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238화 (238/712)

<-- FA컵 -->

현수가 원룸 쪽으로 다가가자 그 자가 긴장한 얼굴로 현수를 맞았다.

“또 보게 되는군.”

“그러게요. 무슨 일로.... 혹시 또 싸워 보자고 온 겁니까?”

현수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그의 단전만 파괴하고 그를 살려 보내 준 것도 현수 딴엔 사정을 봐 준 터였다. 누구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그가 또 다시 이렇게 현수 앞에 나타났다. 사도철이 말이다.

“염치없지만 부탁이 있어 찾아 왔다.”

“부탁?”

사도철은 부자였다. 그것도 엄청난. 게다가 그는 사회적 영향력도 대단하다. 현수에 비할 바가 아닌 최상류층인데 그가 부탁할 게 있다라? 현수는 그게 뭔지 사실 많이 궁금했다. 그때 사도철이 현수 앞에 불쑥 무릎을 꿇었다.

“이 무슨.....”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현수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그런 현수에게 사도철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지희를...... 살려주게.”

“네?”

사도철에게서 사지희의 얘기가 나오자 현수는 순간 멍해졌다.

“그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사도철의 얘기가 현수의 귀에 띄엄띄엄 들려왔다. 그 만큼 현수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컸다.

“그래서 지금 어디 있습니까?”

“어제 병원에 있다가 오늘은 퇴원을 했는데.....”

“집에 있습니까?”

“그러하네. 하지만 식음을 전폐하고 있어서.......”

현수는 사도철의 얘기는 다 듣지도 않고 그에게 말했다.

“차 좀 씁시다.”

그러자 사도철이 몸을 일으켜서는 자신과 같이 온 수하를 불렀고 그 수하가 현수에게 차 키를 건넸다. 현수는 그 차 키를 받아서 사도철의 수하가 타고 온 차를 몰고 곧장 사도철의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밤 11시를 넘어 자정을 향하고 있었는데 현수는 액셀러레이터를 과감히 밟았다. 차는 밤거리를 빠르게 내 달려서 자정이 되기 전에 사도철의 집에 도착했다.

현수가 초인종을 누르자 사도철이 전화라도 한 듯 문이 열렸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그를 사지희가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철컥!

방문이 열리자 안에서 짜증 섞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 켜지마!”

사지희의 목소리였다. 현수는 그 말을 무시하고 불을 켰다.

“불 켜지 말라고 했.....”

사지희가 베개를 현수를 향해 내 던지려다 그대로 굳은 체 두 눈만 부릅떴다.

“현, 현수씨.....”

현수가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이게 지금 무슨 꼴입니까?”

사지희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자살 시도를 했다더니 손목도 칼로 그은 모양이었다. 양쪽 손목이 모두 붕대에 감겨 있었고 목에서 멍 자국이 선명했다. 아마도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한 것 같았다.

현수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사지희가 황급히 이불로 자신의 모습을 가렸다.

“오, 오지 마세요.”

그녀가 오지 말란다고 가지 않을 현수가 아니었다. 현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 냈다. 그러자 그녀가 두 다리를 모은 체 거기다 얼굴을 박고 울기 시작했다.

“흑흑흑흑흑........”

현수는 사지희가 울게 그냥 두었다. 그렇게 10여분을 울고 난 그녀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현수가 물었다.

“나 때문에 이런 겁니까? 내가 헤어지자고 해서?”

“...............”

사지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자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단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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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긴 한숨과 함께 사지희를 보고 말했다.

“당신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사세요. 살다 보면 나보다 더 괜찮은 남자를.........”

“그런 남잔 없어요. 제겐 당신 밖에 없다고요.”

사지희가 버럭 소리쳤다. 현수는 사지희가 자신에게 제대로 콩깍지가 씌었음을 깨달았다. 이럴 경우 어떤 말로도 그녀를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었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섹스 파트너라도 좋아요.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사지희의 그 말에 현수가 그녀를 쳐다봤는데 그녀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하아.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그러니까 지희씨도 뭘 좀 먹어요.”

현수가 그 말을 할 때 이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죽을 들고 나타났다. 현수가 사지희를 보러 오기 전에 아주머니에게 부탁했던 것이었다. 아주머니도 사지희 주려고 죽을 준비 해 둔 듯 이렇게 바로 챙겨 온 것이다.

“이리 주세요.”

현수가 아주머니에게 죽을 받아서 사지희에게 건넸다. 그러자 사지희가 잠시 멀뚱히 현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현수가 말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다 먹어요. 안 그럼 다신 안 볼 겁니다.”

현수의 그 말에 사지희가 죽을 받아서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현수는 그녀가 죽을 다 먹고 신경 안정제를 먹고 잠이 든 걸 확인하고 나서 그 집을 나섰다. 그때 언제 돌아왔는지 집에 있던 사도철이 현수에게 머리를 숙였다.

