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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241화 (24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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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 그룹 긴급 이사회가 열린 날 그 자리에 삼정 백화점의 부사장이자 삼정 제약 주식 20%를 소유한 유혜란도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유정만 회장은 삼정 제약을 지주사로 바꾸겠다는 말을 했다.

그 때문에 이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삼정 제약이 지주사가 되면 당연히 유혜란의 입지가 파격적으로 올라 갈 수밖에 없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장남 유희권도 이때는 화를 많이 냈다. 그러던 말던 유정만 회장은 본 안을 밀어 붙였다. 하지만 삼정 그룹은 유정만 회장만의 회사가 아니었다. 장남 유희권과 차남 유희준이 반대편에 서면서 표결에 들어갔고 끝내 유정만 회장의 의도는 무산 되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유정만 회장의 딸인 유혜란의 영향력이 커졌고 반면 기득층으로 자신들이 당연히 다음 삼정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을 거라 여겼던 유정만 회장의 두 아들 유희권과 유희준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이런 빌어먹을.....”

와장창창!

집에 돌아간 유희준이 이성을 잃고 눈에 보이는 건 닥치는 대로 부셨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던지 유희준이 씩씩 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성일아. 나다. 지금 당장 집으로 좀 와라.”

유희준은 자신의 친구이자 자신의 최측근 인사 김성일 삼정 전자 기획 본부장을 자기 집으로 불러들였다.

김성일이 유희준의 집에 나타났을 때 유희준은 제법 큰 병의 양주 한 병을 거의 다 마신 상태였다. 그걸 보고 김성일이 눈살을 찌푸렸다.

“많이 마셨군.”

“그래. 좀 마셨다. 그런데..... 하나도 안 취해. 이게 다 그년 때문이야.”

유희준은 첩의 딸년 때문에 자신의 입지가 흔들린 거 자체가 용납이 되지 않았다. 김성일도 얘기는 들은 상태였다. 오늘 삼정 그룹 긴급 이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이다.

“유혜란 삼정 백화점 부사장 문제라면....”

휘이잉!

콰작!

김성일이 얘기를 도중 유희준의 술병이 날아왔다. 그리고 김성일 옆 벽에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나며 그 파편이 김성일에게까지 튀었다.

“네 앞에서 그년을 부사장이라고 칭하지 마라. 그년은 첩에게서 태어난 개년일 뿐이야.”

유희준이 살기등등한 얼굴로 말했다. 김성일도 굳이 그런 유희준을 자극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 그럼 너처럼 그년이라 칭하지.”

김성일의 그 말에 유희준은 흡족한 듯 웃었다. 그런 그에게 김성일이 물었다.

“그년 일 때문에 날 부른 거지?”

“맞아.”

“그쪽에게 맡겨 보려고?”

“응. 그쪽을 만나기 전에 그쪽의 능력도 시험해 볼 겸..... 그년을 내 앞에 데려 오라고 해. 지금 당장.”

유희준의 그 말에 김성일이 핸드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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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은 미국 유학 당시 카지노에 갔다가 그곳에 폭 빠졌다. 다들 그렇듯 카지노에서 돈을 딴다는 건 거의 힘들다.

김성일도 초반에는 돈을 땄지만 그 뒤 돈을 잃기 시작했다.

“이, 이게 마지막이야.”

도박에 빠진 그는 유학 자금을 비롯해서 카지노에서 돈까지 빌려 썼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무서운 사채 조직의 돈까지 끌어 썼다. 그리고 그 결과 그는 위험에 처했다.

“크으으윽! 살려 주십시오. 돈은 반드시 갚겠습니다.”

김성일 주위로 건장한 백인 남성들이 그를 에워쌌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김성일에게 말했다.

“네 눈알이 필요하다. 그 정도면 빛은 탕감 될 거야.”

김성일은 자신의 두 눈을 적출해서 팔아먹겠다는 말에 기겁을 했다. 하지만 당장 돈을 만들 길이 없었던 김성일은 절망에 빠졌다.

‘이, 이렇게 끝나는 구나.’

