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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234화 (234/712)

<-- FA컵 -->

장대인이 술집 안에 들어서자 먼저 그를 반긴 건 뿌연 담배 연기였다. 술집 안은 환기가 잘 안 되는 듯 담배냄새와 함께 꿉꿉한 냄새가 더해져서 장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때 용구가 술집 안쪽으로 쪼르르 달려갔고 잠시 뒤 건장한 장정 여럿과 함께 중년의 작달막한 인물이 장대인 앞으로 다가왔다.

“장대인 되신다고요?”

그 작은 키의 중년 남자가 비교적 정중한 태도로 장대인에게 물었다.

“그렇다. 근데 여기는.....”

아무리 봐도 자신이 올 곳은 아니었다. 그는 청정한 곳을 좋아했다. 비록 좁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여기는 그가 딱 싫어하는 곳이었다. 아마 눈앞의 작달막한 자는 장대인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자였다.

만약 저 자가 그걸 알았다면 이런 곳이 아닌 차라리 바깥 공터나 공원에서 그를 만났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제 처지가 좋지 않아서.....”

작은 키의 중년 남자는 장대인의 말을 곡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네가 누구라고?”

“네. 저는 양종철 형님 밑에 있었던 복구라고 합니다. 장복구.”

“복구라....”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양종철 밑에 있었다니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저도 며칠 전까지 서울 용산에 나와바리를 뒀었는데 지금은 인천으로 쫓겨 났습니다.”

장복구가 대개 억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장대인은 그에 대해 전혀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한 건 있어서 그자에게 물었다.

“양종철이 실종 되었다고?”

“네. 그것도 그놈 짓일 겁니다.”

“그놈?”

“네. 종철이 형님과 보스를 작업 한 놈 말입니다.”

장복구의 작업이란 말에 장대인의 얼굴이 굳었다. 그도 조폭들이 말하는 작업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놈이 종철이와 변태섭을 죽였단 건가?”

“네. 확실합니다.”

“그놈이 누구지?”

“저희 조직에 행동대장으로 있었던 노우진입니다.”

“노우진? 으음.....”

장대인은 노우진이란 이름을 변태섭을 통해 들어 본 거 같았다. 신세기파에 꽤 빠릿빠릿한 녀석이 하나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기껏 키워 놓은 개가 주인을 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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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인은 장복구란 자로부터 알고 싶은 건 다 들었다. 그러자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장대인! 잠깐만요.”

그런 그를 장복구가 잡아 세웠다.

“뭐냐?”

“보스께서 장대인이 저를 도와 줄 거라고 했습니다만.”

“내가?”

“그렇습니다. 제가 조직을 다시 장악할 수 있게 장대인이 도와 줄거라.....컥!”

언제 움직였는지 장대인이 장복구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장복구의 목을 한 손에 틀어 쥔 상태로 그의 몸을 간단히 위로 들어 올렸다. 안 그래도 단신인 장복구는 허공에서 바동거렸다. 그런 그에게 장대인이 말했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르지만 변태섭과 나는 거래 관계일 뿐이었다. 그가 죽었으면 그 거래는 끝난 것. 더 이상 날 귀찮게 굴면......”

장대인의 몸에서 또 다시 섬뜩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장복구를 비롯한 주위 덩치들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으으으으!”

그 중 장복구는 쪽팔리게 오줌까지 지렸다. 장대인은 그런 장복구를 미련없이 앞으로 집어 던졌다.

우당탕탕!

장복구가 술집 테이블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그 사이 장대인이 술집을 빠져 나갈 때 장복구가 소리쳤다.

“여동생 찾고 있다면서요? 그 여동생 내가 찾아 주겠소.”

장복구의 그 말이 술집을 나서던 장대인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파파팟!

그리고 장대인의 몸이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인영이 어느 새 장복구 앞에 서 있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지?”

장대인의 물음에 장복구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며 대답했다.