“고맙네.”

현수는 자신의 딸 때문에 현수에 앞에 무릎을 꿇은 사도철을 보며 생각했다. 돈 앞에서 피 눈물도 없던 그도 결국 자식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약자인 아버지일 뿐이라고 말이다.

“차는 자네가 쓰게.”

사도철이 현수에게 자신의 수하들이 타던 차를 주겠다고 하자 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도 차 있으니까요. 내일 아침에 가져가십시오.”

현수는 사도철의 호의는 일단 거절했다. 하지만 당장 차가 필요해서 여기로 타고 온 차는 그대로 다시 타고 자신의 원룸으로 향했다. 원룸에 도착하자 시간이 새벽 2시가 다 되어 있었다. 현수는 바로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고 이내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현수는 깨자마자 서둘러 원룸을 나섰다. 시간이 8시가 넘어 있었던 것이다. 현수는 큰길로 나가서 택시를 타고 연신대로 향했다. 연신대에 도착하자 뛰어서 체육관으로 향했고 라커룸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어서 와.”

그라운드에서 어제 늦게까지 자신과 함께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어떻게 싸울 지 전술 계획을 세웠던 현수를 주장인 이기찬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현수는 그제야 시간을 확인했고 아직 9시까지는 5분의 시간이 남은 걸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내 9시가 되었고 연신대 축구부원들 앞에 이명신 감독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썩 밝지가 않았다. 그는 또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채 선수들에게 말했다.

“내일 드디어 FA컵 16강 경기가 치러진다. 마무리 훈련은 내일 아침에 하면 될 거 같으니까 오늘 오전엔 청백 시합을 치러 보고 오후엔 개별 훈련으로 마무리 짓는 걸로 하자.”

이명신은 그 말 후 주장이 이기찬에게 청백 시합을 할 양 팀 멤버를 짜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이 호루라기를 들었다. 오늘 청백 시합의 심판을 자신이 보겠단 뜻이었다.

“특히 현수와 반대 팀은 현수를 집중 마크 하도록 해라. 아마 부산 아이파크에서도 현수가 우리 핵심 멤버란 걸 알 테니까 그냥 내버려 두진 않을 테니까.”

이명신의 지시에 따라서 현수의 반대 팀에서 두 명의 선수가 현수를 집중 마크하기로 했다.

“현수 팀이 노란 조끼를 입도록 한다.”

연신대 자체 내 청백 시합은 현수가 속한 현수 팀과 주장인 이기찬이 이끄는 기찬 팀으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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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감독이 직접 심판을 맡고 주장 이기찬이 나서서 서둘러 팀을 짜고 나자 청백 시합이 빠르게 진행 되었다.

그 사이 골키퍼를 제외하고 한 데 뭉친 현수 팀 선수들은 먼저 포지션을 정했다. 이기찬이 양쪽 포지션이 겹치지 않게 워낙 잘 팀원을 나눠 놓은 터라 대체로 겹치는 포지션이 없었다. 그때 현수팀에 배정 된 공격수 고동찬이 다른 선수들을 보고 말했다.

“현수가 오늘 청백 시합 전술을 짰으면 하는데 다들 어때?”

고동찬의 물음에 감독보다 더 강현수를 신뢰하는 현수팀 선수들이 다들 그러자고 했다. 해서 현수가 전술을 짰다.

“요즘은 제로 톱이나 4-5-1 포지션을 많이 쓰잖아? 그래서 우리도 오늘 4-5-1 포메이션을 쓰는 게 어떨까?”

현수의 말에 현수 팀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4-5-1 포메이션은 미드필더를 5명을 두면서 우위를 점하는 전술로 다양한 포지션의 변화가 가능했다. 4-3-3, 4-2-3-1, 4-4-2 등으로 말이다.

“하긴 4-5-1이 전술 상 변화무쌍 하긴 하지.”

“미드필더와 공격의 거리가 좀 멀긴 한데 순간의 역습에 강하니까 나의 주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겠고. 뭐 난 좋아.”

미드필더 겸 윙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드필더가 두터우면 수비하기도 좋지.”

수비수들 역시 괜찮아 보이자 현수 팀 선수들은 현수가 말한 4-5-1 포메이션을 자신들의 전술로 선택했다.

시합 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포진하자 현수는 상대 진형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찬 팀은 4-2-3-1 포메이션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4-2-3-1은 원톱의 능력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가 크게 났다.

기찬 팀에는 요즘 연신대 공격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나진목이란 걸출한 공격수가 있었다.

나진목을 원톱으로 세운다면 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이는 조금 어려운 전술로 팀워크가 중요했다.

