 갈 때 조용식이 스로인을 김석진에게 했고 김석진을 그 공을 바로 조용식에게 다시 보냈고 조용식이 곧장 다이렉트 패스(Direct Pass, 볼을 정지시키지 않고 한 번의 터치로 연결하는 패스)를 넣었다.

전방의 두 공격수가 아닌 중앙으로 말이다. 공은 중앙의 비어 있는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로 날아갔는데 이때 그곳에 불쑥 현수가 나타났다.

현수는 하프 라인을 넘자 바로 카멜레온 축구복의 마법 아이템 창을 열었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 폭발적인 대시(Dash), 인사이드 드리블, 백숏, 마르세유 턴, 펜텀 드리블,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플립플랩, 대포 슛, 무 회전 슛,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패스 가로채기 태클, 바나나 킥, 정확한 발리킥,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몸싸움 뿌리치기, 몸싸움 뒤 점프하기, 진흙탕에서 드리블, 진흙탕에서 헤딩, 정확한 점핑 헤딩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플립플랩(+2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수중 드리블(+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라보나 킥(+20,000), 불꽃 슛(+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오버헤드킥(+10,000).......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크로스 오버 턴(+10,000),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

그리고 자신에게 들어오는 패스를 보고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무회전 슛을 사용했다.

뻥!

제대로 발등에 공이 걸리면서 공이 앞으로 쭉 뻗어 나갔다. 누가 봐도 골대를 훌쩍 넘길 거 같은 공이 골대 가까이에서 뚝 떨어졌다.

“저, 저....”

철썩!

공은 골망을 가르고 골대 밖으로 도로 튀어 나왔다. 환상적인 무회전 중거리 슛이었다.

“와아아아!”

“그렇지. 하하하하.”

그 골에 연신대 벤치는 환희에 찼고 이명신 감독은 기분 좋게 큰소리로 웃었다. 반명 부산 아이파크의 박상호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벤치 대기 중인 선수들은 다들 입을 쩍 벌린 체 현수를 쳐다보았다.

부산 아이파크의 박상호 감독도 연신대에 특출한 중앙 미드필더가 있으며 그 선수가 대학 리그 득점왕와 MVP를 차지했단 걸 알았다. 그래서 오늘 시합에서도 그 선수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고 말이다.

“이, 이거야 원.....”

그런데 직접 보니 그냥 예의주시해서 될 선수가 아니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내어 준 부산 아이파크는 전술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수비 위주로 경기를 진행했음에도 불과하고 골을 내어 줬으니 그럴 만도 했다.

“빨리 동점 골을 넣어야 한다. 아니면 이대로 연신대에 질질 끌려 갈 수 있어.”

박상호 감독은 곧장 부산 아이파크의 중앙 미드필더 소지섭에게 사인을 넣었다. 그 사인을 받은 소지섭은 킥 오프 되어 자신에게 넘어 온 공을 받아서 바로 하프 라인을 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