“그쪽이 찾는 여동생 이름이 장소희고 올해 나이 54세. 8살 때 소망 고아원에서 헤어진 뒤 지금까지 못 만나고 있다면서요?”

“..............”

장대인이 말없이 장복구를 쏘아 보았다. 그러자 장복구가 옷을 털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그쪽 동생 찾는 일을 보스의 특별 지시로 내가 맡았었거든. 그러니까 그쪽은 나와 계속 거래를 하면 된다는 얘기지.”

장복구가 장대인을 향해 하얀 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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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려 오전 훈련을 끝낸 연신대 축구부원들은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오후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축구부실에서 전술 회의를 했다. 그때 어깨가 축 처진 채 이명신 감독이 축구부실에 나타났다.

“하아. 회의 계속 해라.”

그는 반쯤 넋이 나간 채 축구부실 옆 감독실로 들어갔다.

“왜 저래?”

“그렇게. 오전에 좋다고 차타고 나가더니.”

“자자. 개인 방송 끄고 회의에 집중 하자.”

주장 이기찬의 말에 연신대 축구부원들은 다시 전술 회의에 열중했다. 그러다 해가 조금 사그라진 4시가 되자 연신대 축구부원들은 우르르 축구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저녁 6시 30분까지 빡세게 훈련을 실시했다.

“자. 오늘도 수고 많았다. 내일 9시에 보자.”

그리고 다들 해산을 했는데 축구장에 현수와 이기찬은 남았다. 따로 내일 할 훈련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 말이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FA컵 16강전은 모레 저녁 7시에 치러진다. 따라서 내일 말고도 모레 오전 오후에도 시간은 있었다. 하지만 시합 당일 격렬하게 훈련을 할 수는 없는 노릇. 거친 훈련은 내일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렇게 현수와 이기찬이 내일 훈련 일정을 거의 다 준비 했을 때 현수와 이기찬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

현수가 핸드폰을 확인하니 조희수였다. 이기찬은 자신의 애인인 듯 반가운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현수도 딱히 저녁에 할 일이 있는 게 아니었기에 조희수의 전화를 받았다. 막말로 조희수도 이제 현수에게 꽤 많은 포인트를 지급하는 섹스 파트너였으니 더 이상 전화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네. 희수씨.”

-어디에요?

“지금 막 훈련 끝내고 샤워 하러 가려던 참입니다.”

현수는 이기찬과 눈빛이 마주치자 수고했다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이기찬도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인 뒤 두 사람은 각자 헤어졌다. 현수는 곧장 체육관 샤워실로 향했고 이기찬은 통화를 하면서 도서관 쪽으로 걸어갔다.

-어젠 미안해요. 또 저만..........

“아닙니다. 저도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단지 희수씨가 너무 곤히 주무셔서 그냥 나왔을 뿐입니다.”

-저녁 드셨어요?“아뇨. 집에 가서 먹어야죠.”

-그럼 지금 저희 집으로 오세요.

“네?”

-제가 차린 건 아니고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제법 근사하게 상을 차려 놓으셔서요. 밥도 충분하게 해 놓으셨으니까 여기다 숟가락과 젓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니까 민폐라 생각지 마시고 오세요.

어제에 이은 조희수의 초대에 현수는 바로 가겠다고 했다. 어차피 그녀 집에 가게 되면 섹스는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섹스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왜냐? 현수에게는 특수 기능인 음양조화대법이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섹스가 현수에게 도움이 되었다. 특히 조희수 같이 수차례 섹스를 할 수 있는 여자라면 현수에게 1석 2조의 효과를 선사 했다.

포인트는 포인트대로 획득하고 음양조화대법을 통해서 음양조화기공과 음양조화신공의 경지를 더 높일 수 있으니 말이다.

현수는 조희수와 통화를 끝내자 바로 샤워실로 가서 씻고 체육관을 나와서 자신의 차를 세워 둔 주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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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막 차에 도착해서 차 문을 열 때였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현수의 머릿속에 울려왔다.