물론 기찬 팀에는 주장인 센터백 이기찬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 간의 유기적 호흡을 맞출 순 있을 터였다. 따라서 기찬 팀에서의 4-2-3-1 포메이션 선택은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삐익!

심판을 맡은 이명신 감독의 입에서 휘슬이 울리자 기찬 팀과 현수 팀  간의 청백 시합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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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팀이 선축으로 공을 뒤로 돌릴 때 나진목은 공을 자신에게 달라는 사인을 하며 상대 진영 안으로 내달렸다.

파파파팟!

그러자 후방에서 공을 돌리던 기찬 팀의 왼쪽 풀백이 달려 나가는 나진목을 향해 길게 찔러 주는 패스를 시도했다. 나진목은 재빨리 그 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해서 달렸다.

“헉!”

하지만 그 보다 먼저 그 지점을 선점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현수가 날아오는 공을 가슴으로 가볍게 트래핑해서 자신의 발 아래로 살며시 떨어뜨렸다. 나진목은 그런 최현수의 공을 뺏으려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툭!

하지만 그 전에 현수가 옆으로 공을 패스해 버렸다. 그리고는 나진목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현수에게 공을 받은 미드필더가 현수에게 다시 공을 찔러 넣었다. 현수는 그 공을 받아서 바로 전방으로 공을 찼다.

파아앙!

누가 봐도 그리 강하게 찬 것 같지 않은데 공은 엄청난 스피드로 선수들의 사이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그때 현수 팀의 공격수 고동찬이 전방으로 죽어라 내달렸는데 공의 궤적이 홱 꺾이며 고동찬의 발아래로 뚝 떨어졌다.

“패스 좋고.”

오프사이드도 간단히 깨버린 엄청난 스루패스 패스였다. 하지만 득달같이 달려든 기찬 팀의 센터백에 고동찬이 공을 뺏겨 버리고 말았다.

“젠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패스 한방은 현수 팀 선수들에겐 자신감을, 기찬 팀 선수들에겐 경각심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나진목은 상대지만 현수를 향해 대 놓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역시 강현수야.”

현수는 늘 그렇듯이 중앙미드필더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는 그곳에서 주로 기찬 팀의 패스 연결 고리를 끊거나 압박 수비로 공격 템포를 늦췄다. 그러는 사이 전반전도 20분이 훌쩍 지났다.

그때 현수가 중앙미드필더에서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변신해서 슬그머니 기찬 팀 진영으로 올라갔다.

사실 드리블이 뛰어난 현수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에 딱 어울렸다. 그래서 청백 시합 전에 같은 팀원들에게 자신이 포지션을 파괴하고 공격수로 나서더라도 놀라지들 말라고 미리 얘기까지 해 둔 터였다. 더불어 공격 쪽으로 하나의 작전도 짰다.

전반전에서 현수 팀의 공격 실마리는 양쪽 윙어들이 풀어 주고 있었다. 미드필더에서 좌우로 패스를 하면 현수 팀 좌우 윙어들이 그 공을 빠르게 치고 터치라인을 따라 올라가서는 페널티에어리어 안의 공격수에게 크로스를 올린다.

그 크로스를 공격수인 고동찬이 헤딩으로 떨어트리면 그 흘러나온 공을 쉐도우 스트라이커인 현수가 슈팅으로 연결하는 작전을 짠 것이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시도는 기찬 팀의 수비수가 먼저 헤딩으로 크로스를 차단해 버려서 실패했다. 하지만 두 번째 좌측 윙어가 올린 공을 고동찬이 안정적으로 헤딩으로 떨어트렸고 그 공을 현수가 바운드됨과 동시에 슛으로 연결했다.

현수는 공을 때릴 때 가능한 정확히 발등에 공이 얹히게 차려고 노력했다. 더불어 안전장치로 카멜레온 축구복의 마법 아이템 창을 열었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 폭발적인 대시(Dash), 인사이드 드리블, 백숏, 마르세유 턴, 펜텀 드리블,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플립플랩, 대포 슛, 무 회전 슛,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패스 가로채기 태클, 바나나 킥, 정확한 발리킥,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몸싸움 뿌리치기, 몸싸움 뒤 점프하기, 진흙탕에서 드리블, 진흙탕에서 헤딩, 정확한 점핑 헤딩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플립플랩(+2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수중 드리블(+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라보나 킥(+20,000), 불꽃 슛(+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오버헤드킥(+10,000).......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크로스 오버 턴(+10,000),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

그리고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인 대포 슛을 선택했다.

펑!

현수는 그리 강하게 공을 찬 것 같지 않았는데 공은 빠르게 골대 안쪽으로 날아갔다. 연신대 주전 골키퍼 방주혁이 바로 반응해서 몸을 날렸지만 공이 더 빨랐다.

출렁!

공이 골네트를 가르자 심판을 맡고 있던 이명신이 그럴 줄 알았다며 현수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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