두 눈이 없이 살면 뭐하겠는가? 김성일은 두 눈을 뺏기면 자살하리라 결심했는데 그때 미국 마피아 조직에서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리 조직을 위해서 일하겠다면 너의 도박 빚은 물론 너의 유학 경비까지 우리가 다 책임 지지.”

김성일에게 그 제안은 어둠속의 빛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김성일은 미국 마피아 조직의 일원이 되었고 현재는 한국에 있는 마피아 조직의 중간 간부로 활약 중이었다. 그가 마피아 일원이란 건 절대 비밀이었다. 그의 가족도 그 사실은 알지 못했다.

하물며 유희준이 그 사실을 알 리는 없었다. 김성일은 짐짓 자신과 마피아는 상관없는 사이인척 하고 한국 마피아 조직에 연락을 취했다.

“여보세요. 아네. 저 김성일입니다. 네. 전에 한 번 말씀 드렸었는데. 네. 맞습니다. 그 일입니다.”

김성일은 당장 삼정 백화점 부사장인 유혜란을 유희준 삼정 전자 대표이사의 집으로 데려 와 달라고 한국 마피아 조직에 요구했다. 당연히 김성일과 연관 된 한국 마피아 조직에서는 그 일을 수락했다.

“됐어.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전화 후 김성일이 자신 있게 유희준에게 말했다. 유희준은 그쪽 조직을 믿기 보다는 그의 친구이자 자기 회사 부하 직원인 김성일의 말을 믿었다.

“좋아. 그럼 느긋하게 기다려 보지 뭐.”

유희준은 술 한 병을 더 꺼냈다.

“한잔 할래?”

“그러지.”

평소 일할 땐 절대 입에 술을 대지 않는 김성일도 한 잔 하겠다고 하자 유희준이 웃었다.

“하하하하. 너도 긴장할 때가 다 있군. 그래.”

“내가 주선한 일이니까 아무래도.......”

유희준은 글라스에 양주를 반쯤 따른 뒤 그걸 김성일에게 건넸다. 그리고 자신도 유리잔에 양주를 붓고는 김성일과 건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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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의 전화를 받은 한국 마피아 조직 사무실의 조직원들이 부산히 움직였다.

마피아라니까 조직원들이 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 마피아 조직 사무실에 외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

마피아 지부장까지 전부 한국인으로 구성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부장은 미 본토 마피아 보스의 지시를 받았지만 말이다.

한국 마피아 조직 지부장인 존슨 박이 이번 일을 맡은 행동 대장 이철진에게 말했다.

“조용하게 그리고 신속히.....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지부장님.”

“가봐.”

이철진은 마피아 조직원 3명을 데리고 곧장 조직 아지트를 빠져 나갔다. 그리고 20여분 뒤 그들은 삼정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들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는데 그 이어폰을 통해서 그들의 타깃의 움직임이 실시간 보고 되고 있었다.

놀랍게도 한국 마피아 조직은 경찰 교통 카메라는 물론 인공위성까지 활용하고 있었다. 그게 다 조직과 돈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그들에게 제공 되는 정보는 확실했다.

“옵니다.”

잠시 뒤 지하 주차장으로 승용차 두 대가 들어왔다. 앞 차에는 경호원들이 타고 그 뒤차에 역시 여자 경호원 한 명과 유혜란이 타고 있었다.

차가 도착하자 경호원들이 먼저 내렸고 뒤이어서 유혜란이 내렸는데 그때 경호원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완벽한 경호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마피아의 행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준비 해.”

이철진의 명령이 떨어지자 3명의 조직원들이 권총을 꺼냈다.

“가자.”

이철진이 먼저 차에서 내리며 말했고 뒤이어서 3명의 조직원들이 차에서 내렸다. 그들의 등장에 당연히 유혜란의 경호를 맡은 씨큐리티 경호원들이 나섰다.

“헉!”

하지만 네 남자가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자 막상 경호원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두 손 머리!”

이철진의 외침에 경호원들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자 그 다음 이철진이 이어 말했다.

“무릎 꿇어.”