[띠링! 당신의 새로운 섹스파트너 조희수가 스토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습니다.]

“뭐?”

기겁한 현수가 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보유 마법 중에서 퍼슨 로케이션 서치 (Person location search)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현수 머릿속에 찾을 사람에 대한 정보 기입란이 떴고 그녀의 이름과 다니는 학교를 말하자 그녀의 현재 있는 위치 지도가 현수 눈앞에 펼쳐졌다.

그녀는 집에 있었고 집 안에 웬 남자 한 명이 같이 있었다. 그 남자가 스토커 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래도 당장 그쪽으로 가야 할 거 같았다.

현수는 일단 차에 탔다. 그리곤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내서 그걸 걸쳤다. 그러자 눈앞에 상태창이 바뀌었다.

[마법 아이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포인트 소비형)]

일정 포인트 사용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1.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5,000)

2.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7,000)

3.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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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울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20,000)

8. 각 도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15,000)

9. 대한민국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50,000). 단 섬 제외. 섬은 별도 구매

현수가 머릿속으로 조희수가 현재 살고 있는 임페리얼 펠리스 2103호를 떠올리자 시스템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띠링! 현 위치에서 논현동 임페리얼 펠리스까지는 반경 39Km 안에 있습니다.]

현수가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를 선택하자 바로 결제 창이 떴다.

[띠링! 7,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1,684,390]

동시에 현수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였고 그의 모습이 차안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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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수는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장을 보라며 꽤 큰돈을 쥐어 주었다. 그리곤 오늘 다른 일은 하지 말고 음식 솜씨 좀 발휘 해 보라고 했다.

어제 조희수는 현수와 섹스를 할 때 실신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그 기분을 오늘 또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또 현수를 부를 생각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 놓고 말이다.

“잡채하고 탕수육도 만들어요.”

조희수는 도우미 아주머니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었다.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메뉴를 바꿨고 말이다.

그런 그녀의 변덕 덕분에 음식을 다 장만했을 때 시간이 6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조희수는 도우미 아주머니를 바로 퇴근 시키고 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를 집으로 불러 들이는 데 성공했다.

“호호호호. 오늘도.......”

그녀가 한껏 기대 어린 얼굴로 현수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 ♫ ♬♪~

초인종이 울리자 조희수가 쪼르르 문으로 달려 나갔다.

“현수씨!”

그리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문을 막 열었을 때였다. 웬 오토바이 헬멧에 마스크를 쓴 남자가 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택배에요?”

조희수의 물음에 헬멧 남자는 주먹으로 대답했다.

퍽!

조희수는 눈앞에 별이 반짝 하며 맥없이 쓰러졌다. 그때 헬멧 남자가 성큼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서며 조희수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챘다. 그리곤 질질 그녀를 끌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아악!”

헬멧 남자는 비명을 질러 대는 조희수를 거실까지 끌고 가서는 소파 위에 내 던졌다. 그리곤 쓰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너, 너는....”

헬멧 남자의 정체를 확인한 조희수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럴 것이 헬멧 남자는 작년 그녀를 졸졸 따라다녔던 스토커 황인석이었던 것이다.

그런 황인석을 조희수는 당시 막 사귀기 시작했던 신세기파 보스 변태섭에게 꼰질렀다. 그러자 변태섭이 버럭 화를 내면서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고 그 뒤로 황인석은 다시 조희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랬던 황인석이 지금 조희수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얼굴이 변해 있었다.

“씨팔년. 네년 때문에 내가 무슨 꼴 당한 줄 알아?”

황인석의 표정에서 조희수는 예전 그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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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포트 한 현수의 모습이 하필 2103호 앞에 나타났다. 당연히 문은 닫혀 있었고 현수는 문을 열기 위해서 상태창을 열고 보유 마법 중 언락(Unlock)마법을 사용해서 닫혀 있던 조희수의 아파트 문을 열었다.

철컹!

현수는 열린 문을 열고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 현수의 눈에 조희수의 목을 조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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