경호원들이 그 지시에 따라 무릎을 꿇자 이철진과 총을 든 마피아 조직원들이 그들에게로 가서 그들 팔과 다리를 케이블 타이로 간단히 묶었다. 바닥에 눕혀 두었다.

퍽!

“아악!”

그리고 끝까지 유혜란 곁을 지키려던 여자 경호원의 배에 이철진이 주먹을 먹였다. 배를 잡고 주저앉은 여자 경호원의 두 팔과 두 다리도 금방 다른 마피아들에 의해 케이블 타이에 묶여 바닥에 눕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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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란은 벌건 대낮에 총을 들고 나타난 4명의 남자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총구를 내 세어서 먼저 경호원들을 제압했다. 그리고 그 중 한 남자가 유혜란 앞에 나서며 물었다.

“삼정 백화정 유혜란 부사장님 되십니까?”

“그, 그런데요. 당신들은 누구죠?”

“그건 비밀입니다. 저희와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권총 든 남자는 시종일관 유혜란에게 정중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꼭 총구를 겨눴다. 유혜란은 자기 앞에 권총을 겨누고 까닥 거리는 남자를 보고 별수 없이 몸을 움직였다.

“타시죠.”

유혜란은 권총 든 남자들이 타고 온 차에 올랐다. 그녀가 또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게 그녀의 핸드폰도 뺏었다.

사실 유혜란은 권총 든 남자들이 나타났을 때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위험에 처했으니 112에 전화를 걸어야 정상인데 그녀는 경찰서가 아닌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수가 막 전화를 받으려 할 때 권총 든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나면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어야 했고 말이다.

유혜란에게 총구를 겨눴던 남자는 그녀가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 한 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럴 것이 경찰서를 비롯해서 유정만 회장측 등 주요 전화번호를 마피아 측에서 해커를 이용해서 통신사를 해킹해 통화가 되지 않게 만들어 둔 것이다.

따라서 유혜란이 전화를 걸어도 그 전화는 연결 되지 않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피아 측에서도 알지 못한 전화번호가 유혜란의 핸드폰에 저장이 되어 있었다.

유혜란은 그 전화번호로 거의 전화를 걸지 않았기에 마피아 측에서도 그 전화번호를 통신 차단해 두지 않았던 것이다.

유혜란은 바로 그 차단되지 않은 전화번호, 즉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유혜란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다.

“어디 가는 거죠?”

유혜란은 승용차 뒷좌석, 그러니까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앉아 있었다. 때문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으로써는 뚫린 입으로 말하는 거 밖에 없었다.

“가보면 압니다.”

운전석 옆 보조석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그 남자가 바로 유혜란에게 총구를 겨눴던 바로 그 자였다. 그는 시종일관 유혜란에게 무례하지 않게 대했다. 하지만 그가 위험한 자라는 것쯤은 유혜란도 알았다. 아마 지시가 내려오면 그는 가차없이 유혜란에게 총을 쏠 터였다.

‘강현수.....’

이때 유혜란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 사람 생각뿐이었다. 그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나타나서 자신을 구해주는 그녀만의 히어로 강현수 말이다.

그녀가 전화까지 해 놨으니 강현수가 곧 자신을 구하러 와 줄 터였다. 유혜란은 그렇게 믿었다.

그때 차가 삼성동 주택가로 들어섰다.

“여, 여긴.....”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이 동네에 그녀의 두 오빠들, 그러니까 삼정 그룹 두 후계자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유혜란도 익히 아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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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마법을 써서 유혜란의 위치를 가늠했을 때 그녀는 차안이었다. 달리는 차 안에 있는 그녀는 현수도 구할 도리가 없었다. 당연히 그녀를 쫓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현수는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현수는 근처 빈 강의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상태창을 열고 보유 마법 중에 사람의 위치와 현 상태를 알려주는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마법을 또 사용했다. 잠시 뒤 유혜란이 현재 있는 위치의 지도가 현수 눈앞에 펼쳐졌다.

“삼성동 22-11? 주택 안이로군.”

현재 유혜란은 삼성동에서도 초호화 주택들이 즐비한 곳의 한 주택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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